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병사 슈봐이크(Good Soldier Schweik) - The Good Soldier Švejk(Schwejk)
Robert Kurka(로버트 쿠르카)의 2막 오페라
로버트 쿠르카(1921-1957)
미국의 로버트 쿠르카(Robert Kurka: Bob Kurka: 1921-1957)는 체코이민자의 후손으로 일리노이주 시카고 부근의 시시어(Cicero) 출신이다. 그는 36세라는 짧은 생애를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비록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그는 사랑스럽고 환상적이며 경쾌한 음악을 남겼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완성한 오페라 '굿 솔져 슈봐이크'(착한 병사 슈봐이크)도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즐겁고 명랑한 환상을 제공해주는 작품이다. 쿠르카는 체코의 야로슬라브 하세크(Jaroslav Hašek: 1883-1923)의 1923년도 풍자소설인 '굿 솔져 슈봐이크(스베이크)'를 화려한 음악 스코어로서 재현하였다. 하세크가 쓴 소설의 오리지널 타이틀은 The Fateful Adventures of the Good Soldier Švejk During the World War(세계대전중 용감한 병사 스베이크의 운명적인 모험)이다. '운명적인 모험'이라는 것은 불운의 모험을 뜻한다. 하세크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인 슈봐이크(스베이크)는 너무 유명하여서 유럽, 특히 동유럽의 웬만한 사람들은 거의 모두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두꺼비'(안의섭의 만화 주인공)나 '고바우'(김성환의 만화 주인공)처럼 잘 알려져 있는 풍자적인 캐릭터이다. 그래서인지 체크공화국에는 아직도 스베이크라는 이름의 식당이나 주점 또는 여관이 여러 개나 있다. 폴란드 동남쪽의 프셰미슬(Przemyśl)에는 길거리에 요셉 스베이크의 천연덕스러운기념상이 있다. 쿠르카의 오페라 '착한 병사 슈봐이크'(굿 솔져 슈봐이크)는 쿠르카가 세상을 떠난 후인 1958년 뉴욕시티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되었다.
폴란드의 프셰미슬에 있는 요셉 스베크 기념상. 소설 속의 인물을이지만 실존인물처럼 표현해 놓았다.
하세크는 '착한 병사 슈봐이크'를 모두 6권의 소설로 만들고자 했으나 4권만 완성하고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물론 오늘날 4권의 소설은 하나로 통합되어 출판되어 있다. 오페라 '착한 병사 슈봐이크'는 어찌보면 쿠르트 봐일(Kurt Weil)의 위트에 넘쳐 있으면서도 풍자적인 작품들, 또는 스트라빈스키의 '어느 병사의 이야기'(L'Histoire du Soldat)와 흡사한 면이 있다. 그만큼 재미있는 풍자로 수놓아져 있으며 또한 사실에 입각한 이야기를 기본으로 삼고 있다. 오페라 '착한 병사 슈봐이크'에는 체코의 무곡, 미국의 블루스, 행진곡, 발라드, 봐일 스타일의 캬바레 음악, 그리고 1930년대의 재즈도 등장하여 일견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The Good Soldier Schweik 에서 Good 이라는 단어의 뜻은 통상적으로 군대에서 용감하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서 용감하다는 뜻은 영웅적인 전공을 세웠다는 뜻이 아니라 군대에서 남들이 하지 못하는 언행을 용감하게 한다는 뜻이 강하다. 즉, 상관을 조롱하며 군대를 비난하고 황제를 비꼬는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하기여 그것도 용감한 행동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The Good Samaritan 을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라고 번역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A Good Soldier 를 '착한 병사'라고 번역했다. '착한 병사 슈봐이크'는 말하자면 Catch-22, 또는 M*A*S*H 의 전신이라고 보면 된다.]
요셉 라다가 그린 요셉 슈봐이크. 대표적인 슈봐이크의 모습이다.
요셉 슈봐이크의 군대 계급은 우리식으로 보면 병장이다. 슈봐이크는 언제나 '올바른 일'을 하고자 한다. 그런 선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언제나 문제를 일으킨다. 다만, 어떤 경우에는 원하지도 않았는데 어쩔수 없이 그런 문제들이 생긴다. 슈봐이크의 행동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상관들을 골탕먹이는 일이다. 기득권 세력에 대한 도전이라고 보면 된다. '착한 병사 슈봐이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부조리주의 작가인 하세크의 풍자적인 유머의 산물들이다. 또한 당시 오스트로-헝가리제국에서 볼수 있는 사회상과 제국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인종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등장인물들은 대개의 경우 그들의 체코어 또는 독일어 방언이나 특이한 악센트로서 구별할수 있다. 어느 인종이냐는 것도 알수 있지만 어느 지역 출신이냐는 것도 알수 있다. 극장의 관중들이 그런 방언을 알아듣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번역하기도 어렵다. 주인공들은 체코어를 사용하지만 독일어난 폴란드어를 사용하는 등장인물들도 많다. 이들이 체코어를 한답시고 말하는 것들이 웃기지도 않는다. 악센트가 아주 강한 체코어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브로큰 체코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북한사람 포함)이 한국말을 하는 것을 보면 어색하고 이상하여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무튼 오페라에서는 체코사람이 아닌 사람들이 체코어를 말하기 때문에 웃기기도 하지만 체코사람들이 독일어를 말하는 것도 대단히 웃기므로 관중석에서 끊임없이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속어와 비어까지 등장하므로 재미가 더해질수 밖에 없다.
'착한 병사 슈봐이크'의 오페라 무대
이제 원작소설의 등장인물들을 비교적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실존인물들이다.
- 요셉 슈봐이크(Josef Schweik: Josef Švejk): 오스트로-헝가리제국군대의 병장. 군대에 들어가기 전에는 도둑질해서 가져온 개들을 사고파는 일을 했다.
- 팔리베크(Palivec): 프라하의 나 보이스티(Na Bojišti) 거리에 있는 주점 '우 칼리챠'(U Kalicha)의 주인. 팔리베크는 슈봐이크와 함께 주점의 벽에 걸려 있는 프란츠 요셉 황제의 초상화에 파리똥이 묻어 있다고 얘기를 나누는 바람에 브레트슈나이더에게 체포된다.
- 브레트슈나이더(Bretschneider): 오스트로-헝가리제국의 비밀경찰. 슈봐이크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혹시 반군주제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감시한다. 그는 슈봐이크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기 위해 일부러 슈봐이크에게서 훔쳐온 개 몇마리를 산다. 하지만 결국은 그 개들에게 잡아 먹힌다.
- 슬라비크(Slavík): 감옥소의 못된 간수장이다. 잔인하고 뇌물을 좋아한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그는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 시절에 감옥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 오토 카츠(Otto Katz): 군종신부이다. 술마시기를 좋아한다. 특히 성만찬용으로 준비해둔 포도주 중에서 좋은 것이 있으면 두말하지 않고 마셔버린다. 도박도 무척 좋아한다. 개신교였으나 다시 가톨릭으로 개종한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반유태주의적 생각을 가지고 있다. 슈봐이크는 카츠를 좋아했으나 나중에 카츠가 루카스 중위에 카드 게임에서 지는 바람에 루카스 소속의 당번병이 된다.
- 루카스 중위(Lieutenant Lukáš): 슈봐이크를 못살게 구는 지휘관이다. 남부 보헤미아 출신의 체코인이다. 작가 하세크가 실제로 오스트로=헝가리 제국 육군 제91사단에 복무했을 때 상관이었던 루돌프 루카스 중위를 모델로 했다. 소설 속의 루카스 중위는 여자들을 쫓아다니는 타입이지만 작가 하세크는 그를 동정하는 입장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하세크는 루돌프 루카스 중위를 존경하여서 그를 위해 여러 편의 시를 써주기도 했다.
- 프리드리히 크라우스 폰 칠러구트(Friedrich Kraus von Zillergu) 대령: 좀 덜 떨어진 오스트리아군의 대령. 부하들에게 쓸데 없는 설명을 해주는 습관이 있다. 예를 들면 온도계란 무엇이며 우표는 어떤 것인지를 장황하게 설명해 주는 바람에 부하들은 모두 피곤해 한다. 결국 부하들에게 도로포장이란 무엇이냐를 설명해 주다가 달려오는 마차에 치어 부상을 입는다. 개도둑질에 일가견이 있는 슈봐이크는 크라우스 대령의 개를 훔쳐서 직속 상관인 루카스 중위에게 선물로 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대령은 화가 치밀어서 루카스 중위를 전선으로 전출한다.
- 자그너(Sagner) 대위: 제91사단의 장교중의 한 사람으로 진정한 군인상이다. 슈봐이크가 포함되어 있는 돌격대대의 지휘관이다. 출세와 진급에 큰 관심이 있는 야심있는 사람이다. 알고보니 청년시절에는 체코애국운동을 했었다고 한다. 실제로 자그너 대위는 작가 하세크가 군에 복무할 때에 대대사령관이었다고 한다.
- 슈뢰더(Schröder) 대령: 제91사단의 못된 대령이다. 오스트로-헝가리제국군의 장교 중에서 독일어를 사용하며 뽐내는 전형적인 오만하고 고약한 장교이다.
- 유라이다(Jurajda): 대대의 취사병으로 심령강림술사이기도 하다. 입대하기 전에는 '비학자'(Occultist)라는 잡지를 발간했다. 부대에서 보통 때에는 전선에 나가는 것을 기피하기 위해 부인에게 편지를 써야 한다는 등 이유로 시간을 끌고 나가지 않았다. 편지에는 별로 쓸 것이 없어서 장교들 식사를 위해 매일 만드는 메뉴를 자세히 썼다.
- 덥(Dub) 소위: 덥은 체코의 교장선생이었다. 보충병 담당 장교로서 대대의 3중대장을 맡고 있다. 그는 군주제를 강력히 주장하는 사람이다. 친합스부르크적인 체코인으로서 보수적인 그는 소설에서 하세크가 가장 풍자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대상이다. 덥은 난처한 지경에 자주 등장하여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기가 일수있다. 예를 들면 사창가에서 술에 취한채 발견된다든지 또는 말을 타다가 떨어진다든지 하는 것이다. 슬라빅 언어에서 덥(Dub)은 영어의 덜(Dull)과 마찬가지 의미로서 미련하고 바보스럽다는 뜻이다.
- 바네크(Vaněk) 상사: 입대전에는 약사였다. 만사태평의 성격이지만 자기 이익만을 잊지 않고 챙기는 전형적인 고급하사관이다. 아무튼 군대생활을 최대한 편하게 지내자는 것이 목표이다.
- 마렉(Marek): 1년간 복무를 전제로 자원입대한 병사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하세크 자신을 모델로 삼았다고 할수 있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마레크는 하세크와 마찬가지로 어떤 자연사잡지의 편집장에서 쫓겨났는데 이유는 상상 속의 동물에 대한 기사를 썼기 때문이다. 자그너 대위는 그를 대대사 기록자로 임명했다. 그래서 그는 전우들을 위해 미리 영웅적인 죽음에 대한 기록을 쓰기도 했다.
- 보디카(Vodička): 슈봐이크의 친구로서 공병이다. 헝가리인들을 죽어라고 싫어하는 성격이다.
- 비글러(Biegler) 사관생도: 모피공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귀족 출신인 것처럼 행세하는 젊은 사관생도이다. 전쟁이 나자 사관생도들도 준장교로서 전선에 배치되었다. 너무나 군대생활에 철저하기 때문에 그의 상관들도 그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어느날 코냑을 너무 많이 마셔서 정신을 잃었는데 군의관들이 그를 콜레라 환자로 진단하여 병원에 강제로 입원시켰다.
- 타일레(Tayrle) 대위: 여단 부관으로 사령부의 장교중에서 대표적으로 증오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다. 천박한 농담을 즐겨하며 창녀들의 하나하나 경험하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다.
- 핑크 폰 핑켄슈타인(Fink von Finkenstein) 장군: 귀족출신으로 사악하고 타락한 오스트리아군 장군의 전형이다. 어떤 때 보면 미친사람과 같을 정도로 광기를 부린다. 프르체미슬 요새주둔군 사령관이다. 그는 부하들을 실로 잔혹하게 부린다. 슈봐이크가 잘못하여 러시아병사의 군복을 입고 있어서 적병으로 간주되어 체포되었을 때 전후사정도 들어보지 않고 러시아군복을 입은 병사들을 모두 처형하라고 명령했었다. 하지만 슈봐이크는 정체가 밝혀저 사형을 면했다.
- 테벨레스(Teveles) 하사: 은성무공훈장을 가지고 있는 병사이다. 보스니아 사람으로부터 돈 주고 산 것이다. 누구도 그의 본명을 모른다. 베오그라드 전투에서 실종된 테벨레스 하사가 자기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줄 알고 있다.
- 발룬(Baloun): 입대 전에는 방앗간을 경영했다. 슈봐이크가 루카스 중위의 당번병을 그만두게 되자 후임으로 온 병사이다. 발룬은 식탐을 하기 때문에 가끔 루카스 중위의 음식을 훔쳐 먹다가 걸려서 벌을 받는다. 발룬은 별로 먹을 것이 없을 때에는 빵을 굽기 위해 만들어 놓은 밀가루 반죽을 먹어 치웠으며 소시지 껍질같은 것도 즐겨 먹는다.
슈봐이크는 주점에서 주점 주인과 함께 프란츠 요셉 황제의 초상화에 파리똥이 묻었다고 말한 것이 비밀경찰에 적발되어 정치범으로 잡혀 감옥에 가게 된다.
[제1막] 1차 대전이 일어나기 전날이다. 슈봐이크는 자기 아파트에서 청소하는 아줌마인 뮐러부인과 오스트리아제국의 페르디난드 대공이 사라예보에서 암살당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그날밤, 주막에 놀러간 슈봐이크는 주막집 주인인 파리베크(Parivec)와 프란츠 요셉 황제에 대한 얘기를 나누나가 비밀경찰에게 들켜서 황제에 대한 불경죄로 체포된다. 감옥에 들어간 슈봐이크는 세명의 정신과의사로부터 여러가지 검사를 받는다. 그 정신과의사들이란 사람들은 그들의 정신에 이상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미쳐 있는 듯한 사람들이었다. 슈봐이크는 정신과의사들의 아무런 의미도 없고 이치에 맞지도 않는 질문들에 대하여 성실하게 답변한다. 슈봐이크의 대답도 역시 무의미하기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분명히 사리에 맞는 대답들이다. 정신이 나간 정신과의사들은 슈봐이크를 정신병자 수용소에 가두어 두어야 한다고 결정한다. 정신병자 수용소에 들어간 슈봐이크는 '이 곳에서는 무엇이든지 할수 있다. 마음대로 웃을수도 있고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를수 있다'고 소리친다. 이 말은 들은 다른 정신병 환자들이 오랫만에 모두 즐겁게 춤을 춘다. 정신병자 수용소장은 슈봐이크가 일부러 정신병자처럼 행동한다고 믿어서 그를 내 보낸다. 일반사람이 된 슈봐이크의 앞에 놓여진 것은 군대징집장이었다.
집에 돌아온 슈봐이크는 청소하는 아줌마인 뮐러 부인에게 군대에 징집되었다고 말한다. 슈봐이크는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심한 고통을 받고 있지만 군대에 가서 복무하겠다고 말한다. 슈봐이크는 뮐러 부인이 미는 휠체어를 타고 거리에 나선다. 그는 목발을 허공에 휘두르면서 '베오그라드로!'라고 소리친다. 사람들이 슈봐이크에게 박수를 보낸다. 슈봐이크는 신이 나서 더욱 목발을 휘두른다.
세명의 정신과의사들이 슈봐이크에게 무의미하고 이치에 맞지 않는 질문으로 검사하고 있다.
[제2막] 군대에 들어온 슈봐이크는 류마티슴 때문에 육군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군의관은 슈봐이크를 나이롱환자라고 의심한다. 군의관은 슈봐이크가 군대에서 전투에 참가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다리를 못쓰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군의관이 가만히 보니 육군병원에서 꾀병으로 입원해 있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다. 나이롱환자들은 부대에서 배급되는 환자식은 제쳐두고 다른 정크 음식들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다. 군의관은 이들이 전투에 참가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슈봐이크를 비롯한 다른 나이롱환자들은 병상에서 쫓겨나 또 다른 감옥과 같은 전방부대로 줄지어 행군하여 간다.
슈봐이크는 전방부대에서 군종신부의 당번병이 된다. 그러나 군종신부의 당번병도 잠시뿐이다. 슈봐이크는 군종신부가 헨리 루카슈(Henry Lukash) 중위와의 카드 게임에서 지는 바람에 중위의 당번병이 된다. 슈봐이크는 중위를 위해 나름대로 헌신적으로 봉사한다. 그로 인하여 중위의 집은 어느새 난잡하고 지저분한 곳으로 변한다. 이것이 헌병에게 발각되어 중위와 슈봐이크는 일선으로 배치된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는 슈봐이크
일선으로 가는 길에 루카슈 중위는 슈봐이크에게 마담 카코니이(Kakonyi)에게 러브 레터를 전달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면 절대로 안된다고 신신당부한다. 슈봐이크가 마담 카코니이의 집을 찾아가서 문을 두드리지만 마담은 문만 살짝 열어보고 아무 설명도 없이 슈봐이크가 가지고 있는 편지만 가로채려고 한다. 슈봐이크는 문을 열어주지 않는 여자가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편지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결국 슈봐이크와 마담 사이에 옥신각신하는 다툼이 일어난다.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슈봐이크와 마담이 다투는 모습을 구경한다. 슈봐이크는 끝내 편지를 손에 넣고서는 다시 빼앗기지 않기 위해 편지를 씹어 삼킨다. 마담이 고래고래 소리를 치지만 슈봐이크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오케스트라가 무대 뒤에 자리 잡고 있다.
루카슈 중위는 슈봐이크가 편지를 잘 처리한데 대하여 고맙다고 말하고 전선을 정찰하라고 명령한다. 장면은 바뀌어 최전선이다. 한 무리의 남루한 병사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들은 전쟁에서 아무런 의미 없이 죽어가는데 대한 허망함을 노래한다. '그들이 돌아올 때에 아무런 북소리도 없고...부대의 정문에는 깃발도 없다'는 내용이다. 최전선에 도착한 슈봐이크는 정찰하라는 명령을 거부한다. 그는 마침내 '나는 새들과 나비들이 있는 조용한 길을 택하리라. 나에게는 총이 필요 없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슈봐이크는 총을 벗어 지고 엉뚱한 길로 접어 들어 사라진다. 다른 병사들은 그가 멀리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쟁이 끝나서 귀향하는 장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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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로슬라브 하세크의 소설 '착한 병사 스비크' 소개]
야로슬라브 하세크
오페라의 줄거리는 원작소설과는 차이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원작 소설의 내용을 미리 이해하고 있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여 소개한다. 소설의 배경은 1차 대전중 여러 인종이 혼합되어 있으어 긴장이 끊이지 않고 있는 오스트로-헝가리 제국이다. 전쟁으로 민간인을 포함하여 1천5백만명이 죽었고 그중에서 오스트로-헝가리 군대는 1백만명이 죽었다. 그중에서 14만명은 체코출신의 병사들이었다. 야로슬라브 하세크는 이 전쟁에 참가하였고 그의 경험담을 '착한 병사 슈봐이크'에 담았다.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과 그들로 인한 여러 사건들은 하세크가 전쟁 중에 오스트로-헝가리 제국군의 제91 보병사단에서 복무할 때에 경험한 것을 배경으로 설정되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또한 넓은 의미에서 반전을 주제로 삼고 있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이 소설은 불합리하고 사리에 맞지 않는 풍자적이고 코믹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즉, 아무런 의미도 없는 전쟁을 풍자한 것이다. 이와 함께 군대내의 여러 모순, 특히 오스트리아군의 기강이나 사기가 형편없다는 것을 풍자하였다. 한편, 이 전쟁에 참가한 체코출신의 병사들도 그들이 무슨 이유로 충성심을 가져야 하는 하등의 이유가 없는 조국 체코를 위해 이 전투에 참가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도 설명했다. 하세크는 합스부르크 당국을 풍자하는 한편으로 가톨릭 성직자들의 위선과 부패에 대하여도 일침을 가하였다.
주인공인 요셉 슈봐이크(스베이크)는 이러한 주제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좀 모자라서 그런지 또는 정말 모자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슈봐이크는 계속적으로 군당국을 조롱하고 비난한다. 말하자면 자기의 미욱함을 피동적인 저항으로 표현한다.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그가 정말 모자란 사람인지 또는 일부러 바보 노릇을 하는 사람인지 확실하게 구별하기가 어렵다. 슈봐이크에 대한 그러한 성격 설정은 그가 러시아 군복을 입고 있기 때문에 자기편 병사들에게 오해를 받아 체포당하는 것으로 클라이막스를 이룬다.
스토리는 프라하에서 시작한다. 사라예보의 암살에 대한 뉴스가 전해지고 이어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함으로서 1차 대전이 시작되었다는 뉴스가 전해진다. 스베이크는 전쟁에 참가하여 충심으로 오스트리아 황제를 위해 헌신하는 행동을 보인다. 사람들은 그가 세상물정을 모르는 바보천치여서 그런지 또는 전쟁을 서서히 훼방하기 위해서 계산된 행동을 하는지 도무지 알수 없다. 그러던 차에 스베이크는 정치적으로 예민한 몇가지 코멘트를 하는 바람에 비밀경찰인 브레트슈나이더에게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스베이크는 미쳤다는 것이 입증되어 정신병자 수용소로 이감된다. 그러다가 얼마후 정신적으로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아 수용소에서 쫓겨난다.
집에 돌아온 스베이크는 류마티즘에 걸려 고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며 지낸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집안 일을 도와주는 아줌마에게 휠체어를 밀도록 하고 프라하의 모병 사무소로 간다. 그러한 모습을 보고 거리의 사람들은 큰 구경꺼리라도 생긴듯 구경한다. 군대에 입대한 스베이크는 불행하게도 황제를 위한 전투에는 참가하지 못하고 류마티즘을 치료받기 위해 군병원에 입원한다. 하지만 가짜 환자라는 판정을 받아 드디어 전선의 부대에 배치된다. 처음 배치된 부서는 군인교회로서 군종신부인 오토 카츠의 당번병으로이다. 그런데 카드게임을 좋아하는 카츠 신부는 같은 부대의 루카스 중위와 카드 게임을 하면서 돈이 떨어지자 스베이크를 내걸고 다시 게임을 하지만 결국 져서 스베이크를 잃는다. 스베이크는 루카스 중위의 당번병이 된다. 루카스 중위는 남부 보헤미아의 체스케 부데요비체(Ceske Budejovice)에 있는 대대로 전출된다. 스베이크는 부데요비체로 가는 기차를 놓치는 바람에 다른 병사들과 함께 걸어서 남부 보헤미아로 가는 긴 행군을 시작할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러다가 행군부대에서 낙오되는 바람에 부대를 찾아가지도 못하고 혼자서 방황하게 되고 적군의 스파이 또는 탈영병으로 오인되어 체포된다. 스베이크는 스파이도 아니고 탈영병도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그말이 통하여서 스베이크는 호송을 받으며 부데요비체에 있는 사단에 무사히 도착한다. 그리고 중대본부의 요원으로 진급한다.
슈봐이크(스베이크)가 미세스 뮐러의 도움으로 휠체어를 타고 길을 가면서 목발을 휘드르며 애국심을 보이고 있다.
스베이크의 부대는 저 멀리 갈리시아와 동부전선을 향하여 기차로 이동한다. 기차가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의 국경지대에 있는 어떤 작은 마을에 도착하였을 때 스베이크는 다시한번 체포된다. 이번에는 존경받는 헝가리 시민과 다투었고 거리에서 주먹질까지 벌였다는 죄목이다. 당시 오스트리아와 헝가리는 서로 아주 예민한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헝가리 사람들은 다른 인종들이 자기들을 얕보고 무시하는 것을 참지 못했다. 아무튼 헝가리 시민들과 싸워서 체포되었던 스베이크는 부대에서 적당히 처리하여 다시 모두와 함께 동부전선으로 기차여행을 계속한다. 동부전선의 어떤 호수가에 도착한 스베이크는 마침 러시아군의 군복이 버려져 있는 것을 보고 추운 김에 입고 있다가 러시아군으로 오해를 받아 이번에는 자기 군대에게 체포된다. 잠시후 스베이크가 러시아 병사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져 겨우 총살형을 면한다.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자기 부대를 겨우 찾아서 복귀한다. 하세크의 소설은 여기에서 미완성으로 끝난다. 그러므로 스베이크가 전투에 참가했는지 또는 참호 속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에 대하여는 더 이상 알수가 없다. 아마 러시아군에게 포로로 잡혀서 포로수용소에서 지내다가 전쟁이 끝나는 바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이 계속될 것이다. 왜냐하면 하세크 자신이 그렇게 해서 프라하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진짜 묘미는 스베이크를 통해 얘기되어 지는 여러 일화 및 비유에 있다. 가진자와 권세 있는자를 조롱하고 풍자하는 얘기들이 주제와는 직접적으로 관계없이 점철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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