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나의 이미지를 창조한 낸시 스토레이스(Nancy Storace)

낸시 스토라체(Nancy Storace)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에서 수산나의 이미지 창조

 

낸시 스토라체

 

낸시 스토라체(Nancy Storace: 1766-1817)는 1786년 비엔나에서 초연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에서 수산나의 이미지를 창조한 소프라노이다. 사실상 모차르트는 '피가로의 결혼'을 작곡하면서 낸시 스토라체를 염두에 두고 수산나의 음악을 작곡했다. 모차르트의 그러한 배려 때문에 낸시 스토라체는 오페라의 역사에 있어서 길이 기억되는 여성이 되었다. 낸시 스토라체는 런던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이탈리아에서 더블 베이스를 연주하던 사람으로 1740년대에 더 나은 직장을 위해 영국으로 이주하였다. 아버지 스테파노 스토라체는 이탈리아 사람답게 연애에 소질이 풍부하여 부자집 딸인 엘리자베스 트러슬러라는 여인과 결혼하는데 성공했다.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여자아이가 낸시이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첫번째 아들이 나중에 유명한 작곡가가 된 스테픈 스토레이스이다. 낸시의 어머니 엘리자베스는 당시 런던에서 유명한 유원지인 메릴르본 가든스(Marylebone Gardens)의 소유자의 딸이었다. 메릴르본 가든스는 비엔나의 프라터 유원지와 같은 규모라고 보면 된다. 어려서부터 노래에 소질이 많았던 낸시는 일찍이 이탈리아로 유학의 길을 떠나 베니스에서 안토니오 사키니(Antonio Sacchini)의 문하에 들어갔다. 낸시는 20세도 되기 전에 이미 비엔나의 궁정오페라단원이 되었으며 20세가 되던 해인 1786년에는 오페라 두 편의 세계초연에서 주역을 맡을 정도로 인정을 받았다. 낸시가 맡은 초연의 역할중에서 하나는 저 유명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에서 수산나였으며 다른 하나는 빈센트 마르틴 이 솔러(Vincente Martin y Soler)의 '착한 마음의 구두쇠'(Il burbero di buon cuore)에서 안젤리카였다. 비엔나에서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은 낸시는 '박수를 받을 때 떠나라'라는 격언을 생각하여 이듬해인 1787년에 비엔나를 떠나 런던으로 돌아갔다. 그후 낸시는 작곡가인 오빠 스테픈 스토레이스(Stephen Storace: 1762-1796)의 오페라가 성공할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다. 예를 들면 오페라 The Haunted Tower(유령탑)에서 주역을 맡은 것이다. 낸시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개최되는 헨델축제(Handel Commemoration)에도 출연하여 그 모임을 활성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헨델축제는 1784년 헨델의 서거 25주년을 기념하여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리기 시작한 헨델의 음악 연주회이다. 낸시는 특히 1791년의 헨델축제에서 큰 활약을 하였다. 1791년은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해이다. 낸시는 정말로 '박수를 받을 때 떠나라'는 말씀을 마음에 두었는지 1808년, 그가 42세 때에 은퇴하였다. 낸시는 1817년 8월 24일 런던에서 세상을 떠났다.

 

1790년대의 낸시 스토라체. 악보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렸다.

 

낸시는 비엔나에 있을 때 아일랜드에서 온 테너 겸 작곡가 겸 배우인 마이클 켈리(Michael Kelly)를 만났다. 두 사람은 상당히 친하게 지냈다. 영국에서 온 낸시와 아일랜드에서 온 마이클이었으므로 비엔나라는 타국에서 알게 되어 가깝게 지낸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마이클은 낸시의 오빠인 스테픈과 같은 나이로서 낸시보다 네살 위였다. 아마 두 사람은 결혼까지도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다가 런던으로 돌아간 낸시는 1784년, 그가 22세 때에 느닷없이 바이올리니스트이며 작곡가인 존 에이브라함 피셔(John Abraham Fischer)라는 아주 나이가 많은 사람과 결혼하였다. 남편 존 에이브라함 피셔는 성질이 과격하여 나이 어린 낸시를 핍박하였다. 얼마후 낸시는 이혼하였다. 여자는 그저 남편을 잘 만나야 한다는 교훈을 남겨 준 사건이었다.

 

낸시는 비엔나에서 모차르트와도 가깝게 지냈다. 모차르트는 낸시가 런던으로 돌아간다고 하자 낸시를 위해 콘서트 아리아인 Ch'io mi scordi di te...Non temer, amato bene 를 작곡했다. 이 작품의 표지에는 모차르트가 Composto per la Sigra: storace/dal suo servo ed amico W.A. Mozart/viena li 26/di decbr: 187 이라고 썼다. 이 아리아는 1787년 2월 23일 금요일에 비엔나에서 열린 낸시송별연주회에서 모차르트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고 낸시가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모차르트는 살리에리 및 코르네티(Cornetti)라고 하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와 합동하여 칸타나 Per la ricuperata di Ophelia 를 완성했다. 이 칸타타는 낸시가 병에 걸려 요양하다가 7개월 후에 다시 무대로 돌아온 것을 축하하여 세 사람이 합작하여 작곡된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 칸타타의 악보는 분실되어 어떤 음악이었는지 알 길이 없다. 낸시는 비엔나에 있으면서 살리에리의 오페라에도 출연했었다.

 

낸시는 하이든과도 친밀하게 지냈다. 낸시는 1784년 3월에 초연된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Il ritorno di Tobia(토비아의 귀환)에 출연하였다. 하이든은 나중에 'For the voice of my dear Storace'(사랑하는 스토라체의 음성을 위해)라는 제목을 붙인 칸타타를 작곡하였다. 아마 Miseri noi(긍휼히 여기소서)라는 제목의 칸타타라고 생각된다. 1794년 경에 낸시는 테너 존 브레이엄(John Braham)과 비록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거의 20년에 이르는 오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런데 두 사람은 1815년 급기야는 결별했다. 조용히 헤어진 것이 아니라 알만한 사람이면 다 알 정도로 크게 다투고 헤어졌다. 낸시는 아마 이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는지 결국 그 이듬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아들인 윌렴 스펜서 해리스 브레이엄은 나중에 회상하며 두 분이서 정말 신랄하게 싸웠으며 어머니의 심적타격이 컸었다고 말했다. 아들 윌렴은 나중에 성직자가 되어 캔터베리대성당에서 봉사하였다. 부모가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아서 사생아와 다름 없던 윌렴은 몇년후 빅토리아 여왕에게 성을 메도우스(Meadowes)로 고치게 해 달라고 청원하였다. 여왕은 이를 허락하여 낸시와 존의 아들인 윌렴은 윌렴 메도우스가 되었다. 메도우스는 윌렴의 부인의 외할아버지 성이었다. 낸시는 아들 윌렴에게 유산으로 5만 파운드를 남겼다. 지금은 5만 파운드라고 하면 약 1억원이 되지만 당시에는 현재의 화폐가치로 따져볼 때 약 50억원이 되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낸시는 부자집 딸이었던 어머니로부터 그만한 유산을 받았다. 낸시는 유언으로 자기의 호칭을 Spinster 라고 해 달라고 요망했다. 미혼여성이라는 뜻이다. 법적으로 보면 낸시는 미망인(Widow)이다. 왜냐하면 역시 미망인인 어머니로부터 유산을 상속받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