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287. 레이 레이의 '시 쉬'(西施)

정준극 2011. 11. 22. 11:52

시 쉬(西施) - Xi Shi

베이징 국가대극원(國家大劇院)의 중국고전 서양오페라화의 첫 시도

음악 레이 레이(Lei Lei),  감독 차오 치징(Cao Qijing), 대본 주 징지(Zhou Jingzhi)

 

서시(소프라노 셴 나)와 오왕 부차(테너 순 리).

                       

중국의 미인 시쉬(서시: 西施)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시쉬는 중국 4대 미인 중의 하나이다. 참고로 중국 역사상 4대 미인이라고 하면 물고기가 미모에 감동하여서 헤엄치는 것을 잊었고 물에 비친 서시의 모습을 보기 위해 물 아래로 내려갔다는 서시, 기러기가 나는 것을 잊고 땅에 떨어졌다는 왕소군, 달이 부끄러워서 구름 뒤로 숨었다는 초선, 꽃이 부끄러워서 잎을 말아 올렸다는 양귀비를 말한다. 그중에서도 서시는 나라를 위해 자기를 희생한 구국의 영웅으로서 많은 존경을 받고 있다. 중국에는 '서시'라는 이름의 담배까지 있다. 중국 사람들은 서양에 '트로이의 헬렌'이 있다면 동양에는 서시가 있다고 자랑한다. 모두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의 미인이었다. 한 나라를 기울이게 만들 정도로 뛰어난 미모라는 뜻의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는 성어는 이로부터 생긴 것이다. 

 

고향을 그리는 서시. 소프라노 셴나.

                            

서시는 저장성 저라산(苧蘿山) 인근의 시골에 살면서 땔나무를 팔아 생계를 이어가던 여인이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월(유에: Yue: 越) 왕 구천(꿔우 지안: 句踐: Gou Jian)은 오(우: Wu: 吳)왕 부차(푸 차이: 夫差: Fu Chai)와의 전쟁에서 패하여 오왕 부차에게 이제는 절대로 대항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였으며 이어 3년에 걸친 노예생활을 하는 등 말할수 없는 치욕을 당한다. 월왕 구천은 그러한 치욕을 씻으려고 와신상담하기를 수년, 결국은 대부 종(種)의 책략에 따라 두 미녀인 시골에 살고 있는 서시(시쉬: Xi Shi: 西施)와 정단(쳉단: Zheng Dan: 鄭旦)을 데려와 아름다운 옷을 입히고 여러가지 기예를 가르친 후 재상 범려를 사신으로 하여 오왕 부차에게 바친다. 오왕 부차는 처음에는 월왕의 의도를 의심하지만 차츰 서시의 미모와 재능에 빠져서 헤어나지를 못한다. 보다 못한 충신 오자서(Wu Zixu: 伍子胥)가 서시를 내치라고 주장하며 노예로 있는 월왕 구천을 석방하지 말라고 계속 간언을 하자 오히려 구천을 석방하고 그 후에 오자서의 간언을 듣기 싫어하여 그를 죽인다. 월왕 구천은 오자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이제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여 기원전 473년에 군대를 이끌고 오나라로 쳐들어가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과거의 모든 원한을 설욕한다. 서시는 오나라가 멸망하자 궁궐에서 월나라의 옷을 입고 기다리면서 고국으로 돌아갈 희망을 갖는다. 그러나 월왕 구천의 왕비는 혹시 월왕이 서시의 미모에 반하여 정사를 돌보지 않고 자기를 내치지나 않을까 걱정하여 서시를 멀리 추방한다. 일설에는 서시가 자기의 임무를 다하였다고 생각하여 강물에 빠져 죽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오페라에서는 해피엔딩으로 방향을 돌려 놓았다. 즉, 서시가 월나라의 영웅으로서 존경을 받고 조용하게 여생을 보낸다는 내용으로 바꾸었다.

 

서시와 정단. 트로이의 헬렌들이다.

                          

베이징에 있는 국가대극원(National Center for Performing Arts: NCPA)은 계란과 같은 특이한 디자인과 규모로 가히 세계적인 연주회장으로 손꼽히는 건물이다. 2001년에 착공하여 2007년에 오픈한 극장이다. 천안문 광장의 인민정협(人民政協) 건물 옆에 자리 잡은 국가대극원은 오페라홀, 콘서트홀, 연극홀의 세 무대를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 오페라홀에서 2011년 12월 초에 중국의 고대전설을 서양 오페라로 만든 첫번째 케이스라는 오페라 '서시'를 공연한다. 국가대극원이 샹하이 오페라하우스와 협동하여 제작하는 공연이다. 오페라 '서시'는 마침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7차 국제연극 및 무용페스티벌에 즈음하여 무대에 올리는 것으로 했다. 유명한 차오 치징(Cao Qijing)이 감독을 맡았으며 음악은 유명한 레이 레이(Lei Lei)가 맡았고 대본은 주 징지(Zhou Jingzhi)가 맡았다. 주인공은 서시 역은 소프라노 센 나(Shen Na)가 맡으며 오왕 부차는 테너 순 리(Sun Li)가 맡는다. 대본을 맡은 주 징지는 이 오페라가 단순한 러브 스토리가 아니라 조국을 사랑하는 한 여인의 운명을 그리는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말했다. 국가대극원이 '서시'를 오페라로 제작키로 한 것은 '중국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여인의 이야기를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예술 형태인 오페라를 통해 구현하고 싶어서'라고 밝혔다. 물론 서양 오페라를 형태를 추구했다고 하지만 웬만해서는 보기 힘든 중국의 전통 악기들을 소개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 아닐수 없다. 또한 여러 종류의 무용을 등장토록 하여 흥미를 돋구고 있다.

 

 중국 고전무용으로서의 탭댄스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