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302. 샤를르 구노의 '가짜 의사'

정준극 2012. 1. 17. 20:16

가짜 의사(Le médecin malgré lui: 억지로 된 의사)

The Doctor in spite of himself - The Mock Doctor

샤를르 구노(Charles Gounod)의 오페라 코믹

 

샤를르 구노

 

르 메디신 말그레 뤼(Le médecin malgré lui: 억지로 된 의사: 가짜 의사)는 '파우스트'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유명한 샤를르 구노(1818-1893)이 작곡한 3막의 오페라 코믹이다. 비극적인 테마를 즐겨할 것이라고 생각되던 구노가 코믹 오페라를 만들었으니 일단은 관심집중이다. '가짜 의사'의 프랑스어 대본은 쥘르 바르비에르(Jules Barbier: 1825-1901)과 미셸 캬레(Michel Carré: 1821-1872)가 썼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극작가인 몰리에르(Molière: Jean-Baptist poquelin: 1622-1673)의 동명 극본을 바탕으로 삼았다. 오페라 '르 메디신 말그레 뤼'는 1858년 1월 15일 파리의 테아트르 리릭(Théâtre Lyrique)에서 초연되었다. 몰리에르의 연극을 주로 공연하던 코메디 프랑세(Comédie-Française: 또는 Théâtre-Français)는 이 오페라의 대사 및 노래 가사들이 몰리에르 원작의 것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 많으므로 저작권을 내세워 공연 중지를 위해 노력하였으나 성공하지는 못했다. 오페라 '르 메디신 말그레 뤼'는 1872, 1886, 1902, 1938년에 오페라 코믹에서 리바이벌되어 인기를 끌었다. 이어 1862년에는 함부르크, 스톡홀름, 바르샤바 등지에서 공연되었고 1865년부터 1891년 사이에는 영국의 여러 곳에서 공연되었다. 이후 이 오페라는 거의 공연이 되지 않고 있었으며 다만 영국의 BBC와 프랑스 라디오에서 1950년대와 1970년대에 간헐적으로 방송을 위해 공연하여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게 되었다. 최근인 2004년에는 예일대학교의 프랑스어 학과가 예일오페라단과 공동으로 코네티컷주의 뉴 헤이븐에서 공연한바 있다. 하지만 오리지널에 비하여 레시타티브 파트를 상당 부분 수정하였다. 수정된 레시타티브 파트는 에릭 사티(Eric Satie)가 작성했다.

 

몰리에르의 연극 포스터

               

주요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스가나렐(Sganarelle: Bar)은 벌목을 하는 나뭇꾼이다. 마르탱(Martin: MS)은 그의 아내이다. 제롱트(Géronte: B)는 부유한 귀족이며 그의 딸이 뤼신드(Lucinde: S)이다. 레안드르(Léandre: T)는 뤼신드를 사랑하는 청년이지만 가난하기 때문에 제롱트는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한다. 뤼카(Lucas: T)는 제롱트의 하인이며 자클린(Jacqueline: MS)은 그의 아내이다. 그리고 발레르(Valère: Bar)는 제롱트의 집사이다. 무대는 프랑스의 어느 산골마을이며 시기는 17세기이다.

 

가짜 의사인 스가나렐이 제롱트 저택의 하녀인 자클리느와 수작을 벌이고 있고 자클리느의 남편인 뤼카가 그를 말리고 있다. 그림.

                  

제1막. 스가나렐은 맨날 술에 취해 있는 벌목꾼이다. 하지만 성격이 못되어서 부인인 마르탱을 제멋대로 대한다. 마르탱은 그런 남편이 못마땅해서 언젠가는 혼내주려고 벼르고 있다. 마침 부유한 귀족인 제롱트의 집사인 발레르와 하인인 뤼카가 의사를 찾기 위해 숲 속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스가나렐의 집에까지 오게 된다. 이들이 의사를 찾는 이유는 제롱트의 외동 딸인 뤼신드가 갑자기 벙어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뤼신드는 사랑하는 레안드르가 가난하기 때문에 결혼하지 못하고 대신 생판 모르는 사람과 결혼하라는 강요를 받자 일부러 벙어리가 되어 무언의 반항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줄도 모르고 제롱트는 집사와 하인을 시켜 용한 의사를 찾아오라고 했던 것이다. 스가나렐의 부인인 마르탱은 평소에 남편이란 작자가 술에 취해서 살고 있고 자기를 못 살게 굴고 있기 때문에 얼핏 아이디어를 내어 이번에야 말로 스가나렐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 주고자 한다. 마르탱은 의사를 찾으러 온 집사와 하인에게 스가나렐이 용한 의사라고 소개하고 다만 간혹 술을 마시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므로 그럴 때에는 몽둥이 찜질을 하면 정신을 차리고 무슨 병이든지 고쳐 준다고 말한다. 집사 발레르와 하인 뤼카는 기뻐하며 스가나렐을 데려가고자 한다. 그러나 스가나렐은 아직도 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발레르와 뤼카는 마르탱의 조언대로 몽둥이를 들어 스가나렐을 때리며 어서 정신을 차리고 뤼신느 아가씨의 병을 고치러 가자고 다그친다. 졸지에 몽둥이 찜질을 받은 스가나렐은 영문도 모른채 이들에게 끌려 제롱트의 저택으로 간다.

 

'가짜 의사'의 무대. 현대적 연출

            

제2막. 제롱트의 저택이다. 제롱트의 아름다운 딸인 뤼신느를 사랑하는 레안드르가 뤼신느의 방 발코니 아래에서 세레나데를 부르며 사랑하는 마음을 간절히 전한다. 레안드르의 세레나데를 들은 제롱트는 뤼신느의 유모인 자클린(하인 뤼카의 부인이기도 하다)에게 뤼신느는 부자집 사람과 결혼해야 하며 레안드르와 같은 가난뱅이와는 절대로 결혼시킬수 없다고 말하고 행여 서로 만나는 것을 주선했다가는 경을 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편, 억지로 이곳까지 끌려온 스가나렐은 만일 의사 흉내를 내지 않을 것 같으면 계속 몽둥이 찜질을 받을 것 같으므로 억지로 의사 흉내를 낸다. 스가나렐은 넌센스 의학용어를 뱉으며 의사인체 하며 뤼신느의 병을 고치겠다고 나선다. 포복절도의 장면이다.

 

스가나렐과 마르탱과 뤼신느

           

제3막. 레안드르는 갑자기 웬 의사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뤼신느의 벙어리 병을 고치겠다고 하자 그 의사를 통하면 뤼신느를 만날수 있다고 생각하여 의사의 조수르 가장키로 한다. 스가나렐로서도 웬 준수하게 생긴 청년이 자기 조수가 되어 도와주겠다고 하니 잘만 하면 가짜가 들통이 나지 않고 위기를 모면할수 있을 것 같아서 오히려 고맙게 생각한다. 레안드르는 약사로 변장하고 가짜 의사 스가나렐과 함께 뤼신느를 만나러 간다. 레안드르는 가짜 의사 스가나렐이 제롱트와 엉터리 대화를 나누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만드는 사이에 기회를 보아서 뤼신느와 함께 멀리 도망갈 생각이다. 스가나렐이 뤼신느의 방으로 가기 전에 자클린을 만나 서로 시시덕거리는 장면도 일품이다. 레안드르가 가짜 의사인 스가나렐과 함께 뤼신느의 방에 들어서자 뤼신느는 함께 온 약사가 레안드르인 것을 당장 알아차리고 기쁜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어 말을 하기 시작한다. 순간, 제롱트는 이 모든 것이 속임수인것을 깨닫고 그 원인은 가짜 의사 스가나렐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스가나렐을 사기죄로 재판에 붙이고 교수형에 처하고자 한다. 그때 레안드르에게 누가 소식을 전해온다. 레안드르의 삼촌이 레안드르에게 막대한 재산을 상속했다는 소식이다. 그 소식을 들은 제롱트는 레안드르와 뤼신느의 결혼을 반대할 하등의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가나렐을 벌주지 않기로 한다. 마르탱이 나타나서 남편 스가나렐로 인하여 뤼신느가 말을 하게 되었으며 멀리 도망가려던 레안드르를 스가나렐이 보살펴 주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스가나렐은 부인 마르탱을 못살게 굴었던 것을 뉘우치고 용서를 빈다. 모두 행복하다.

 

사가나렐과 마르탱의 언쟁

 

구노의 '가짜 의사' 음악은 경쾌하고 센티멘탈하지 않아서 음악가들이나 평론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베를리오즈는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 베를리오즈는 '구노의 가장 훌륭한 작품 중의 하나이다. 구노는 우아한 음악가이다. 챔버 드라마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 오케스트라에 대하여도 깊은 배려를 하였으며 균형있는 센스를 보여주었다.'라고 말했다. 구노는 그의 과거 작품에서 몇 가지 멜로디를 가져와서 사용했다. 말하자면 파스티셰라고 할수 있다. 2막에서의 레안드르의 세레나데, 2막 마지막에서의 행진곡 등은 구노가 과거에 작곡했던 멜로디를 가져와 사용한 것이다. 몰리에르의 '가짜 의사'는 너무 유명해서 다른 사람들도 오페라로 만들었다. 프랑스의 작곡가, 극작가인 마크 안투안 마델레이느 데소지에(Marc-Antoine Madelene Desaugiers: 1772-1827)이 동명의 오페라를 작곡했으며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테너, 합창지휘자인 야콥 하이벨(1762-1826)도 동명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그리고 파리 출신의 장 알렉산드르 페르디낭 푸아스(Jean-Alexandre-Ferdinand Poise: 1828-1892)라는 작곡가도 '르 메디신 말그레 뤼'라는 타이틀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스가나렐과 마르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