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225. 폴 모라베크의 '편지'

정준극 2011. 8. 19. 10:23

편지(The Letter)

Paul Moravec(폴 모라베크)의 첫 오페라

말레이시아가 무대

 

폴 모라베크(1957-)

 

폴 모라베크(Paul Moravec: 1957-)은 뉴욕주 버팔로 출신의 작곡가로서 현재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아델피대학교(Adelphi University)의 교수이다. 다재다능한 작곡가인 그는 '새로운 토날리스트'로서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대표적인 작품은 '템페스트 환상곡'(Tempest Fantasy)로서 2004년도 퓰리처음악상을 받은 것이다. '편지'(The Letter)는 모라베크의 첫 오페라로서 대본은 테리 티취아웃(Terry Teachout)이 썼다. 이 오페라는 산타페 오페라가 의뢰한 것으로 2009년 7월 25일 산타페 오페라에서 초연되었다. 오페라 '편지'는

소머셋 몸(Somerset Maugham)의 단편중 하나로서 그가 영화대본으로 만든 것을 오페라의 대본으로 수정하여 사용한 것이다. 소머셋 몸의 극본으로는 여러 편의 영화가 제작되었는데 그중 하나는 1929년에 잔느 이겔스(Jeanne Eagels)가 주연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1940년도 버전으로 거장 윌렴 와일러(William Wyler)의 감독으로 베트 데이비스(Bette Davis)와 허버트 마샬(Herbert Marshall)이 주연한 것이다. '편지'의 스토리는 1911년에 말레이시아의 쿠알라 룸푸르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레슬리 크로스비 역의 패트리시아 라세트(Patrica Racette)

   

모라베크뿐만 아니라 대본을 쓴 티취아웃으로서도 '편지'는 오페라에 처음 데뷔하는 케이스이다. 두 사람은 '편지'가 '토스카'와 같은 베리스모 작품과 Double Inndemnity(이중배상) 또는 Out of the Past(과거로부터)와 같은 필름 누아(Film Noir)의 교차점에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또한 '편지'가 구시대적인 스타일에서 탈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편지'는 몇가지 사소한 실수로 갑자기 깊은 감정의 늪으로 빠지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편지'는 미국적인 베리스모의 심미안적인 면과 사이코 드라마와 같은 요소가 혼합된 것이다. 하지만 1940년대의 필름 누아로부터는 훨씬 벗어난 것이라고 할수 있다. 2009년 산타페 오페라에서의 초연에는 소프라노 패트리시아 라세트(Patricia Racette)와 바리톤 안토시 마이클스 무어(Anthony Michaels-Moore)가 출연하여 각각 레슬리와 로버트의 이미지를 창조하였다. 두 사람은 2008년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새로운 작품인 '피터 그라임스'에도 함께 출연한바 있다.

 

레슬리 크로스비

 

주요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레슬리 크로스비(Leslie Crosbie: S)는 말레이시아에 살고 있는 영국인이다. 로버트 크로스비(Robert Crosbie: Bar)는 레슬리의 남편으로 고무농장의 매니저이다. 하워드 조이스(Howard Joyce: B-Bar)는 싱가폴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변호사이다. 조프 해몬드(Geoff Hammond: T)는 크로스비의 이웃이다. 이밖에 중국 여인(MS), 조이스 변호사 사무실의 직원인 옹 치 셍(Ong Chi Seng: T), 식민지에 파견된 영국 관리인 존 위더스(John Withers: T), 크로스비의 고무농장의 일꾼 대장(T), 판사(B), 수위(T) 등이 나온다. 오페라 '편지'는8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공연시간은 약 95분이다. 휴게시간이 없이 진행되도록 되어 있다. 장소는 말레이시아이며 시기는 2차 대전이 시작되기 전이다.   

 

런던에서의 연극 공연. 레슬리 역의 제니 그로우브스

    

1장(살인). 크로스비의 방갈로이다. 말레이반도의 정글에 있는 고무농장에서 남편과 함께 지내고 있는 레슬리는 베란다에서 이웃인 조프 해몬드를 총으로 쏘아 죽인다. 레슬리는 영국을 떠나 말레이반도의 정글에서 지내며 고독과 소외감으로 지내다가 이웃의 핸섬한 조프 해몬드를 만나 가까운 사이가 되었었다. 2장(고백). 두 시간정도 지난후 같은 장소이다. 싱가폴에 있는 변호사인 조이스, 영국 관리인 위더스, 그리고 레슬리의 남편인 로버트가 방갈로로 달려온다. 레슬리는 이들에게 이웃에 살고 있는 조프 해몬드가 자기를 강간하려 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살해했다고 말한다. 모두 정당방위라고 말하며 재판에 문제가 없다면서 싱가폴로 떠난다. 3장(편지). 2주후 싱가폴에 있는 조이스의 변호사 사무실이다. 조이스는 사무실의 직원인 옹으로부터 사건 당일 레슬리가 살해당한 해몬드에게 보낸 편지가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편지에는 레슬리가 사건 당일 조프 해몬드를 미리 만나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한다. 레슬리와 조프 해몬드가 비밀스런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내용이다. 사무실 직원인 옹에 의하면 조프 해몬드의 애인인 중국여자가 그 편지를 가지고 있다가 레슬리에게 1만 달러를 요구하며 팔려고 했다는 것이다. 만일 그 편지가 공개된다면 레슬리의 재판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베트 데이비스 주연의 영화 '편지' 포스터

    

4장(인터뷰). 레슬리가 수감되어 있는 감옥이다. 변호사 조이스가 레슬리를 면회한다. 조이스는 레슬리에게 그런 편지가 있다는 것에 대하여 추궁한다. 레슬리는 어쩔수 없다는 듯 그 편지를 썼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무대는 과거를 회상하는 플래쉬백으로 처리된다. 레슬리가 조프 해몬드를 살해하는 장면이 보여진다. 레슬리는 조프 해몬드가 자기와의 관계가 멀어지고 중국여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에 대하여 질투심으로 심하게 말다툼을 한다. 조프 해몬드가 레슬리와의 관계를 끊으려 하자 레슬리는 자기도 모르게 분노에 넘쳐 조프 해몬드를 총으로 쏜다. 다시 감옥의 장면으로 돌아온다. 레슬리는 변호사 조이스에게 그 편지는 대단히 중요하므로 미리 입수해 주기를 간청한다. 5장(클럽). 그날 오후 싱가폴의 영국인 클럽이다. 클럽 멤버들은 부인 때문에 심히 괴로워하고 있는 로버트 크로스비를 위로하고 무슨 일이든지 도움이 된다면 서슴치 않겠다고 말한다. 변호사 조이스가 로버트를 만나 레슬리가 사건당일 조프 해몬드에게 만나자고 보낸 편지가 있다는 사실을 얘기한다. 다만, 중국여인이 편지를 내놓는 대신에 돈을 요구했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만일 그 편지가 재판에 증거로 채택된다면 레슬리에게 크게 불리할 것이라는 점도 얘기한다. 로버트는 그런 편지가 있다면 반드시 입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레슬리가 무죄라는데 대하여 의심을 한다.

 

레슬리가 조프 해몬드를 살해하는 장면(영화)

   

6장(중국여인) 그날밤 조이스의 변호사 사무실이다. 중국여인이 편지를 가지고 온다. 처음에는 팔려고 하지 않지만 조이스가 설득하자 팔기로 한다. 7장(재판). 다음날 싱가폴의 재판장이다. 조프 해몬드가 배심원 대표로서 레슬리의 앞에 나타난다. 실은 그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지만 레슬리는 마치 조프 해몬드가 살아 있는 것 같아서 충격을 받는다. 배심원 대표는 레슬리가 유죄를 선언한다. 하지만 증거가 불충분하여 레슬리는 석방된다. 8장(진실). 같은 날 밤 로버트 크로스비의 방갈로이다. 변호사 조이스와 영국 관리인 위더스가 저녁에 초대되어 도착한다. 잠시후 로버트가 술에 취한듯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로버트는 마치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로버트는 그 편지를 보자고 요구하다가 레슬리에게 레슬리가 어떤 일을 저질렀다고 해도 그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러자 레슬리가 '나는 아직도 내가 죽인 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합니다'라고 말하고 칼을 들어 스스로를 찌른다.

 

산타페 오페라에서의 세계 초연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