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227. 카미유 생 생의 '노란 공주'

정준극 2011. 8. 22. 09:43

노란 공주(La princesse jaune) - The Yellow Princess

Camille Saint-Saëns(카미유 생 생)의 단막 듀오 오페라

19세기 자포니슴(Japonism: Japonisme)을 보여주는 오페라 코믹

 

카미유 생 생(1835-1921)

 

19세기에 들어서서 유럽에서는 동양, 특히 일본에 대한 호기심이 상당히 높아졌다. 그러한 추세는 일본의 우키요에(Ykiyo-e: 浮世繪)가 소개되면서부터 더욱 활발해졌다. 우키요에는 지금까지 서양 미술에서는 볼수 없었던 특이한 화법의 작품이기 때문이었다. 영국에서는 이같은 추세를 앵글로-저패니스(Anglo-Japanese)라고 불렀으며 프랑스에서는 자포니슴(Japonism 또는 Japonisme)이라고 불렀다. 앙리 로트레크의 그림은 특히 이같은 자포니슴의 대변하는 것이었다. 음악에 있어서도 자포니즘은 여러 영향을 미쳤다. 카미유 생 생의 단막 5장의 오페라 La princesse jaune(라 프랭세스 종: 노란 공주)는 자포니즘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생 생은 당시 대중들이 기호에 부응하여 주제를 일본의 공주로 삼았다. 엉뚱하게도 무대는 네덜란드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네덜란드(일본에서는 오란다)는 유럽국가로서는 일본과 처음으로 교역을 추진한 나라이다. 서구에 개항된 나가사키에 오란다무라(和蘭村)까지 있을 정도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페라의 무대를 네덜란드로 잡은 것은 크게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제목을 '노란 공주'라고 붙인 것은 아마 동양의 황인종을 염두에 두고 붙인 것 같다. 물론, 동양인을 '노란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은 아마도 자기들 얕보는 듯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로트렉의 그림은 일본의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오페라 코믹인 '노란 공주'의 대본은 유명한 루이 가예(Louis Gallet)가 대본을 썼다. 루이 가예는 생 생은 물론, 마스네, 비제, 구노, 오드랑, 브루노 등의 오페라 대본을 쓴 사람이다. '노란 공주'는 1872년 6월 12일 파리의 오페라 코믹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음악은 동양의 5음계(Pentatonic)를 주로 사용한 것이었다. 가볍고 명랑하다. 스토리는 네덜란드에 있는 코르넬리스라는 학생에 대한 것으로 그는 일본의 것이라면 모두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코르넬리스는 초상화 속의 일본 아가씨를 사랑하게 된다. 코르넬리스는 상상 속에서 일본을 찾아간다. 처음에 그는 모든 것에 매혹당한다. 하지만 점차 실망하게 되고 결국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은 그의 사촌인 레나라는 것을 깨닫는다는 이야기이다. 오페라 '노란 공주'는 당시 유행이던 일본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고 보아도 좋다. 그런데 오페라의 타이틀 롤인 공주의 이름을 Ming(밍)이라고 한 것은 어딘가 어색하다. 일본 여자의 이름으로는 적당치 않기 때문이다. '밍'은 중국의 왕조인 밍(明)을 연상하여서 붙인 이름인 것 같다. 일본을 배경으로 삼은 오페라로는 푸치니의 '나비부인', 마스카니의 '이리스', 한스 베르너 헨체의 '배반의 바다', 길버트와 설리반의 '미카도' 등이 있지만 생 생의 '노란 공주'는 아무래도 일본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생 생 마저 일본과 관련한 오페라를 작곡했다는 것이 좀 질투가 날 뿐이다.

 

생 생의 '노란 공주'와 '알제리여인 조곡'을 함께 수록한 음반 커버

   

'노란 공주'는 생 생의 세번째 오페라이지만 무대에 올려진 순서로 보면 첫번째이다. 원래 오페라 코믹 극장은 생 생의 '실버 벨'(Le timbre d'argent)을 공연키로 약속했으나 재정적인 문제로 무대에 올리지 못했다. 오페라 코믹 극장장인 카미유 뒤 로클(Camille du Locle)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보상하기 위해 '노란 공주'를 무대에 올리도록 우선 배려했다고 한다. '노란 공주'는 생 생이 루이 가예와 합작을 시작한 첫번째 오페라이다. 루이 가예는 생 생을 위해 다섯 편의 오페라 대본을 썼다. 초연에서는 '노란 공주'가 단막이므로 에밀 팔라디에(Emile Paladilhe)의 '통행인'(Le passant), 조르즈 비제의 '쟈밀레'(Djamileh)와 함께 트리플 빌로서 공연되었다. 불행하게도 초연은 실패였다. 평론을 하는 사람들은 세 오페라 모두에 대하여 혹평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생 생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는 평론가들이란 혹평으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이후 생 생은 그가 새로운 오페라를 내 놓을 때마다 평론가들이 도시락을 싸들고 와서라도 비평을 가하는 일을 많이 경험했다. '노란 공주'는 초연 이후 오페라 코믹에서 고작 4회 공연되었을 뿐이었다.

 

[1장] 얼마전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코르넬리스(Kornélis)는 삼촌의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코르넬리스는 삼촌의 집에서 삼촌의 딸 레나(Léna)와 함께 자란다. 레나는 사촌인 코르넬리스를 남모르게 사랑하고 있다. 어느날 아침, 레나가 코르넬리스의 방에 들어가보니 책, 신문지, 그림 그리던 것 등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는 것을 본다. 거의 모두 일본에 대한 내용들이다. 아마 밤을 새우며 작업을 했던 것 같다. 레나가 자료들을 정돈하며 방을 치운다. 한쪽 벽에는 어떤 일본 소녀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책상 위에는 코르넬리스가 쓴 시가 있다. 어떤 여인을 사랑한다는 내용이다. 레나는 초상화의 소녀라고 생각한다. 레나는 순간적으로 초상화의 소녀에 대하여 질투심을 갖는다. 그러면서 한낱 그림에 불과한 여자에게 질투를 느끼는 자기 자신을 조소한다. [2장] 코르넬리스가 방으로 돌아온다.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고 있는 모습이다. 레나가 코르넬리스에게 무슨 걱정이 있느냐고 묻는다. 코르넬리스는 레나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피하면서도 다만 초상화의 소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밝힌다. 그러면서 일본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레나는 코르넬리스가 손에 들고 온 작은 병에 무엇이 들었는지 보자고 하지만 코르넬리스는 한사코 보여주지 않는다. 레나는 기분이 상하여 방에서 나간다.

 

[3장] 레나는 코르넬리스가 너무나 일본에 대하여 집착하고 있는 것이 못마땅하여 계속 잔소리를 퍼부으며 일본에 가고 싶다는 생각과 초상화의 소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잊도록 한다. 하지만 과연 코르넬리스의 고집을 꺽을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4장] 초상화의 소녀인 밍에 대한 코르넬리스의 집착은 더욱 강해진다. 코르넬리스는 급기야 몰래 구해가지고 온 약을 먹을 마시기로 한다. 동양에서 가져온 듯한 약으로서 아편이 들어 있는 것이다. 약을 마신 코르넬리스는 정신이 허공에 뜬 상태에서 계속 밍만을 생각한다. [5장] 레나가 다시 코르넬리스의 방에 들어가보니 코르넬리스가 환각중에 있는 것을 발견한다. 코르넬리스는 네덜란드에서 만든 옷장이 일본 장식으로 변하는 것을 본다. 코르넬리스는 점점 상상의 세계로 빠져든다. 코르넬리스는 자기가 사랑하고 있는 여인은 밍이라고 소리친다. 그러면서 쓰러진다. 일본 스타일의 옷장은 다시 네덜란드 스타일로 변한다. 레나가 들어와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코르넬리스를 조심스럽게 깨운다. 레나는 코르넬리스가  상상 속의 여인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음을 비난한다. 그리고 어서 꿈에서 깨어나라고 타이른다. 드디어 눈을 뜬 코르넬리스는 그가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레나인 것을 깨닫는다. 코르넬리스는 잘못에 대하여 용서를 구한다. 레나가 마지못해 코르넬리스의 사과를 받아 들인다.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받아 들이기로 한다.

 

[참고사항]

루이 가예가 대본을 쓴 생 생의 오페라들

- La princesse jaune(노란 공주). 1872

- Le Déluge(홍수). 1876

- Étienne Marcel(에티엔느 마르셀). 1879

- Proserpine(프로스펭). 1879

- Frédégonde(프레데공드). 1895

- Déjanire(데자니르). 1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