비엔나와 음악/신동 모차르트

모차르트와 프리메이슨(Freimauer)

정준극 2011. 7. 25. 08:21

모차르트와 프리메이슨에 대하여 좀 더 알고 싶은가요?

모차르트의 작품 중에서 프리메이슨과 관련한 작품들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열심 프리메이슨이었던 모차르트

    

프리메이슨리(Freemasonry)에 대하여 설명하자면 한도 끝도 없으므로 일단 간단하나마 18세기에 인권과 사회 개선을 추구하는 엘리트들의 모임이라고 소개코자 한다. 말하자면 계몽주의를 지향하는 클럽이라고 할수 있다. 참고로 '프리메이슨'(Freemason: Freimauer)이라는 말은 프리메이슨리에 가입한 회원들을 말하며 정식으로 그 단체를 일컫자면 '프리메이슨리'라고 불러야 함을 부연한다. 하지만 우리는 보통 그런 모임 자체도 통틀어서 프리메이슨이라고 부른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가 프리메이슨과 관련된 작품이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아베 베룸 코르푸스'(Ave Verum Corpus)도 결과적으로는 프리메이슨과 관련된 작품이며 미완성으로 남겨 놓은 유명한 '진혼곡'(Requiem)도 나중에 한동안 프리메이슨이 장례식에서 사용한 작품이라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항들이다. 그렇게 따져보니 실로 모차르트가 프리메이슨과 관련하여 작곡한 작품들이 상당히 많다. 현재까지 알려진 작품만 해도 23개나 된다. 그런데 프리메이슨리의 비엔나 랏지(Lodge: 지부)의 기록에 의하면 1785년에 2개의 작품을 더 썼다는 것이다. Des Todes Werk(죽음의 작품)이라는 것과 Villbracht ist die Arbeit der Meister(장인의 작업은 완성되다)이다. 악보가 분실되어서 어떤 음악인지 알수가 없다. 이밖에도 모차르트는 1785년부터 세상을 떠나던 1791년까지 프리메이슨리를 위해 더 여러 작품을 남겼지만 1795년에 요셉 2세 황제가 프리메이슨리를 억압할 때에 상당수의 악보가 분실되었다고 한다. 계몽주의 군주라고 일컫는 요셉 2세 황제는 아마 귀족들이나 로마 가톨릭 교회의 압력에 의해 어쩔수 없이 프리메이슨리를 압박하였다. 예를 들면, 당시 비엔나에는 8개소의 프리메이슨리 지부가 있었으나 요셉 2세 황제는 이를 3개소로 통폐합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마술피리'에서 프리메이슨의 모습을 담은 배경


모차르트는 1756년 1월 27일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유년시절에는 주로 유럽 각지를 다니면서 연주를 했고 이탈리아에 가서 공부도 했다. 모차르트는 20세에 잘츠부르크 대주교 궁전의 음악가로 근무했다. 무려 5년동안이나 잘츠부르크 대주교를 위해 봉사했다. 그러다가 비엔나로 옮겨 1791년 12월 5일, 35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비엔나에서 살았다. 모차르트가 프리메이슨의 비엔나 지부(랏지)에 가입한 것은 1784년 12월 14일이라고 한다. 그가 28세 때였다. 비엔나의 Zur Wohltätigkeit(Benevolence: 박애)라는 명칭의 지부에 가입하였다. 얼마후 모차르트는 '박애지부'의 추천으로 비엔나에서 좀 더 핵심 멤버들이 모이는 지부인 Zur Währen Eintracht(True Harmony: True Concord: 진정한 화합)에 들어갔다. 모차르트가 프리메이슨과 관련된 작품들을 쓴 것은 주로 '진정한 하모니' 지부에서 모임에 참석하던 때였다. 기록에 의하면 모차르트는 비엔나에 있는 여러 지부들의 모임에 자주 참석하였고 심지어는 프라하에 가서도 프리메이슨 지부의 모임에 참석했다고 한다. 모차르트는 아버지인 레오폴드를 프리메이슨리에 가입토록 권유하였으며 하이든을 프리메이슨에 가입토록 적극 주도했다고 한다.

 

비엔나의 프리메이슨리 지부. 신입회원의 가입 장면 

   

모차르트의 프리메이슨과 관련된 음악은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눌수 있다. 첫째는 모차르트가 프리메이슨리의 비엔나 지부들을 위해 특별히 작곡한 작품들이며 둘째는 일반 대중을 위한 작품이지만 프리메이슨리의 주제가 담겨 있는 작품들이고 셋째는 다른 목적으로 작곡했으나 나중에 모차르트에 의해서든지 또는 프리메이슨리에 의해서든지 프리메이슨리를 위해 사용되기 시작한 작품들이다. 다음의 23개 작품은 현재까지 밝혀진 모차르트의 프리메이슨 음악(Masonic music) 일람이다. 영어에서는 프리메이슨의 단체들을 Masonic(메소닉)이라고 부른다. 관련 작품들은 편의상 K 번호 순으로 정리하였다.


프리메이슨 랏지의 회의에 참석한 모차르트. 1790년. 그림 작자 미상

 

- K 53. 가곡 An die Freude(환희의 송가). 메이슨의 시에 음악을 붙인 것이다.

- K 93. 시편 129편.  De Profundis Clamavi. 혼성합창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 1771년 잘츠부르크에서 작곡. 나중에 모차르트가 메소닉 목적으로 사용함.

- K 148. 테너와 피아노를 위한 O Heiliges Band(우정의 성스러운 유대). 1772년에 작곡하였으나 나중에 메소닉 용도로 사용. 아마 메소닉 모임의 휴게시간을 위해 사용한 듯.

- K 273. 혼성합창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캐논. Sancta Maria, mater Die(모후이신 성모마리아). Graduale ad Festum B.M.V. 1777년 작곡하였으며 나중에 랏지(지부)의 행사에서 행진할 때 사용함.

- K 345. Thamos, König in Ägypten(Thamos, King of Egypt: 이집트의 왕 타모스). 게블러남작인 토비아스 필립(Tobias Philipp)의 드라마에 1773년과 1780년에 모차르트가 간주곡, 합창, 솔로로 작곡한 것. 현재는 오페라의 형태로 분류함. 메소닉 성향이 다분한 음악임. 비엔나의 캐른트너토르극장(현재는 존재하지 않음)에서 초연되었다.

 

'이집트의 왕 타모스' 포스터

    

- K 410. 2개의 바세트 혼과 바순을 위한 캐노닉 아다지오(Canonic Adagio). 1784년에 작곡하였으며 의식행진용 음악으로 나중에 메소닉에서도 의식용으로 사용함.

- K 411. 2개의 클라리넷과 3개의 바세트 혼을 위한 아다지오. 1784년에 작곡하였으며 아마도 랏지(지부)에서 멤버들이 입장할 때에 사용한 것으로 보임.

- K 429. 칸타나 Dir, Seele des Weltalls. 일반적인 메소닉 기념행사을 위해 작곡함.

- K 468. 1785년에 아버지 레오폴드가 '진정한 화합' 지부의 2등급 회원으로 올라간 것을 기념하여 작곡함. 프란츠 요셉 폰 라츠키(Franz Joseph vonn Ratschky) 형제의 시 Gesellenreise(형제 멤버의 여행)에 곡을 붙인 것으로 메소닉 멤버가 더 많은 지식의 섭렵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을 비유한 내용임.

- K 471. 칸타나 Die Mauerfreude(메소닉 기쁨). 1785년 4월 20일에 작곡했으며 가사는 프란츠 페트란(Franz Petran)이 썼다. 1785년 4월 25일 Zur gekrönten Hoffnung(The Crowned Hope: 면류관을 쓴 희망) 지부에서 초연되었다. 비엔나 연합랏지(United Lodges) 총재인 이그나즈 폰 보른(Ignaz von Born)에게 헌정된 작품이다. 초연에는 모차르트와 그의 아버지 레오폴드가 초청되어 참석했다. 아그나즈 폰 보른은 금속학자로서 Zur Währen Eintracht 지부회장을 겸하고 있는 사람이다. 초연에서 솔로는 요한 발렌틴 아담버거(Johann Valentin Adamberger)가 불렀다. 그는 비엔나의 다른 메소닉 지부의 멤버로서 모차르트의 '후궁에서의 도주'(Die Entfuhrung aus dem Serail)의 세계초연에서 벨몬테의 이미지를 창조한 성악가이다. 이 작품은 메소닉 지부에서 발간하였고 연주회의 수익금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되었다. '마술피리'에 등장하는 고승 자라스트로는 이그나즈 폰 보른을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 K 477. 메소닉의 장례음악(Mauerische Trauermusik)이다. 1785년 11월 10일 비엔나에서 작곡했다. Zur gekrönten Hoffnung의 멤버인 메클렌부르크-슈트렐레츠(Mecklenburg-Streletz) 공작인 게오르그 아우구스트(Georg August)와 갈란타의 에스터하지 백작인 프란츠(Franz) 형제의 장례식에서 사용하기 위해 작곡되었다.


프리메이슨의 문장


- K 482. 피아노협주곡 Eb 장조로서 1785년 12월 15일 Zur gekrönten Hoffnung 지부를 위해 작곡하였으며 그 지부가 주관한 콘서트에서 처음 연주되었다.

- K 483. 1786년 1월, Zur neugekrönten Hoffnung(신면류관의 희망)지부의 봉헌을 위한 찬가(Ode)이다. 테너 솔로와 피아노와 소규모 합창을 위한 곡이다. 1785년 12월에 작곡했다. Zur neugekrönten Hoffnung는 요셉 2세 황제가 비엔나의 랏지를 8개에서 3개로 줄이라고 지히한데 따라 새로 생긴 랏지(지부)이다. 모차르트는 이 새로 오픈한 지부의 멤버로 가입하였다. 종전의 Zur gekrönten Hoffnung 지부가 폐쇄됨을 슬퍼하는 찬가로  Zerfliesset heut', geliebte Bruder(오늘 사라지도다. 사랑하는 형제들이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가사는 아우구스틴 바이트 에들러 폰 쉬틀러스버그(Augustin Veith Edler von Schittlersberg)가 썼다. 그는 Zur Währen Eintracht 지부의 장로였다.

- K 484. Zur gekrönten Hoffnung의 폐쇄를 애통해 하는 곡이다. Ihr unsre neuer Leiter(우리의 새로운 지도자)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새로 생긴 지부인 Zur neugekrönten Hoffnung 을 기념하는 작품이다. 가사는 역시 아우구스틴 바이트 에들러 폰 쉬틀러스버그가 썼다. K 483과 연계된 작품이다.

- K 543. 교향곡 39번 Eb 은 메소닉 장인들을 축하하고 삶의 기쁨을 구가하기 위해 작곡한 것이다.

- K 546.  아다지오와 후가 C 단조(Adagio and Fugue in C Minor)로서 메소닉을 위해 작곡한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메소닉에서 사용하였다.


프리메이슨 신입회원 가입의식


- K 617. 플륫, 오보에, 비올라, 첼로와 첼레스타를 위한 아다지오와 론도이다. 모차르트가 '마술피리'를 작곡하는 중에 작곡한 작품이다. 메소닉 지부의 모임을 위해 작곡한 것이다.

- K 618. 유명한 아베 베룸 코르푸스(Ave Verum Corpus) 합창곡이다. 메소닉 목적으로 작곡한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메소닉에서 행사시에 자주 연주하였다.

- K 619. 칸타타로서 Die ihr des unermesslichen Weltalls Schöpfer ehrt(세상을 창조하신이여 존귀를 받으소서)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가사는 프란츠 차이겐하겐(Franz Zeigenhagen)으로 메소닉 지부의 요청으로 작곡한 것이다.

- K 620. 오페라 '마술피리'(Die Zauberflöte: The Magic Flute).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서너달 전인 1791년 7월에 완성한 오페라(징슈필)이다. 프리메이슨을 비유하는 음악과 대사가 여러 곳에서 찾아볼수 있는 작품이다. 서곡부터가 그렇다. 노래 중에서는 예를 들어 Zum Ziele führt dich diese Bahn(목표를 향해서)은 무슨 일에나 침착하고 시련을 참으며 분별있게 생각하라는 충고의 내용이다. 또한 Wenn Tugend und Gerechtigkeit(덕성과 정의) 역시 시련과 난관을 극복하라는 내용이다. 특히 2막의 내용은 상당부분이 프리메이슨의 정신을 표현한 것이다. 오페라 '마술피리'의 대본은 배우이며 성악가이고 대본가인 에마누엘 쉬카네더(Emanuel Schikaneder)가 썼다. 쉬카네더 역시 프리메이슨으로 1788년 독일 바바리아의 레겐스부르크(egensburg)에서 멤버로서 가입하였다. '마술피리'에 등장하는 고승 자라스트로(Sarastro)는 '진정한 화합' 지부의 지부장인 이그나즈 폰 보른(Iganz von Born)을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타미노 왕자와 파미나 공주가 겪는 시련은 네가지 요소, 즉 흙, 공기, 물, 불과도 관련이 있는데 이것 역시 프리메이슨의 입단식을 행할 때에 유념하는 것이다. 1791년에 출판된 '마술피리'의 오리지널 대본의 표지에는 빛나는 별과 함께 이집트를 배경으로 컴퍼스(Compass)와 석공들의 흙손(Trowel)이 그려져 있다. 컴퍼스와 흙손은 프리메이슨리의 상징이다.

 

오페라 '마술피리'의 피날레. 시련을 극복한 왕자와 공주가 사랑으로 연합한다.

 

- K 623. 칸타타로서 '작은 프리메이슨 칸타타'(Eine kleine Freimauerkantate)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는 작품이다. 모차르트가 1791년 11월 15일 비엔나에서 완성했다. 그사 세상을 떠나기 꼭 20일 전이다. 새로 오픈한 Zur neugekrönten Hoffnung 지부의 봉헌을 기념하여 작곡한 것으로 가사는 에마누엘 쉬카네더가 썼다. 1791년 11월 18일의 초연은  모차르트가 직접 지휘했다. 이 작품은 모차르트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의미가 있으며 아울러 모차르트가 대중 앞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인 연주회라는 귀중한 의미가 있다. 이 칸타타의 악보는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1792년 출판되었다. 악보에는 Zur gekrönten Hoffnung 지부의 폐쇄를 기념하는 찬송가 한 편이 부록으로 첨부되었다. 이 찬송가의 멜로디는 오늘날 오스트리아의 국가(國歌)에 사용되고 있다.  

- K 623b는 합창곡 Lasst uns mit geschlungen Handen(우리를 붙잡아 주소서)은 Zur gekrönten Hoffnung 지부의 폐쇄에 즈음하여 작곡한 것으로 K 623 칸타타의 추가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이 합창곡은 별도의 작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칸타타의 한 파트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만일 별도의 작품으로 인정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모차르트의 마지막 작품이다. 물론 Requiem(진혼곡)도 있지만 그것은 미완성이어서 마지막 작품으로 간주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 K 626. Requiem Mass(진혼곡 미사)야 말로 모차르트의 마지막 작품으로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후에 그의 제아인 프란츠 사버 쥐쓰마이르(Franz Xaver Süssmayr: 1766-1803)가 완성한 것이다.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면 모차르트가 '마술피리'의 공연을 지휘하던 중 기진하여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그를 살리에리가 집으로 데려왔으며 두 사람이 그날 밤새도록 '진혼곡'을 완성키 위해 노력했다는 식으로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그건 영화일뿐이다. '마술피리'가 초연된 것은 9월 30일이고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날은 12월 5일이다. 항간에서는 '진혼곡'에 대하여 프란츠 폰 발세그(Franz von Walsegg) 백작이라는 사람이 자기 부인이 세상을 떠난 날인 1월 14일에 즈음하여 진혼곡을 연주할 생각이었다는 에피소드가 있으나 확실치는 않다. 모차르트의 '진혼곡'은 나중에 프리메이슨의 장례식 미사에서 사용되었다.


모차르트의 임종을 상상하여 그린 그림. 진혼곡의 완성된 부분을 성악가들이 리허설하고 있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