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의 이야기(Histoire du Soldat: L'histoire du Soldat) - The Soldier's Tale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미니 오페라(Mini Opera) 스타일의 극장 작품
출연자가 노래를 부르지 않는 오페라 - 오페라라면서 출연자들이 노래를 하나도 부르지 않는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병사의 이야기'라고 하니까 마치 고향에 늙으신 어머니 또는 사랑하는 여인을 홀로 두고 어쩔수 없이 전쟁에 나갔다가 꽃잎이 떨어지듯 전사한 어느 이름없는 병사의 이야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게 아니라 러시아 전래 이야기에 나오는 어느 병사의 모험담으로서 악마에게 자기의 바이올린을 주고 미래를 알수 있는 책을 받아 그로부터 이런 저런 사건이 시작된다는 우화와 같은 이야기이다. 스트라빈스키가 음악을 작곡하고 스위스의 작가인 샤를르 페르디낭 라뮈즈(Charles-Ferdinand Ramuz)라는 사람이 대본을 쓴 '어느 병사의 이야기'는 우리가 통상 말하는 오페라가 아니다. 오히려 발레작품에 가깝다. 하지만 대본이 있고 배우들이 등장하여 스토리를 해설하기 때문에 순수 발레작품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스트라빈스키는 이를 '극장 작품'(Theatrical Work)라고 불렀다. 그리고 '미니 오페라'의 개념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 본 블로그에서는 '병사의 이야기'를 오페라의 변형으로 간주하고 소개코자 한다. '병사의 이야기'는 오페라 역사상 성악가가 단 한 사람도 출연하지 않는 작품이다. 다시 말하여 노래를 부르는 부분이 하나도 없는 오페라이다. 기본적으로 해설자 1명, 병사 1명, 악마 1명의 3명만이 출연하는 오페라이다. 여기에 무언의 출연자 3-4명이 추가된다. 아무튼 세상에 출연자들이 노래라고는 하나도 부르지 않는 오페라도 있다.
프랑스 리유 테아트르 뒤 노르 무대
스트라빈스키는 러시아 전래민화에 대하여 무척 관심이 많았다. 특히 아파나스예프(Afanasyev)라는 사람이 수집하여 정리한 러시아의 대표적인 민화집을 사랑했다. 그리하여 어느때든지 그 이야기 중에서 몇개를 오페라 또는 발레로 만들고 싶어했다. 스트라빈스키는 '어느 병사의 이야기'를 극장 작품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름없는 어느 병사가 악마와 거래를 한다는 발상자체가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병사는 러시아 사람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그가 펼치는 이야기는 어느 특정 민족에게 국한하지 않고 모든 인류에게 해당한다는 점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스트라빈스키가 '병사의 이야기'를 극장 작품으로 만들기 시작한 시기는 1차 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때였다. 스트라빈스키는 대규모의 발레 작품을 쓸 형편이 되지 못하였다. 왜냐하면 발레를 할수 있는 사람들과 자금을 지원해 줄수 있는 사람들이 모두 전쟁에 빠져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니 자연히 규모가 작은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수 밖에 없었다. 간단히 짐을 꾸리고 이곳 저곳을 순회하며 공연할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야 했다. '미니 오페라'의 개념이었다.
뉴욕 호레이스 만 강당 무대
스트라빈스키는 앙상블의 편성에 있어서도 미니 오페라의 개념을 충실히 반영하였다. 전쟁으로 악기를 연주할수 있는 사람들도 거의 모두 징집되어 전선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각 악기군을 대표하는 악기 중에서 고음과 저음을 맡은 악기를 하나씩만 선택하였다. 현악기에서는 바이올린과 콘트라베이스, 목관악가에서는 클라리넷과 바쑨, 금관악기에서는 트럼펫(또는 코르넷)과 트럼본, 그리고 타악기 하나로 구성하였다. 대사를 맡은 사람은 3명으로 설정했다. 악마와 병사, 그리고 해설자(내레이터)이다. 댄서는 대사가 없는 공주 역할을 맡는다. 이밖에 앙상블 댄서들이 등장할수도 있다. '어느 병사의 이야기'는 오늘날 스트라빈스키의 네오클라식 시기에 처음 작곡한 작품이다. 이후 그는 '목관악기를 위한 8중주'(Octet for Wind Instruments: 1928), '솔로 클라리넷을 위한 세개의 곡'(Three Pieces for Solo Clarinet: 1919), '목관악기 교향곡'(Symphonies of Wind Instruments: 1920), '피아노와 목관악기를 위한 협주곡'(Concerto for Piano and Wind Instruments: 1924) 등을 작곡했다.
악마와 병사
스트라빈스키는 스위스의 라뮈즈와 함께 '병사의 이야기'를 극장 작품으로 만들기로 하고 작업에 착수하였으나 정작 공연을 위한 자금은 구할 길이 없어 걱정 중에 있었다. 이 때 스트라빈스키를 도와 준 사람이 스위스의 부유한 자선가인 베르너 라인하르트(Werner Reinhardt von Winterthur)였다. 그도 역시 러시아의 민화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그보다도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에 더 관심이 많았다. 아무튼 '어느 병사의 이야기'는 라인하르트의 재정후원으로 그 어려운 시기에 아무런 걱정 없이 공연될수 있었다. '어느 병사의 이야기'는 전쟁이 막바지에 있던 1918년 9월 28일 스위스 제네바의 로잔느극장에서 초연되었다. 거장 에르네스트 안세르메(Ernest Ansermet)가 지휘를 맡았다. 공연시간은 한 시간 정도였다. 비교적 짧은 시간이어서 훗날 다른 곳에서 공연될 때에는 더블 빌, 또는 트리플 빌로서 공연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1978년 뉴욕시티 오페라, 뉴욕주립극장, 링컨센터에서 공연될 때에는 풀랑크의 '사람의 소리'(La Voix Humaine), 또는 모차르트의 '음악감독'(The Impressario)과 함께 공연되었다. '어느 병사의 이야기'는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프랑스 리에즈 극장
[파트 1] 요셉이라는 러시아 병사가 휴가를 얻어 고향으로 가고 있다(Marche du Soldat: 병사의 행진곡). 개울가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한 그는 짐을 풀어 다시한번 살펴본다.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성요셉 메달이 있고 거울이 하나 있다. 여자 친구의 사진도 한장 있다. 그리고 바이올린이 있다. 요셉은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한다(Petit airs au bord du ruisseau: 작은 개울의 아리아). 악마가 노인으로 가장하여 나타난다. 노인은 잠자리채를 들고 있다. 요셉은 노인이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계속 바이올린만 켜고 있다. 악마가 요셉의 뒤에서 불쑥 나타나자 요셉은 깜짝 놀란다. 악마는 요셉에게 바이올린을 팔라고 말한다. 요셉이 거절하자 악마는 책 한권과 바꾸자고 한다. 그 책에는 부자가 될수 있는 내용이 적혀 있다는 것이다. 요셉은 악마가 하도 간청하는 바람에 바이올린과 책을 바꾼다. 요셉은 그 책에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말해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악마는 만일 요셉이 바이올린을 켜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면 집에 가기 전에 사흘동안 책에 대하여 가르쳐 주겠다고 제안한다. 악마는 자기가 이 책으로 인하여 얼마나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얘기해 준다. 요셉은 부자로 살수 있다는 말을 믿고 악마와 함께 사흘동안 지낸다. 사흘이 지나자 악마(노인)는 요셉을 집에 데려다 준다(Marche du soldat. 반복).
악마가 요셉에게 책한권과 바이올린을 바꾸자고 제안한다.
요셉이 마을 길을 걷고 있을 때 무언지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모두들 요셉을 보자 도망치듯 달아나는 것이었다. 한참후 요셉은 약혼자의 집에 다다른다. 요셉은 다만 약혼자만 만나고 싶었는데 정작 그의 집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약혼자의 남편과 아이들이었다. 그러고 보니 악마와 함께 지낸 기간이 사흘이 아니라 3년이었던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자기를 보고 도망 간 것은 휴가 나온다고해서 기다렸는데 3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자 죽은 것으로 알았고 그러는데 갑자기 나타났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은 요셉을 유령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Pastorale: 목가적인 음악). 악마는 어느 틈에 가축상인으로 변하여 요셉의 앞에 나타난다. 요셉이 화가나서 무어라고 하자 악마는 요셉을 진정시키면서 자기가 준 책의 힘을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으니 어서 책을 힘을 사용해 보자고 말한다. 요셉은 우선 행상일부터 한다. 그리고 요셉은 책에서 읽은 지식을 활용하여 떼 돈을 번다. 마치 우리나라의 허생전과 같은 내용이다. 그러다가 요셉은 '재물이라는 것이 무엇이냐,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생각을 갖는다. 그는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 재물이므로 특별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Petite airs au bord du ruisseau. 반복).
병사와 악마
요셉은 가난한 사람들은 재물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자들보다 행복할 때가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 요셉은 행복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다시 책을 들여다보지만 아직 해답을 찾지 못한다. 요셉은 낙심한다. 악마가 노파 행상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악마는 요셉에게 자기 물건들을 꺼집어 보이면서 사라고 한다. 처음에는 행운의 성요셉 메달을, 이어서 거울과 사진을 꺼내 놓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이올린을 내 놓는다. 요셉은 즉시 생기가 나서 바이올린을 사겠다고 말한다. 악마가 요셉에게 바이올린을 준다. 하지만 소리가 나지 않는다. 더 이상 연주할수 없다(Petete airs du bord du ruisseau. 반복). 요셉은 바이올린 멀린 던져버리고 책을 찢어버린다.
악마와 병사
[파트 2] 요셉은 집을 떠나 발길 닿는대로 걷는다(Marche du soldat. 반복). 요셉은 어떤 여관에 도착한다. 요셉은 여관에서 왕의 딸이 아프며 누구든지 공주를 침상에서 일으키는 사람이면 공주와 결혼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요셉이 왕궁에 도착하였을 때 악마는 이미 바이올린의 거장으로 변장하여 미리 와서 있다. 요셉은 악마와 카드게임을 한다. 요셉이 카드의 하트로서 악마의 돈을 모두 딴다. 그러자 악마가 갑자기 본 모습을 드러내며 요셉에게 욕을 하고 비난한다. 이 때에 해설자가 나타나 어찌하여 악마가 저러는지를 설명한다. 요셉이 악마의 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해설자는 요셉이 만일 악마와의 카드 게임에서 돈을 다 잃으면 요셉이 악마로부터 자유스럽게 될 것이라고 덧 붙인다. 그리하여 요셉은 자유를 얻는다. 요셉은 악마가 가지고 있는 바이올린을 가지고 마치 개선장군처럼 공주의 침실로 향하여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한다(Petit concert: 작은 콘서트). 그러자 공주가 음악을 듣고 기적적으로 일어난다. 그리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Trois danses: 탱고, 왈츠, 래그타임).
악마와 카드 게임을 하는 요셉
요셉과 공주가 함께 있을 때 악마가 본래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요셉은 공주를 악마로부터 보호코자 한다. 요셉은 바이올린을 연주하면 악마를 물리칠수 있다고 생각한다(Danse du diable: 악마의 댄스). 악마는 요셉의 바이올린 음악에 저항할수가 없어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요셉의 바이올린이 갈수록 격렬해지자 악마는 마침내 기운이 빠져 바닥에 쓰러진다. 요셉과 공주는 악마를 멀리 쫓아 버리고 손을 잡고 왕궁으로 들어간다(Petit choral: 작은 합창). 악마가 다시 나타나 요셉에게 언젠가는 요셉을 다시 콘트롤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Couplets du diable: 악마의 노래). 해설자가 대합창(Grand choral)과 함께 이 이야기의 가르침을 설명한다. 해설자는 '무엇이든지 더 가지려고 하지마라. 자기만이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마라. 다른 사람들도 모두 가지고 있다. 재물이 많다고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재물이란 것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하라'고 말한다.
루앙에서의 공연 장면. 공주와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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