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카사블랑카(Hotel Casablanca) -
Thomas Pasatieri(토마스 파사티에리)의 2막 오페라
페이도의 유명한 코미디 '듣기 싫은 소리'(La Puce à l'oreille: A Flea in Her Ear: 귀속의 벼룩)가 원작
토마스 파사티에리(1945-)
뉴욕 출신의 토마스 파사티에리(Thomas Pasatieri: 1945-)가 작곡한 '호텔 카사블랑카'는 2막의 러브 코미디이다. '카사블랑카'라고 하니까 저 유명한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릿드 버그만이 나온 왕년의 명화 '카사블랑카'를 연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호텔 카사블랑카는 프랑스의 저명한 극작가인 조르즈 페이도(Georges Feydeau: 1862-1921)의 희곡 La Puce à l'oreille(듣기 싫은 소리)을 오페라로 만든 작품에 나오는 호텔이름이다. 원래 희곡에 나오는 호텔 이름은 Coq d'Or(코크도르: 황금닭)이지만 그것은 파리를 배경으로 한 것이고 영화는 텍사스를 배경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호텔 이름을 카사블랑카로 바꾸었다. 페이도가 쓴 희곡의 타이틀을 영어로 번역하면 A Flea in Her Ear 가 된다. 이를 굳이 우리 말로 번역하면 '듣기 싫은 소리' 또는 '빈정대기'가 된다. 1907년에 발표된 페이도의 희곡 La Puce à l'oreille 는 너무나 유명하여서 연극과 영화로 무던히도 많이 제작되었기 때문에 웬만한 사람치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무대는 파리이며 시기는 세기말이다. 그렇게 잘 알려진 작품이지만 오페라로는 파사티에리가 처음 도전하였다. 전 2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리아들과 앙상블이 나오지만 대화체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오페라이다. 스토리는 연극의 스토리와 거의 차이가 없다. 우선 등장인물부터 소개하고 그 다음에 스토리를 소개코자 한다. 1948년에 텍사스에서 목장을 경영하여 살던 톰과 탈룰라 카터(Tom & Tallullah Carter) 부부에 대한 이야기이다. 톰의 목장 이름은 더블 티 목장(Double T Ranch)이다. 톰의 조카 챨스(소설에서는 카미유)는 뉴욕에 살고 있으나 삼촌인 톰을 찾아와 지내는 사람이다. 또한 카터의 저택에는 라울과 루시 페레즈 부부가 손님으로 묵고 있다. 호텔 카사블랑카에는 미스 푸더(Miss Pooder)와 미스 베로니크(Miss Veronique)가 묵고 있다. 오페라 '호텔 카사블랑카'는 '피가로의 결혼'스타일이다. 편지쓰는 것도 그렇고 서로 진하게 오해했다가 화해하는 것도 그렇다.
훌륭한 오페라에 대하여 갈채를 보내는 소리는 '브라보'이다. 하지만 '호텔 카사블랑카'가 텍사스와 켄터키에서 공연되었을 때에는 '브라보' 대신에 '이-호'(Yee-Haw)라는 외침이 극장을 가득 채웠다. 텍사스를 배경으로한 오페라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성공적이었다. 줄거리 소개는 오리지널 희곡을 바탕으로 한다.
라이몽드(탈룰라)와 루시엔느(루시)가 빅토르(톰)에게 보내는 가짜 편지를 쓰고 있다.
라이몽드 샹드비스(Raymonde Chandebise: 오페라에서는 Tallulah)는 아무런 부족함이 없이 벌써 몇년째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서 남편인 빅토르 에마뉘엘(Victor Emmanuel: 오페라에서는 Tom)이 자기와의 잠자리를 자꾸 회피하고 있어서 이상하게 생각한다. 벌써 권태기에 들어섰나? 그렇지 않으면 다른 애인이 생겼나? 라이몽드는 남편이 의심스러워서 죽을 지경이다. 라이몽드는 옛날부터의 친구인 루시안느(Lucienne: 오페라에서는 Lucy)에게 남편이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털어 놓는다. 루시안느는 라이몽드에게 빅토르의 마음을 테스트해보자고 제안한다. 다른 여자들에게는 관심이 있으면서 아내인 라이몽드에게만 관심이 없는 것인지, 또는 아예 모든 여자들에게 관심이 없는 것인지를 알아보자는 제안이다. 두 여자는 빅토르에게 가짜 편지를 보내기로 한다. 라이몽드가 초안을 잡고 루시안느가 그대로 편지지에 옮겨 적는다. 빅토르를 무척 사모하고 존경하는 여자인데 한번 꼭 만나고 싶다면서 호텔 카사블랑카(희곡에서는 호텔 코크도르: Coq d'Or: 황금닭)에서 기다리고 있겠으니 부디 나와 달라는 내용이다. 왜 하필 호텔 카사블랑카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 호텔은 그래도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므로 라이몽드와 루시안느가 숨어서 남편을 지켜보기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라이몽드와 루시엔트가 빅토르의 바람을 의심하고 있다.
편지를 전해 받은 빅토르는 우선 그런 식의 말도 되지 않는 데이트 신청에는 관심이 없다. 그리고 그 미스테리한 여자는 분명히 자기를 투르넬(Tournel)로 잘못 보고 그런 제안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명보험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빅토르의 사업 파트너인 투르넬은 핸섬한 독신남이다. 한편, 투르넬은 라이몽드가 친구의 부인인줄 알면서도 천성적으로 연애감정을 버리지 못하여 라이몽드에게 눈길을 주며 함께 데이트를 나갈 기회만 노리고 있다. 라이몽드도 핸섬한 투르넬이 싫지 만은 않다. 한편, 빅토르에게는 카미유(Camille)라는 젊은 조카가 있다. 카미유는 말더듬이로서 그의 말을 듣는 것은 인내를 테스트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카미유는 말더듬이를 고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런데 빅토르와 투르넬이 운영하고 있는 생명보험회사의 의사인 피나셰(Finache)박사로부터 말더듬이를 교정하는 최신기구인 은제 인공 입천장을 받아 끼어 이제는 제대로 말을 할수 있게 된다. 카미유는 너무 기뻐서 이를 축하하기 위해 집안의 요리사인 안투아네트(Antoinette)와 함께 호텔 카사블랑카로 급히 향한다. 안투아네트의 질투심 많은 남편인 에티엔느(Etienne)가 이들을 뒤따른다. 피나셰 박사는 나름대로 혹시 오후를 함께 보낼 데이트 상대를 찾을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호텔로 간다.
루시엔느와 에티엔느
빅토르는 아내의 친구인 루시엔느의 남편인 카를로스(Carlos Homenides de Histangua: 오페라에서는 Raul)를 만나 실은 알지도 못하는 여인으로부터 이런 편지를 받았다고 하면서 편지를 보여준다. 카를로스는 성격이 과격하고 열정적인 스페인 사람으로 기업을 하는 빅토르의 중요한 고객이다. 편지를 본 카를로스는 필체가 루시엔느인 것을 당장 알아보고 루시엔느가 빅토르와 바람을 피는 것으로 믿는다. 카를로스는 화가 치밀어서 아내 루시엔느를 죽이겠다고 하며 권총을 가지고 편지에 적혀 있는 약속 호텔로 간다. 빅토는 일이 이상하게 되자 당황하지만 어쨋든 살인만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역시 호텔 카사블랑카로 향한다. 이로써 여러 사람들이 서로 다른 목적으로 호텔 카사블랑카에 모인다. 파나셰박사는 데이트할 아가씨를 만나기 위해서, 라이몽드는 빅토르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 투르넬은 라이몽드를 만나기 위해서, 카미유와 안투아네트는 말더듬이를 고치게 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 에티엔느는 아내 안투아네트를 감시하기 위해서, 카를로스는 아내 루시엔느가 빅토르와 바람을 피운다고 생각하여 참지못해서, 빅토르는 카를로스의 과격한 행동을 막기 위해서 각각 카사블랑카 호텔에 도착한다.
빅토르(톰)이 카를로(라울)을 진정시키고 있다.
아내를 살해하러 온 카를로스는 정신이 없는지 그저 움직이는 것이 있으면 무조건 총을 쏜다. 빅토르는 아내 라이몽드가 바람둥이 친구인 투르넬과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보고 라이몽드가 그럴줄 몰랐다고 생각하여 속이 상한다. 그런데 빅토르를 더욱 속상하게 만드는 것은 빅토르가 카사블랑카 호텔의 포터인 포셰(Poche)와 똑 같이 생겼다는 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빅토르를 포셰로 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포셰는 항상 술에 취해 있고 빅토르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하지만 그래도 혼돈하는 사람이 많다. 카미유는 입안에 장치한 은제 인공입천장을 잃어버려 또다시 말더듬이로 주변 사람들을 괴롭힌다. 투르넬은 라이몽드를 유혹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빅토르, 닥터 피나셰, 투르넬이 편지에 대하여 의논하고 있다.
이런 대단한 혼란은 일단 오해가 풀려서 서로 웃으면서 팔장을 끼고 호텔을 나서지만 나중에 빅토의 집에 모여 있을 때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혼란이 다시 일어난다. 그러나 문제는 오히려 간단히 해결된다. 카를로스가 라이몽드의 책상에서 편지의 초안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빅토르에게 보낸 편지를 루시엔느가 쓰지 않았다는 것이 판명된다. 루시에느는 라이몽드가 초안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 그대로 다른 종이에 옮겨 썼을 뿐이다. 호텔 주인인 프랄리옹(Ferallion)이 지나가다가 들려서 빅토를 호텔 포터로 오해받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빅토르의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라이몽드는 이런 한바탕의 소동이 결국은 남편 빅토르의 자기에 대한 사랑이 식어서 일어난 것이라며 전후를 설명한다. 빅토르는 그 문제라면 당장 오늘밤에 침대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겠노라고 약속한다.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흩어진다.
호텔에서
'호텔 카사블랑카'는 2007년 7월 24일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메롤라(Merola) 프로그램에 의해 초연되었다. 메롤라 오페라 프로그램은 전세계 청소년 오페라 학생들을 훈련하는 프로그램으로 '호텔 카사블랑카'의 공연은 이 프로그램의 50주년을 기념하여서였다. 이어서 영국의 렉싱턴에서 공연되었다. '호텔 카사블랑카'는 오페라로서의 매력을 두루 갖추고 있다. 프랑스 그랜드 오페라 스타일로 화려하며 이탈리아 오페라 부파처럼 웃기기 때문에 관중들을 불러 모을수 있는 작품이다. 더구나 보너스까지 있다. 대본이 영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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