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오페라 더 알기

'로미오와 줄리엣' 더 알기

정준극 2011. 8. 4. 09:22

'로미오와 줄리엣' 더 알기

 

셰익스피어의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만큼 여러 형태의 공연작품으로 만들어진 것도 없을 것이다. 연극으로 만들어졌고 오페라로 만들어졌으며 발레로도 만들어졌다. 근자에는 영화로도 수없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많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더 이상 새로 만들기가 어렵다고 생각되지만 그렇지가 않다. 새로운 뮤지컬로도 만들어졌고 새로운 오페라로도 만들어졌다. 너무 많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사람들이 피곤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가 않다. 언제나 보아도 새로운 감동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은 셰익스피어 한 사람으로 인하여 세계의 문화예술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윌렴 셰익스피어(1564-1616)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출판된 것은 1597년이다. 이후 '로미오와 줄리엣'은 수많은 예술작품의 주제가 되었다. 오페라만 해도 24편이나 작곡되었다. 가장 처음 만들어진 오페라는 1776년 체코의 게오르그 벤다(Georg Benda: 1722-1795)의 '로메오와 율리'(Romeo und Julie)이다. 이 작품은 오페라라기 보다는 독일의 징슈필 스타일이다. 게오르그 벤다의 '로메오와 율리'는 놀랍게도 해피엔딩이다. 죽었다고 생각되었던 로메오와 율리가 모두 살아나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오페라는 프랑스의 샤를르 구노(Charles Gounod)가 1867년에 작곡한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당대의 대본가인 쥘르 바르비에(Jules Barbier)와 미셀 캬레(Michel Carre)가 대본을 완성한 오페라이다.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초연에서 대성공을 거둔 이래 오늘날까지 가장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 중의 하나가 되었다. 빈센초 벨리니(Vincenzo Bellini: 1801-1835)의 '캬풀레티가와 몬테키가'(I Capuleti e i Montecchi)는 아름다운 벨칸토 오페라로서 역시 오늘날에도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이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원작과 내용이 차이가 난다는 이유 때문에 논란이 되기도 했다. 벨리니의 '캬풀레티가와 몬테키가'의 대본은 유명한 펠리체 로마니(Felice Romani: 1788-1865)가 썼다. 로마니는 일찍이 니콜라 바카이(Nicola Vaccai: 1790-1845)를 위해 '줄리에타와 로메오'(Giulietta e Romeo)라는 오페라의 대본을 쓴 일이 있다. 벨리니를 위해 또다시 '캬퓰레티가와 몬테키가'의 오페라 대본을 써야 했던 로마니는 이미 바카이를 위해 썼던 대본을 손질하여서 사용했다. 그런가하면 벨리니도 베니스의 라 페니체 극장으로부터 베니스 카니발에 공연할 오페라를 작곡해 달라는 요청을 받기는 받았지만 시간이 한달 반 밖에 없으므로 전에 작곡했던 오페라 '차이라'(Zaira)의 음악을 상당부분 가져다가 '캬퓰레티가와 몬테키가'의 음악을 완성했다.

 

벨리니의 '캬풀레티가와 몬테키'가에서 줄리에타(안나 네트렙고)와 로메오(엘리나 가란차)

 

그런데 대본을 쓴 펠리체 로마니는 '줄리에타와 로메오'에 대한 소스를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사실상 이탈리아 르네상스 작가인 마테오 반델로(Matteo Bandello: c 1480-1562)의 소설 '로메우스와 줄리에타'를 참고로 했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야기와 비슷한 이야기들은 유럽 각지에서 전설로서 또는 민화로서 널리 알려지고 있던 것이다. 그런 전래의 이야기를 비로소 소설로 만든 사람이 반델로였다. 그러므로 셰익스피어뿐만 아니라 셰익스피어의 할아버지가 되는 사람이라고 해도 로미오와 줄리엣 스타일의 스토리를 쓴다면 그건 반델로의 작품을 오리지널로 삼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탈리아에서 반델로가 두 젊은 연인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소설로 만든 시기와 비슷한 때에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드 벨르포레스트(Francois de Belleforest: 1530-1583)라는 작가와 피에르 보에스투오(Pierre Boaistuau: c 1517-1566)라는 소설가도 비슷한 내용으로 소설들을 썼다. 하지만 이들도 이탈리아의 반델로의 오리지널을 참고로 했다는 얘기가 있다. 펠리체 로마니는 바카이를 위해 대본을 썼을 때 반델로 뿐만 아니라 프랑스 작가들의 이야기도 참고로 삼았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영국의 아서 브룩(Arthur Brooke: -1563)도 1562년에 '로메우스와 줄리엣의 비극적 이야기'(The Tragical History of Romeus and Juliet)라는 운문시를 썼으며 1567년에는 윌렴 페인터(William Painter: 1540?-1595)가 '환락의 궁전'(Palace of Pleasure)이라는 제목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한 이야기를 산문시로 쓴 것이 있다. 이들도 아마 짐작컨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나 구전민화를 참고로 하여 그런 시들을 썼을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반델로 뿐만 아니라 아서 브룩과 윌렴 페인터의 작품들로부터도 영감을 얻어 불후의 명작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완성했다고 한다. 다만, 셰익스피어는 오리지널 스토리에는 나오지 않는 조연들을 추가함으로서 흥미를 더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면 오리지널에는 없는 머큐쇼(Mercutio)와 파리스(Paris)를 추가한 것이다.

 

로렌스 신부의 주례로 혼인식을 올린 로미오와 줄리엣. 셰익스피어의 원작에는 줄리엣이 14세로 되어 있다. 셰익스피어가 참고로 삼은 아서 브루크(Arthur Brooke)의 산문시 Romeus and Juliet 에는 줄리엣을 16세로 그려 놓았다. 아서 브루크는 이탈리아의 Matteo Bandello(1480-1562)의 소설 Romeus and Juliet 를 바탕으로 산문시를 만들었다.

 

 

1839년에 초연된 엑또르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은 '드라마틱 교향곡'(Symphonie dramatique)로 분류되고 있다. 전체 3개 파트로 나뉘어진 대작으로 솔리스트와 합창, 오케스트라가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차이코브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는 교향시이다. 사랑의 테마로 알려진 아름다운 멜로디와 환상적인 서곡이 유명하다. 1869년에 만들어졌으며 그후 1870년, 1880년에 수정되었다. 차이코브스키는 주제가 되는 멜로디를 무도회의 장면에서, 발코니의 장면에서, 줄리엣의 침실 장면에서, 그리고 무덤의 장면에서 반복하여 사용했다. 주제 멜로디는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한 영화에서 주제곡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1968년에 영화 Godfather의 음악으로 유명한 니노 로타(Nino Rota)가 역시 음악을 맡은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도 차이코브스키의 사랑의 멜로디가 인용되었으며 1996년도 영화인 Kissing You 에서도 데스레(Des'ree: Desirée Annette Weeks)가 부른 주제가에 사용되었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에 영향을 받은 다른 작품들로서는 노르웨이의 요한 스벤드센(Johann Svendsen: 1840-1911)의 Romeo og Julie(1876), 영국의 프레데릭 들리우스(Frederick Delius: 1862-1934)의 A Village Romeo and Juliet(1899), 스웨덴의 빌헬름 슈텐함마르(Wilhelm Stenhammar: 1871-1927)의 Romeo och Julia(1922) 등이 있다.

 

프랑코 체피렐리가 제작하고 니노 라타가 음악을 맡은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발레작품으로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Sergej Prokofiev)의 Romeo and Juliet 이다. 키로프 발레단이 의뢰하여 작곡했다. 프로코피에프는 해피엔딩으로 발레곡을 만들었다. 키로프 발레단은 원작과 다르다면서 거절했다. 프로코피에프는 다시 만들었다. 이번에는 음악이 너무 실험적이라고 하면서 거절하였다. 하지만 1962년에 존 크랑코(John Cranko)가 안무를 맡아 무대에 올리자 놀라운 갈채를 받았다. 이어 1965년에 케네스 맥밀란(Kenneth MacMillan)이 안무한 작품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오늘날 프로코피에프의 발레곡 '로미오와 줄리엣'은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

 

프로코피에프의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재즈 작품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것은 페기 리(Peggy Lee)의 Fever 이다.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의 Such Sweet Thunder 에 나오는 Star-Crossed Lovers(불운의 연인들)이란 곡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이 음악에서 두 사람은 테너와 알토 색스폰으로 대표된다. 최근에는 The Supremes, Bruce Springsteen, Tom Waits, Lou Reed 와 같은 팝 가수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노래로 불렀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영국의 록 밴드 그룹인 다이어 스트레이츠(Dire Straits)의 Romeo and Juliet 이다.

 

영국의 록 밴드 그룹인 Dire Straits

 

뮤지컬로서 가장 유명한 것은 레오나드 번슈타인이 곡을 붙이고 스테픈 손드하임(Stephen Sondheim)이 가사를 붙인 West Side Story 일 것이다. 1957년에 브로드웨이에 데뷔했고 1958년에는 런던의 웨스트 엔드에 데뷔하였다. 그리고 1961년에는 나탈리 우드가 마리아의 역할을 맡은 영화가 제작되어 대히트를 기록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무대를 20세기 뉴욕으로 옮겼으며 캬풀레티가와 몬테키가의 갈등 대신에 푸에르코계 이민자들과 폴란드 이민자간의 갈등으로 그려 놓은 것이다. 또 다른 뮤지컬로서는 1999년에 테렌스 만(Terrence Mann)이 제롬 코만(Jerome Korman)과 함께 곡을 만든 록 뮤지컬 William Shakespeare's Romeo and Juliet 이 있으며 20001년에는 제라드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이 곡을 붙인 Romeo et Juliette, de la Haine a l'Amour 가 있고 2007년에는 리카르도 코치안테(Ricardo Cocciante)가 곡을 만든 Giulietta & Romeo 가 있다.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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