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에타(Julietta) - 부제: The Dream-Book(몽서)
Bohuslav Martinů (보후슬라브 마르티누)의 실내오페라
보후슬라브 마르티누(1890-1959)
재미난 사실이 있다. 체코 출신의 마르티누는 교향곡보다 오페라를 더 많이 작곡했다. 11대 6이다. 그런데 그의 교향곡은 연주도 많이 되었지만 레코드로 만들어 진것도 상당히 많다. 적어도 다섯 번이나 전곡이 레코딩되었다. 하지만 오페라는 전편이 레코드로 만들어지기는 커녕 어느 것도 오페라극장에서의 일반적인 레퍼토리로 알려진 것이 없다. 겨우 초연이나 마치는 경우가 많았으며 계속 공연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마치 야나체크의 오페라와 같다. 야나체크의 오페라들은 레코드로는 여러번 만들어졌지만 세계 오페라극장에서의 표준 레퍼토리로서는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 르네 플레밍이 예누파를 공연했다는 소리를 들어본 일이 없으며 벤 헤프너가 '죽은 자의 집에서'에 출연했다는 소리를 들어본 일이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마르티누의 오페라도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어서 '그리스 수난'(Greek Passion)은 미국에서 거의 공연되지 않았다. 왜 그럴까? 그런데 여기 또 하나의 특별한 마르티누의 오페라가 있다. '줄리에타'이다. 마르티누 특유의 아름다운 음악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책외판원인 미셀
'줄리에타'의 대본은 마르티누 자신이 직접 썼다. 프랑스 작가인 조르즈 느보(Georges Neveux)의 소설 '줄리에트'(Juliette: 또는 La cle des songes: 꿈의 열쇠)를 바탕으로 만든 대본이다. '줄리에타'는 1938년 3월 16일 프라하 국립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영국 초연은 그로부터 꼭 40년 후인 1978년이었고 가장 최근의 공연은 1992년 독일의 빌레펠트 오페라(Bielefeld Opera)가 공연한 것이다. 마르티누는 프라하에서의 초연 이후 파리로 돌아와 지내면서 이 오페라의 음악 중에서 발췌하여 콘서트 작품인 '줄리에타로부터의 세개의 유고들'(Three Fragments from Julietta)을 만들 생각을 했다. 하지만 2차 대전이 일어나는 바람에 작업을 중단할수 밖에 없었다. 전쟁이 끝나자 그는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1959년에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작업을 계속하였다. 그렇게 하여 만들어진 스코어는 마르티누의 사후 분실되었다. 그러다가 2002년에 어떤 사람의 개인 소장한 문서중에서 피아노 스코어가 발견되었다. 알레스 브레지나(Aleš Březina)라는 사람은 이를 프라하로 가져가서 풀 오케스트라 스코어를 만들었다. 그런데 프라하의 출판사인 DILIA는 이미 '줄리에타로부터의 세개의 유고들'에 대한 오케스트라 스코어를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하여 출판사 보관의 스코어가 오리지널로 인정을 받아 2008년에 세계 초연되었다.
미셀은 언젠가 우연히 어떤 소녀의 노래를 듣고 그 소녀를 상상 속에서 사랑하게 된다.
오페라 '줄리에타'는 내용이 상당히 특이하여서 학자들은 이 오페라의 심리분석을 하기도 했다. 어떤 학자는 이 오페라를 마르티누의 생애에 비추어 분석하기도 했다. 과연 어떤 내용인가? 그 전에 우선 등장인물부터 살펴보자. 줄리에타(S), 미셀(Michel: T), 작은 아랍인(MS), 늙은 아랍인(B), 닭장사 여인(MS), 모피모자를 쓴 남자(B), 철모를 쓴 사람(Bar), 경찰관(T), 노인(B), 할아버지(B), 할머니(Cont.), 점장이(Cont.), 기억판매상(B-Bar), 첫번째 신사(S), 두번째 신사(S), 세번째 신사(S) 등이다. 오페라 '줄리에타'의 스토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미셀은 여러 그룹의 사람들을 만나서 줄리에타의 행방을 묻는다. 하지만 그들은 방금 전의 일도 기억하지 못한다.
미셀은 책외판원이다. 어느때 휴가중에 어떤 해변마을에서 어떤 소녀가 창문에서 노래하는 소리를 듣는다. 미셀은 그 소녀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한다. 급기야 미셀은 그 소녀를 만나기 위해 찾으러 나선다. 사실, 그 소녀는 기억의 환영(幻影)에 불과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셀은 그 소녀에 대한 한없는 사랑으로 그 소녀를 찾아 나선다. 미셀은 꿈 속에서 그 소녀를 찾아 나선다. 미셀은 그 소녀를 만났다고 생각되는 어느 해변의 마을에 도착한다. 그러나 그 마을이 사람들은 그 소녀를 알지도 못하거니와 도무지 아무런 기억도 없다. 그들은 자기들이 누구인지 모르고 있으며 그들이 어떻게 이 마을까지 오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무슨 기억이든지 생각해 내려고 애쓰지만 아무런 효력이 없다. 그러다가 미셀은 마을의 촌장으로 선출되기도 한다. 미셀은 줄리에타를 찾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여 촌장이 되는 것을 수락한다.
오페라의 대부분은 미셀이 이 그룹, 저 그룹의 사람들을 만나서 줄리에트의 행방을 찾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고해서 지루한 면은 보이지 않는다. 마르티누의 음악이 지루하다는 생각을 갖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미셀은 마침내 그가 갈망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알게 되지만 그가 만나는 사람들은 그를 만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 미셀은 마침내 줄리에타를 찾는다. 그러나 줄리에타가 진짜 사람인지, 또는 그의 상상의 산물인지 분명치 않다. 미셀은 꿈 속이라도 좋으니 줄리에타와 함께 있기를 원한다. 하지만 만일 꿈 속에 계속 남아 있는다면 영원히 진짜 세상에서는 살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셀은 번민 중에 만일 줄리에타를 총으로 쏘아 죽이면 더 이상 꿈 속에 있지 않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하여 줄리에타에게 총을 쏜다. 그러나 사태의 모호함 때문에 총을 맞은 줄리에타가 과연 죽었는지 어떤지는 분명치 않다. 나중에 미셀은 지각의 세상으로 갈수 있는 포인트인 매표소, 또는 '꿈의 중앙사무소'에 도착한다. 미셀은 만일 그가 꿈에서 도망가기 위해 깨어나지 않는다면 꿈세상에 영원히 갇혀 있게 된다는 경고를 받는다. 미셀은 꿈 속에 남아 있기로 결정한다. 오페라의 마지막은 주민들이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은 기억하지 못한채 다시 그들의 일상업무로 돌아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미셀의 꿈은 다시 시작된다.
미셀은 줄리에타가 실제 인물인지, 또는 상상의 산물인지를 분명하게 알지 못한다.
이 오페라는 초현실주의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관중들을 추측만이 가능한 세계로 초청한다. 마르티누는 오페라 작곡가로서 바그너 캠프던지 베르디 캠프에 속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캠프 중에서 어느 쪽에 더 가까우냐고 한다면 베르디 일것이다. 작곡 스타일은 아마도 모차르트를 닮았을 것이다. 각 넘버들이 모여 하나의 장면을 이루고 그 장면들이 하나의 악장(또는 연극의 막)을 이루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마르티누는 마치 스트라빈스키가 The Rake's Progress 에서 보여주듯 18세기의 파스티셰(다른 사람의 음악을 빌려와서 작품을 만드는 것)에 머물지는 않고 있다. 마르티누의 오페라에는 마르티누 특유의 교향적인 면모가 담겨 있다.
꿈의 세상에 남기로 결심한 미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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