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명의 장님(Les deux aveugles) - The Two Blind Men(Die zwei Blinden)
Jacques Offenbach(자크 오펜바흐)의 부포네리 뮤지칼(Bouffonerie musicale)
자크 오펜바흐
두 명의 장님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오페레타가 있다. 물론 진짜 장님은 아니고 가짜 장님이지만 아무튼 앞 못 보는 장님들이 주인공들이라니 오페레타를 보기도 전에 웃음부터 먼저 나온다. 오리지널 타이틀은 Les musiciens ambulants(순회악사)이다. 프랑스어 대본은 쥘르 무아노(Jules Moinaux)가 썼다. 톡톡 튀는 온갖 어휘를 모두 동원하여 대본을 썼기 때문에 다른 외국어로는 번역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와 독일어로 번역되었다. '두명의 장님'은 1855년 7월 5일 파리의 샹젤리제에 있는 테아트르 데 부프 파리지엥(Théâtre des Bouffes-Parisiens)에서 초연되었다. 파리의 예술가 구역이라고 하는 꺄르띠에 라땡(라틴구)에 있는 극장이다. '두 명의 장님'은 초연 이래 1년이나 연속 공연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와 함께 장님 역할의 두 성악가는 대스타가 되었다. 영국에서는 파리 초연으로부터 한참 후인 1872년에 런던의 게이어티 극장(Gaiety Theater)에서 공연되어 대인기를 끌었다. 아무튼 '두 명의 장님'은 오펜바흐의 단막 작품으로서는 가장 인기를 끈 오페레타이다.
부포 파리지엥 극장의 관객들의 모습. 1880년대. 난리도 아니다.
공연시간은 별로 길지 않다. 단막이므로 한 시간도 되지 않는다. 장님이라고 생각되는 사람 두 명이 펼치는 코미디이다. 서곡과 네 개의 노래로 구성되어 있을 뿐이다. 장님과 같은 불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은 생각치도 못했던 일이었다. 오펜바흐는 불구자를 과감히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후원자들에게 '내용을 보고 나면 좋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파리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길 모퉁이에서 거지들이 동냥을 하는 바람에 대개가 성가신 경험을 했다. 오펜바흐의 장님들은 사람들이 꺼리는 존재라기 보다는 가짜 장님들이므로 현실과 다르기 때문에 웃음을 선사했다. 그러므로 극장에 오는 사람들의 위신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즐길수 있게 해주었다. 음악도 대체로 춤곡 형태여서 관중들의 흥겨움을 더해주었다. 오펜바흐의 초기 오페레타들은 소규모의 단막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당시 프랑스에는 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을 만들 때에 성악가는 3명 이상이 나오도록 하면 안되는 법이 있었다. 그러자니 자연히 단막의 작품만이 나오게 되었고 출연자들이 더 필요하면 무언의 배우들을 기용하였다. 이러한 우습지도 않은 법이 개정된 것은 1858년이었다. 이로써 오펜바흐는 '지옥에 간 오르페오'로부터 대규모 오페레타를 만들수 있었다.
'두명의 장님'의 한 장면
무대는 파리 세느강에 걸쳐 있는 생미셸 다리(Pont de St Michel)이다. 비엔나에서 공연할 때에는 도나우강에 걸쳐 있는 엘리자베트 다리로 설정하였다. 두 명의 장님 거지가 다리 입구에서 구걸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다투었지만 요즘 경제사정이 나빠져서 적선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다는 생각을 하자 굳이 다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두 장님은 서로 의지하고 협조하며 구걸하자고 합의한다. 그리고는 마치 형제처럼 다정하게 지낸다. 한 장님은 기린처럼 키가 크고 또 한 장님은 마부처럼 키가 작달막하다. 말하자면 거꾸리와 장다리이다. 두 장님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소리를 만들어 내기로 한다. 거꾸리는 트럼본을 불고 장다리는 만돌린을 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번에는 노래를 부르기로 한다. 그래도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음으로는 이야기 주머니를 털어 놓는다. 없는 이야기도 꾸며내어 얘기하며 더러는 공포심을 자극하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도 만들어 낸다. 그래도 별 소득은 없다.
거꾸리와 장다리
더 속상한 것은 장난으로 양철 조각이나 돌멩이를 던져 넣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귀부인처럼 생긴 여자와 산책하는 신사는 체면상 자선모자에 돈을 집어 넣어야 하는데 돈이 아까운지 슬쩍 일원짜리 동전을 넣는 경우도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장님들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모자에 든 돈을 집어가는 악동들도 있다. 두 사람은 그런 불상사들을 모두 미연에 방지코자 누가 돈을 던져주고 가면 재빨리 내용물을 확인하고 챙기기로 한다. 그러자니 남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눈을 떠서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두 사람은 장님이 아니다. 아무래도 함께 붙어 있는 것 보다는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장사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침 좋은 장소를 발견한다. 누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 두 장님은 카드 게임을 하여 이긴 사람이 좋은 목을 차지키로 한다. 그리하여 장님 안경을 벗어 던지고 보니 아니, 예전부터 원수처럼 지내던 사이가 아니던가? 두 장님은 기가 막혀서 쓰디 쓴 웃음만 터트린다.
두 명의 장님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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