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245. 다리우스 미요의 '죄많은 어머니'

정준극 2011. 9. 2. 06:42

죄많은 어머니(La mère coupable) - The Guilty Mother

Darius Milhaud(다리우스 미요)의 3막 오페라

보마르셰의 피가로 3부작의 제3편

 

다리우스 미요와 부인 마델레이느

   

마르세이유 출신인 다리우스 미요(Darius Milhaud: 1892-1974)의 3막 오페라 '죄많은 어머니'(La mère coupable)는 피에르 보마르셰의 피가로 3부작(Trilogy)의 마지막 편을 오페라로 만든 것이다. 너무나 잘 알다시피 보마르셰의 피가로 3부작중에서 1편인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로시니가  전대미문의 걸작 오페라로 만들었고 2편인 '피가로의 결혼'은 모차르트가 오페라로 만들어 세계 오페라의 역사에 찬란한 금자탑을 세워 놓았다. 그런데 3편인 '죄많은 어머니'는 내용이 너무 못마땅해서인지, 또는 1편과 2편을 오페라로 만든 것이 너무 훌륭하여서 그에 필적하는 작품을 만들 자신들이 없어서인지 근래에 이르기까지 어느 누구도 오페라로 만들 염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가 다리우스 미요가 뜻한바 있어서 1966년에 오페라로 만들어 제네바의 그랑 테아트르(Grand Théâtre de Genève)에서 역사적인 초연을 가졌다. 그러나 역시 로시니나 모차르트의 경지까지는 이르지 못해서인지 별로 후속 공연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음악이 현대적인 것이므로 귀에 익숙하지 못하여 크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가로 트릴로지의 마지막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는 귀한 힌트를 주는 것임에 분명하다.

 

백작과 백작부인. 서로의 사랑이 식어졌음을 한탄하고 있다.

 

미요의 오페라 '죄많은 어머니'의 대본은 미요 자신도 일조를 했지만 주로 그의 부인으로 여배우인 마델레느(Madeleine: 1902-2008)가 완성했다. 마델레느는 다리우스 미요의 사촌동생이었다. 그러나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는 말처럼 다리우스와 마델레느는 1925년 결혼하여 행복한 생활을 했다. 마델레느는 남편 겸 사촌오빠인 다리우스가 세상을 떠나고나서 34년을 더 살면서 다리우스를 기념하기 위한 여러 활동을 하였다. 다리우스 미요의 피아노 조곡인 La Muse Menagere(가족중의 뮤즈여신)는 부인 마델레느에게 헌정한 작품이다. 보마르셰의 '죄많은 어머니'의 다른 버전으로는 쥘르 마스네가 작곡한 오페라 '셰르뱅'(Chérubin: 케루비노)이 있다. 미국의 존 코릴리아노가 메트로폴리탄 100주년을 기념하여 1980년에 작곡한 '베르사이유의 유령'(The Ghost of Versaille)도 '죄많은 어머니'와 무관하지 않은 오페라이다. 스웨덴의 여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잉거 위크스트룀(Inger Wikström: 1939-)은 1970년대 말에 La Mère Coupable(스웨덴 제목은 Den Brottsliga Modern)을 작곡하였다. 프랑스의 티에리 뻬쿠(Thierry Pécou: 1965-)가 작곡한 오페라 L'amour coupable(사랑의 죄)도 보마르셰의 피가로 3부작 중 마지막 편인 '죄많은 어머니'를 기본으로 만든 것이다. 2010년 4월에 프랑스 루앙의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백작부인 로지나, 플로레스틴, 레옹

 

주요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알마비바 백작(Bar), 백작부인인 로진(로지나: S), 백작부인이 낳은 아들로서 당시의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자유사상에 물들어 있는 레옹(Chevalier Léon: T), 알마비바 백작이 어디가서 낳은 딸로서 현재는 백작이 후견인으로 있는 동정심 많은 플로레스틴(Florestine: Coloratura S), 아일랜드 사람으로 스페인군대의 소령이며 백작이 대사로 나가 있을 때 비서를 지낸 사악한 성격의 베기어스(Begaers: Bar), 알바비바 백작의 시종인 피가로(Bar), 피가로의 부인인 수잔느(Suzanne: 수산나: MS), 그리고 백작의 전속 공증인으로 매사에 정확하고 속이는 것이 없는 사람인 무슈 팔(M Fal: Master Fal: B), 베기어스의 시종으로 주인인 베기어스에 비하면 너무나 점잖은 인품을 지닌 독일인이 나온다. 실제로 주인공이라고 할수 있는 케루비노는 등장하지 않는다. 1966년 6월 13일 제네바에서의 초연에서는 공증인인 무슈 팔을 세계적인 베이스 호세 반 담(José van Dam)이 맡았고 알마비바 백작은 캐나다의 바리톤인 루이 퀼리코(Louis Quillico)가 맡아서 화제를 뿌렸다.

 

백작과 딸 플로레스틴

   

'죄많은 어머니'의 스토리는 '피가로의 결혼'으로부터 20년이 지난 후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면 20년 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가? 알마비바 백작이 비즈니스를 위해 몇 년동안 출장을 떠난 일이 있다. 그 때에 백작부인과 케루비노(셰르뱅: Chérubin: Cherubino)가 어찌하다가 하루 밤을 함께 지낸 일이 있다. 그후 백작부인은 케루비노에게 '우리가 이러면 안되니까 앞으론 절대 만나지 말자'고 말했다. 상심한 케루비노는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서 전쟁터로 달려나가 전투에서 중상을 입는다. 케루비노는 죽음을 눈 앞에 두고 백작부인에게 편지를 보내어 그가 백작부인을 진심으로 사랑했음을 고백하고 지난날의 순간적인 행동은 모두 잘못된 일로서 후회한다고 말한다. 편지를 받은 백작부인은 케루비노가 자기 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과 연민의 정으로 케루비노를 잊지 못한다. 백작부인은 케루비노의 편지를 차마 버릴수가 없어서 베기어스라는 아일랜드 사람이 만든 특별상자 안에 아무도 볼수 없도록 깊이 간직한다. 이 상자는 2중 장치가 되어 있어서 편지를 비밀스럽게 감출수 있다. 몇 달이 지난후, 백작부인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다. 케루비노의 아이이다. 백작부인은 놀랍고 당황하지만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다. 백작은 백작부인의 임신을 의심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는다.

 

피가로와 백작과 플로레스틴

 

얼마후 백작부인은 아들을 낳는다. 레옹(Léon)이다. 백작은 레옹이 자기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고 자기의 재산이 레옹에게 상속되지 않도록 가급적이면 재산을 속히 처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레옹이 백작이라는 신분을 사용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나아가 식구들을 데리고 파리로 옮겨 가서 살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겉으로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는듯 행동하여 특히 백작부인의 의심을 사지 않도록 한다. 한편, 백작도 집을 떠나 살면서 어떤 여인과 가깝게 지내어 딸을 얻는다. 플로레스틴(Florestine)이다. 플로레스틴도 어느덧 아름다운 아가씨로 성장한다. 백작은 플로레스틴의 후견인으로서 그를 집으로 데려와 함께 지낸다. 백작의 비서를 지낸 베기어스는 아름다운 플로레스틴을 보자 결혼코자 한다. 백작의 딸인 플로레스틴과 결혼하게 되면 귀족의 신분은 물론 많은 재산을 가질수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베기어스는 플로레스틴이 알마비바 백작의 유일한 상속자가 되도록 일을 꾸민다. 그러자면 우선 백작부인과 레옹에 대한 비밀부터 파헤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피가로와 수잔느는 잘못하다가는 베기어스 때문에 백작이 곤경을 겪게 될 것으로 생각하여 베기어스의 음모로부터 백작과 백작부인을 구원키로 한다. 그러는 사이에 레옹과 플로레스틴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이제부터가 오페라의 시작이다.

 

수잔나(안젤라 키르흐슐라거)

 

[제1막] 피가로와 수잔나(수잔느)는 백작과 백작부인이 파리로 이사가자 따라가서 계속 봉사를 한다. 백작이 파리로 가서 살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재산을 상속하지 않고 어서 속히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막이 오르면 성 레오(St Leo)의 축일이다. 이날은 백작부인의 아들인 레옹의 생일이기도 하다. 백작과 백작부인(로지나)은 20년전 결혼하고 나서 아들 하나를 두었다. 하지만 결투를 하다가 죽음을 당했다. 그후 레옹이 태어났지만 백작은 레옹이 백작부인의 불륜으로 태어났다고 믿어서 레옹을 자식으로 취급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얼마후 백작이 외국에 대사로 나가 있을 때 비서로 있었던 베기어스가 파리에서 백작을 만나 백작의 집안을 드나들기 시작한다. 피가로와 수잔나는 아무리 보아도 베기어스가 백작을 배반하고 재산을 가로 챌것 같은 느낌이어서 긴장하고 있다. 베기어스는 백작의 딸인 플로레스틴과 결혼하고 싶어한다. 베기어스는 레옹이 플로레스틴을 좋아하고 있는 것을 알고 백작에게 말하여 레옹을 멀리 말타섬으로 쫓아 보내려고 한다. 베기어스는 한발 나아가서 레옹을 말타섬으로 보낼 때 피가로도 함께 가도록 할 생각이다. 그리고 베기어스는 백작에게 케루비노가 백작부인에게 보낸 편지가 백작부인이 가지고 있는 상자 속에 있을 것이라고 귀띰해 준다. 백작부인이 가지고 있는 비밀 상자는 베기어스가 만들어서 선물한 것이기 때문에 그 안에 문서를 어떻게 숨겨두었는지 잘 알고 있다.

 

레옹의 편지를 읽고 놀라는 사람들

 

[제2막] 마침내 백작은 백작부인이 가지고 있는 비밀 상자 속을 뒤져서 케루비노가 보낸 편지를 찾아낸다. 편지를 읽은 백작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오른다. 백작은 레옹을 극도로 미워하여 결국 베기어스와 플로레스틴의 결혼을 승락한다. 베기어스는 백작 저택의 사람들에게 플로레스틴이 현재는 백작이 후견인으로 있는 아가씨이지만 실은 백작의 친 딸이라는 얘기를 퍼트린다. 그러므로 레옹과는 절대로 결혼할수 없다는 말도 덧 붙인다. 아직도 레옹이 백작의 친 아들이라고 믿고 있는 플로레스틴은 그만 슬픔에 눈물을 흘린다. 마찬가지로 레옹도 낙심하여 죽고 싶은 심정이 된다. 베기어스는 백작부인을 만나 모든 비밀을 알고 있다고 말하고 플로레스틴과 자기가 결혼하면 백작가문의 명예를 지킬수 있게 된다고 설득한다. 결국 백작부인도 베기어스와 플로레스틴의 결혼을 받아들인다. 베기어스는 백작부인에게 케루비노가 보낸 편지를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백작부인은 베기어스의 알마비바 백작과 가문의 명예를 위해 케루비노의 편지를 붙태운다. 백작부인의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진다. 백작은 레옹을 당장 말타로 보내도록 지시한다. 그날 밤에 베기어스와 플로레스틴이 결혼식을 올리도록 되어 있다. 아들 레옹을 말타로 보낸다는 사실을 안 백작부인은 백작에게 청원하여 말타로 보내지 않도록 하겠다고 레옹에게 약속한다. 그러나 백작은 오히려 백작부인의 불륜을 얘기하며 백작부인을 심하게 비난한다. 백작부인이 그 자리에 기절하여 쓰러지자 백작은 당황하여 사람들을 부른다. 피가로와 수잔나는 백작에게 베기어스의 음모를 밝힌다. 백작은 베기어스가 자기의 재산을 노리고 그런 음모를 꾸민 것을 그제서야 깨닫고 당장 베기어스와 플로레스틴의 결혼을 취소한다. 베기어스는 아무런 재산도 받지 못하게 된다.

 

레옹이 떠나겠다고 하자 피가로가 만류

 

[제3막] 백작부인은 백작의 피후견인인 플로레스틴를 딸로 정식으로 입양한다. 백작도 레옹을 정식으로 아들로 입양한다. 베기어스는 공증인의 지시에 따라 백작으로부터 미리 받은 지참금의 일부를 반환한다. 베기어스의 음모 때문에 쫓겨날 처지에 있던 피가로와 수잔나도 모든 사실이 밝혀져 계속 백작과 백작부인을 위해 봉사할수 있게 된다. 레옹과 플로레스틴은 자기들이 비록 백작의 양자가 되었고 백작부인의 양녀가 되었지만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 레옹과 플로레스틴은 아직도 희망이 있다.

 

절규하는 백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