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230. 토마소 알비노니의 '오로라의 탄생'

정준극 2011. 8. 23. 09:45

오로라의 탄생(Il Naschimento dell'Aurora) - The Rising of the Dawn

Tomaso Albinoni(토마소 알비노니)의 세레나타

18세기 궁정연예 프로그램의 전형

 

토마소 알비노니

 

토마소 알비노니(Tomaso Albinoni: 1671-1751)이라고 하면 은근한 매력의 '아다지오'라는 작품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그에 대하여 더 자세히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알비노니를 기악협주곡의 대표적인 작곡가로 간주하면 곤란하다. 그는 극장음악인이었다. 오페라를 무려 81편이나 작곡했다. 말년에는 성악 코치의 생활을 하면서 지냈다. 80편이 넘는 오페라를 작곡했지만 대부분은 즉흥성 작품이었고 지금까지 오래 기억되고 있는 오페라는 서너편에 불과하다. 즉흥성 작품이라는 것은 무슨 기념일을 위해 작곡한 것 등을 말한다. 그 기념일이 지나면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왕족의 결혼식, 세례식, 전쟁에 나갔다가 돌아온 날 등을 기념하여 공연하는 오페라들이다. 그런 오페라들은 페스타 파스토랄레(Festa pastorale)라고 불렀다. '전원풍의 축제'라는 의미이다. 일반적으로는 파스토랄레 세레나타(Pastorale serenata)라고 한다.

 

새벽의 여신 오로라. 비엔나 캄머오퍼. 2010

 

하지만 파스토랄레라고 해서 시골에 대한 내용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시골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든 궁정의 여흥 프로그램일 뿐이다. 알비노니의 '새벽의 탄생'은 공연예술의 장르로 보면 세레나타(Serenata: Serenade)에 속하지만 구체적으로는 페스타 파스토랄레에 속하는 작품이다. 세레나타는 어느 특정인에게 헌정하기 위해 만든 작품을 말한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조용하고 가벼운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끄럽고 복잡한 음악이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세레나타라는 단어는 이탈리아어의 Sereno(세레노)에서 나온 것으로 '조용하다, 고요하다'는 뜻이다. '새벽의 탄생'은 세레나타이기 때문에 드라마틱할 필요도 없고 일부러 흥미를 끌도록 할 필요가 없는 작품이다. 그저 조용한 분위기에서 즐거움을 주면 되는 작품이다. 그러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지루하고 따분하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알비노니의 '새벽의 탄생'은 아름다운 합창과 아리아 등으로 지루해 할 염려가 거의 없다. 아무튼 18세기 유럽 황실에서는 어떤 오페라를 보았는가를 연구하려면 알비노니의 '새벽의 탄생'을 일단 참고로 해도 좋을 것이다.

 

'새벽의 탄생' 음반 커버

 

알비노니는 베니스 출신이다. 베니스를 위해 많은 작품을 남겼다. 하지만 '새벽의 탄생'(Il Naschimento dell'Aurora: 밝아오는 새벽)은 비엔나를 위한 작품이다. 합스부르크의 샤를르 6세의 부인인 엘리자베트 크리스티네(Elisabeth Christine of Braunschweig Wolfenbuettel Austria: 1691-1750)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알비노니에게 의뢰하여 작곡한 작품이다. 엘리자베트 크리스티네와 신성로마제국 황제인 샤를르 6세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유명한 마리에 테레자(Maria Theresa: 1717-1780)이다. 그리고 엘리자베트 크리스티네의 손녀가 유명한 마리 앙뚜아네트이다. '새벽의 탄생'은 엘리자베트 크리스티네 황비의 생일을 축하하는 한편 카를로(샤를르 6세)와 엘리자(엘리자베트 크리스티네)가 후대를 견고히 하기 위한 자녀들을 생산하개 해 달라는 기원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당시에는 신생아의 사망율이 매우 높았으므로 자녀들이 무병장수하게 해 달라는 것은 큰 기원이었다. 대본은 누가 썼는지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다. 초연이 언제 어느 곳에서 이루어졌는지에 대하여도 논란이 있다. 1710년 베니스에서 초연되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1717년 비엔나에서 있었다는 주장이 있다. 당시 베니스는 합스부르크의 신성로마제국의 영향 아래에 있었으므로 베니스에서 엘리자베트 크리스티네 황비의 생일을 축하하는 공연을 했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마리아 테레자 여제의 어머니인 엘리자베트 크리스티네는 합스부르크의 황비 중에서 가장 오랜 기간동안 황비의 자리에 있었다. 그는 섬세한 미모로서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새벽의 탄생'의 무대는 그리스 테살리아(Thessalia)에 있는 목가적인 템페 계곡이다. 페네우스 강이 후르는 풍요로운 곳이다. 태양신인 아폴로(Apollo: 카운터테너)에게 제사를 드리는 곳이다. 이곳에 강의 신인 페네오(Peneo: T),  숲의 님프인 다프네(Dafne: S), 꽃의 여신인 플로라(Flora: MS), 바람의 신인 체피로(Zeffiro: S)가 모여 새벽의 여신인 오로라(Aurora)의 생일을 어떻게 축하할 것인지를 의논한다. 이정도 얘기했으면 아폴로는 누구를 말하며 오로라는 누구를 뜻하는 것인지 알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누가 제일 먼저 축하의 노래를 부를 것인가를 정하기로 한다. 다프네가 게임을 제안한다. 가장 아름다운 꽃을 가져온 자가 가장 먼저 축하의 노래를 부르기로 한다. 그리하여 페네오가 먼저 Con divoti e grati voti 라는 아리아를 부른다. 이어 다프네가 Se non ama la virtu 라는 노래를 부른다. 아폴로가 Se grata e pietosa 라는 아리아를 부른 후에는 플로라가 Da l'Aurora, o Ninfe amate(오로라, 살아 있는 님프)라는 노래를 부르고 이어 제피로가  Nulla spepro e mulla bramo 라는 노래를 부른다. 이렇게 하여 모두들 오로라의 생일을 축하한다. 하지만 이들은 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것이 합스부르크의 엘리자베트 크리스티네라는데에 의견을 일치를 본다. 이들은 엘리자베트 크리스티네가 마치 새벽을 여는 오로라처럼 신선하고 희망에 넘쳐 있으며 모든 사람에게 밝음을 내려주는 위대한 황비라고 찬양한다. 이들은 엘리자베트 크리스티네가 님프나 여신들처럼 아름답다고 찬양한다. 다프네는 자신이 월계수로 변하여 엘리자베트 크리스티네의 이마를 장식한다.  

 

비엔나 캄머오페에서의 공연. 아폴로와 플로라, 다프네, 플로라와 체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