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248,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의 '세미욘 코트코'

정준극 2011. 9. 16. 19:24

세미욘 코트코(Semyon Kotko)

Sergei Prokofiev(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의 5막 오페라

소련을 주제로 한 2편의 오페라 중 하나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의 마지막 사진. 1952년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Sergei Prokofiev: 1891-1953)는 모두 9편의 오페라를 남겼다. 그중에서 소련을 주제로 한 것은 1차대전에 참전했던 평범한 제대군인의 이야기를 담은 '세미욘 코트코'와 영웅적인 전투기 조종사의 이야기를 담은 '진정한 인간의 이야기'(The Story of a Real Man) 두 편 뿐이다. 전 5막의 '세미욘 코트코'는 러시아의 작가인 빌렌틴 카타예프(Valentin Katayev: 1897-1986)의 소설 '나는 노동자의 아들'(I Am the Son of Working People)을 바탕으로 프로코피에프 자신과 카타예프가 공동으로 완성했다. '세미욘 코트코'은 2차 대전의 전운이 유럽대륙을 뒤덮고 있을 때인 1940년 6월 23일 모스크바의 스타니슬라브스키(Stanislavsky)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당시에는 공산주의 이념이 모든 것에 선행하는 시절이어서 '세미욘 코트코'은 사실상 환영을 받지는 못했다. 신문들도 '세미욘 코트코'을 그저 '소련 오페라'라고만 표현하였을 뿐, 음악적인 순수성과 독창성에 대하여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음악인들은 '세미욘 코트코'을 높이 평가했다. 예를 들면, 피아니스트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와 같은 사람은 '이 오페라의 초연은 나의 생애에 있어서 가장 의미있는 사건이었다. 그날 밤 나는 세미욘 코트코를 듣고 비로서 프로코피에프의 위대함을 이해 할수 있었다'고 말한 것이다.  

 

황량한 고향마을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는 소련을 떠나 외국에서 15년을 보내다가 1933년 조국으로 돌아왔다. 소련에 돌아온 그는 한편으로는 사회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소련의 음악을 발전시키자는 의욕에 넘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모든 예술활동도 사회주의 노선에 부응해야 한다고 내세운 스탈린의 정책 때문이다. 프로코피에프도 어쩔수 없이 사회주의 노선을 따르기로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그의 다섯번째 오페라인 '세미욘 코트코'였다. 프로코피에프가 오페라의 스토리를 스탈린주의에 순종적인 작가인 발렌틴 카타예프의 작품에서 택한 것도 그러한 배경때문이었다. 1차 대전에 참전했던 세미욘 코트코는 전쟁이 끝나자 제대하여 우크라이나의 시골 고향으로 돌아온다.  볼셰비키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그는 잔혹한 독일 점령자들과 부패한 반혁명주의자들로부터 농부들을 지키고 마을을 지키려고 노력한다는 이야기이다. 프로코피에프는 '세미욘 코트코'로서 대중들의 인기를 얻고 아울러 소련당국으로부터도 그의 예술활동에 대한 인정을 받고 싶어했다. 하지만 아마도 그의 음악에는 음악적인 순수함과 고결한 독창성이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1940년 '세미욘 코트코'의 모스크바 초연은 참담한 실패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로부터 프로코피에프는 스탈린 치하의 소련 공산주의로부터 핍박을 받아야 했다.

 

소련 붉은 군대 

                        

오페라 '세미욘 코트코'는 1938년과 1939년 여름에 완성되었다. 프로코피에프는 이 오페라가 그의 친구로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무대감독인 브세볼로드 마이어홀트(Vsevolod Meyerhold)가 제작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작곡했다. 마이어홀트는 모스크바 스타니슬라브스키 오페라극장의 감독이었다. 마이어홀트는 과거에 프로쿠피에프의 몇몇 오페라를 무대에 올린바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모두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프로코피에프는 소련 공산주의 당국의 구미에 맞는 '세미욘 코트코'를 완성하고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이어홀트를 깊이 신뢰했기 때문이었다. '세미욘 코트코'는 원래 1939년 6월 말에 초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프로코피에프가 '세미욘 코트코'의 피아노 스코어를 완성하기 1주일 전인 1940년 6월 20일 마이어홀트가 당국에 의해 체포되었다. 그후 마이오홀트의 운명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하여는 아무도 소식을 듣지 못했다. 다만, 몇 년후에 마이어홀트가 1940년 2월에 총살되었음이 밝혀 졌을 뿐이었다. 아무튼 마이어홀트가 체포되어 끌려갔기 때문에 '세미욘 코트코'의 전체적인 제작은 그야말로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여배우인 세라피마 비르만(Serafima Birman)이 마이어홀트의 자리를 대신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울리가 없었다. 그러다가 '세미욘 코트코'의 스토리는 1939년 8월에 모스크바에서 체결된 소련과 나치간의 불가침조약(Treaty of Non-Aggression between Germany and the Soviet Union)의 영향으로 오페라에 등장하는 독일군을 우크라이나 국수주의자들의 집단인 하이다마크스(Haydamaks)로 고치게 되었다. 하이다마크스는 소련에 항거하는 빨치산이었다.

 

빨치산이 진입하여 사형에 처해질뻔한 세미욘을 구한다.

 

'세미욘 코트코'는 1940년에 초연을 가졌지만 1941년부터는 소련당국의 공연목록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다가 다시 무대에 올려진 것은 1958년 당시 체코슬로바키아의 브르노(Brno)에서였다. 그리고 모스크바의 볼쇼이극장 레퍼토리로 포함된 것은 1970년이었다. 이제는 생페터스부르크 마리인스키극장의 키로프 오페라단이 즐겨 공연하는 주요 레퍼토리의 하나가 되었다. 프로코피에프는 나중에 '세미욘 코트코'의 음악을 발췌하여 오케스트라 조곡을 만들었다.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한때나마 즐거운 시간을 갖는 세미욘

                 

주요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세미욘 코트코(T)는 제대군인으로서 소피야를 사랑하는 청년이다. 소피야(Sofya: S)는 카첸코의 딸로서 세미욘을 사랑한다. 카첸코(Tkachenko: B)는 소피야의 아버지로서 과거 제국군대에서 상사를 지낸 인물이다. 카브랴(Khivrya: MS)는 카첸코의 마누라이다. 프로샤(Frosya: S)는 세미욘의 동생으로 미콜라(Mikola: T)를 사랑한다. 미코라는 마을의 젊은이이다. 레메니우크(Remeniuk: B)는 마을의 당위원장으로 빨치산부대의 사령관이다. 짜료프(Tsaryov: Bar)는 뱃사람으로 세미욘의 고향 친구이다. 독일군에게 체포되어 교수형에 처해진다. 류브카(Lyubka: S)는 짜료프의 약혼자이다. 이바센코(Ivashenko: B)도 독일군에게 체포되어 교수형에 처해진 마을의 원로이다. 세미욘의 친구이기도 하다. 클렘보브스키(Klembovsky: T)는 전에 지주였으나 지금은 노동자로 전락한 사람이다. 이밖에 독일군, 소련 적군, 빨치산부대원들, 농부들, 우크라이나 저항세력들, 마을사람들이 등장한다. 시기는 1918년이며 장소는 우크라이나이다. 공연시간은 3시간 30분이다. 통상적으로 두번에 걸친 휴게시간이 있다. '세미욘 코트코'는 러시아에서 최우수무대디자인상, 최우수감독상, 최우수제작상을 받았으며 대섯번째 공연에서는 예술감독인 발레리 게르기에프(Valery Gergiev)가 황금마스크 상을 받았다. '세미욘 코트코'는 열정에 넘친, 강력하고도 침울한 오페라로서 반유토피아를 억제하는 생각이 담겨 있다.

 

세미욘 코트코가 전쟁으로 황폐해진 고향마을에 돌아온다.

 

[제1막] 전쟁이 끝나 제대한 세미욘 코트코는 고향마을로 돌아오지만 그를 마지한것은 폐허가 된 집들과 공장들, 그리고 황량한 들판이다. 마을은 까마귀가 허공을 맴도는 을씨년 스러운 풍경이다. 몇몇 경비병들이 들판을 지키고 있다. 세미욘은 옛날 자기와 인사를 나누던 마을 사람들을 만나지만 이들은 아직도 제정러시아의 군복을 입고 있는 세미욘의 모습을 보자 모습들을 감추기에 바쁘다. 세미욘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런데 신경쓸 여유가 없어서 곧바로 옛날에 자기가 살던 집을 찾아간다. 마침내 세미욘은 허룸한 임시집에 살고 있는 여동생 프로스카, 프로스카를 사랑하는 순박한 마을 청년 미콜라, 누군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늙어버린 어머니를 만난다. 어머니는 비탄과 원한을 삼키며 지내고 있다. 세미욘은 전쟁터에 나가기 전에 장래를 약속한 사랑하는 소피아(소피야)를 만난 후에야 비로소 고향에 돌아온 따듯함을 느낀다. 그러나 소피야의 아버지인 카첸코는 거지와 다름 없는 세미욘의 모습을 보고 전쟁터에 나가기 전에 약속한 것과는 달리 소피아와의 결혼을 반대한다. 세미욘은 낙담하여 어찌할줄을 모른다. 그러한 세미욘에게 뜻밖에도 도와주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공산주의자로서 마을위원장인 레메니우스, 뱃사람이 되었다가 고향에 돌아온 친구 짜레프, 짜레프와 결혼한 류브카가 세미욘을 후원한다. 이들 세사람과 만난 세미욘은 비록 그들이 자기를 도와주겠다고 나섰지만 그들의 생각이 자기의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갈등을 겪는다. 하지만 소피아를 위해서라면 사상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무슨 일이든지 이들이 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다짐한다. 세사람은 소피아의 아버지인 카첸코를 만나 소피야와 세미욘의 결혼을 추진한다. 소피야의 아버지인 카첸코는 감히 혁명의 주체세력인 마을당위원장의 말을 듣지 않을수 없다. 소피야의 아버지 카첸코는 이 난관을 어떻게 뚫고 나가야 할지 생각한다.

 

[제2막] 마을의 지주였지만 사회가 바뀌자 노동자로 전락한 클레보스브키는 카첸코의 도움으로 신분을 감추고 숨어지내고 있다. 카첸코는 클레보스브키가 언젠가는 다시 지주로서 재산권을 행사할 것으로 믿고 있다. 클레보스브키는 카첸코의 딸인 소피아와 결혼하고 싶어한다. 그런 가운데 세미욘과 소피아의 결혼식이 이미 준비되고 있다. 결혼 축하파티가 한창일 때에 일단의 불청객들이 몰려든다. 붉은 군대의 병사들이다. 붉은 군대의 병사들이 술들을 마시고 제멋대로 난폭하게 행동한다. 그 바람에 축하파티는 아수라장이 된다. 카첸코로서는 속수무책이다. 그러나 그러한 분위기도 잠시뿐, 갑자기 독일군들이 침입한다. 모두 기겁을 할 정도로 놀라고 두려워한다. 독일군은 붉은 군대를 몰아낸다. 마을에서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공포와 파괴의 분위기가 사람들의 마음 속에 파고 든다.

 

붉은 군대, 빨치산, 우크라이나 반도, 독일군 등이 마을을 점령하고 잔혹한 학살행위를 저지른다.

 

[제3막] 폐허와 잿더미를 뒤로 한 안개 속에서 젊은 연인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마치 한을 머금고 있는 혼령들이 방황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세미욘과 소피아의 모습도 보인다. 짜레프와 류브카, 밀로카와 프로스카의 모습도 보인다. 앞날에 대한 희망이 없는 세 쌍의 연인들이다. 죽음과 같은 새벽의 적막함이 방해를 받은 것은 마치 복수에 불타는 듯한 적군(붉은 군대)들의 발걸음 소리이다. 이어 적군들, 독일군들, 백계 러시아의 경비병들, 그리고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 서로 얽히고 설키며 피비린내나는 복수극을 벌인다. 이들이 사라진후 마을의 광장에는 아직도 잿더미 속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여러 명 마을 사람들이 교수형에 처해진 모습이 보인다. 미콜라의 아버지인 늙은 이바센코의 모습이 보인다. 선원으로 나갔다가 온 짜레프의 모습도 보인다. 마을 사람들의 공포는 분노와 원한으로 변한다. 사랑하는 짜레프의 죽음을 본 류브카는 정신을 잃은 듯 촛불 하나를 들고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잿더미 위를 방황한다.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해서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났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다.

 

마을에 밀어닥친 우크라이나 반도들

 

[제4막] 세미욘과 미콜라는 다행히 숲속으로 피신하여 화를 당하지 않았다. 이들은 숲에서 일단의 빨치산들을 만난다. 레메니우크는 빨치산부대의 사령관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테러분자들이 이바센코와 짜레프를 처형했다는 얘기를 듣고 그야말로 경악한다. 마을로 내려와 교수형에 처해진 마을 사람들을 바라본 레메니우크는 부하들에게 복수를 명령한다. 빨치산 대원들은 모두 복수를 다짐한다. 이들은 백성들의 안전을 위해 목숨을 버릴 것을 멩세한다. 장면은 바뀌어 숲속의 빨치산 부대 은거지이다. 세미욘이 빨치산에 새로 가담한 사람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뜻밖에도 세미욘의 여동생인 프로스카가 찾아온다. 프로스카는 눈물을 흘리면서 지금 마을을 점령하고 있는 독일군들이 얼마나 포악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하소연한다. 게다가 소피아의 아버지인 카첸코가 아주 노골적으로 소피아에게 클렘보브스키와 결혼하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때 빨치산부대에 마을에 있는 적군 진영을 정찰하며 소련적군(赤軍)과 합세하라는 명령이 하달된다. 세미욘과 미콜라는 빨치산 동지들과 함께 독일군을 뿌리채 몰아내기 위해 마을로 내려간다.

 

소피야. 메조소프라노 올가 사보바. 2000. 로스안젤레스 오페라

 

[제5막] 잿더미가 된 마을이다. 번잡했던 마을광장에는 한없이 여윈 세미욘의 늙은 어머니와 바르두라 악기를 타는 어떤 사람만이 보인다. 한쪽의 성당 안에서는 촛불들이 마치 망령처럼 흔들리며 켜있다. 소피아는 성당의 꼭대기에 올라가서 만일 클렘보브스키와 결혼하게 된다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고 울면서 말한다. 그럴 때에 세미욘과 미콜라가 도착한다. 분노로서 복수의 일념에 사로잡힌 세미욘은 수류탄을 들어 독일군들이 모여 있는 성당 안으로 던진다. 소피아는 구출된다. 독일군이 물러가자 우크라이나 반도들이 들이닥친다. 이들은 세미욘을 비롯한 빨치산의 정찰 대원들을 체포하여 총살형을 선고한다. 이제 카첸코는 그동안 벼르던 세미욘에 대한 처벌을 기대할수 있게 된다. 그때 빨치산 대원들이 몰려와 세미욘과 미콜라를 구해준다. 마을 사람들은 독일군을 물리치고 이어 우크라이나 반도들을 물리친 빨치산을 열렬하게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