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211. 게타노 도니체티의 '돔 세바스티앙'

정준극 2011. 8. 9. 16:58

돔 세바스티앙(Dom Sébastien)

포르투갈왕 돔 세바스티앙(Dom Sébastien, roi de Portugal: Don Sebastian, King of Protugal)

독일어 Dom Sebastian, 이탈리아어 Don Sebastiano

게타노 도니체티의 마지막 오페라

 

게타노 도니제티. 참으로 훌륭한 작곡가이지만 매독에 걸려 정신이상까지 되어 세상을 떠났다.

                               

'돔 세바스티앙'(또는 '돔 세바스티앙, 포르투갈왕')은 도니체티가 성병으로 정신이상이 되기 전에 완성한 마지막 오페라이다. 사실상 도니체티의 마지막 오페라는 '알바 공작'(Il duca d'Alba)이다. 하지만 미완성이었다. 이를 마테오 살비(Matteo Salvi)가 Le duc d'Albe 라는 프랑스어 타이틀로 완성하여 도니체티 사후인 1882년에 로마에서 처음 무대에 올렸다. '돔 세바스티앙'은 전 5막으로 구성된 프랑스 그랜드 오페라의 형태의 대작이다. 1838년에 나온 폴 푸셰(Paul Foucher: 1810-1875)의 희곡 Don Sébastien de Portugal(포르투갈의 돈 세바스티앙)을 바탕으로 외진 스크리브(Eugène Scribe: 1791-1861)가 대본을 썼다. 오페라 '돔 세바스티앙'은 포르투갈의 왕 세바스티안(1554-1578)의 이야기로서 1578년 숙명적인 모로코 원정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오페라로 만든 것이다. 오페라 '돔 세바스티앙'은 1843년 11월 13일 파리오페라의 살르 르 플르티어(Salle Le Peletier)에서 초연되었다.

 

돔 세바스티안을 죽음에서 구한 자이다. 뉘른베르크 공연. 2000년. 현대적 연출.

                                    

당시 프랑스의 오페라 작곡가들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오페라들을 만드는 것이 일종의 패션이었다. 다니엘 오버, 프로멘탈 알레비, 자코모 마이에르베르 등이 그런 패션에 참가하고 있었다.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던 도니체티가 '돔 세바스티앙'을 완성하자 어떤 비평가는 '전 5막의 장송곡'이라고 말한 일이 있을 정도로 비극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평론가는 '타협할수 없는 드라마적 정직성'이라는 어려운 말로 '돔 세바스티앙'을 찬양하였다. '돔 세바스티앙'의 비엔나 공연은 1845년에 이루어졌다. 독일어로 번역된 대본이 사용되었고 도니체티의 오리지널에 추가된 부분도 있고 변경된 부분도 있었다.

 

전쟁중에 부상을 당하여 포로로 잡힌 돔 세바스티안

                             

주요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타이틀 롤인 돔 세바스티안(T)은 포르투갈 국왕이다. 그가 아랍과의 전쟁에 참가하는 동안 섭정을 맡은 사람은 돔 안토니오(Dom Antonio: T)로서 돔 세바스티안 국왕의 삼촌이다. 마치 영국의 사자왕 리챠드가 십자군 전쟁에 참가하는 동안 동생 존에게 대신 맡고 있으라고 한 것과 같다. 돔 후안 드 실바(Dom Juan de Sylva: B)는 대종교재판소장이다. 그를 보좌하는 종교재판관이 3명이 있다. 테너 2명, 베이스 1명이다. 카메옹(Le Camoëns: Bar)은 시인으로 세바스티안 국왕의 충신이다. 카메옹은 포르투갈의 셰익스피어라는 별명을 들을 만큼 위대한 시인이다. 돔 앙리크(Dom Henrique: B)는 세바스티안 국왕를 섬기는 장교이다. 벤 셀림(Ben-Selim: B)는 모로코 페즈(Fez)의 총독으로 자이다(Zayda: MS)의 아버지이다. 아바얄도스(Abayaldos: Bar)는 아랍부족의 족장으로 자이다와 약혼한 사이이다. 이밖에 귀부인들과 신사, 궁정의 사람들, 포르투갈 병사들, 아랍 병사들, 종교재판소의 직원들, 시민들등 수많은 엑스트라가 출연한다.

 

안토니오와 세바스티안

                           

시기는 16세기이며 장소는 리스본과 모로코이다. [제1막] 기독교 왕인 돔 세바스티안은 삼촌인 돔 안토니오에게 포르투갈을 맡기고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무어인들을 물리치기 위해 십자군전쟁을 떠난다. 세바스티안의 군대에는 이름난 시인인 카모엥과 무어(Moor)의 공주인 자이다가 함께 하고 있다. 자이다 공주는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하여 어떤 수도원에서 지내고 있던 중 수도원의 사람들과 마을 사람들이 무어인이라고 하여 잡아서 화형에 처하려는 것을 세바스티안 왕이 구출한바 있다. 세바스티안 왕은 자이다 공주를 아버지로서 모로코의 페즈 총독인 벤 셀림에게 데려다 줄 생각이다. 장면은 바뀌어 모로코의 페즈성이다. 마침내 자이다 공주는 아버지인 벤 셀림과 만난다. 두 사람은 기쁨에 넘쳐 세바스티안에게 감사를 드린다. 자이다는 일찍이 무어족의 족장인 아바얄도스와 정혼한바 있다. 아버지 벤 셀림은 살아 돌아온 자이다 공주를 어서 속히 아바얄도스와 결혼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자이다 공주는 그 결혼을 거절한다. 아바얄도스가 크게 분노하며 공주가 기독교로 개종한 것을 비난한다.

 

무어족의 족장이며 장군인 아바얄도스

                            

[제2막] 드디어 아바얄도스가 이끄는 무어의 군대와 세바스티안 국왕이 이끄는 포르투갈 원정군이 모로코의 사막에서 대결한다. 포르투갈 군대는 대패한다. 세바스티안 국왕은 큰 부상을 입는다. 무어의 병사들이 포로로 잡힌 포르투갈 병사들 중에서 세바스티안 국왕을 찾아 처형코자 할 때에 그의 부관인 돔 앙리크가 세바스티안인 것처럼 나서서 대신 처형을 당한다. 그러나 무어의 병사들은 세바스티안 국왕도 장교로 생각하여 처형코자 한다. 이 모습을 본 자이다 공주는 진짜 세바스티안을 살리기 위해 '저 기독교인은 내가 스페인에서 사로잡혔을 때 나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라고 말하며 만일 그를 살려준다면 아바얄도스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리하여 세바스티안 국왕은 겨우 목숨을 건진다. 자이다 공주로서는 생명의 은인에 대한 빚은 갚은 셈이다. 모두들 철수하는데 세바스티안만은 전쟁터에 홀로 남겨진다. 카모엥이 부상당한 세바스티안을 찾아 정처없이 떠난다.

 

돔 세바스티안 국왕 초상화

                            

[제3막] 카모엥은 부상당한 세바스티안과 함께 죽을 고생을 하며 겨우 포르투갈로 돌아온다. 카모엥의 아리아 O Lisbonne, o ma patrie! 는 아름다운 곡이다. 카모엥이 리스본에 돌아와 보니 세바스티안 국왕의 삼촌으로 전쟁 중에 섭정을 맡았던 돔 안토니오가 권세 높은 종교재판소장과 함께 음모를 꾸며 이미 왕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세바스티안은 카모엥과 헤어져 기회가 오면 다시 만나기로 한다. 한편, 새로 왕이 된 돔 안토니오는 세바스티안이 잔쟁에서 죽었다고 발표하고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룬다. 세바스티안도 자기의 장례식 행렬을 바라보며 깊은 회한에 빠진다. 세바스티안의 장례식을 본 카모엥은 도저히 참을수 없어서 장례식 행렬이 지나갈 때에 소란을 핀다. 사람들이 세바스티안을 알아보고 놀란다. 세바스티안은 안토니오의 병사들에게 체포되어 감옥에 갇힌다. 마침 세바스티안이 체포되는 것을 아바얄도스가 목격한다. 아바얄도스는 자이다 공주가 '평범한 기독교인'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목숨을 살려준 포르투갈의 병사가 세바스티안 왕인 것을 알고 놀란다.

 

돔 세바스티앙 음반 커버

                                   

[제4막] 종교재판소에서 세바스티안에 대한 재판이 열린다. 자이다 공주가 증인으로 나가 세바스티안이 어떻게 하여 모로코의 전투에서 살아났는지를 설명하고 그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아바얄도스는 자이다 공주의 부정함을 크게 비난한다. 결국 자이다 공주도 함께 감옥에 갇힌다. 왕위를 찬탈하여 차지한 안토니오는 대국인 스페인으로부터 자기의 지위를 인정받으려면 포르투갈을 스페인에 종속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감옥에 있는 세바스티안에게 포르투갈을 스페인에 양도한다는 문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한다. 세바스티안은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하지만 만일 서명을 하지 않는다면 자이다부터 죽이겠다는 위협에 어쩔수 없이 서명한다. 세바시티안과 자이다는 석방되었지만 자이다는 너무나 괴로워서 탑위로 올라가 떨어져 죽을 생각을 한다.

 

자이다 공주

               

[제5막] 리스본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탑이다. 포르투갈이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것을 상징하는 벨렘(Belém)탑이다. 세바스티안은 자이다가 벨렘 탑의 꼭대기에 올라간 것을 보고 따라 올라간다. 탑 아래의 바다에는 카모엥이 보트를 타고 만일 자이다가 투신하면 구출할 생각으로 대기하고 있다. 세비스티안이 자이다를 겨우 설득하여 두 사람은 밧줄을 타고 탑으로부터 아래로 내려온다. 그러나 반쯤 내려왔을 때 경비병들에게 발각된다. 경비병들이 두 사람이 매달린 밧줄을 끊는 바람에 두 사람은 아래로 떨어진다. 아래쪽 바다에서 대기하고 있던 카모엥은 경비병이 쏜 총알에 맞아 죽는다. 막이 내릴 때에 저 멀리 수평선의 배경에는 스페인의 함대가 다가오는 모습이 보인다. 포르투갈은 독립을 잃는다.

 

돔 세바스티안(가운데)가 종교재판소장의 재판을 받는 장면. 판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