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228. 밥 텔슨의 '콜로누스 가스펠'

정준극 2011. 8. 22. 13:02

콜로누스 가스펠(The Gospel at Colonus)

Bob Telson(밥 텔슨)의 복음성가 스타일의 쇼

 

밥 텔슨(1949-)

 

'콜로누스 가스펠'(The Gospel at Colonus)은 소포클레스의 비극인 '콜로누스의 외디푸스'(Oedipus at Colonus)를 복음성가 스타일의 쇼로 만든 작품이다. 그러므로 엄밀하게 말하면 오페라도 아니며 오라토리오도 아니다. 하지만 스토리가 있는 음악이라는데서 관심을 끈다. '콜로누스 가스펠'은 미국 아방 갸르드 극장의 선구인 마부 마인스(Mabou Mines)의 설립자 중의 하나이며 작곡가인 밥 텔슨(Bob Telson: 1949-)가 제작한 작품이다. 오리지널 극복은 퓰리처 드라마부문 상의 최종후보에 까지 올라갔던 작품이다. '콜로누스 가스펠'은 1985년 3월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무대에 올려져 약 2개월간 공연되었다. 제작은 미국에서 유명한 실험극장 감독인 리 브로이어(Lee Breuer)가 맡았다. 브로이어는 그의 저서로 토니상 후보에 올랐었다.

 

브로이어와 텔슨은 '콜로누스의 가스펠'에 대한 스토리를 흑인 오순절교회 목사에게 전달했다. 오순절교회 목사는 외디푸스의 고난과 구속(救贖)을 현대적 비유로 고쳐서 무대에서 공연할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스펠 쇼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주로 오순절교회의 성가대가 맡도록 했지만 외디푸스를 집합적으로 표현하는 역할은 알라바마의 블라인드 보이스(The Blind Boys of Alabama)가 맡도록 했다. 블라인드 보이스는 3명의 보컬 멤버와 타악기 연주자가 모두 장님이다. 또한 할렘에 있는 아비씨니안 침례교회의 성가대도 동원하였다. 그리하여 고대 그리스의 신화가 기독교의 비유로서 재탄생하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콜로누스의 가스펠'에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이 나오는 것이 아니므로 가스펠이라고 부를수 없다는 주장을 했다. 가스펠(Gospel)은 그야말로 하나님의 복음을 말하며 그 이외의 것은 가스펠이라고 할수 없다는 얘기였다. 아무튼 '콜로누스의 가스펠'은 외디푸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교회에서 성가대와 회중들이 함께 찬양을 하는 형태라고 보면 된다.

 

외디푸스, 안티고네, 이스메네, 테세우스. 복장은 자유이지만 목사님은 예복을 입으며 합창단은 성가대복장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고대 그리스의 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은 종교적 의식이라는 색채가 짙었다. 연극을 공연할 때 배우들과 관중들이 서로 부르고 화답하며 환희에 넘치는 경우가 있었다. 현대의 관객들에게는 그런 내용이 생소할수도 있다. 가스펠 쇼인 '콜로누스의 가스펠'은 그런 형식을 재현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PBS 텔리비전은 1985년에 '위대한 공연' 시리즈의 일환으로 '콜로누스의 가스펠'의 공연을 방송했다. 메신저 역할을 흑인 배우인 모간 프리맨(Morgan Freeman)이 맡았다. 칼 럼블리(Carl Lumbly)는 테세우스를 맡았고 라버트 얼 존스(Robert Earl Jones)는 크레온을 맡은 것이었다. How Shall I See You Through My Tears? 는 2003년도 영화인 Camp의 오프닝 음악으로 사용되었다.

 

'콜로누스의 가스펠'에 나오는 음악들은 다음과 같다.

- Live Where You Can

- Fair Colonus

- Stop: Do Not Go on!

- Who Is This Man?

- How Shall I See You Through My Tears?

- A Voiice Foretold

- Never Drive You Away

- Numberless Are The World's Wonders

- Lift Me Up(Like A Dove)

- Sunlight Of No Light

- Eternal Sleep

- Lift Him Up

- Now Let The Weeping Cease

 

뉴욕 시티 오페라 극장에서의 공연

 

콜로누스의 외디푸스(Oedipus at Colonus)에 대한 설명이 약간이나마 필요할 것 같다. 아테네의 비극작가인 소포클레스가 쓴 세 개의 테베 희곡 중 한편이 '콜로누스의 외디푸스'이다. 소포클레스가 주전 406년에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완성한 작품이다. 집필은 그때 했지만 무대에서 공연된 것은 몇년후인 주전 401년 소포클레스의 손자(그의 이름도 소포클레스)에 의해 아테네의 디오니서스 축제에서였다. 외디푸스 스토리의 진행과정으로 볼 때에 '콜로누스의 외디푸스'는 '외디푸스 왕'(Oedipus the King)의 다음과 '안티고네'(Antigone) 전에 해당한다. 하지만 쓰여진 것은 '콜로누스의 외디푸스'가 가장 마지막으로 써졌다. '콜로누스의 외디푸스'는 외디푸스의 비극적인 생애가 콜로누스라는 곳에서 끝을 맺었다는 내용이다. 콜로누스는 안테네 근교의 북쪽에 있는 마을로서 소포클레스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장님이 된 외디푸스는 딸 안티고네, 그리고 나중에 온 이스메네(외디푸스의 이복 동생 겸 안티고네의 동생)와 함께 콜로누스에 와서 생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대단한 열창이다.

 

'콜로누스의 외디푸스'에 대한 스토리는 대단히 복잡하며 전후의 사정을 잘 알고 있어야 이해가 되는 것이지만 모두 소개할수는 없어서 '콜로누스의 외디푸스'에 대한 내용만 소개코자 한다. 지루하다고 생각할수 있지만 그리스 신화를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참아주기 바란다. 눈이 멀게 된 외디푸스는 딸 안티고네의 인도로 콜로누스 마을에 들어선다. 외디푸스는 어떤 넓직한 바위가 있어서 지친 다리를 쉬게 하기 위해 그 위에 앉는다. 어떤 마을사람이 다가오더니 외디푸스에게 그 장소는 퓨리스(Furies)를 위한 성스러운 곳이므로 어서 떠나라고 요구한다. 그 소리를 들은 외디푸스는 불현듯 옛날에 아폴로가 외디푸스에게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예언을 한 것을 기억한다. 그때 아폴로는 외디푸스가 생의 마지막을 퓨리스에게 봉헌된 장소에서 마무리 할 것이라는 예언도 함께 한 것을 기억한다. 아폴로는 외디푸스가 묻힌 장소는 축복을 받을 것이라는 예언도 덧 붙였다.

 

딘버라에서의 리허설

 

일단의 나이 많은 마을 사람들이 등장한다. 마치 신전에서 제사를 지내는 사람들처럼 노래를 부른다. 이들은 외디푸스에가 라이우스(Laius)의 아들이라는 소리를 듣자 놀란다. 마을 노인들은 외디푸스가 자기의 친부를 죽인 사람이므로 저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하여 외디푸스에게 해치지는 않겠지만 어서 마을을 떠나라고 종용한다. 이에 외디푸스는 그들의 왕인 테세우스(Theseus)를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 외디푸스는 '나는 성스러운 사람으로서 왔도다. 자비와 권세가 가득한 사람이로다. 그대들 모두에게 축복이 되는 선물을 가지고 왔도다'라고 말한다. 마을 사람들은 아테네의 테세우스 왕이 도착할 때까지 외디푸스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보류한다.

 

이스메네가 말을 타고 도착한다. 이스메네는 아버지 외디푸스와 언니 안티고네를 만나게 되어 기뻐한다. 이스메네는 에테오클레스(Eteocles)가 형인 폴리네이세스(Poluneices)를 축출하고 테베의 왕관을 차지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축출 당한 폴리네이세스는 아르기베스(Argives)에서 병사들을 모아 테베를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두 아들은 모두 똑 같은 신탁의 소리를 듣는다. 형제의 분규는 그들의 아버지인 외디푸스가 어디에 묻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소리였다. 이스메네는 외디푸스에게 크레온(외디푸스의 외삼촌)의 계획은 외디푸스를 찾아 죽여서 테베의 국경지대 아무 곳이나 묻는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크레온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 외디푸스를 묻어서 아들들이 찾지 못하게 함으로서 외디푸스가 어느 편도 들지 않게 한다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이말을 들은 외디푸스는 두 딸들과는 달리 두 아들이 자기를 박대하였음을 저주한다. 외디푸스는 두 아들 누구도 지원을 하지 않을 것임을 다짐한다. 외디푸스는 오히려 콜로누스의 사람들이 자기를 박대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이들에게 자기를 크레온으로부터 보호해 달라고 요청한다.

 

테세우스, 안티고네, 외디푸스

 

콜로누스의 마을 사람들은 외디푸스가 성스러운 장소를 발로 밟았기 때문에 신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그들을 안정시키기 위한 제사를 드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스메네가 신전에 가서 제사를 지내고 오겠다며 말을 타고 떠난다. 다시 외디푸스와 안티고네만 남는다. 마을 사람들은 외디푸스에게 어떻게 하여 어머니와 근친상간을 하게 되었으며 아버지를 살해하게 되었는지 얘기해 달라고 말한다. 외디푸스가 자기의 기구한 운명과 슬픈 과거를 얘기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별로 납득하지 못하는 태세이다. 이때 테세우스 왕이 등장한다. 그는 마을 사람들과는 달리 '라이우스의 아들이여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노라'라며 외디푸스를 동정한다. 테세우스는 외디푸스에게 어떠한 지원이든지 아끼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에 외디푸스는 테세우스를 찬양하며 답례로서 자기가 묻힐 장소를 제공한다. 테세우스가 이 장소를 알고 있으면 훗날 테베와의 전쟁에서 승리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세우스는 아테네와 테베는 서로 친선을 다지고 있으므로 전쟁을 일으킬 염려가 없다고 말한다. 이에 외디푸스는 "오 테세우스여, 나의 친구여, 신들만이 나이를 먹지 않는다오. 신들만이 죽지 않는다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세월이 가면 스러지게 되어있는 것.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간다오"라는 유명한 연설을 한다. 테세우스는 외디푸스를 아테네의 시민으로 임명하고 외디푸스를 보호하라고 경비병들을 남겨 두고 떠난다. 코러스는 아테네의 영광과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외디푸스가 테베의 왕을 찬양하고 있다.

   

크레온이 테베의 사자로서 콜로누스에 있는 외디푸스를 찾아온다. 크레온은 거짓으로 그를 위로하고 그의 자녀들을 동정하며 어서 속히 테베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말을 들은 외디푸스는 지금까지 크레온이 자기를 핍박하기 위해 온갖 행동을 다 했던 것을 생각하고 두려워한다. 이에 크레온은 본색을 드러내어 화를 내고 이미 이스메네를 체포하였다고 말한다. 이어 크레온은 데리고 온 병사들에게 안티고네를 체포하라고 지시한다. 병사들이 안티고네를 잡아 테베로 향한다. 그렇게 되면 아버지인 외디푸스도 딸이 걱정되어 따라 올 것이라는 생각에서이다. 아테네의 시민들이 크레온의 병사들을 막아서지만 크레온은 이들을 위협하여 저항하지 못하게 한다. 사람들이 테세우스 왕을 불러온다. 포세이돈에게 제사를 지내고 돌아온 테세우스 왕은 크레온을 저주하며 '그대는 정의가 행하여 지는 도시를 찾아왔도다. 그러므로 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불법 행위도 할수 없도다'라고 말한다. 이에 크레온은 '외디푸스를 저주하며 아테네는 아버지를 죽인 자를 보호하지는 않을 것이 아니냐? 저 자는 부패의 창조물이다. 자기 어머니를 범한 철면피의 인간이다'면서 항의한다. 이에 분노한 외디푸스는 '나는 도덕적으로 나의 행동에 대하여 어떠한 잘못도 없다고 믿는다'라고 선언한다. 아테네의 시람들이 수가 많기 때문에 크레온이 데려온 병사들을 압도한다. 테세우스 왕은 테베의 병사들에게 안티고네와 이스메네를 풀어주라고 말한다. 두 딸이 외디푸스에게 돌아온다. 외디푸스는 감사의 표시로 테세우스에게 키스를 한다.

 

폴리니세스, 이스메네, 외디푸스, 안티고네

    

얼마후 테세우스 왕은 외디푸스에게 포세이돈의 신전에 어떤 청원자가 와서 외디푸스와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전한다. 외디푸스의 아들인 폴리니세스이다. 동생 에토클레스에게 축출당하여 테베를 떠나 있는 처지이다. 외디푸스가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하자 안티고네가 그래도 한번 만나 보라고 권유한다. 외디푸스를 만난 폴리니세스는 자기가 억울하게 쫓겨 났음을 설명하고 지금 테베를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폴리니세는 외디푸스가 아들들을 저주했기 때문에 이같은 상황이 벌어졌다고 믿는다. 그리고 아버지인 외디푸스에게 '우리는 같은 운명을 타고 났으므로 자기를 불쌍히 여겨 달라'고 간청한다. 외디푸스는 그가 아버지인 자기를 내쫓았으므로 그런 운명에 처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외디푸스는 두 아들이 전쟁에서 서로를 죽이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안티고네는 오빠 폴리니세스에게 동생의 손에 죽임을 당하게 될 것이므로 제발 테베를 공격하지 말라고 간청한다. 폴리니세스는 안티고네의 말을 듣지 않고 떠난다.

 

폴리니세스가 떠난후 하늘에서 무서운 천둥소리가 들린다. 외디푸스는 자기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것을 제우스 신이 알려주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에 외디푸스는 테세우스를 불러 약속한 대로 자기가 죽으면 묻힐 곳을 가르쳐 주겠다고 말한다. 왿디푸스가 기운을 다하여 밖으로 걸어나기며 마지막으로 자녀들의 이름을 부른다. 테세우스가 그의 뒤를 따른다. 메신저가 등장하여 사람들에게 외디푸스의 죽음을 전한다. 메신저는 외디푸스의 자녀들을 데리고 테세우스가 따라 갔던 길을 인도한다. 딸들이 애통한다. 메신저는 테세우스에게 외디푸스의 딸들을 버리지 말고 돌보아 달라고 당부한다. 테세우스만이 외디푸스가 묻힌 곳을 알고 있다. 아테네의 궁전에서 애통하고 있는 외디푸스의 딸들이 테세우스에게 아버지 외디푸스가 묻힌 곳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다. 테세우스는 그 장소는 성스러운 곳이므로 누구도 들어갈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내가 약속을 지키는 것은 아테네를 영원히 보호하고 자유스럽게 하기 위함이다.'라고 말한다. 안티고네가 그의 말을 이해하고 '이제 눈물을 그치자'라고 말하고 테세우스에게 테베로 돌려보내 달라고 요청한다. 안티고네는 아테네로 가는 도중에 폴리니세스를 만나 아테네로 진군하는 병사들을 막아야 겠다고 생각한다.

 

리 브로이어가 각색한 '콜로누스의 외디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