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소프라노 대분석

디바 음식 5선

정준극 2011. 12. 15. 07:30

디바 음식 5선

 

디바는 잘 먹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잘 먹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체력이 유지되어 좋은 노래, 좋은 연기를 할수 있다. 디바가 잘 먹도록 하기 위해 메니저들과 오페라단 측은 별별 노력을 다 기울인다. 요즘에야 오페라 주역을 맡은 성악가가 무엇을 먹든 상관하지 않지만 예전에는 디바와 매니저와의 관계가 단골손님과 주방장의 사이보다 더 간곡했었다. 한편, 유명 식당의 주방장들은 디바를 위해 특별메뉴를 개발하여 디바를 즐겁게 해주는 일이 많았다. 그런 음식에는 대개 디바의 이름을 붙임으로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도록 했다. 모두 오페라 전성기의 이야기이다. 대표적인 디바 5명과 관련된 음식들을 소개한다. 그밖에도 많이 있겠지만 일일히 열거할수 없어서 우선 5명의 음식으로 대신한다. 본 블로그에는 '음악가와 음식'에 대하여 설명한 코너가 있다. '로시니 스테이크' '노르마 스파게티' '모차르트 생선 스푸' 등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디바하고만 관련된 음식에 대하여는 정리가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우선 5명의 디바와 그들과 관련한 음식에 대하여 소개코자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안나 네트레브코 초콜릿', '바셀리나 카사로바 디저트' 따위도 나올수 있을 것이다.

 

1. 제니 린드(Jenny Lind: 1820-1887) - 제니 린드 티 케익

 

제니 린드 티 케익

 

유명 요리사들은 '스웨덴의 나이팅게일'이라고 하는 제니 린드의 음식에 대하여 너도나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 '무엇을 좋아하실까? 무엇을 만들어 드리면 기뻐하실까?'라면서...요리사들은 제니 린드를 위한 특별메뉴를 개발하여 제니 린드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들을 하였다. 제니 린드를 위해 멜론에 제니 린드의 이름을 붙이는가 하면 수프, 티 케익, 심지어는 굴과 햄을 접시에 수북히 담은 특별메뉴도 제니 린드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제니 린드가 즐겨했다는 음식이다. 그중에서도 '제니 린드 티 케익'(Jenny Lind Tea Cake)은 단연 인기여서 너도나도 티 타임에는 이 케익을 먹을 정도였다. 노르스르한 색갈의 달고 영양분이 많은 케익으로 차 한잔을 마시려면 옆에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2. 아델리나 패티(Adelina Patti: 1843-1919) - 패티 퓰릿

 

속에다가 쌀을 넣어 채우고 버섯소스를 둘러 익힌 어린 닭고기

 

후기 벨칸토 시대와 로맨틱 시기의 디바인 스페인의 아델리나 패티는 마치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에서 로지나의 현란한 아리아와 마찬가지로 화려하게 장식한 음식들을 좋아할것 같지만 실은 영양의 균형을 생각하며 소박하게 먹었다. 어린 닭 찜이나 로스트 치킨은 상당히 좋아하는 메뉴였다. 어린 닭은 퓰릿(Pullet)이라고 부른다. 닭 속에 쌀을 넣고 파프리카로 향을 낸 버섯소스를 둘러서 익혀 먹는 간단한 음식이었다. 나중에 사람들은 이를 '패티 퓰릿'이라고 불렀다. 사실 별것도 아니어서 미식가인 로시니 자신도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3. 넬리 멜바(Nellie Melba: 1864-1931) - 피치 멜바, 멜바 토스트

 

피치 멜바

 

호주가 낳은 위대한 넬리 멜바는 빅토리아시대의 오페라여왕이었다. 멜바는 역사상 아마 호주가 영국에 수출한 가장 귀중한 존재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멜바와 관련한 음식도 여러가지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피치 멜바'(복숭아)와 '멜바 토스트'이다. 멜바가 아파서 누워 있을 때 당대의 유명한 요리사인 오귀스트 에스코피에(Auguste Escoffier)라는 사람이 멜바의 쾌유를 기원하면서 개발한 메뉴이다. '피치 멜바'는 복숭아를 기조로한 후식메뉴이다. '멜바 토스트'는 상당히 얇은 토스트를 바삭하게 구운 것으로 치즈를 발라 먹거나 파테(고기, 물고기 등이 든 파이)와 함께 먹으면 일품이다. '피치 멜바'와 '멜바 토스트'를 함께 먹는 것도 멋이 있는 일이다.

 

 포장된 멜바 토스트

 

4. 루이자 테트라찌니(Luisa Tetrazzini: 1871-1940) - 터키 테트라찌니

 

'터키 테트라찌니'의 한 종류

 

이탈리아의 디바 루이지 테트라찌니는 터키(칠면조) 요리를 좋아했다. 버섯크림으로 요리한 칠면조 고기에 파스타를 곁들여 먹기를 좋아했다. 테트라찌니가 만드는 버섯 소스는 비밀이었다. 사람들은 그 칠면조 구이를 '터키 테트라찌니'라고 불렀다. 오늘날 '터키 테트라찌니'는 여러 스타일로 발전되었다. 일반 이탈리안식당에서도 주문할수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메뉴이다.

 

5. 르네 플레밍(Renee Fleming: 1959-) - 디바 르네 오 쇼콜라(Diva Renee au Chocolat)

 

디바 르네 오 쇼콜라

 

아마 가장 최근에 개발된 디바음식일 것이다. 1999년 뉴욕의 다니엘 레스토랑에서 요리사인 다니엘 불뤼(Daniel Boulud)와 토마스 하스(Thomas Hass)가 르네 플레밍을 위해 공동으로 개발한 후식이다. 이들은 르네 플레밍의 놀랍도록 풍부하며 비단결같이 매끄러운 음성을 고려하여 여러 층의 검은색 초콜릿을 얹어 놓았다. 처음 선을 보였을 때에는 맨 꼭대기에 밀크 초콜릿을 두고 여기에 하이 Bb의 악보를 그려놓았다. Bb은 Brava!(브라바)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오페라에 무지한 사람이라고 해도 식당에서 이 초콜릿 후식을 먹고나서는 '브라보'를 외치지 않을수 없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