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223. 장 자크 루소의 '피그말리온'

정준극 2011. 8. 18. 14:21

피그말리온(Pygmalion)

Jean-Jacques Rousseau(장 자크 루소)와 Horace Coignet(호레이스 쿠아네)의 합작

모노드라마(모노 오페라)의 효시

 

장 자크 루소

 

18세기 계몽주의 사상가인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는 작곡에도 재능이 있어서 오페라도 작곡하고 가곡도 작곡했다. 우리나라의 개편 찬송가에도 그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이다. 음악의 역사에 있어서 장 자크 루소는 멜로드라마(Melodrama)라는 오페라의 장르를 처음 개척한 인물로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가 1762년에 완성한 '피그말리온'(Pygmalion)이 멜로드라마의 효시이다. 원래 멜로드라마는 판토마임 제스추어와 대사로 구성되어 있고 여기에 음악 반주가 따르는 스타일이다. 그것이 나중에 악기가 연주하는 간주곡을 포함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나아가 음악극의 형태로 발전하였다. 멜로드라마는 특히 독일에서 징슈필의 형태로 발전하였다. 장 자크 루소는 Le devin du village(마을의 점장이)라는 오페라를 작곡하여 대단한 인기를 끌었지만 사실상 음악사적으로는 '피그말리온'이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다. 모노드라마 또는 모노 오페라라고 불리는 '피그말리온'은 1770년 리옹의 시청홀에서 초연되었다.

 

피그말리온 효과

 

사실상 '피그말리온'의 음악은 장 자크 루소가 전체를 완성한 것이 아니다. 루소는 서곡과 안단테 부분을 작곡했고 나머지 부분은 상인으로서 아마추어 오페라 작곡가인 호레이스 쿠아네(Horace Coignet: 1735-1821)가 담당하였다. 루소는 대본을 1762년에 완성하였지만 여기에 음악을 가미하여 공연하는 것은 미루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자기가 음악을 작곡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침 쿠아네가 루소를 도와 '피그말리온'을 완성하였다. 피그말리온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조각가이다. 그는 불행하게도 자기가 만든 조각 작품과 사랑에 빠진다. 이를 본 비너스가 피그말리온을 동정하여 그 조각에 생명을 불어 넣어 준다. 이같은 소재는 오비드(Ovid)의 '변신'(MMetamorphoses)에 뿌리를 둔 것이다. 오비드의 신화는 중세까지 타부로 되어 있었다. 중세에는 우상숭배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르네상스로 이후부터는 '변신'을 주제로 한 스토리가 여러 형태의 예술작품으로 등장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바로크 시대에는 피그말리온을 주제로 한 여러 발레 작품이 등장했다. 르네상스 이후에 나타난 피그말리온에 대한 예술 형태는 피그말리온의 조각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노력을 무익한 일이며 희망이 없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피그말리온이 신의 동정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허영의 상징으로 간주했다.

 

피그말리온 스토리

 

루소의 버전은 피그말리온이 신의 도움 없이 자기의 완벽한 이미지를 생명으로 가져가는 최초의 작품이라고 할수 있다. 루소의 '피그말리온'에서는 피그말리온이 마지막으로 조각을 마무리함으로서 갈라테(Galatee: Galatea: 우유처럼 희다는 뜻)에게 생명을 가져다 준다는 내용이다. 이로써 갈라테는 자기를 만든 사람을 알아보고 말을 건넨다. 갈라테는 자기 자신을 가르키며 'Me'라고 말하며 다른 조각들을 만지고서는 'Not Me'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기를 창조한 피그말리온을 보고서는 'Me Again'이라고 말한다. 거울에 보이는 자기의 모습(鏡像)과의 대화는 진실로 순수한 대화이다. 그리고 무익함과 허영에 대한 모티프를 바꾸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피그말리온이 단순히 여인을 조각한 작품을 수집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의 조각 작품에 대하여 영원한 충실함과 정절을 서약하는 것이다. 장 필립 라모(Jean-Philip Rameau)도 1748년에 '피그말리온'이라는 오페라를 만든 일이 있다. 라모의 오페라에서는 피그말리온을 루소와는 달리 여성 혐오자처럼 그렸다.

 

사족이지만, 아일랜드 출신의 조지 버나드 쇼가 '피그말리온'이라는 희곡을 쓴 것이 있다. 이 작품은 여러번 영화로 만들어져 사랑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1964년에 오드리 헵번과 렉스 해리슨이 출연한 My Fair Lady는 대표적이다. 버나도 쇼의 '피그말리온'은 조각가 피그말리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언어학자 히긴스 교수와 천박한 언어를 쓰는 일라이자 둘리틀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히긴스 교수는 시장에서 꽃이나 파는 비천한 여자인 일라이자 둘리틀을 데려다가 언어를 교정하여 귀부인으로 만들고는 결국은 일라이자를 사랑하게 된다는 스토리이다. 그것은 마치 피그말리온이 갈라테를 제작하고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은 이야기이다.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