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돌(Der Stein der Weisen) - The Philosopher's Stone - Die Zauberinsel(마법의 섬)
모차르트 포함, 5인의 합작 오페라 - 제2의 '마술피리'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모차르트는 미완성인 것까지 합하여 생전에 22편의 오페라를 남겼다. 그런데 이와는 별도로 모차르트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오페라가 또 하나 있다. '철학자의 돌'(Der Stein der Weisen)이라는 오페라(징슈필)로서 실은 모차르트 외 4인의 합작이다. 모차르트와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에마누엘 쉬카네더, 요한 밥티스트 헨네버그, 프란츠 사버 샤크, 베네딕트 게를이 작곡에 참여했다. 모차르트가 이 오페라를 완성하는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왜냐하면 이 오페라는 1790년에 완성되어 초연을 가졌는데 당시 모차르트는 다른 작곡 때문에 정신이 없었으며 더구나 몸도 편치 않아서 고생을 하던 때이다. 1790년의 초연은 쉬카네더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테아터 아우프 데어 뷔덴(Theater auf der Wieden)에서 있었다.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1년전의 일이다. '철학자의 돌'의 대본은 쉬카네더가 썼다.
'철학자의 돌'의 작곡에 참여한 에마누엘 쉬카네더(Emanuel Schikaneder)는 잘 아는대로 '마술피리'의 대본을 쓰고 '마술피리'에서 파파게노의 이미지를 창조한 배우 겸 바리톤 겸 대본가이다. 1791년에 '마술피리'가 초연될 때에는 테아터 안 데어 빈(Theater an der Wien)을 경영하고 있었다. 프란츠 사버 게를(Franz Xaver Gerl: 1764-1827)은 베이스로서 작곡도 했다. '마술피리'의 초연에서 자라스트로의 이미지를 창조한 사람이다. 그의 부인인 바르바라 라이징거(Barbara Reisinger: 1770-1806)는 '마술피리'의 초연에서 파파게나를 맡았던 소프라노이다. 베네딕트 샤커(Benedikt Schaker: 1758-1826)는 '마술피리'의 초연에서 타미노 왕자의 역할을 맡았던 사람으로 작곡도 했다. 요한 밥티스트 헨네버그(Johann Baptist Henneberg: 1768-1822)는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였다. 아무튼 '철학자의 돌' 5인방을 보면 '마술피리'와 깊은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철학자의 돌'을 제2의 '마술피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중세 연금술사들이 '철학자의 돌'을 발견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장면
여기서 잠시 '철학자의 돌'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연금술에서 사용하는 물질이다. 이 물질을 사용하면 예를 들어 납을 금으로 만들수 있다고 한다. 혹자는 '철학자의 돌'이 '생명의 묘약'(Elisir of Life)이라고 말한다. 젊음을 유지해주고 영원불멸의 삶을 가능케 해준다는 묘약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완전무결, 계몽(Enlightenment), 하늘의 축복을 뜻하는 용어이다. '철학자의 돌'을 찾는 노력을 마그넘 오푸스(Magnum Opus)라고 한다. 이제 어떤 배경으로 오페라 '철학자의 돌'이 만들어졌는지 살펴보자.
에마누엘 쉬카네더가 1789년 여름에 '테아터 아우프 데어 뷔덴'의 예술감독이 되자 그는 새로운 발전방향을 모색하였다. 무엇보다 관중들을 많이 끌어들여야 했다. 그는 독일의 전래동화나 전설을 주제로 한 징슈필을 만들어 공연하면 사람들이 많이 보러 올것으로 생각했다. 우선 그는 당시에 인기가 많았던 크리스토프 마르틴 빌란트(Christoph Martin Wieland)의 동화를 징슈필로 만들기로 했다. 쉬카네더는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징슈필을 만들어 공연하고 싶어서 작곡을 맡을 팀을 구성했다. 여러 사람이 경쟁적으로 작곡을 하면 작품의 수준도 높아질 것으로 믿었다. 이렇게 하여 모차르트를 포함한 5명의 타스크 포스 팀이 구성되었다.
모차르트가 쉬카네더를 알고 친하게 지내기 시작한 것은 1780년부터이다. 더구나 두 사람은 프리메이슨(프라이마우어) 멤버여서 통하는 점이 많았다. 쉬카네더가 1789년에 테아터 아우프 데어 비덴의 예술감독으로 오자 비엔나에 있는 모차르트는 그와 더욱 가까워졌다. 그리고 모차르트의 처형인 소프라노 요제파 호퍼(Josefa Hofer)는 쉬카네더의 팀에서 자주 출연을 하였으므로 그런 인연도 있었다. 쉬카네더는 뛰어난 성악가들이며 작곡에도 재능이 많은 샤크와 게를을 테아터 아우프 데어 비덴의 팀에 영입하였다. 이들은 실제로 모차르트와 잘츠부르크에서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특히 샤크는 작곡을 함에 있어서 모차르트로부터 많은 자문을 받았다.
'마술피리'의 초연에서 파파게노를 맡았던 쉬카네더의 모습. 1791년
1790년 여름에 모차르트와 쉬카네더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2막의 영웅적 코믹 오페라의 작곡에 착수했다. 크리스토프 마르틴 빌란트의 '드쉬니스탄'(Dschinnistan)이라는 동화전집에서 '나디르와 나디네'(Nadir und Nadine) 편을 바탕으로 한 오페라였다. 타이틀은 '철학자의 돌'이라고 정했다. 이때 함께 작곡에 참여한 사람들이 헨네버그, 샤크, 게를이었다. 모차르트는 몇 곡의 아리아와 앙상블을 작곡하여 '철학자의 돌'에 기여했다. 예를 들면 고양이의 듀엣이다. 모차르트가 친필로 쓴 듀엣의 악보는 파리음악원에 보관되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철학자의 돌'이 완성된지 꼭 1년 후에 '철학자의 돌'의 팀이 다시 합심하여 '마술피리'를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철학자의 돌'에서 아스트로몬테를 맡았던 샤크가 '마술피리'에서 타미노를 맡았고 에우티프론테를 맡았던 게를은 자라스트로를 맡았다. 나디르를 맡았던 키스틀러(Kistler)는 제2의 고승을 맡았고 나디네를 맡았던 안나 고트리브(Anna Gottlieb)는 파미나를 맡았다. 루바노를 맡았던 쉬카네더는 파파게노를 맡았으며 루바나라를 맡았던 바르바라 게를(라이징)은 파파게나를 맡았다. '철학자의 돌'을 지휘했던 헨네버그가 '마술피리'의 지휘도 맡았다. 헨네버그는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철학자의 돌'의 주요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아스트로몬테(Astromente)는 인간들을 도와주는 신이다. 오이티프론테(Eutifronte)는 아스트로몬테의 동생으로서 지하세계의 마음씨 나쁜 신이다. 사디크(Sadik)는 아카디아의 사실상 통치자로서 제사장이다. 나디르(Nadir)는 사디크의 양자로서 나디네와 사랑하는 사이이다. 나디네(Nadine)는 사디크의 양녀로서 양오빠인 나디르를 사랑한다. 루바노(Lubano)는 나디르의 친구로서 루바나라의 남편이다. 나디르는 사디크 제사장의 사냥지기이기도 하다. 루바나라(Lubanara)는 당연히 루바나의 부인이다. 제니(Genie)는 아스트로몬테 신의 메신저이다. 스토리를 읽다보면 자꾸만 '마술피리'의 내용과 비교하게 된다. 비슷한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철하자의 돌' 음반 커버. 나디네와 마법의 새의 모습을 볼수 있다.
[제1막] 무대는 전설속의 땅인 아카디아이다. 제사장인 사디크가 아카디아의 수호신인 아스트로몬테에게 드리는 제사를 진행하고 있다. 나디르와 나디네가 결혼한지 얼마 안되는 친구인 루바노와 루바나라와 함께 등장한다. 아직 세상물정을 모르는 순박하고 철없는 루바나라는 남편인 루바노에게 아스트로몬테에게 제사드리는 곳으로 데려 달라고 조른다. 그곳에 가서 아스트로몬테의 하늘을 날으는 기계를 타고 싶다는 것이다. 루바노는 그랬다가는 아스트로몬테의 노여움을 사는 것은 물론이고 지하세계의 신인 무섭고 두려운 오이티프론테의 노여움을 사게 되므로 제발 그만두라고 말린다. 그러나 루바나라는 그런 신이나 정령은 하나도 두려워하지 않다고 하면서 계속 조른다. 이런 내용을 안 사디크는 루바나라를 꾸짖으면서 가벼운 벌을 내린다. 그러면서 신들이 이 사실을 알고 무슨 조치를 취할 것 같아서 걱정이다.
잠시후 아스트로몬테의 메신저인 제니가 구름마차를 타고 하늘로부터 내려와 마법의 새가 들어있는 조롱을 하나 준다. 마법의 새는 여러 여자 중에서 가장 순진하고 덕성이 높은 여자를 노래를 불러 찾아낸다고 한다. 그러면 아스트로몬테가 그 여자를 아내로서 취한다는 것이다. 사디크와 나디르를 혹시 마법의 새가 나디네를 택하여 노래를 부를 것 같아 두려움에 싸인다. 루바노도 혹시 루바나라가 선택될 것 같아서 걱정이다. 루바노는 생각다 못하여 루바나라를 방에 가두고 자물쇠를 잠근다. 루바나라는 갇혀 있는 것이 답답하여서 지하세계의 신인 오이티프론테에게 구해달라고 간구한다. 그러자 오리티프론테가 나타나 루바나라를 방에서 빼내어 지옥으로 데려간다. 루바노가 항의하지만 소용이 없다. 루바나라는 자기의 머리에 사슴처럼 뿔이 생긴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사냥꾼들이 루바나라를 사슴인줄 알고 쫓아온다.
아스트로몬테에 대한 제사가 진행된다. 신전에 있는 처녀들은 각각 아스트로몬테가 보낸 마법의 새를 손으로 잡아 노래를 부르는지를 심판 받는다. 마지막으로 나디네의 차례가 된다. 때를 같이하여 하늘로부터 아스트로몬테가 마차를 타고 내려와 제물을 받는다. 그리고 다시 하늘로 올라갈 때에 나디네의 손에 있던 마법의 새가 노래를 부른다. 아스트로몬테는 마법의 새와 나디네를 함께 마차에 태우고 하늘로 올라간다. 모두들 나디네를 돌려보내 달라고 아스트로몬테에게 간구한다. 루바노는 나름대로 루바나라 때문에 속이 상해서 운다. 사람들은 모두 나디네를 찾기 위해 배를 타고 마법의 섬으로 가기로 결정한다.
[제2막] 배가 마법의 섬에 거의 다 왔을 때 오이티프론테가 폭풍을 일으켜 배를 침몰시킨다. 그렇지만 나디르와 루바노는 가까스로 살아서 해변까지 헤엄쳐 간다. 오이티프론테는 나디르가 아스트로몬테에게 감정이 많은 것을 알고 나디르를 자기나름대로의 목적에 이용할 생각이다. 그러면서 나디르에게 자기의 이야기를 해준다. 오이티프론테의 얘기를 들으니 아스트로몬테와 오이티프론테는 형제라고 한다. 이들은 강력한 권능을 가진 마법사의 아들들로서 아버지 마법사로부터 각각 마법을 전수받았다. 아버지 마법사는 세상의 모든 비밀 중에서 가장 대단한 비밀인 '철학자의 돌'을 발견했다. 마법사는 두 아들에게 재산을 똑같이 나누어주면서 '철학자의 돌'만은 큰아들에게 주겠다고 말했다. 이에 오이티프론테는 말도 안된다면서 만일 형에게 준다면 가만히 있지 않고 복수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자 마법사는 '철학자의 돌'을 누구에게도 주지 않겠다고 말하고 두 아들보다 더 귀중한 사람이 나타나면 그에게 주겠다고 말했다.
당시에 두 아들은 어떤 공주를 똑같이 사랑하고 있었다. 공주는 아스트로몬테를 택하고 결혼하여 아들까지 낳았다. 오이티프론테는 이 아들이 언젠가는 '철학자의 돌'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여 부하들에게 그 아이를 죽이라고 명령했다. 아들이 사라진 것을 안 공주는 슬픔으로 세상을 떠났다. 마법사 아버지는 아들 아스트로몬테의 비통함을 위로하기 위해 마법의 새를 주었다. 마법의 새는 세상에서 가장 덕성스러운 처녀를 판별해 내는 능력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마친 오이티프론테는 나디르에게 나디네를 구출하기 위해 아스트로몬테를 죽이겠다고 말한다. 한편, 루바나라를 찾고 있는 루바노는 제니로부터 참고 기다리며 복종하면 바라던 일을 이룰수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잠시후 루바노는 오이티프론테의 부하들로부터 여러가지 테스트를 받는다. 오이티프론테의 부하들은 루바노에게 먹을 것과 마실것을 제공한다. 이것을 먹으면 오이티프론테에게 복종하게 된다. 그때 루바나라가 나타나 루바노에게 아무것도 먹거나 마시지 말라고 경고하며 아스트로몬테를 죽이고 모든 것을 차지하려는 오이티프론테의 사악한 계획을 얘기해 준다. 루바나라는 나디르도 찾아서 경고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안 오이티프론테가 루바나라를 입을 막아 말을 못하게 한다. 루바나라는 오직 고양이처럼 야옹이라는 소리를 낼수 있을 뿐이다.
오이티프론테는 나디르와 루바노를 지하 깊숙히 있는 어떤 방으로 데려간다. 아스트로몬테를 죽일 칼을 만들고 있는 대장간이다. 새로 만드는 칼에게 마법을 불어 넣는 의식이 진행된다. 의식에는 남자들만 참석할수 있다고 하여서 루바나라는 밖에 나가 있는다. 이 틈을 이용하여 제니가 나타나 루바나라를 구출해 간다. 나디르가 오이티프론테로부터 마법의 칼, 마법의 활과 화살을 받아 아스트로몬테의 궁전으로 떠난다. 나디르는 도중에 마법의 새소리를 듣자 칼을 휘둘러 마법의 새를 죽인다는 것이 잘못하여 나디네를 죽인다. 나디르는 사랑하는 나디네의 시신을 보고 슬픔으로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다. 한편, 오이티프론테는 루바노를 새장에 가둔다. 그리고는 나디르가 루바노를 마법의 새로 알고 죽이도록 할 생각이다. 갑자기 아스트로몬테가 노인으로 변하여 나디르에게 나타난다. 노인의 손에는 마법의 새가 들려 있다. 노인은 나디르에게 오이티프론테가 준 마법의 칼을 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나디네가 살아 돌아올 것과 사디크를 포함하여 폭풍으로 바다에 빠져 죽었다고 생각되는 모든 사람이 살아 돌아올것을 약속한다.
노인으로 변장한 아스트로몬테는 나디르가 그의 아들임을 밝힌다. 오이티프론테의 부하가 아스트로몬테의 어린 아들을 바다에 던져 넣었지만 마침 해변을 지나고 있던 사디크에 의해 구원되었다는 것이다. 오이티프론테가 나타나 나디르에게 아스트로몬테가 원수이니 어서 죽이라고 하지만 나디르는 칼을 아스트로몬테에게 건네준다. 아스트로몬테는 '철학자의 돌'을 나디르에게 전해 준다. 나디르는 '철학자의 돌'로 나니데의 생명을 살린다. 오이티프론테는 모든 사람들을 저주하며 부하 정령들과 함께 지하 깊숙히 사라진다. 장면은 찬란한 신전으로 바뀐다. 모두들 다시 만난 기쁨에 넘친다. 모두들 나디르와 나디네의 결혼을 축하하는 노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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