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300. 헨리 페브리에의 '모나 바나'(Monna Vanna)

정준극 2011. 12. 2. 07:19

모나 바나(Monna Vanna)

Henry Février(헨리 페브리에)의 4막 오페라

 

헨리 페브리에(1875-1957)

 

15세기 피사(Pisa)는 이웃 플로렌스의 공격을 받는다. 플로렌스 군대의 사령관은 용병인 프린치발레이다. 프린치발레의 군대는 피사를 포위하고 압박한다. 피사의 운명은 풍전등화와 같다. 피사군의 사령관인 귀도(Guido)는 적장은 만일 귀도의 아내인 모나 바나(또는 조반나)가 속에 아무것도 입지 않고 만토만 걸친해 밤중에 적진으로 온다면 피사에 대한 공성(攻城)을 풀겠다는 제안을 한다. 모나 바나는 적장의 이같은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프린치발레라는 적장은 누구인가? 모나 바나의 남편인 귀도는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오페라 '모나 바나'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모나 바나'는 벨기에의 시인 겸 극작가인 모리스 매터를링크(Maurice Maeterlinck: 1862-1949)의 희곡이다. 모리스 매터를링크는 1911년도 노벨문학상을 받은 위대한 작가이다. 모리스 매터를링크는 친구인 헨리 페브리(Henry Février: 1875-1957)의 부탁을 받고 희곡 '모나 바나'를 오페라 대본으로 만들었다. 오페라 '모나 바나'는 1909년 1월 13일 파리의 국립음악원(Académie Nationale de Musique: 현재의 파리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모나 바나'가 초연된 파리국립음악원. 현재의 파리오페라의 아름다운 모습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귀도 콜로나(Guido Colonna: B)는 피사 수비군의 사령관이다. 조반나(모나 바나: S)는 그의 아름다운 부인이다. 마르코 콜로나(Marco Colonna: Bar)는 귀도의 아버지로서 피사에서 명망 높은 인물이다. 프린치발레(Prinzivalle: T)는 플로렌스의 용병대장으로 모나 바나를 사모하는 인물이다. 트리불치오(Trivulzio: B)는 플로렌스 공화국의 원로원이다. 보르소(Borso)와 토렐로(Torello)는 귀도의 부관들이다. 베디오(Vedio: T)는 프란치발레의 비서이다. 이밖에 귀족들, 병사들, 농부들이 합창단 멤버로서 등장한다.

 

프린치발레 역의 바니 마르쿠(Vanni Marcoux)

 

플로렌스(피렌체)는 몽상가이며 플라토니스트(Platonist)이고 미의 찬미자이다. 그는 어린 시절에 모나 바나를 만나 그때부터 모나 바나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여 왔다. 그러나 모나 바나는 비록 프린치발레가 자기의 마음을 감동시켰으나 곧 잊어버리고 훗날 피사의 귀족인 귀도 골로나와 결혼하여 조용하게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모나 바나를 잊지 못하는 프린치발레는 피사에게 연락하여 만일 모나 바나가 밤에 다른 옷은 하나도 입지 않고 만토만 입고서 자기의 막사를 찾아온다면 포위로 인하여 굶주리고 있는 피사의 백성들에게 식량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한다. 적군의 대장이 누구인지 모르는 모나 바나는 피사의 백성들을 위해 그같은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귀도는 적군의 대장이 프린치발레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가 예전에 모나 바나를 사랑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성품이 고상하고 순수하다고 생각되는 귀도는 모나 바나의 명예가 백성들 때문에 희생된다고 생각한다. 귀도는 모나 바나가 만토만 입고 밤에 적장을 만나러 간다고 하자 처음에는 모나 바나가 피사를 위해 적진에 가서 적장을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믿고 놀라지만 나중에는 적장과의 화해를 구하기 위해 간다고 하자 '세상의 어느 부인도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분노하고 '우리들의 사랑은 다만 거짓이었도다'라고 말하며 모나 바나를 지하감옥에 감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귀도는 모나 바나를 마치 자기의 소유물인듯 취급한 것이다. 귀도는 실제로 모나 바나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다.

 

다니엘 가브리엘 로세티가 그린 모나 바나

 

드디어 모나 바나가 어두운 밤에 만토만 입고 적장인 프린치발레의 막사를 찾아온다. 모나 바나를 본 프린치발레는 반가운 마음을 억제할수 없으나 모나 바나의 손가락 하나도 건드리지 않는다. 모나 바나는 프린치발레가 두 사람이 오래전 장미꽃 향기가 짙은 베니스의 정원에서 어떻게 하여 처음 만났는지에 대하여 얘기를 하자 그제야 어렴풋이 프린치발레를 기억한다. 당시 프린치발레는 12살이었고 모나 바나는 8살이었다. 모나 바나는 과연 자기가 정신적으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 본다. 모나 바나는 물질적으로는 부족함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과연 그것만이 전부인가를 생각해 본다. 어느덧 새벽이 된다. 프린치발레는 모나 바나의 이마에 단 한번의 가벼운 키스를 한 후에 모나 바나의 안전을 위해 자기가 직접 피사까지 함께 간다. 그리고 프린치발레는 약속대로 피사의 굶주린 시민들을 위해 많은 식량을 보낸다. 피사의 시민들은 더 이상 굶주리지 않게 된다. 피사의 시민들은 모나 바나의 헌신적이면서도 고귀한 행동을 높이 치하하고 프린치발레의 지원을 찬양한다. 귀도의 마음은 기쁘지 않다. 귀도는 모나 바나가 피사를 떠나 적진에 가서 있는 밤새도록 복수만을 생각하며 보냈다. 피사의 궁전에 돌아온 모나 바나가 사람들에게 자기가 적진에서 아무런 해도 입지 않고 무사히 돌아왔다는 얘기를 하지만 귀도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귀도는 모나 바나를 데리고 온 사람이  다름아닌 프린치발레인 것을 알고 이번 기회에 아예 그를 없앨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귀도는 모나 바나가 피사를 위해 일부러 적장을 유인하여 데려 온 것으로 생각하여 모나 바나야 말로 구약 성경에 나오는 유딧(Judith)나 로마의 전설에 나오는 루크레티아(Lucretia: Lucrece)보다 더 위대한 인물이라는 생각을 한다. 모나 바나는 남편 귀도를 살아서 다시 만나게 되어 무척 행복하다. 그러나 귀도는 분명히 어제 밤에 모나 바나가 적장 프린치발레와 육체적인 관계를 가졌을 것으로 짐작하여 모나 바나를 가까이 오지도 못하게 한다. 그런 줄도 모르고 모나바나는 귀도와 여러 사람에게 어제 밤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진실을 얘기하겠다고 말한다. 모나 바나의 말 한마디에 죽음과 삶이 달려 있다. 모나 바나는 프린치발레가 자기를 손가락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귀도는 그럴수가 없다고 하며 프린치발레와 모나 바나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한다. 귀도의 그런 생각을 들은 모나 바나는 귀도가 제 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점차 프린치발레를 사랑하는 마음이 솟아 오른다. 드디어 귀도는 부하들에게 명령하여 프린치발레를 지하감옥에 가두고 고문토록 한다. 모나 바나는 프린치발레를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나 바나는 귀도에게 자기가 대신 프린치발레를 고문하겠다고 나선다. 귀도는 모나 바나가 프린치발레에게 복수를 하려는 줄 믿고 지하감옥의 열쇠를 준다. 지하 감옥으로 프린치발레를 찾아간 모나 바나는 프린치발레의 마음 속에서 진실한 사랑을 발견한다. 얼마후 두 사람은 지하 감옥을 탈출하여 함께 새로운 세상을 향해 사라진다.

 

원작에는 프린치발레와 모나 바나가 지하 감옥에 갇혀서 운명을 함께 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으나 작곡자인 앙리 헤브리에는 제4막을 추가하여 프린치발레와 모나 바나가 새벽에 지하 감옥에서 탈출하는 것으로 스토리를 추가하였다. 해피엔딩을 추구한 것이다. 또한, 스토리를 되도록이면 간략하게 설명하느라고 귀도의 아버지인 마르코 등의 역할에 대하여는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전체 플롯에서 마르코의 역할은 결코 과소평가할수 없다. 무엇보다도 마르코는 프린치발레를 이해하고 그를 동정하며 모나 바나와의 사랑을 진실한 것으로 믿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