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292. 미셀 반 데르 아아의 '아프터 라이프' - 사후

정준극 2011. 11. 25. 16:58

아프터 라이프(After Life) - 사후(死後)

Michel van der Aa(미셀 반 데르 아아)의 단막 실내오페라

 

미셀 반 대르 아아(1970-)

             

'당신의 생애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무엇이었습니까?'

이것은 미셀 반 데르 아아(Michel van der Aa)의 오페라 '아프터 라이프'(After Life)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이처럼 현대의 오페라는 우리에게 깊은 생각을 던져주는 일까지 맡아한다. 일본의 유명 영화감독인 히로카츠 고레에다(Hirokazu Koreeda: 是枝裕和: 1962-)의 동명 영화(일본에서는 부제로 Wonderful Life 라고 했음)에 기본을 둔 이 오페라는 이 세상에서의 존재를 천국에서의 영존으로 교환코자 하는 각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이 세상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천국에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귀중한 순간을 영화의 형태로나마 다시 살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그것을 영원으로 가지고 간다. 미셀 반 데르 아아는 무대에서의 액션과 영화를, 그리고 라이브 음악과 전자음향을 복합하여 단막의 실내 오페라 속에 복잡한 구조로 재현하는 시도를 하였다. 그같은 시도는 그의 오페라 '원'(One)에 충실히 표현되어 있다. 서로 다른 시간 비행기는 음악과 대사에 반영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휴매니스트적인 신앙을 그리려고 노력하였다.

 

사라와 아이단이 미스터 월터의 생애를 되돌아보는 영화를 보고 있다.

                    

'아프터 라이프'의 세계 초연은 2006년 6월 2일 암스텔담의 무지크헤보우(Miziekgebouw)에서 홀란드 페스티벌의 공식 오프닝에 즈음하여 있었다. '아프터 라이프'는 2009/2010년 시즌에 암스텔담, 런던, 리옹에서 리바이벌 되었다. 암스텔담에서는 네덜란드 오페라단(DNO)이 2009년 9월에 Het Muziektheater 에서 작곡자의 수정본을 가지고 공연하였다. 이 오페라단이 제작한 것은 이어 2010년 3월에 리옹 오페라가 공연하였다. 그리고 런던에서는 2010년 5월, Present Voices(금세기의 음성) 시리즈로 무대공연과 콘서트 연주의 공동형식으로 공연되었다. '아프터 라이프'는 6명의 솔로 성악가, 현악기와 피아노 앙상블, 사운드트랙, 영화로 구성된다. 6명의 솔로 성악가는 아이단(Bariton), 사라(Soprano), 미스터 월터(Bariton), 일라나(Mezzo Soprano), 취프(Soprano), 브리나(Alto)이다.

 

사라와 아이단. 

                                                              

'아프터 라이프'의 대강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세상에서 방금 죽은 사람들은 자기의 가장 간직하고 싶은 기억을 한가지 선택하여 천국에 가지고 갈수 있다. 사람은 죽어서 하늘나라에 가기 전에 1주일 동안 중간 지점에 머무르면서 하늘나라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첫 3일 동안은 가장 행복했던 순간, 또는 가장 기억에 남는 귀중한 순간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결정해야 하며 나머지 3일 동안은 중간정류장의 직원들이 각자가 선택한 기억을 단편영화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물론 중간정류장의 직원들은 방금 죽은 사람들이 가장 간직하고 싶은 기억을 선택하는데 도움을 준다. 젊은 아이단(Aidan: Bar)은 방금 죽어서 이 세상과 하늘나라의 중간에 있는 지점에 도착한 70세 먹은 노인인 미스터 월터(Mr Walter: Bar)가 가장 간직하고 싶은 기억을 선택하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을 맡는다. 아이단은 그 역할이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스터 월터는 비디오테이프로 자기의 생애를 되돌아 본다. 그가 본 것은 모두 실패 뿐이다. 미스터 월터가 비디오테이프를 볼 때에 스크린에 그의 젊은 부인인 키라(Kira)가 나타난다. 아이단은 키라에게 집착하게 된다. 아이단은 지금의 나이로 72세이지만 죽을 당시인 22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제 카메라 팀은 미스터 월터가 하늘나라에 가져갈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다. 아이단의 조수인 사라(Sarah: S)는 아이단이 스크린에 보이는 키라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질투를 한다. 아이단과 키라는 이성으로서의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라가 키라를 생각하는 아이단에게 현실을 들여다 보라고 권하고 있다.

                        

죽은 사람의 생애에 대한 레코딩이 만들어진다. 방금 죽어서 이곳에 온 사람은 자기의 생애를 보여주는 영화를 보고 자기의 생애 중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을 선택한다. 그런 후에 카메라 팀이 별도로 제작한 그 결정적인 순간에 대한 영화를 가지고 하늘나라고 간다. 아직 하늘나라에 올라가지 못하고 이 '중간 정류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일생동안 가장 간직하고 싶은 기억(또는 추억)을 아직 선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을 감시하는 사람이 대장(Chief: S)이다. 잊고 싶은 나쁜 기억만을 가지고 있는 일라나(Ilana: MS)는 가장 간직하고 싶은 기억, 또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을 선택하지 못하여서 제복을 입고 '중간 정류장'의 요원으로 근무해야 한다.

 

방금 죽은 사람이 이 세상과 하늘나라 사이에 있는 중간정류장에 와서 그곳 요원의 도움을 받아 자기 생애에서 가장 간직하고 싶은 기억과 가장 결정적인 순간을 선택하려고 애쓰고 있다.

                       

제작자(프로세서)라는 직분을 맡은 아이단도 아직 자기 생애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을 선택하지 못하여 이곳 '중간 정류장'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단은 그가 이 세상에 있을 때에 사랑했던 여자와의 관계를 가장 간직하고 싶은 기억으로 선택하지 못하여서 그대로 남아 있지만 아무 때든지 그런 순간을 선택한다면 하늘나라로 갈수 있다. 그가 그런 결정을 하지 못한 것은 그가 사랑했던 여자가 과연 그를 진정으로 사랑했었는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서이다. 그런한 때에 미스터 월터가 '중간 정류장'에 도착한 것이다. 미스터 월터는 아이단이 젊은 나이에 죽자 그가 사랑하던 여자와 결혼하여 지금까지 살다가 죽어서 이곳에 온 사람이다. 미스터 월터를 본 아이단은 다시금 그 여자에 대한 생각을 한다.

 

오페라 '아프터 라이프' 포스터

                          

'중간 정류장'의 요원들이 마스터 월터로 하여금 가장 간직하고 싶은 결정적인 순간을 선택하도록 그의 생애에 대한 영화를 보여준다. 그 영화 속에 아이단이 사랑했던 키라의 모습이 나온다. 미스터 월터는 아이단에게 실은 키라가 아이단을 잊지 못하고 지냈다고 얘기해 준다. 이제 아이단은 비록 영화 속에서지만 키라를 만난 것을 자기 생애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선택한다. 아이단은 사라를 뒤에 남겨두고 하늘나라로 향한다. 그러는 중에 영화 제작팀이 일하는 실제 모습을 보고는 마음이 바꾼다. 아이단은 이것이 그의 결정적인 순간이며 키라의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라야 말로 아이단의 생애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사라와 함께 지냈던 것을 결코 잊을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단은 떠나지만 사라는 아직 자기의 결정적인 순간을 선택하지 못하여 뒤에 남는다. 다음날 새로 죽은 사람들이 도착한다. 사라가 아이단의 역할을 대신한다.

 

아이단(로데리크 윌렴스)이 스크린에 나오는 키라의 모습을 보고 감회에 젖는다.

          

미셀 반 데르 아아는 이 오페라를 만들기 위해 실제로 여러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생애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인터뷰하고 그 아이디어를 오페라에 짜집기하듯 엮어 넣었다. 테싸(Tessa)라는 여자는 인종분리정책의 기잔 중에 남아프리카를 떠난 것을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말한다. 주울(Juul)은 나치를 피해 네덜랜드를 떠났다가 전쟁이 끝나고 다시 돌아온 것을 얘기한다. 10대의 플린트(Flint)는 그가 너무나 사랑했던 개를 다시 품안에 안고 있게 되기를 원한다. 이들이 내레이션은 드라마보다 더욱 실감이 나는 것이다.

 

이 세상과 하늘나라 사이의 중간정류장에서 방금 죽은 사람에 대한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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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시 오페라 '아프터 라이프'의 기본이 된 일본영화 '아프터 라이프'가 어떤 것인지 살펴보자. 코레에다가 감독한 영화 '아프터 라이프'는 이탈리아의 영화감독인 주세페 토르나토레(Giuseppe Tornatore: 1956-)가 1994년에 제작한 Una Pura Fromalita(순수한 격식: A Pure Formality)의 내용과 마찬가지로 방금 죽은 사람의 영혼이 하늘나라(Heaven)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머물며 처리되는 '중간정류장'(waystation)을 세트로 삼고 있다. 영화에서 '하늘나라'라는 것은 사람의 생애에서 가장 간직하고 싶은 하나의 기억 또는 추억을 말한다. 영화 '아프터 라이프'(일본에서는 완다푸루 라이푸루라는 부제가 붙어 있음)에서 영혼의 중간정류장은 낡고 초라한 여관, 또는 오래된 중학교 건물, 또는 노숙자를 위한 사회봉사 기관과 같은 장소로 표현되고 있다.

 

코레에다 히로카츠 감독의 영화 '아프터 라이프'의 포스터

                      

매주 마다 방금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이 여관같은 중간정류장에 체크인 한다. 중간정류장에는 마치 사회봉사 요원들과 같은 스태프들이 있어서 체크인한 영혼들에게 현재의 상황과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를 설명한다. 새로 죽은 사람들은 수요일까지, 즉 3일동안 중간정류장에 머물면서 각자 자기들의 생애에 있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또는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3일 동안에는 중간정류장의 스태프들, 즉 카메라 팀이 각자가 선정한 자기 생애에 있어서 가장 귀중한 순간을 단편영화로 제작하는 작업을 한다. 주말이 되면 그동안 만든 영화를 스크린을 통해 보여준다. 각자는 자기 자신의 생애에서 단 하나의 가장 귀중한 기억을 보게된다. 그런 후에 각자는 그 하나만의 기억을 간직한채 자기도 모르는 상태에서 영원 속으로 들어간다.

 

코레에다 감독의 영화 '아프터 라이프'의 출연진

 

스토리는 두 사람의 자문원에 대한 이야기로 돌고 돈다. 타카시(Takashi)와 시오리(Shiori)이다. 타카시는 방금 죽어서 올라온 어떤 노인이 단 하나의 결정적인 기억을 선택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맡는다. 이치로(Ichiro)라는 노인이다. 타카시는 이치로의 생애를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보다가 이치로라는 노인이 자기의 옛 약혼녀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타카시는 2차 대전 중에 전사하여 약혼녀와 결혼하지 못했다. 그런 관계에 있기 때문에 타카시는 이치로 노인의 영화를 제작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 그렇지만 옛 생각 때문에 괴로움을 당한다. 역시 중간정류장의 스태프인 시오리는 타카시에게 깊은 호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타카시가 옛 약혼녀를 생각하며 괴로워하자 시오리는 자기는 어떤 기억을 가지고 영원한 세계로 가야 할지를 재고한다.

 

리암 네쓴 주연의 영화 '아프터 라이프'의 포스터

 

2009년에 미국에서 제작된 공상과학공포영화인 '아프터 라이프'(After Life)도 있다. 장의사로는 리암 레슨(Liam Lesson)이 나오며 젊은 여교사 안나 역은 크리스티나 리치(Christina Ricci), 그의 남자 친구인 폴은 져스틴 롱(Justin Long)이 맡은 영화이다. 코레에다의 영화와는 차이가 있지만 아무튼 사후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여서 관심을 끌었다.

 

영화 '아프터 라이프'에서 교통사고를 당하여 죽은 안나를 장의사인 엘리엇(리암 레슨)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