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소프라노 대분석

디바의 자격

정준극 2011. 12. 15. 07:04

디바의 자격(The Qualifications of the Diva)

 

어떤 자격을 갖추어야 디바라고 불러도 당연할까? 영국의 오페라평론가 그룹인 라 치에카(La Cieca)는 최근 다섯가지 카테고리를 내걸고 이에 합당한 오페라 성악가들을 '디바'로 선정하였으며 또한 각 범주에서 누가 가장 뛰어난 '프리마 돈나 아솔루타'인지를 평가하였다. 다섯가지 카테고리란 1) 이미지 표현성(감정의 전달성) 2) 음악성 3) 예술성 4) 연기성(감동을 주는 연기) 5) 대중성(세간의 평과 후원)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에 의하여 지난 25년간(4반세기간) 활동한 오페라 성악가 중에서 디바라고 인정해도 이의가 없을 성악가 12명을 선정하였다. 마리아 칼라스 이후 시대의 성악가들이라고 보면 된다. 현재 이들은 연로하여서 거의 활동을 하지 않고 있거나 혹은 이미 타계하였다. 그러나 이들이 남긴 놀라운 전설들은 아직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우선은 12명을 선정했지만 만일의 경우를 위해 2명을 추가로 선정하였다. 르네 플레밍(Renee Fleming: 1959-. 미국 인디애나주)과 카리타 카바이반스카(Karita Kabaivanska: 1934- 불가리아 부르가스)이다.

 

'람메무어의 루치아'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호주출신의 조앤 서덜랜드

 

힐데가르드 베렌스(Hildegard Behrens: 1937 독일 Varel -2009 토쿄)

몽세라 카바예(Montserrat Caballe: 1933-. 스페인 바르셀로나)

레진 크레스팽(Regine Crespin: 1927 프랑스 마르세이유-2007 파리)

미렐라 프레니(Mirella Freni: 1935-. 이탈리아 모데나)

매릴린 혼(Marilyn Horne: 1934-. 미국 펜실베이니어주 브래드포드)

크리스타 루드비히(Christa Ludwig: 1928-. 독일 베를린)

제씨 노만(Jessye Norman: 1945-.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레온타인 프라이스(Leontyne Price: 1927-. 미국 미시시피주 로렐)

레오니 리자네크(Leonie Rysanek: 1926 비엔나 -1998 비엔나)

레나타 스코토(Renata Scotto: 1934-. 이탈리아 사보나)

조앤 서덜랜드(Joan Sutherland: 1926 호주 시드니-2010 스위스 몽트로)

타티아나 트로야노스(Tatiana Troyanos: 1938 미국 퀸스-1993 뉴욕)

 

 

힐데가르트 베렌스                             몽세라 카바예 

 

레진 크레스팽                                  미렐라 프레니 

  

마릴린 혼                                        크리스타 루드비히 

 

제씨 노만                                        레온타인 프라이스 

 

레오니 리자네크                               레나타 스코토 

 

조앤 서덜랜드                                 타티아나 트로야노스

 

 

르네 플레밍                                      라이나 카바이반스카

 

1) 이미지 표현성(감정의 전달성): 자기가 맡은 배역(주인공)의 이미지와 성격을 관중들에게 분명하게 전달하는 능력을 말한다. 두말하면 잔소리이겠지만, '줄리엣'을 맡았으면 줄리엣에 대한 이미지와 줄리엣의 성격을 관중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여 공감토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엉뚱하고 이상한 이미지를 전달한다면 그 공연은 실패이다. 체격과 얼굴 모습은 사실상 큰 문제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리(음성)이다. 성악가는 소리로서 승부한다. 아무리 연기를 잘하고 감정표현을 잘 한다고 해도 소리가 나쁘면 실망을 준다. '람메무어의 루치아'에서 루치아는 16세의 소녀이다. 그 역할을 아주머니처럼 생긴 조앤 서덜랜드가 맡아 할때 사람들은 루치아라는 소녀적인 이미지를 생각하여 조앤 서덜랜드를 보고 '저 아주머니는 누구시더라?'라며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조앤 서덜랜드가 달리 조앤 서덜랜드인가? 루치아의 이미지와 감정을 훌륭하게 전달하였을뿐만 아니라 음성에 있어서는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으니 조앤 서덜랜드의 '람메무어의 루치아'가 성공을 거두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디바들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때에는 그야말론 혼신을 다한다.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노래한다. 그러다보니 대체로 샵(#)이 되는 경우가 있다. 감정적인 표현이 뛰어나지 않았다면 샵이 되기가 어려우므로 샵이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감정의 표현이 훌륭했다는 얘기로 볼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는 레오니 리자네크이다. 만일 레오니 리자네크에 대하여 '레오니는 오늘밤 노래를 부를 때 샵이 많이 되었어'라고 한다면 그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를 불렀다는 의미이다. 디바라고 해서 모든 면에 완벽한 것은 아니다. 실수도 있고 실패도 있다. 우리는 인간적인 면에서 결코 완벽하지 않은 디바들을 보아야 할 것이다. 12명의 디바들이 감정의 전달에 있어서 모두 뛰어났지만 그중에서도 레오니 리자네크가 가장 뛰어났다. 그 다음은 레나타 스코토, 또 그 다음은 타티아나 트로야노스였다.

 

2) 음성: 가장 뛰어난 음성과 음악성을 가지고 있는 디바는 누구일까? 영광의 월계관은 레온타인 프라이스에게 돌아갔다. 매력이 있는 빛나는 음성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모범(파라곤)이었다. 프라이스는 아침 5시 반에 일어나서 연습을 하더라도 정말로 빛나고 아름다운 하이 D 플랫을 힘들이지 않고 냈다. 프라이스 다음으로 가장 뛰어난 음악성을 가지고 있는 디바는 조앤 서덜랜드, 그 다음으로는 몽세라 카바예가 선정되었다. 두 사람 모두 모습과는 달리 정말 아름다운 음성을 가지고 있었다.

 

3) 예술성: 예술성의 정도를 논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오페라 출연을 예술성과 연관하여 생각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오페라는 스토리에 따라 진전되는 연극이기 때문이다. 한가지 간단한 사실은 오페라에 출연하여 자기의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자기의 모습은 철저하게 가리고 스토리 속의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연극에서는 머펫 페이스(Muppet face)라고 부른다. 자기와는 완전히 다른 살아 있는 인형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찌보면 그것이 예술성의 첫 걸음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예술성이 많은 디바는 레나타 스코토로 결정되었다. 다음은 크리스타 루드비히, 다음은 레오니 리자네크였다.

 

4) 연기성(Iconiuc moment): 감동을 주는 연기력은 레온타인 프라이스를 따라 갈 디바가 없다고 한다. 다음이 조앤 서덜랜드, 다음이 레오니 리자네크이다. 이들의 연기는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순수한 것이다. 가식이 없다. 혼신의 힘으로 주인공의 이미지를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5) 대중성(Cult status): 최근 르네 플레밍은 '피플의 디바'(The People's Diva)라는 호칭을 얻었다. 아마 르네 플레밍의 홍보요원들이 그렇게 부르기로 했던 것이고 르네 플레밍도 과히 싫지 않아서 수락을 했던것 같다. 그러나 디바라는 호칭은 거리의 택시 운전사들 조차 주저함 없이 존경의 표시로 그 이름을 말 할수 있는 오페라 성악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어떤 디바는 참으로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매력이 있다. 타티아나 트로야노스는 그런 디바 중의 한 사람이다. 디바가 무대에서가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사랑과 존경을 받을수 있다면 그는 이미 대중성에서 높은 점수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러 사람들을 시켜 자기를 선전하는 디바는 그 생명이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부정한 행동을 했던 디바는 언젠가 그 보상을 받는다.

 

'장미의 기사'에서 옥타비안 역의 타티아나 트로야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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