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잡이 아가씨들(Le pescatrici) - The Fisher-girls(The Fisherwomen)
Joseph Haydn(요제프 하이든)의 3막 오페라
모차르트의 Cosi fan tutte 를 연상케 하는 작품
로라우 생가의 요제프 하이든 흉상
요제프 하이든의 3막 오페라(Dramma giocoso)인 '고기잡이 아가씨들'(Le pescatrici)은 아무리 보아도 모차르트의 '여자는 다 그래'(Cosi fan tutte)를 많이 닮은 것 같다. 시기로 따져 보면 '고기잡이 아가씨들'이 '여자는 다 그래'를 닮은 것이 아니라 '여자는 다 그래'가 '고기잡이 아가씨들'을 닮았다고 할수 있다. '고기잡이 아가씨들'은 1770년에 초연되었고 '여자는 다 그래'는 1790년에 초연되었으므로 두 오페라 사이에는 20년의 차이가 있다. '고기잡이 아가씨들'의 대본은 카를로 골도니(Carlo Goldoni)가 썼지만 '여자는 다 그래'는 모차르트와 콤비인 로렌초 다 폰테(Lorenzo da Ponte)가 썼다. '고기잡이 아가씨들'은 1770년 9월 16일 헝가리 페르퇴드(Fertőd)에 있는 에스터하자(Eszterháza)궁전에서 초연되었다. 하이든이 니콜라우스 에스터하지 공자의 조카인 마리아 테레자(Maria Theresa) 백작부인과 알로이스 포기(Alois Poggi) 백작과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작곡한 오페라이다.
이탈리아의 대본가 카를로 골도니(1707-1793)
18세기에 유럽의 왕족들은 자기만의 베르사이유를 창조한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하이든이 봉사하고 있는 니콜라우스 에서터하지 공자도 자기의 꿈을 현실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 에스터하지 공자는 1766년에 오스트리아의 동남쪽 노이지들 호수의 인근에 있는 사냥별장을 비엔나에 있는 합스부르크의 쇤브룬궁전 스타일로 바꾸는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의 아름다운 에스터하자 궁전이다. 에스터하지 공자는 4백석 규모의 오페라 극장도 만들었다. 오프닝에서는 하이든의 새로운 코믹 오페라인 Lo speziale(약사)가 공연되었다. 카를로 골도니가 대본을 쓴 오페라였다. 니콜라우스 에스터하지 공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하이든의 '약사'에 대하여 대단히 만족해 하고 또 다른 작품을 만들어 줄것을 신신당부했다. 그리하여 나온 것이 Le pescatrici 이다. 마침 에스터하지 공자의 조카인 람버그 백작부인(마리아 테레자)의 결혼이 있게 되어 Le pescatrici 는 결혼기념으로 공연하게 되었다. Le pescatrici 를 우리말로는 '고기잡이 아가씨'라고 했지만 어딘지 어색하다. 그렇다고 '여자어부들'이라고 할수도 없고 '고기잡는 여인들'이라고 하기도 이상하다. 영어로는 The Fisher-girls 라고도 하고 The Fisherwomen 이라고도 한다.
니콜라우스 1세 에스터하지 공자
하이든은 카를로 골도니의 대본으로 3편의 오페라를 만들었다. Lo speziale(1768), Le pescatrici(1770), Il mondo della Luna(1777)이다. 그런데 골도니의 Le pescatrici 대본은 하이든이 처음 사용한 것이 아니다. 일찍이 1751년에 베니스에서 페르디난도 베르토니(Ferdinando Bertoni)가 사용했고 1766년에는 로마에서 니콜로 피치니(Niccolò Piccinni)가 사용했으며 하이든이 사용한지 1년 후인 1771년에는 비엔나에서 플로리안 가쓰만(Florian Gassmann)이 사용했다. 그만큼 '고기잡이 아가씨들'의 대본은 인기를 끌었다. 하이든의 악보는 1779년 에스터하자 궁전에 화재가 나서 3분의 1이 소실되었다. 그래서 초연 이후 20세기에 이르기까지 관심을 받지 못하였다. 불에타서 사라진 파트를 복구한 것은 1965년이었다. 하이든 학자인 H. C. Robbins Landon 과 작곡가 Karl Heinz Füssl(칼 하인츠 휘쓸)이 완성했다. 그후로 '고기잡이 아가씨들'은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공연되었으며 그중에서도 1997년 6월 영국의 가싱턴 오페라(Garsington Opera)가 공연한 것은 이 오페라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준 것이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페르퇴드의 에스터하자 궁전
2009년 하이든 서거 200 주년을 기념하여서 '고기잡이 아가씨들'은 또 다시 각광을 받았다. 비엔나의 캄머오퍼(Kammeroper)에서 공연되었으며 영국의 뱀튼 클라시컬 오페라(Bampton Classical Opera)에서도 공연되었다. 미국 초연도 2009년에 이루어졌다. 뉴저지의 뉴브런스위크에서 공연된 것이다. 주요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레스비나(Lesbina: S)는 어촌에 사는 고기잡이 아가씨로 젊은 어부인 불로토(Burlotto: T)의 여동생이다. 레스비나는 역시 젊은 어부인 프리셀리노(Frisellino: T)의 여친이다. 네리나(Nerina: S)는 프리셀리노의 여동생으로 불로토의 여친이다. 말하자면 이들은 겹사돈에 해당하는 젊은이들이다. 여기에 에우릴다(Eurilda: Cont)가 등장한다. 마을에 사는 늙은 어부 마스트리코(Mastricco: B)의 딸이라고 알고 있던 아가씨이다. 그리고 소렌토의 소렌토 공국의 린도로(Lindoro: B) 공자도 나온다.
'고기잡이 아가씨들'의 무대(그림). 모차르트의 '여자는 다 그래'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다.
무대는 남부 이탈리아(나폴리의 동남쪽)에 있는 타란토(Taranto)이다. 1차 대전 당시에는 군항으로서 성장을 했지만 18세기 까지만해도 작은 어촌이었다. 베네벤토 공국의 카시미로 왕이 오론테라는 신하의 모반으로 살해당한다. 그의 충실한 신하인 마스트리코가 15년전에 어린 공주를 데리고 타란토로 피신하여 숨어 지낸다. 베네벤토 공국의 오론테가 세상을 떠나자 왕실에서는 살아 있다고 알려진 카시미로 왕의 유일한 후계자를 찾기로 한다. 린도로 공자가 잃어버린 공주를 찾기 위해 타란토를 찾아온다. 타란토에 살고 있는 고기잡이 아가씨들인 레스비나와 네리나는 혹시 자기들이 어릴 때 잃어버렸다는 공주일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헛된 꿈에 젖어 있기도한다. 두 아가씨는 각각 상대방의 오빠와 약혼한 사이이지만 린도로 공자가 마을에 온 이후에는 가난한 어부 대신에 돈 많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싶은 생각을 갖는다. 이 때문에 두 커플은 만나기만 하면 다툰다. 이야기는 그로부터 시작한다.
[제1막] 레스비나와 프리셀리노, 네리나와 불로토의 두 커플은 요즘들어 만나기만 하면 아웅다웅하는 일이 많아졌다. 레스비나와 네리나는 이미 약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돈 많은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한다.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에우릴다는 결혼하지 않고 늙은 아버지를 모시고 오래동안 살기를 원한다. 에우릴다는 어부 마스트리코의 딸이지만 어릴 때에 어디서 데려왔다는 얘기가 있다. 그때에 소렌토 공자인 린도로가 수행원들을 데리고 배를 타고 갑자기 이 마을을 찾아온다. 마을의 두 아가씨는 지체높고 훌륭한 사람이 나타나자 은근한 기대에 들떠 있다. 린도로는 마을 사람들에게 그가 갑자기 찾아온 이유를 설명한다. 베네벤토 공국의 왕위를 계승할 적법의 후계자가 이 마을에 살고 있다는 얘기가 있어서 찾아왔다는 것이다. 레스비나와 네리나는 각각 자기가 그 공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제2막] 볼로토와 프리셀리노는 자기들의 약혼녀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지만 만일 자기 여동생이 공주가 된다면 더할수 없는 행운이기 때문에 각자 자기 여동생을 공주라고 내세우기에 바쁘다. 한편, 늙은 어부 마스트리코는 이제야 에우릴다의 신분을 밝힐 때라고 생각하여 린도로 공자를 찾아가 전후를 얘기한다. 린도로 공자는 갑자기 여러 명의 후보자가 등장하자 혼란스럽다. 레스비나와 네리나는 서로 린도로 공자를 확신시키기 위해 무척 노력한다. 그런 두 여자를 보고 에우릴다는 희망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린도로 공자는 후보자들에게 왕실의 보물들을 꺼내어 보여준다. 레스비나와 네리나는 값비싼 보석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그러나 에우릴다는 아직도 피묻은 자국이 뚜렷한 단검을 보고 그것이 자기 아버지를 죽인 것임을 안다. 린도로 공자는 모든 정황으로 보아 에우릴다가 15년전에 사라졌던 공주임을 확신한다. 낙심한 레스비나와 네리나는 이제 원래의 약혼자들이라도 놓치면 안된다고 생각하여 이번에는 불로토와 프리셀리노의 마음에 들기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인다.
[제3막] 마스트리코는 신전에서 그가 어린 에우릴다를 어떻게 구출하여 타란토까지 와서 지내게 되었는지를 고백한다. 린도로는 마스트리코의 충성심을 높이 평가한다. 그리고 에우릴다에게 청혼한다. 불로토와 프리셀리노는 이번 기회에 레스비나와 네리나의 허영심많은 마음을 고쳐야 겠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은 귀족처럼 변장하고 린도로 공자의 사촌이라며 두 아가씨에게 접근한다. 두 아가씨는 잠시 자기들의 약혼자에게 잘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가 갑자기 돈이 많아 보이는 귀족 청년들이 나타나자 마음이 쏠린다. 두 사람은 각각 파트너를 바꾸어 접근한다. 즉, 자기 여동생에게 접근한 것이다. 이에 아가씨들은 깜빡 속아서 자기 오빠인줄도 모르고 결혼하자느니 아무도 모르게 멀리 도망가자느니 하면서 난리도 아니다. 사태가 점입가경으로 들어가자 두 사람은 더 이상 속였다가는 후환이 두려울것 같아 이윽고 자기들의 정체를 밝힌다. 지금까지 속았다는 것을 안 레스비나와 네리나의 분노는 베스비우스 화산보다도 더 강렬했다. 마스트리코는 두 커플에게 사랑이란 것은 아름답고 귀중한 것이므로 서로 위하고 협력하면 그보다 행복한 것은 없다고 얘기해준다. 두 아가씨의 마음은 어느덧 풀어진다. 린도로 공자가 에우릴다 공주와 함께 배를 타고 떠난다. 마스트리코는 공주의 보호자로서 함께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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