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Zenitba) - The Marriage
Bohuslav Martinu(보후슬라브 마르티누)의 2막 코믹 오페라
보후슬라브 마르티누
'결혼'(Zenitba: The Marriage)은 체코의 보후슬라브 마르티누(Bohuslav Martinů: 1890-1959)가 작곡한 2막의 코믹 오페라이다. 대본은 작곡자 자신이 니콜라이 고골(Nikolay Gogol: 809-1852)의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썼다. 이 오페라는 미국의 NBC가 작곡을 의뢰한 것으로 1953년 7월 2일 'NBC TV 오페라 극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전국방송되었다. NBC는 이 오페라를 의뢰하고나서 기자회견을 통해 체코 출신의 마리티누가 작곡을 맡는다고 발표했지만 대본은 누가 쓰는지는 초연 때까지 비밀로 했다. '결혼'의 TV 방송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평론가들은 마르티누의 대본이 고골의 오리지널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결혼'이 극장에서 정식으로 처음 공연된 것은 1954년 3월 31일 독일의 함부르크 슈타츠오퍼에서였다. 그후 약 40년 동안 거의 잊혀져 있다가 1989년에 독일의 본(Bonn)에서 수정본이 공연되었다. 우도 침머만(Udo Zimmermann)이 지휘를 했다.
1953년 NBC TV 초연 기념. 오케스트라가 무대 위에 함께 올라가 있다.
'결혼'의 무대는 생페터스부르크이며 시대는 19세기 초이다. 그러므로 주요 등장인물은 모두 러시아 사람들이다. 포드콜료신(Podkolyosin: Bar)은 정부관리로서 생페터스부르크 시의회 의원이다. 스테판(Stephan: 대사만 맡음)은 그의 하인이며 코츠카료프(Kochkaryov: T)는 그의 친구이다. 표클라 아바노브나(Fyokla Ivanovna: MS)는 전문 중매장이이다. 아가피야(Agafya: S)는 상인의 딸이다. 아리나(Arina: Cont)는 아가피야의 숙모로서 함께 산다. 두니야스카(Dunyashka: 대사만 맡음)는 아가피야 집의 하녀이다. 이반(Ivan: B)은 역시 정부관리이다. 아누츠킨(Anuchkin: T)은 퇴역장교이다. 체바킨(Zhevakin: T)은 퇴역 해군장교이다. 아리나(Arina: 대사만 맡음)은 아가피야의 친구이다.
아가피야가 결혼을 꿈꾸며 기쁜 표정이다.
쿠츠미흐 포드콜료신(Kuzmich Podkolyosin)은 지체 높은 관리이지만(시의원) 아직 미혼이다. 그는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신부감을 찾아보지만 신부 후보자들이 신분이 낮거나 가난하여서 지금까지 결심을 못하고 지내왔다. 아무튼 그는 성격이 우유부단해서 아무런 결정도 하지 못하고 세월만 보냈다. 그러다보니 나이만 들어서 이제는 머리가 희끗희끗해졌다. 그는 더 이상 결혼을 미루면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중매장이인 표클라를 만나 적당한 신부감을 주선해 달라고 부탁한다. 당시 러시아에서는 중매장이를 통해서 결혼을 성사시키는 것이 관습이었다. 중매장이는 당년 29세의 아가피야를 소개하겠다고 약속한다. 포드콜료신은 자기의 나이는 생각하지 못하고 신부의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여 주저한다. 포드콜료신은 이제 흰머리까지 생긴 중년남자가 아니던가? 코츠카료프가 친구인 포드콜료신을 찾아 왔다가 그가 중매장이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친구의 결혼 문제라면 우선 자기와 협의해야 하는데 중매장이부터 불렀다는 것이 섭섭했다. 코츠카료프는 더구나 포드콜료신이 불러온 중매장이라는 여자가 다름아니라 자기와 결혼했다가 헤어진 표클라 이바노브나라는 것을 알고는 화가 치밀었다. 코츠카료프는 전부인인 표클라를 구슬러서 아가피야라는 아가씨가 어디 사는지를 알아낸다. 그리고는 표클라에게 '이혼한 주제에 다른 사람의 결혼을 중매하겠다니 말이 안된다'면서 친구 포드콜료신과 아가피야의 결혼은 자기가 직접 추진하겠다고 선언한다. 코츠카료프가 표클라로부터 캐낸 정보에 의하면 아가피야라는 아가씨는 비교적 아름답고 상당히 명랑하며 귀족 집안은 아니지만 지참금은 적당히 준비하여 올 것이라는 것이다. 코츠카료프는 친구 포드콜료신에게 그런 아가씨라면 두말하지 말고 결혼하라고 적극 권유한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포드콜료신은 '지참금' 및 '신분'등만 생각하며 주저하고 있다.
네명의 신랑 후보자가 아가피야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보려고 작은 소동을 벌이고 있다.
아가피야가 숙모와 친구 아리나와 함께 결혼문제를 의논하고 있다. 중매장이 표클라가 적당한 신랑 후보자가 있다고 하니 추진해 볼 생각이다. 표클라가 찾아와서 아가피야를 위해서 몇 사람의 후보자를 주선해 놓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잠시후면 그 후보자들이 아가피야를 만나러 올 것이니 준비하고 있으라고 말한다. 아마 전남편인 코츠카료프가 중매에 직접 나서겠다고 하자 화가 나서 동네를 다 돌아다니며 여러명의 신랑 후보자들을 포섭했던 모양이다. 표클라는 만일 코츠카표프와 포드콜료신이 자기를 도외시하고 합심하여 아가피야와의 결혼을 성사시킨다면 이는 자기의 체면문제이므로 아가피야에게 자기가 추천하는 후보자 중에서 신랑감을 찾기를 당부하여 그래서 결혼이 성사되더라도 중매료는 받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세명의 추가 후보자가 차례로 아가피야를 만나려고 찾아온다. 첫번째 후보자는 야이치니차(Yaichinitsa)이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계란 후라이' 또는 '오믈렛'이다. 이 사람은 오로지 아가피야가 가져올 지참금에만 관심이 있다. 그러면서 중매를 맡은 표클라가 아가피야에게 지참금 문제를 확실히 해 놓았는지 걱정한다. 두번째 후보자는 아누츠킨(Anuchkin)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가피야의 아버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나이가 많은 퇴역 군인이다. 세번째는 체바킨(Zhevakin)이라는 사람이다. 퇴역 해군 장교이다. 시실리에 주둔했었는데 시실리 사람들이 러시아말을 하나도 알지 못해서 놀랬다고 말하는 얼간이 같은 사람이다. 잠시 후에 코츠카료프와 포드콜료신이 나타난다. 모두 둘러 앉아서 얘기를 담소를 한다. 지참금에만 관심이 있는 야이츠니차는 아가피야에게 어서 결혼할 상대자을 결정해 달라고 요청한다. 아가피야는 '아니, 무슨 사람이 저렇게 급할까?'라면서 기분이 언짢아 방을 나간다.
아가피아와 두니야스카가 아가피아의 친구인 아리나와 함께 창문을 통해 신랑 후보자들을 몰래 보고 있다.
제2막에서 코츠카료프는 친구 포드콜료신과 아가피야의 결혼이 어서 성사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뜻에서 다른 후보자들이 겁을 먹고 스스로 후퇴도록 하는 전략을 짠다. 그래서 우선 그는 다른 후보자들에게 아가피야가 실은 참으로 못생겼다고 하면서 성질도 보통이 아니라는 말을 덧붙인다. 다른 후보자들이 주저하고 있을 때 코츠카료프는 몰래 아가피야의 방을 찾아가 다른 후보자들은 형편 없으니 포드콜료신을 택하라고 설득한다. 아가피야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중에 코츠카료프가 포드콜료신에 대하여 찬사를 늘어 놓으므로 마음이 기울어져 결국 네 명중 포드콜료신을 제외한 세명에 대하여 퇴짜를 놓는다. 아무트 포드콜료신을 제외한 세 사람은 아가피아로부터 거절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놀라거나 낙심하는 내색도 없이 인사만 하고 떠난다. 한편 코츠카료프는 포드콜류신에게 결혼을 하면 얼마나 좋은지를 누누히 얘기해 준다. 아름답게 수를 놓은 천으로 덮은 새장이 있고 그 안에 밤낮으로 아름다운 노래를 하는 새가 있으며 그대는 안락 의자에 편히 앉아 커피를 마시고 신문이나 보면 되고 그 옆에는 아담하고 사랑스러운 여인이 시중을 들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라면서 결혼을 하게 되면 이런 평화스러운 생활을 할수 있다고 설득한다.
코츠카료프가 포드콜료신에게 결혼의 잇점들을 설명하고 있지만 포드콜료신은 자신이 없다.
코츠카료프는 이어 아가피아를 다시 만나 포드콜료신에 대한 칭찬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한다. 의젓하며 지체 높고 아내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들을 사람이라는 등등이다. 아무튼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포드콜료신은 아가피야에게 청혼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코츠카료프는 포드콜료신을 겁장이라고 단정하고 그를 대신해서 청혼키로 한다. 아가피아는 코츠카료프가 지성으로 포드콜료신을 대신하여 청혼하는 바람에 당장 그날 저녁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합의한다. 아가피아는 숙모가 너무 급히 서두르면 안된다고 의견을 내세우지만 코츠카료프의 성화에 못이겨 웨딩 드레스를 준비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낸다. 포드콜료신도 주위 사람들의 성화에 못이여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고 연미복을 새로 맞춘다. 그러나 포드콜료신은 아무리 생각해도 결혼이 두렵다. 게으른 포드콜료신은 결혼하게 되면 마누라의 잔소르만 들을 것 같아서 겁이 난다. 그래서 창문을 통해 밖으로 도망간다. 아가피야는 갑자기 신랑될 사람이 창문을 통해 도망간 것을 알고 놀란다. 이야기는 표클라가 코츠카료프에게 제대로 중매도 서지 못한다고 비난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중매장이 표클라와 장가는 가야겠는데 웬일인지 내키지가 않는 포드콜료신
고골의 '결혼'을 바탕으로 일찍이 1868년에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Modest Mussorgsky: 1839-1881)가 오페라로 작곡하려다가 미완성으로 남긴 것이 있다. 무소르그스키의 '결혼'은 우선은 피아노 반주로 되어 있다. 원래 고골의 '결혼'을 오페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알렉산더 다르고미츠스키(Alexander Dargomyzhsky: 1813-1869)였다. 푸쉬킨의 비극을 바탕으로 1866년에 '석상손님'(The Stone Guest)이라는 오페라를 작곡한 사람이다. 다르고미츠스키는 '결혼'을 오페라로 만들려면 '오리지널 작품의 내용을 전혀 손상시키지 않는 대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건강상의 사연으로 오페라를 만들지 못했다. 다르고미츠스키의 뜻을 받들어 무소르그스키가 고골의 '결혼'에서 11개 장면을 피아노 반주에 의한 성악곡으로 만들었다. 무소르그스키는 각 등장인물들의 특성을 표현하는 음악을 창조하는데 주력하였다. 이 작품은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오페라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가 있고 그 스토리에 따른 음악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가곡이나 합창곡과는 차이가 있다. 말하자면 프로토타입의 오페라라고 보면 된다.
포드콜료신과 코츠카료프
무소르그스키의 '결혼'은 1868년 세자르 쿠이(César Cui: 1835-1918)의 접에서 나데츠다 푸르골드(Nadezhda Purgold)의 피아노로 처음 연주되었다. 나데츠다 푸르골드는 나중에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와 결혼한 여자다. 주역인 포드콜료신은 바리톤이기도 한 무소르그스키가 직접 맡았다. 코추카료프는 테너이기도 한 알렉산더 다르고미츠스키가 맡았다. 중매장이인 표클라 이바노브나의 역할은 메조 소프라노 알렉산드라 푸르골드(Alexandra Purgold)가 맡았다. 나데츠다 푸르골드의 언니이다. 작곡가라고 해서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실은 어느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잘 부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소르그스키나 다르고미츠스키가 직접 노래를 불렀다는 것은 역사에 남을 사항이다.
니콜라이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부인인 나데츠다 림스카야 코르사코바. 무소르그스키의 미완성 오페라인 '결혼'의 비공식 초연에서 피아노 반주를 맡았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1906년, 이번에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집에서 '결혼'을 다시 공연하는 모임이 있었다. 이번에는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부인이 된 나데츠다 림스카야 코르사코바(Nadezhda Rimskaya-Korsakova)가 피아노 반주를 맡았다. 그리고 당대의 성악가들이 비록 콘서트 형식이지만 오페라 '결혼'의 공연에 참여했다. 포드콜료신은 바리톤 지기즈문드 불르멘펠트(Sigizmund Blumenfeld)가 맡았다. 유명한 지휘자 펠릭스 블루멘펠트의 동생이었다. 표클라 이바노브나는 소냐 림스카야 코르사코바가 맡았다.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딸이다. 포드콜료신의 하인인 스테판을 맡은 구리 스트라빈스키(Gury Stravinsky)는 위대한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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