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286. 아고스티노 스테파니의 '니오베'

정준극 2011. 11. 21. 17:05

니오베(Niobe)

Niobe, Regina di Tebe(테베의 여왕 니오베) - Niobe, Queen of Thebes

Agostino Steffani(아고스티노 스테파니)의 3막 오페라

 

아고스티노 스테파니(1654-1728)

 

오페라 '니오베'(Niobe)는 이탈리아의 작곡가 겸 외교관, 성직자인 아고스티노 스테파니(Agostino Steffani: 1654-1727)가 작곡한 3막 오페라이다. 1688년 뮌헨에서 초연되었다. 아고스티노 스테파니는 지금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대에는 대단한 명성을 떨쳤던 작곡가로서 헨델조차 그의 뛰어난 재능을 존경하고 찬사를 보낸바 있다. 스테파니의 '니오베'는 초연 이후 어찌된 일인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가 무려 거의 4백년이 지난 2008년에 '아, 이런 오페라도 있었구나'라는 감탄과 함께 독일 슈베칭겐 페스티벌(Schwetzinger Festspiele: Schwetzingen Festival)에서 비로소 다시 모습을 보였다. 슈베칭겐 페스티벌에서 니오베의 이미지를 새롭게 창조한 성악가는 소프라노 베로니크 젠스(Veronique Gens)였다. 오페라 '니오베'는 '테베의 여왕 니오베'(Niobe, Regina di Tebe)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다.  

 

니오베 역할의 소프라노 베로니크 젠스.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공연. 크레온테 역은 테너 레스틴 데이비스

                             

니오베 이야기는 오비드의 '변형'(Metamorphoses)에 나온다. 니오베 여왕은 어느때 자만심으로 신들을 경멸한다. 신들은 니오베를 벌주기로 하고 14명이나 되는 니오베의 아이들을 모두 죽이며 니오베를 커다란 바위로 만든다. 그로부터 '니오베'라는 단어는 자식을 잃고 한탄하는 어머니를 일컫는 말이 되었다. 지금의 터키 마니사 지방에 있는 시필루스(Sipylus)산에는 '니오베의 바위'라는 것이 있다. 자식들을 잃고 눈물을 흘리는 니오베의 모습이라고 한다.

 

'눈물을 흘리는 바위'. 터키의 시필루스 산에 있으며 니오베의 전설이 담겨 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니오베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니오베는 탄탈루스(Tantalus)와 디오네(Dione)의 딸이며 펠로프스(Pelops)와 브로테아스(Broteas)와는 자매간이다. 니오베의 아버지인 탄탈루스는 탄탈리스(또는 탄탈루스, 또는 시필루스)의 왕이었다. 시필루스라고 한 것은 오늘날 터키의 시필루스 산 아랫자락에 탄탈리스 성읍이 있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현재는 주후 1세기경의 유적들이 폐허가 된채 남아 있다. 한편, 현대의 고고학자들은 니오베가 터키의 아나톨리아 내륙에 있는 리디아에 살았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니오베가 문학에 등장한 것은 호머의 일리아드에서이다. 이에 의하면 니오베는 상당히 오만하고 자만심이 강한 여인으로 되어 있다. 어느때 니오베는 레토(Leto)를 멸시하는 말을 한다. 레토는 거인 코에스와 피비의 딸이다. 어느날 제우스의 눈에 띤 레토는 결국 제우스와 밀회를 거듭하여 임신을 한다. 그렇게 하여 태어난 아이들이 쌍둥이 아폴로와 아르테미스이다. 니오베에게 멸시를 당한 레토는 쌍둥이 아들인 아폴로와 아르테미스를 보내어 니오베의 아이들을 모두 죽인다. 아폴로는 남자 아이들 일곱명을 죽이며 아르테미스는 여자아이들 일곱 명을 죽인다. 니오베는 죽은 아이들을 파묻지도 못한채 9일간을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슬피 운다. 신들이 그 모습을 불쌍히 여겨서 니오베의 아이들을 땅에 파묻어준다. 이에 니오베는 고향인 시필루스로 돌아간다. 제우스 신은 니오베를 불쌍하게 여겨서 커다란 바위로 만든다. 바위로 변한 니오베는 매일을 눈물을 흘리며 지낸다. 훗날 다른 작가들은 그런 니오베를 다른 모습으로 그리기도 했다. 즉, 니오베는 테베를 세운 암피온(Amphion)과 결혼하여 테베의 여왕이 된다는 내용이다. 이제 스테파니의 오페라 '니오베'의 줄거리를 살펴보고 호머의 일리아드에 나온 이야기와 얼마나 다른지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오페라 '니오베'의 등장인물들을 소개코자 한다. 안피오네왕의 부인 니오베(S), 테베의 왕 안피오네(Anfione: S), 니오베의 유모인 네레아(Nerea: Contralto), 니오베를 홀로 사랑하는 클레아르테(Clearte: A), 알바니아 왕자 티베리노(Tiberino: Bar), 티베리노를 사랑하는 테베의 젊은 여인 만토(Manto: S), 만토의 아버지인 티레시아(Tiresia: Bar), 마법사 폴리페르노(Poliferno: B), 테살리 왕자 크레온테(Creonte: 카운터테너)이다.

 

 

[제1막] 나라를 다스리는데 지친 테베의 왕 안피오네는 부인 니오베에게 대신 나라를 다스리라고 위임한다. 안피오네 왕은 니오베를 도와 주라고 클레아르테를 임명한다. 클레아르테는 니오베를 사랑할수 없는 신세가 되자 숲으로 들어가 은둔생활을 하고 있었다. 니오베는 클레아르테를 설득하여 궁전으로 돌아오도록 한다. 니오베의 유모인 네레아는 클레아트라가 아직도 니오베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네레아는 이루지 못할 사랑을 하는 클레아트라를 위로한다. 알바니아의 왕자인 티베리노는 테베를 점령코자한다. 어느날 티베리노는 만토라는 젊은 아가씨가 못된 야수의 공격을 받는 것을 보고 만토를 구출해 준다. 만토는 라토나 여신을 섬기는 여사제이다. 티베리노 왕자와 만토는 즉각적으로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 만토는 티베리노를 자기의 아버지인 눈먼 사제 티레시아에게 소개한다. 티베리노 왕자는 만토가 살아온 과정에 대하여 궁금하게 여긴다.

 

 

마법사 폴리페르노의 도움을 받고 있는 테살리의 왕자 크레온테는 꿈에 니오베를 보고 그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쏟는다. 꿈에서 깨어난 크레온테는 꿈이 짧았음을 한탄한다. 마법사 폴리페르노는 크레온테에게 실제로 니오베의 사랑을 얻도록 도와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러자면 크레온테는 먼저 테베를 점령하고 안피오네 왕을 죽인 후에 니오베를 신부로 차지할수 있다. 한편, 테베의 왕 안피오네는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하모니 궁전으로 은퇴하여 지내고 있다. 니오베가 하모니 궁전을 찾아와 남편 안피오네를 사랑하고 있음을 다시 선언한다. 그때 클레아르테가 뛰어 들어와서는 테살리의 군대가 테베를 공격하고 있다고 전한다. 안피오네 왕은 전투준비를 한다. 니오베가 유모 네레아와 단 둘이 있게 되자 클레아르테는 니오베의 아름다움을 사모하여 사랑한다고 말하려고 하지만 용기가 없어서 그러지 못한다. 한편, 마법사 폴리페르노는 크레온테를 테베 궁전으로 들어가는 비밀 통로로 인도한다. 폴리페르네는 지하세계의 정령들을 불러내어 테베와 테베의 시민들이 얼마후에 파괴될 것이므로 미리 축하하자고 한다. 안피오네는 신하들과 병사들에게 적군에 맞서서 용감히 싸우자고 격려한다. 그가 힘차게 노래를 부르자 테베를 둘러싸고 있던 성벽이 높이 솟아오른다. 니오베는 이것이 안피오네가 기적을 행하였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안피오네를 신이라고 부르며 찬양한다. 눈먼 사제 티레시아가 니오베에게 자만하지 말것을 경고한다. 그러자 니오베가 티레시아를 경멸하며 모욕을 준다. 니오베의 모욕에 분노한 티레시아는 알바니아의 왕자 티베리노와 자기의 딸 만토와 함께 신들에게 복수하여 줄것을 소원한다. 티베리노와 만토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다. 축하의 춤이 뒤따른다.

 

눈먼 여사제 티레시아

                  

[제2막] 마법사 폴리페르노는 크레온테를 인도하여 테베의 궁전으로 침입한다. 그러면서 크레온테에게 니오베를 차지할수 있는 계획을 일러준다. 이들은 니오베를 도와주는 임무를 맡은 클레아르테를 만난다. 그러나 클레아르테는 오히려 폴리페르노와 크레온테의 편에 서는 듯한 입장이다. 니오베는 클레아르테에게 자기의 옆에 있으면서 테베의 왕좌를 지키라고 명령한다. 클레아르테는 왕좌에 앉아 마치 테베의 왕처럼 보인다. 이 모습을 본 안피오네는 처음에는 니오베가 클레아르테를 자기 대신에 테베의 왕으로 삼은 것이라고 생각하여 오해한다. 그러나 니오베는 안피오네에게 당신은 신과 같으므로 하늘의 보좌에 앉아야 하므로 지상의 왕좌에는 관심을 두지 말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니오베는 궁전의 여러 사람들에게 안피오네를 신으로 받들라고 명령한다. 마법사 폴리페르노는 안피오네를 마법의 힘으로 사라지게 만든다.

 

                       

눈먼 사제 티레시아는 알바니아 왕자 티베리노가 테베를 정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티베리노는 비참한 심정이 된다. 만토가 티베리노에게 다시한번 자기에 대한 마음을 확인해 달라고 하지만 티베리노는 지금은 사랑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피한다. 만토는 버림을 받았다는 느낌이다. 마법사 폴리페르노는 크레온테와 니오베가 만나는 계획을 추진한다. 머큐리로 변장한 플리페르노는 니오베를 인도하여 하늘나라로 올라간다. 니오베는 여기에서 군신 마르스로 변장한 크레온테를 만난다. 니오베를 만난 크레온테는 니오베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호소한다. 니오베는 그만 마르스(크레온테)의 용감하고 멋있는 모습에 그만 정신을 잃을 정도가 된다. 이때 눈먼 사제 티레시아가 안피오네에게 마법사 폴리페르노의 간계를 말해준다. 그리고 니오베가 펠리페르노의 거짓 환상에 속아서 크레온테에게 완전히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는 얘기도 해준다. 분노한 안피오네는 복수를 다짐한다. 한편, 클레아르테는 자기가 사모하던 니오베를 크레온테에게 빼앗긴 것 같아 탄식한다. 만토는 사랑한다고 다짐했던 티베리노가 차갑게 대하자 절망하여 니오베의 유모인 네레아에게 이같은 사정을 털어 놓는다. 네레아가 티베리노에게 사람이 그러면 되느냐고 책망하자 티베리노는 무슨 섭섭한 말을 그렇게 하느냐고 하면서 아직도 만토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네레아는 남자들이란 믿을 만한 존재가 되지 못한다는 점을 깨닫는다.

 

  

                      

[제3막] 크레온테와 니오베는 아직도 사랑의 기쁨을 즐거워하고 있다. 니오베는 자기도 모르게 열정을 이기지 못하여 정신을 잃는다. 폴리페르노가 뛰어 들어와 크레온테에게 신들이 크레온테의 사기극에 대하여 분노하여 복수코자 하니 어서 도피하자고 말한다. 크레온테는 아직도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니오베를 마지못해 놓아두고 자리를 피한다. 안피오네가 쓰러져 있는 니오베를 발견하고 정신을 차리도록 만든다. 그리고는 니오베가 완전히 속임을 당했다는 것을 얘기해 준다. 그 소리를 들은 니오베는 절망에 빠진다.

 

                    

만토와 티베리토는 다시 화해하여 행복하다. 티레시아는 라토나 사원에서 이들의 사랑을 축복한다. 만토는 라토나 여신에게 제사를 드린다. 니오베가 이를 알고 분노한다. 니오베는 자기야 말로 신이므로 자기만이 영광을 받아야 한다고 선언한다. 니오베는 라노타 신전의 제단을 파괴하고 라토나 여신의 두 아이들인 아폴로와 다이아나를 핍박한다. 이어 니오베는 클레아르테에게 명령하여 자기의 아이들을 승전축하에 참석토록 한다. 만토는 신들이 니오베에 대하여 복수할 것을 예언한다. 유모 네레아는 모든 것이 걱정되어 안절부절이다. 니오베는 자만심으로 신들의 처벌을 받는다. 갑자기 궁전에 대화재가 발생한다. 궁전이 파괴되고 그 틈에 클레아트레가 데리고 가던 니오베의 아이들이 불길에 싸여 모두 죽는다. 안피오네는 자기 아이들이 모두 죽은 것을 알고 더 이상 살기를 원치 않아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남편과 아이들의 죽음을 본 니오베는 그자리에서 절망 중에 바위로 변한다. 크레온테가 테베의 새로운 왕으로 선포된다. 그는 폴리페르노가 지나치게 술수를 행하므로 추방한다. 그리고 티베리노와 만토의 결혼을 축복한다.

 

 

니오베의 아버지인 탄탈루스(탄탈로스)는 타르타루스에서 영겁의 형벌을 받고 있는 인물로서 유명하다. 탄탈루스는 연못의 한 가운데 있지만 구부리지도 못하고 서 있어야 한다. 그래서 목이 말라서 물 한모금이라도 마시려고 하면 연못의 물은 어느덧 말라버린다. 탄탈루스의 머리 위에는 과일 나무의 탐스러운 가지가 걸쳐 있다. 그러나 탄탈루스의 손에 잡힐듯 말듯 걸쳐 있어서 배가 고파서 과일을 따 먹으려 해도 과일을 딸수가 없다. 탄탈루스는 그러한 형벌을 받았다. 탄탈루스는 펠로프스, 니오베, 브레테아스의 아버지이다. 탄탈루스는 제우스와 님프 플로우토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었다. 탄탈루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다른 영웅들, 즉 테세우스나 디오스코우로이와 마찬가지로 불멸의 신을 아버지로 두었지만 인간으로서 생활하는 존재였다.

 

탄탈루스는 물속에 있으면서도 물을 마시지 못하며 머리 위에 과일들이 있지만 따먹지 못하는 형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