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221.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모스크바, 체료무쉬키'

정준극 2011. 8. 17. 09:50

모스크바, 체료무쉬키(Moscow, Cheryomushki) - Moskva, Cheremushki (Cherry Town)

Dmitri Shostakovich(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3막 오페레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

 

20세기 러시아의 가장 위대한 작곡가인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mitri Shostakovich: 1906-1975)는 '레이디 맥베스' '코' 등 사회풍자적인 오페라를 만들어 놀라운 충격을 주었다. 쇼스타코비치는 실로 공산 소련의 치하에서 많은 핍박을 받으며 지냈다. 그런 그가 코믹한 오페레타도 작곡했다.  인민 오페라(People's Opera)라고도 불리는 '모스크바, 체료무쉬키'(Moscow, Cheryomushki)이다. 대체적으로 오페레타 또는 코믹 오페라라고 하면 사랑이나 돈이 주제이다. 그러나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레타는 주제가 인간생활의 세가지 기본요소 중의 하나인 주거지에 대한 것이다. 그것도 사회정치적인 풍자가 신랄하게 담겨 있는 오페레타이다. 오페레타 '모스크바, 체료무쉬키'는 간혹 '모스크바'라고만 부르기도 하고 '체료무쉬키'라고 부르기도 한다. 체료무쉬키는 모스크바 교외의 구역 이름이다. 1956년에 정부가 지은 허술한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는 지역이다. 그래서 '체료무쉬키'라는 말은 지역의 명칭도 되지만 일반적으로 그런 아파트 프로젝트를 말한다. '모스크바, 체료무쉬키'에서는 러시아 도시의 만성적인 주거문제 , 부정부패를 일삼은 공무원들의 모습, 그런 중에도 싹트는 인간애가 중심 줄거리로 등장한다. 체료무쉬키라는 말은 '벛나무'를 말한다. 봄이면 아름다운 벛꽃이 만발하는 마을이 체료무쉬키이다.

 

'모스크바, 체료무쉬키'의 대본은 블라디미르 마쓰(Vladimir Mass)와 마하일 체르빈스키(Mikhail Chervinsky)가 공동으로 집필했다. 두 사람 모두 현대 러시아의 주도적인 유머작가들이다. '모스크바, 체료무쉬키'는 1959년 1월 24일 모스크바의 마야코브스키(Mayakovsky) 오페레타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그후 서방세계에서 리바이벌 된 것은 2004년 스위스의 제네바 그랜드 극장(Grand Théâtre de Genève)이 처음이었다. 이어 유럽의 다른 곳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공연되기 시작했다. 쇼스타보키비치는 15개의 교향곡과 15개의 현악4중주곡으로 사랑받고 있는 작곡가이다. 그러한 그가 코믹한 오페레타의 장르에도 도전하였던 것이다. 오늘날 쇼스타코비치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의 오페라와 오페레타도 그의 다른 작품이나 마찬가지로 점차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모스크바, 체료무쉬키'는 비록 1950년대 말에 완성되었지만 서방세계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전후에 새로운 장르인 뮤지컬이 대두되었고 오페레타 형식의 작품들은 사양길을 걷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러나 상업성이 짙은 뮤지컬의 생존기간은 그리 길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비하여 사회문제를 다룬 현대적인 극장 작품은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사샤(Sasha: Bar)는 모스크바 역사재건박물관(Museum of the History and Reconstruction of Moscow)의 가이드이다. 사샤는 얼마전에 마샤(Masha: MS)와 결혼하였다. 젊은 커플은 집을 구하지 못하여 함께 살지 못한다. 사샤는 박물관의 동료 가이드들과 함께 공공아파트에서 지낸다. 마샤는 체료무쉬키 구역의 다른 곳에 있는 임시 호스텔에서 친구인 리도츠카(Lidochka: S)와 그의 아버지인 세미욘 세미요노비치(Semyon Semyonovich: B)가 세들어 살고 있는 방을 함께 나누어 쓰고 있다. 보리스(Boris: T)는 폭발전문가이다. 소련의 여러 곳에서 힘들게 일하다가 이제는 모스크바에 와서 정착코자 하는 젊은이이다. 오페레타의 막이 오르면 보리스가 옛 친구인 세르게이(Sergei: T)를 만나는 것으로 스토리가 시작된다. 세르게이는 어떤 고급공무원의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다. 세르게이는 체료무쉬키 구역에 살고 있는 건축 노동자인 류시아(Liusia: S)를 사랑하고 있다. 류시아는 남자들을 유혹하는 재주가 있는 젊은 여자이다. 표도르 드레베드노프(Fyodor Drebednov: T)는 체료무쉬키 아파트 공사현장을 책임맡고 있는 공무원이다. 아파트를 배정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세번이나 결혼한바 있는 그는 새로운 파트너로서 바바(Vava: S)라는 여자와 불륜의 관계에 있다. 교활한 성격의 바바는 아파트를 배정 받고 싶어서 드레베드노프에게 접근한 여자이다. 바라바쉬킨(Barabashkin: Bar)은 아파트 관리를 책임맡은 하급 공무원이다. 바라바쉬킨은 상관인 드레베드노프와 마찬가지로 뇌물을 좋아하는 부패공무원이다.

 

체료무쉬키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시기는 1950년대이며 무대는 모스크바 서남쪽의 체료무쉬키 구역이다. [제1막] 모스크바의 도시계획에 의해 사샤가 동료들과 함께 지내고 있는 아파트, 그의 부인인 마샤가 친구인 리도츠카와 리도츠카의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건물이 철거된다. 다행하게도 박물관에서 근무하는 사샤와 리도츠카는 체료무쉬키에 새로 건설되는 정부 아파트에 입주할 자격증을 얻는다. 그러면 신혼부부인 사샤와 마샤는 함께 살수 있게 되고 리도츠카도 아버지와 함께 오붓이 살수 있다. 이제 아파트가 완성되어 가서 관리인으로부터 키만 받으면 된다. 모두들 기쁘고 감격적인 마음으로 체료무쉬키의 아파트 단지로 향한다. 사샤의 친구인 세르게이가 자동차를 끌고 와서 이들을 태우고 간다. 세르게이는 어떤 고급공무원의 운전기사이다. 세르게이는 체료무쉬키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그의 여자친구인 류시아가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했기 때문이다. 폭발전문가인 보리스도 함께 간다. 보리스는 리도츠카를 사랑하고 있다. 언젠가 결혼하게 되면 리도츠카의 집에서 리도츠카의 아버지와도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에 견학 삼아서 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체료무쉬키에 도착하여 아파트에 입주코자 하지만 관리인인 바라바쉬킨이 키를 내어 주지 않는다. 아직 배정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고보니 여러 채의 아파트가 접근금지로 되어 있다. 이미 오래전에 배정이 끝난줄 알고 있는 이들은 실망이 보통이 아니다.

 

[제2막] 관리인인 바라바쉬킨이 키를 내줄 기미가 없자 보리스는 머리를 써서 공사현장에 있는 크레인을 이용하여 리도츠카와 리도츠카의 아버지를 들어 올려 창문을 통해서 들어간다. 그렇게 하여 사샤도 마샤와 함께 새 아파트에 무사히 들어간다. 이 사실을 안 아파트책임자인 드레베드노프와 관리인인 바라바쉬킨은 리도츠카의 아파트의 벽에 있는 틈새를 허물고 처들어 온다. 얼마나 공사를 허술하게 했으면 옆 아파트에서 벽을 허물고 들어올수 있는지 모를 일이다. 드레베드노프는 리도츠카를 아파트에서 내 쫓는다. 드레베드노프의 음모는 곧 밝혀진다. 드레베드노프는 리도츠카의 옆 아파트를 애인인 바바에게 배정하였는데 리도츠카의 아파트까지 차지하여 벽을 터서 넓은 아파트에서 살고하 하는 욕심이었다. 드레베드노프는 자기 애인에게 넓은 아파트를 주면 자기에게 계속 봉사할 것으로 믿었던 것이다. 그래서 리도츠카에게 아파트의 키를 내어주지 않고 제풀에 돌아가기만을 기달렸던 것이지만 리도츠카가 크레인으로 몰래 입주하자 계획이 틀어질것 같아 난리를 피며 리도츠카를 내쫓은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권세가 있는 공무원이라고 해도 부정부패가 밝혀지면 곤란한 일이다. 드레베드노프는 자기의 욕심이 탄로나자 어쩔수 없이 물러선다. 한편, 사샤와 마샤는 동료들을 불러 집들이 파티를 연다. 동료들은 아무리 공무원 사회가 썩었어도 드레베드노프나 바라바쉬킨과 같은 공무원은 그냥 둘수 없는 노릇이므로 이들을 몰아내려는 계획을 세운다.

 

[제3막] 폭발전문가인 보리스는 예전에 바바와 관계를 맺고 지낸 일이 있다. 보리스는 바바와의 관계를 다시 부활시켜서 드레베드노프를 곤란하게 만들 작정이다. 그러자 류시아가 그런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현실적인 해결방법을 찾아 보자고 제안한다. 다른 모든 사람들도 류이자의 아이디어에 동조한다. 사샤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건축공사장에서 경험이 많은 류시아의 도움을 받아 아파트 한쪽에 정원을 만든다. 정원에는 벤치도 마련된다. 이 정원에서는 관료적인 내용의 얘기는 할수 없고 오로지 진실만을 얘기하도록 했다. 드레베드노프와 바라바쉬킨도 참석한다. 이들은 진실만을 말하라는 요구에 어쩔수 없이 자기들의 죄과를 고백한다. 죄가 들어난 두 사람은 추방된다. 모두들 새 아파트에서 행복하게 살았다.

 

모스크바 체료무쉬키 음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