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왕을 위한 여덟 곡의 노래(Eight Songs for a Mad King)
Peter Maxwell Davis(피터 맥스웰 데이비스)의 모노오페라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1934-)
영국의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경(Sir Peter Maxwell Davies: 1934-)이 작곡하고 호주의 작가인 랜돌프 스토우(Randolph Stow: 1935-2010)가 대본을 쓴 '미친 왕을 위한 여덟 곡의 노래'(Eight Songs for a Mad King)은 바리톤 한 사람이 주역으로 나오는 모노드라마(또는 모노 오페라)로서 1969년 4월 22일 런던의 엘리자베스여왕홀(Queen Elizabeth Hall)에서 초연되었다. 초연에서의 연주는 The Pierrot Players(피에로 플레이어스)가 맡았다. 1967년에 맥스웰 데이비스와 해리슨 버트위슬이 설립한 소규모 앙상블이다. '미친 왕을 위한 여덟 곡의 노래'가 초연될 당시에는 이 앙상블의 타이틀이 '피에로 플레이어스'였으나 1970년에 버트위슬이 떠나자 The Fires of London(런던 대화재)라고 명칭을 바꾸었다. 아무튼 이 앙상블은 아놀드 쇤버그가 1912년에 설립한 Pierro Lunaire(피에로 뤼네어)라는 현대음악 연주그룹을 모델로 삼은 것이다. 맥스웰 데이비스의 '피에로 플레이어스'(나중에 '런던 대화재')는 실험적인 현대음악, 특히 전위음악의 공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오페라 '미친 왕을 위한...'에서는 왕의 미친상태(광기)를 표현하는데 집중하였다.
초연에서는 남아공 출신의 바리톤 로이 하트가 왕의 이미지를 창조했다.
모노드라마이지만 실은 대사가 없는 엑스트라들이 몇명 등장하며 또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와 배역을 맡아 한다. 이 오페라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여러가지 새로운 전위적인 기법이 도입되었다는 것이다. 우선 주역을 맡은 바리톤이 성악가로서 낼수 있는 모든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독일어로 슈프레헤게장(Sprechgesang)이라는 기법을 사용하여 소리를 내는 것이다. 슈프레헤게장은 노래를 부를 때 마치 대사에 극심한 억양을 붙인 것처럼 노래하는 기법이다. 주역인 바리톤은 또한 가성으로 소리를 내는 활세토(Falsetto) 기법, 롤러 코스트를 타듯 미끄러지며 소리를 내는 글리싼디(Glissandi) 기법, 다음 음으로 넘어 갈 때에 부드럽게 연결하여 넘어가는 포르타멘티(Portamenti) 기법, 그리고 여기에 불평을 하듯 툴툴 거리는 소리, 기분나쁘게 킬킬 거리며 웃는 소리, 울부짖거나 악을 쓰는 듯한 소리, 날카로운 비명과 같은 소리...등등 발성의 여러 기법과 인간이 낼수 있는 특별한 소리들을 모두 낸다. 더구나 바리톤은 인간음역의 한계를 넘어서는 5 옥타브의 소리를 내야 한다.
국제현대음악제에서의 공연
랜돌프 스토우가 쓴 대본은 조지3세(Gerge III: 1738-1820)가 남긴 어록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졌다. 조지3세는 나중에 포르피린증세(Posphyria)에 걸려 마치 흡혈귀와 같은 증세를 보이며 고통을 당했다고 한다. 그런 연고로 조지3세는 정신적인 이상을 보여 훗날 '미친 왕'(Mad King)이라는 별명을 들었다. 조지3세는 기계로 작동하는 작은 오르간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조지3세는 이 오르간으로 그가 애완용으로 기르고 있는 새들에게 노래를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기계 오르간은 여덟 곡의 노래를 연주할수 있는 것이다. 나중에 골동품 상점에서 발견된 기계 오르간에 '이 오르간은 조지 3세가 새들에게 노래를 가르쳤던 것이다'라고 적은 쪽지가 나와서 그런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 오르간을 작가인 랜돌프 스토우가 보게 되었다. 조지3세와 기계오르간의 사연에 대하여 흥미를 느낀 스토우는 이를 오페라 대본으로 만들었으며 역시 기계 오르간에 대하여 흥미를 느낀 맥스웰 데이비스가 모노드라마로서 작곡하였던 것이다.
뉴욕시티오페라에서의 공연
두번째 특징은 악기 연주자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서 연주도 하며 출연진의 일원으로서 연기도 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 오페라에는 여섯 명의 악기 연주자들이 필요하다. 금관악기를 대표하여 플륫(피콜로도 연주함), 목관악기를 대표하여 클라리넷, 현악기를 대표하여 바이올린과 첼로, 건반악기를 대표하여 피아노, 그리고 타악기 연주자가 있으면 된다. 다만, 타악기 연주자는 여러 다른 타악기와 효과악기도 다루어야 한다. 예를 들면 기차의 기적소리를 내는 악기, 향현을 붙인 스네어 드럼(작은북), 걸어놓고 스틱으로 소리를 내는 심발, 발로 소리를 내는 심발, 나무 딱딱이, 베이스 드럼, 쇠사슬 악기, 톱니바퀴 악기, 인도에서 쓰는 큰 북인 톰톰, 작은 북인 탐탐, 탬버린, 새소리를 내는 장난감, 나무로 만든 차임, 썰매 방울, 글로켄슈필(종악기), 쇠막대기(철봉) 등등을 다룬다. 왕의 역할을 맡은 바리톤은 낭송자(Reciter)의 역할도 겸한다. 맥스웰 데이비스는 '미친 왕을 위한...'를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바리톤은 로이 하트(Roy Hart)를 염두에 두고 작곡했다. 맥스웰 데이비스는 로이 하트에 대하여 '그는 한 사람의 음성으로 코드를 창조할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로이 하트는 대단히 넓은 음역을 가지고 있어서 오페라에서 요구하는 5개 옥타브의 음을 만들어 낼수 있었다.
자신이 새장 안에 갇혀 있다고 믿는 왕
오페라에서 왕은 피리새(Bullfinch)에게 노래를 가르치려 한다. 피리새는 관악기와 현악기가 맡는다. 플륫 연주자와 바이올린 연주자는 마치 새처럼 새장 안에 들어가 있는다. 이는 인간의 음성과 악기의 소리 사이의 초현실적인 대화를 창조하는 것이다. 인간의 음성도 그렇지만 악기의 연주도 가장 난해하고 높은 테크닉으로서 연주되어야 한다. 사실상 이러한 조치는 강력한 무대 효과를 가지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서는 일곱번째 노래를 가르치는 일곱번째 장면에서 왕이 바이올리니스트의 악기를 잡아 채어 산산조각으로 부서트리는 장면이다. 세번째 장면에서 왕궁의 시녀와의 대화는 플륫으로 표현된다. 네번째 장면에서 테임스강은 첼로로서 표현된다. 여섯번째 장면에서 왕의 희열은 클라리넷으로 표현된다. 첫번째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서 타악기는 왕의 근위병을 표현한다. 이렇듯 이 오페라는 바리톤 1인의 모노드라마이지만 무대에 함께 등장한 악기 연주자들에 의해 여러 성격이 표현되고 있다.
비엔나 폭스오퍼에서의 공연
악기들이 배역을 표현하는 일은 비단 무대에서뿐만이 아니다. 악보를 보면 어떤 페이지는 음표들이 마치 새장처럼 그려져 있다. 피리새들이 갇혀 있는 새장이며 왕 자신도 이 갇혀 있다고 생각하는 새장이다. 전반적으로 음악의 스타일은 뒤범벅이다. 폭스트롯이 있는가 하면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에서 테너 아리아도 나온다. 이것은 아마도 주인공인 조지 왕의 정신적 혼란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수 있다.
스웨덴 요테보리에서의 공연
오페라 '미친 왕을 위한...'은 여덟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 공연 시간은 33분이다. 그러므로 각 장면은 겨우 3-4분에 해당한다. 모든 장면은 왕의 상상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실제로 조지 왕은 그의 처소에 감금된 생활을 했다. 조지왕의 상상은 마치 새장에 새가 갇힌 듯 감금된 생활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1장은 '보초'(The Sentry)이다. 프러시아왕의 메뉴엣이 연주된다. 왕은 시골 길을 걷다가 자기의 보초를 만나자 그에게 인사를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쓰러진다. 2장은 '시골길 걷기'(The Country Walk)이다. 왕은 시골 길을 걷다가 본 환영 때문에 몹시 신경을 쓴다. 음악은 La Promenade 이다. 3장은 '시녀'(The Lady-in-Waiting)이다. 왕은 어떤 귀한집 아가씨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미스 머스그레이브(Miss Musgrave)이다. 4장은 '물위에서 노래하기'(To Be Sung on the Water)이다. 왕은 은퇴하면 미국으로 가서 살 생각을 하면 배를 타고 테임스강을 내려간다. 음악의 타이틀은 The Waterman 이다. 5장은 '환상속의 왕비'(Thhe Phantom Queen)이다. 조지왕은 실제 왕비 대신에 에스더라는 환상 속의 왕비를 상상한다. 음악은 He's Ay A-Kissing Me 이다. 6장은 '위조'(The Counterfeit)이다. 역사 속에 나오는 샬롯테 여왕이 조지왕의 독백을 기록하기 위해 스파이를 고용한다. 7장은 '시골 댄스'(Country Dance)이다. 왕은 윈저에서 시골 댄스를 추면서 헨델의 음악으로 백성들과 함께 기뻐한다. 댄스음악은 스코틀랜드의 보네트이며 헨델의 음악은 '위로해'(메시아 제2번 테너 아리아)이다. 8장은 결론으로 '평가'(The Review)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낭송자는 새장 안에 있는 바이올리니스트로부터 바이올린을 낚아 채어 조각조각 부순다. 밤의 장막이 내리며 왕은 마치 악마와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8장에서 왕은 자기 자신의 죽음을 발표할수 있게 된다.
펠트키르흐 페스티벌에서 왕이 바이올린을 부수는 장면
주인공인 바리톤의 역할은 매우 힘든 것이다. 로이 하트가 초연에서 왕의 이미지를 창조하고 또한 극심한 표현력을 보여준 이래 여러 바리톤들이 세계의 무대에서 왕의 역할에 도전하였다. 미국의 바리톤인 윌렴 피어슨(William Pearson), 마이클 리폰(Michael Rippon), 토마스 멜리오란자(Thomas Meglioranza), 줄리우스 이스트만(Julius Eastman)은 대표적이다. 영국 출신의 리챠드 수아트(Richard Suart)는 겔젠키르헨, 밀라노, 헬싱키, 스트라스부르, 스타방거, 파리에서 왕의 역할을 맡았다. 유명한 스웨덴의 바리톤인 올레 페르손(Olle Persson)은 스톡홀름에서의 공연에서 왕의 역할을 맡아했다.
조지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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