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208. 요제프 하이든의 '약사'

정준극 2011. 8. 8. 11:25

약사(Lo speziale) - The Apothecary

하이든의 3막 오페라 부파(드라마 지오코소)

 

에스터하지 궁전에서 작곡 중인 하이든

 

하이든은 생전에 14편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대부분이 드라마 지오코소(Dramma giocoso)이다. 드라마 지오코소라는 용어는 Dramma giocoso per musica, 즉 '음악을 위한 익살 드라마'의 준말로서 18세기에 대유행한 오페라의 한 장르이다. 드라마 지오코소는 오페라의 전체적인 특성보다는 대본을 더욱 중요시했다. 때문에 위트에 넘친 대사는 노래보다 더 박수를 받았다. 이탈리아에서 드라마 지오코소를 주도한 인물은 대본가 카를로 골도니(Carlo Goldoni)였다. 골도니의 대본으로 발다싸레 갈루피(Baldassare Galuppi), 니콜로 피치니(Niccolò Piccinni), 요셉 하이든 등이 드라마 지오코소를 작곡했다. 드라마 지오코소는 대부분 그랜한 부포 장면으로 막을 내리는 화려한 면이 있다. 사람들은 그런 피날레를 사랑했다. 오늘날까지 이 장르에 속한 오페라로서 가장 자주 공연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모차르트의 작품일 것이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돈 조반니'와 '여자는 다 그래'(Così fan tutte)가 있다. 모차르트는 드라마 지오코소라는 용어보다는 오페라 부파(Opera Buffa)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하였다. 그러므로 드마라 지오코소와 오페라 부파는 같은 의미이다.

 

그릴레타와 공증인으로 변장한 멘고네. 현대적 연출

   

하이든이 1768년에 완성하여 그 해에 에스터하지 궁정극장의 개관기념으로 공연한 드라마 지오코소가 '약사'(Lo speziale)이다. 당시의 유행대로 '약사'는 위트에 넘친 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로 구성되어 있어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대본은 역시 카를로 골도니였다. 카를로 골도니의 '약사' 대본을 바탕으로 하여서는 실제로 1755년에 베니스에서 오페라 부파가 공연된 일이 있다. 그해의 베니스 카니발을 기념하여 공연된 것으로 베니스의 Teatra San Samuele(성사무엘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전 3막으로 1막은 빈센초 팔라비치니(Vincenzo Pallavicini)가 작곡했고 2막과 3막은 도메니코 피시에티(Domenico Fiischietti)가 작곡한 특별한 오페라였다. 그로부터 13년후에 하이든이 똑 같은 대본으로 오페라를 만들어 무대에 올린 것이다. '약사'는 가난한 청년인 멩고네(Mengone: T), 멋쟁이 부자인 볼피노(Volpino: MS), 그리고 나이 많은 약제사인 셈프로니오(Semprionio: T)가 아름다운 그릴레타(Grilletta: S)를 사이에 두고 포복절도할 코미디를 연출하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듯한 인간애와 사랑의 감정이 분출되는 작품이다.

 

하이든의 '약사'는 모차르트의 오페라들을 생각케 하는 면이 있다. '약사'는 메뇨네가 도제(徒弟)신세를 한탄하는 아리아로부터 시작한다.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에서 하인 레포렐로의 아리아를 연상케 한다. 바지역할인 볼피노는 '피가로의 결혼'에서 케루비노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연인들이 서로 변장하고 나서는 것은 '여자는 다 그래'의 계략을 생각케 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그릴레타 역의 소프라노 Sandra Pastrana

 

나이 많은 약사인 셈프로니오는 젊고 아름다운 그릴레타의 후견인이지만 어느덧 흑심을 품어서 그릴레타와 결혼코자 한다. 그릴레타를 사랑해서 그런 것은 아니며 그릴레타가 결혼하면 가져올 막대한 지참금 때문이다. 마치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 로시나와 늙은 바르톨로의 관계를 연상케 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약사인 셈프로니오 혼자만이 그릴레타와 결혼코자 하는 것은 아니다. 두 명이나 더 있다. 하나는 약국에서 도제로 있는 멘고네이며 다른 하나는 마을에서 알아주는 멋쟁이 한량인 볼피네이다. 멘고네는 약에 대하여는 아는 것이 없지만 셈프로니오의 약국에 도제로 들어왔다. 그래서 셈프로니오의 집에서 지내고 있는 그릴레타와 자주 얼굴을 보며 지내왔다. 그러다가 두 젊은이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기 되었다. 멘고네가 그릴레타와 결혼코자 하는 것은 재산이 문제가 아니라 사랑 때문이다. 멘고네는 주인 영감인 셈프로니오가 그릴레타와 결혼한다는 얘기를 듣고 기가 막혀서 죽을 지경이지만 가난한 도제로서 어쩔 도리가 없다. 소심한 멘고네는 너무나 우울해서 약국에서 들은 풍월로 우울증을 치료하는 약을 조제한다. 그런데 어떤 환자가 찾아와 약을 달라고 했을 때 무심코 자기가 엉터리로 조제한 약을 준다. 환자는 그 약을 먹고 씻은 듯이 낫는다. 멘고네는 단번에 유명해진다. 신문에도 멘고네에 대한 스토리가 실린다. 이제 멘고네는 더 이상 도제생활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약제사'의 음반 커버

   

어느날 셈프로니오는 러시아에서 역병이 창궐하고 있다는 얘기를 한다. 러시아에 살고 있는 셈프로니오 영감의 젊은 사촌이 그릴레타와 결혼하기 위해 찾아온다는 얘기도 해준다. 셈프로니오 영감으로서는 그릴레타와 결혼식을 올리는 일이 한시가 급하다. 잠시후 마을의 멋쟁이 한량인 볼피노가 약국을 찾아온다. 그가 약국을 찾아온 진짜 목적은 아름다운 그릴레타를 보기 위해서이다. 약국에는 종업원인 멘고네와 그릴레타만이 앉아 있다. 눈치빠른 볼피노가 보니 멘고네와 그릴레타가 서로 사랑하는 것 같다. 볼피노는 멘고네를 잠시 밖으로 심부름을 보내고 그릴레타와 단 둘이 있을 때 수작을 부려 어떻게 마음을 얻어 보려고 했으나 그릴레타도 로시나처럼 눈치가 빠른고로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하고 오히려 약국에서 쫓겨난다. 그릴레타는 멘고네와 단 둘이 있게 되자 제발 용기를 가지라고 격려한다. 바야흐로 멘고네가 그릴레타의 손을 잡고 사랑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할 즈음에 셈프로니오 영감이 들어선다. 멘고네가 자기와 결혼할 그릴레타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본 셈프로니오 영감은 화가나서 멘고네를 당장 멀리 심부름을 보내고 그릴레타는 경리 일이나 잘 하도록 한다. 멘고네는 심부름을 떠나기 전에 셈프로니오 영감이 신문을 들여다 보고 있는 틈을 타서 약국으로 다시 살며시 들어가서 그릴레타의 얼굴이나마 다시한번 보고자한다. 셈프로니오 영감은 무슨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벌떡 일어나 살펴보려하는데 마침 쓰고 있던 안경을 떨어트려 무어가 무언지 보이지 않는다. 그 틈을 타서 멘고네는 그릴레타와 살짝 키스를 한다. 하지만 셈프로니오 영감에게 들킨다. 화가 치민 셈프로니오 영감은 두 사람을 각기 자기 방으로 쫓아보내고 나오지 못하도록 한다.

 

고네, 그릴레타, 셈프로니오의 앙상블

   

셈프로니오 영감은 자기 약국의 종업원에 불과한 멘고네나 그릴레타에게 뻔뻔스럽게도 접근하자 가만히 있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서 그릴레타와의 결혼을 더욱 서두르기로 한다. 그때 볼피노가 셈프로니오 영감을 만나러 온다. 터키에서 전쟁이 일어났는데 터키의 술탄이 병사들을 위한 약사가 필요하므로 볼피노를 통하여 셈프로니오를 데려오라고 부탁하여 찾아온 것이다. 볼피노는 셈프로니오에게 만일 술탄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당장 1만 두카트를 지불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셈프로니오에게 이제부터 자기의 추천으로 술탄의 약사가 되면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될 것이므로 다른 데에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으니 그릴레타와 자기와의 결혼을 양해하여 달라고 말한다. 셈프로니오는 술탄이 거금을 준다니까 그 제안을 받아들인 생각이다. 하지만 그릴레타는 양보하고 싶지 않다. 셈프로니오는 터키에 가기 전에 무엇보다 먼저 그릴레타와 결혼식을 올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멘고네에게 당장 공증인을 데려 오라고 한다. 사태가 이렇게 진전되자 그릴레타는 속이 터져 죽을 지경이다. 그리고 제발 멘고네가 무슨 행동을 해 주기를 갈망한다.

 

멘고네, 그릴레타, 셈프로니오. 현대적 연출

    

셈프로니오는 그릴레타가 한숨 섞인 노래를 부르고 있자 그릴레타에게 남편이 생기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바로 그 남편 후보자는 자기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릴레타는 만일 셈프로니오와 결혼하겠다고 나서면 소심한 멘고네가 자극을 받아 질투의 심정으로 무슨 행동을 할 것으로 믿어 셈프로니오의 어울리지 않는 프로포즈를 받아 들인다. 공증인이 도착한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셈프로니오는 그가 누구인지 잘 모르지만 그릴레타가 보니 다름아닌 볼피노가 변장한 것이다. 가짜 공증인이 볼피노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또 다른 공증인이 들어선다. 그러면서 멘고네가 연락하여서 왔다고 말한다. 두 명의 공증인은 서로 자기가 진짜라고 우기며 다툰다. 나중에 온 공증인은 멘고네 자신이었다. 두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 셈프로니오는 두 사람을 가까스로 진정시켜 자리에 앉게 하고 결혼계약서 내용을 불러주어 받아 적도록 한다. 셈프로노이가 말한 내용에 의하면 그릴레타가 스스로 결혼을 승낙했다는 것이다. 두 공증인은 셈프로니오의 내용을 가능한한 모든 재능을 동원하여 다른 내용으로 적어 놓는다. 그리고 계약서의 하단에 셈프로니오의 이름을 적지 않고 각자 자기의 이름을 적어 넣는다. 계약서가 완성되자 셈프로니오가 한 부를 가지며 그릴레타가 다른 한 부를 갖는다. 결국 두 가짜 공증인이 적어 놓은 결혼계약서의 내용이 확인된다. 볼피노와 멘고네는 당장 내쫓긴다. 멘고네는 쫓겨나면서 그릴레타에게 무슨 수를 쓰더라도 셈프로니오와의 결혼이 성사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다.

 

멘고네와 그릴레타

   

마지막 막에서 셈프로니오는 볼피노로부터 편지 한통을 받는다. 터키의 파샤(총독)가 셈프로니오의 약국을 친히 방문하여 약국에 있는 모든 약을 매우 높은 값으로 사며 아울러 셈프로니오를 술탄의 전용약사로서 엄숙하게 임명하기 위해 온다는 것이다. 볼피노가 진짜로 도착한다. 하지만 수행원들도 모두 터키인으로 변장했다. 그러나 그릴레타는 파샤라는 사람이 볼피노인 것을 당장 알아챈다. 볼피노는 다짜고짜로 그릴레타를 잡아끌고 데려가려고 한다. 놀란 셈프로니오가 막아나서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터키인들은 약국안에 있는 약단지와 그릇들을 부시기 시작한다. 값비싼 약재들이 못쓰게 된다. 셈프로니오가 두 손을 들어 이들을 막자 가짜 파샤는 단검을 꺼내 셈프로니오를 찌르려 한다. 그때 멘고네가 나타나 파샤의 손에서 단검을 빼앗는다. 그러면서 셈프로니오에게 만일 자기가 터키인들을 모두 몰아내면 그릴레타와의 결혼을 허락하겠느냐고 묻는다. 셈프로니오는 당장 약국이 파괴될 것 같으므로 두말하지 않고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다. 멘고네는 셈프로니오에게 그런 내용을 문서로 만들어 놓도록 한다. 문서가 마련되자 마자 그릴레타는 파샤의 가짜 수염을 떼어낸다. 볼피노의 정체가 드러난다. 가짜 터키인들은 술잔을 들어 젊은 커플인 멘고네와 그릴레타의 결합을 위해 건배한다. 셈프로니오의 경비로서.

 

그릴레타와 공증인으로 변장한 볼피노

 

아리아와 앙상블

1. 아리아 Tutto il giorno

2. 아리아 Questa e un'altra novita

3. 아리아 Per quel che ha mal di stomaco

4. 아리아 Caro Volpino amabile

5. 아리아 Amore nel mio petto

6. 트리오 Quanti son di questa polvere

7. 아리아 Un certo tutore in Francia

8. 아리아 Ragazzaccie, che senza cervello

9. 아리아 A fatti tuoi bador tu puoi

10. 4중창 Colla presenta scrittura privata

11. 아리아 Salamelica

12. 피날레(4중창) Signor Sempron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