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피리'의 후편 '미로'(The Labyrinth)
페터 빈터(Peter Winter)의 음악과 에마누엘 쉬카네더의 대본
'원소와의 투쟁'(The Struggle with the Elements)이 부제
작곡가 페터 빈터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 후편이 있다고 하면 '아니, 설마?'라고 말할 사람이 많겠지만 실제로 후편이 있다. 독일의 페터 빈터(Peter Winter: 1754-1825)라는 사람이 작곡한 '미로'(Das Labyrinth)라는 오페라이다. '미로'는 '마술피리'가 초연되고나서 7년 후에 초연되었다. 그러므로 요즘 나온 오페라가 아니다. 그런데 '마술피리'와 '미로'의 대본은 모두 에마누엘 쉬카네더가 썼다. 또 '마술피리'의 초연에 출연했던 성악가들이 대부분 '미로'의 초연에 출연하였다. 그러고보면 그만한 연관이 있는 후편도 찾아보기 힘들것 같다. 사족이지만 '피가로의 결혼'의 대본은 로렌초 다 폰테가 썼고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대본은 로마 출신인 세자레 스테르비니(Cesare Sterbini: 1784-1831)가 썼다. 따지고보면 유명 오페라에 후편이 있는 경우는 극히 드믈다. 더구나 다른 작곡가가 후편을 만든 경우는 그러하다.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후편이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라는 것은 아는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이다. 프랑스의 보마르셰라는 사람이 쓴 피가로 3부작에서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1부이고 '피가로의 결혼'은 2부이므로 '피가로의 결혼'이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후편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다만, 흥미로운 것은 보마르셰의 피가로 3부작 중에서 제2부인 '피가로의 결혼'이 먼저 오페라로 작곡되었고(1786년 비엔나) 그로부터 30년 후인 1816년에 로시니가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만들어 공연(로마)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마술피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물과 불의 시험을 통과한 타미노 왕자와 파미나 공주는 그 다음에 어떻게 되었는가? 파파게노와 파파게노는 또 어떻게 되었는가? 이런 궁금증을 '마술피리'의 후편인 '미로'가 풀어주고 있다. '마술피리'는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던 해인 1791년 9월 30일에 비엔나의 뷔덴극장(Theater auf der Wieden)에서 초연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빈강변극장'(Theater an der Wien)에서 초연되었다고 얘기하지만 그건 아니다. 모차르트는 '마술피리'가 초연되고 나서 두어달 만인 12월 초에 세상을 떠났다. 그건 그렇고, 오페라 '미로'는 '마술피리'가 초연된지 7년 후인 1798년 6월 12일, '마술피리'가 초연되었던 비엔나의 바로 그 뷔덴극장에서 초연되었다. 그것도 우연이 아닌듯 싶다. 또한 두 작품 모두 오페라라고 부르지만 독일 징슈필(Singspiel)의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징슈필은 음악도 음악이지만 대사가 많이 포함되어 있는 독일의 음악극을 말한다.
'미로'는 '마술피리'의 후편(속편)이므로 등장인물이 거의 같다. 타미노 왕자와 파미나 공주가 나오며 파미나 공주의 어머니인 '밤의 여왕'과 고승 자라스트로도 등장하고 또한 파파게노와 파파게나도 나온다. '미로'의 초연에는 '마술피리'의 초연에서 파파게노를 맡았던 쉬카네더가 역시 같은 역할을 맡았고 '밤의 여왕'을 맡았던 소프라노 요제파 호퍼 마이어(Josepha Hofer-Mayer)가 역시 같은 역할을 맡았다. 소프라노 요제파 호퍼 마이어는 모차르트의 처제이다. 참고로 '미로'의 등장인물을 자세히 소개코자 한다. '마술피리'에서는 나오지 않고 '미로'에서만 나오는 인물들은 청색 글씨로 표시했다.
○ 자라스트로(고승: B) ○ 밤의 여왕(S) ○ 파미나(밤의 여왕의 딸: S) ○ 타미노(T) ○ 파파게노(Bar) ○ 파라게나(S) ○ 첫번째 부인(후에 비너스: S) ○ 두번째 부인(후에 아도니스: MS) ○ 세번째 부인(후에 전령: Cont) ○ 세명의 요정(Treble, MS, Cont) ○ 모노스타토스(Bar) ○ 티페우스(Tipheus: 파포스의 왕: Bar) ○ 시토스(Sithos: 파포스의 왕의 친구: B) ○ 고승(배우) ○ 두명의 여사제(배우) ○ 구라(무어여인: 배우 겸 댄서) ○ 늙은 파파게노와 파파게나(B+Cont) ○ 두 명의 사제(T+B) ○ 미로의 경비병(T+B) ○ 이밖에 합창단으로서의 사제와 여사제들, 티베우스의 전투병들, 꼬마 파파게노와 파파게나들, 무어인들, 백성들이 등장한다. <MS는 메조소프라노, Cont는 콘트랄토를 말한다.>
파파게노와 파파게나의 숲 속 장면
'미로'는 1798년의 초연 이후 잠시 잊혀져 있다가 5년후에 베를린의 슈타츠오퍼에서 공연되었고 1828년 이후에는 프랑크푸르트, 뉘른베르크, 프라하, 슈투트가르트, 부다페스트 등에서 잊혀지지 않을 만큼 시차를 두고 공연되었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1930년 독일의 키엘극장에서 모처럼 공연되었는데 타이틀을 '파파게노의 결혼'이라고 바꾸었다. 이어 1978년에는 뮌헨의 쿠빌리에극장에서 공연되었고 2002년에는 독일의 헴니츠에서 공연되었다. 최근인 2011년에는 함부르크에서 어린이용으로 단축하여 공연되었고 2012년에는 에마누엘 쉬카네더 서거 200 주년을 기념하여 7월-9월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쉬카네더는 1812년 9월 21일에 비엔나에서 세상을 떠났다.
'미로'의 스토리는 '마술피리'의 스토리가 끝난 시점에서 시작된다. 타미노와 파미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네가지 기본원소 중에서 물과 불에 대한 시험에는 승리하지만 그러나 아직도 패배하지 않은 두개의 원소가 남아 있다. 흙과 공기이다. <고대에는 이 세상만물은 물, 불, 흙, 공기의 네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타미노와 파미나는 흙과 공기에 대한 시험도 치룬다. '미로'에서는 밤의 여왕이 또 다시 고승 자라스트로와 투쟁을 벌인다.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밤의 여왕은 계몽사상을 억압하는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를 상징한다고 하며 자라스트로는 계몽주의를 주장하는 프리메이슨을 상징한다고 한다. 한편, 파포스의 왕 티베우스는 타미노와 파미나가 헤어지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다. 모노스타토스는 파파게나의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타미노와 파미나, 파파게노와 파파게나는 결별하였다가 다시 결합한다. 이것이 오페라 '미로'의 기둥 줄거리이다. 오페라 '미로'는 2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막은 밤의 여왕이 타미노와 결혼식을 올리려는 파미나를 납치하며 다른 한편으로 파파게노와 파파게나도 무어인의 음모와 훼방으로 헤어진다. 2막에서는 파파게노가 타미노를 위해 파미나 공주를 찾아 준다. 타미노와 파미나는 마지막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노력한다. 파파게노는 파파게나에게 돌아간다. 밤의 여왕과 시종들은 바위 속에 영원히 갇힌다.
'미로'에서 밤의 여왕. 다이아나 담라우
1막의 1장에서 5장까지는 타미노 왕자의 궁전이 무대이다. 타미노 왕자와 파미나 공주의 결혼식이 준비되고 있다. 밤의 여왕이 세 명의 시녀와 함께 등장한다. 이들은 타미노와 파미나를 헤어지게 만들려고 음모를 꾸민다. 시녀들중 두명은 비너스와 아도니스의 모습이고 나머지 한명은 전령으로 변장하여 나타난다. 파포스의 왕 티페우스의 친구인 시토스가 밤의 여왕의 음모에 가담한다. 모노스타토스도 이들의 계획에 참여키로 한다. 모노스타토스는 파파게노에 대한 복수가 목적이다. 6장-13장. 파파게노와 파파게나는 자기들의 운명이 서로 헤어지는 것이라고 믿어서 헤어진다. 어떤 커다란 여름 별장에서 자라스트로는 타미노와 파미나를 위한 두번째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 원래는 타미노 혼자서만 테스트에 참여토록 되어 있지만 자라스트로의 배려로 파미나노 필요할 경우에는 나타나서 타미노가 테스트 받는 것을 도와주도록 되어 있다.
아도니스(아모르)와 비너스로 변장한 두 부인은 계획에 따라 타미노와 파미나의 앞에 나타난다. 비너스는 타미노와, 아도니스는 파미나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자라스트로가 두 부인들을 몰아내어 더 이상 밤의 여왕의 음모가 진전되지 못하도록 한다. 여사제장이 파파게노와 파파게나에 대한 시험이 시작된다고 선언한다. 여사제장은 파파게노의 정절을 시험한다. 다른 두 사제들은 파파게나를 유혹하여 정절을 테스트한다. 파파게노는 시험의 목적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무사히 비켜간다. 파파게나는 사제들의 유혹을 피하여 숨는다. 밤의 여왕은 두 명의 시녀들이 타미노와 파미나를 헤어지게 만들려는 계획이 실패하였음을 알고 이번에는 파미나를 납치코자 한다.
1막 14장-15장의 무대는 자라스트로의 성이다. 파포스의 티페우스 왕과 그의 신하인 시토스가 밤의 여왕이 타미노 왕자게에 보내는 편지를 가지고 온다. 편지에서 밤의 여왕은 타미노 왕자에게 자라스트로의 성을 파괴하라고 지시하며 만일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파미나를 납치감금하여 파미나를 영원히 볼수 없게 할 것이라고 협박한다. 그런 내용을 알게 된 자라스트로는 티페우스와 시토스를 성에서 쫓아낸다. 타미노는 파미나와 함께 지하의 미로로 데려가 테스트를 받는다.16장의 무대는 어느 숲속이다. 파파게노는 홀로 숲속을 헤매다가 자기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난다. 그리고 수많은 형제자매들도 만난다. 17장-18장. 모노스타토스는 파파게나를 잘못된 길로 인도코자 한다. 이 사실을 안 파파게노가 수많은 형제자매들과 함께 모노스타토스의 음모를 저지한다. 밤의 여왕은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자 모노스타토스에게 새로운 애인으로서 무어 여인 한명을 주선해 준다. 밤의 여왕은 파미나를 납치하기 위해 여사제와 모노스타토스를 데리고 미로로 향한다. 파파게노는 가족들과 함께 축하잔치를 갖는다.
'미로'에서 흙과 공기의 테스트를 받아야 하는 타미노 왕자
19장-22장. 밤의 여왕은 사악한 모노스타토스의 도움을 받아서 미로에 도착하여 마침내 파미나를 납치한다. 타미노는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한다. 장면은 바뀌어 어떤 황량한 섬이다. 밤의 여왕이 시녀들과 부하들을 만난다. 파포스의 티페우스 왕이 배를 타고 섬을 찾아온다. 밤의 여왕은 딸 파미나를 티페우스 왕에게 맡길 생각이다. 밤의 여왕이 티페우스 왕의 배를 구름으로 만들자 선원들은 모두 무서워서 도피한다.
제2막 1장-5장. 파파게노와 파파게노는 새로운 식구들을 만나서 축하하는 잔치를 벌인다. 이때 세명의 무어 여인이 파파게노를 유혹하기 위해 나타난다. 모노스타토스는 파파게나를 잊지 못하여 접근한다. 파파게나가 모노스타토스를 무서워하며 피하자 모노스타토스는 파파게나를 납치한다. 무어 여인인 구라(Gura)는 억지로 파파게노를 애인으로 삼아 어딜 가지 못하도록 붙잡아 둔다. 6장-7장. 자라스트로가 미로에 들어가 있는 타미노를 인도하여 나오도록 한다. 자라스트로의 성에 있는 대관식홀에서 사람들은 타미노의 용기에 대하여 치하한다. 그러나 타미노는 파미나가 납치되어 가서 미칠 지경이다. 타미노는 파미나를 찾아 떠나기로 한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싸워서 파미나를 구출할 결심이다. 8장-10장. 숲에서 타미노는 파파게노와 그의 새로운 애인인 구라를 만난다. 타미노는 파파게노에게 정신을 차리도록 충고한다. 타미노는 파파게노에게 파미나를 찾는 임무를 준다. 파파게노는 마법의 종(글로켄슈필)을 돌려 받는다.
11장-14장. 타미노와 파파게노는 밤의 여왕이 파미나를 납치하여 감금하고 있는 장소를 찾아온다. 파파게노는 마법의 종의 힘을 빌어서 구름으로 올라가 파미나를 찾는다. 밤의 여왕과 세명의 시녀들이 타미노와 파파게노를 막으려고 하지만 마법의 종소리 때문에 실패한다. 파파게노는 세명의 소년과 함께 구름 속을 다니며 파미나를 찾는다. 15장-17장. 연기가 자욱이 피어오르고 구름이 첩첩이 쌓여 있다. 파미나는 티페우스 왕과의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다. 파파게노가 등장하여 파미나를 이끌고 간다. 세 시녀들이 파파게노를 막으려 하지만 실패한다. 18장-19장. 파파게나는 모노스타토스의 감시 아래에 있다. 모노스타토스는 파파게나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노력하지만 소용이 없다. 20장. 밤의 여왕의 구름 궁전이 있는 곳이다. 타미노가 세 소년의 도움을 받아서 밤의 여왕 궁전에서 가까운 높은 산에 도착한다. 파미나가 마술 피리 소리를 듣고 달려온다. 타미노와 파미나, 세 소년을 밤의 여왕과 세 시녀가 추격하지만 이들은 무사히 도피한다.
21장-23장. 파파게노의 식구들이 숲으로 몰여와서 모노스타토스에게 잡혀 있는 파파게나를 구출한다. 파파게노의 식구들은 모노스타토스와 일행들을 커다란 새장에 가둔다. 밤의 여왕이 나타나서 모노스타토스를 구출해 준다. 피날레인 24장은 자라스트로의 군대와 티페우스 왕의 군대가 대치하여 있는 전쟁터이다. 자라스트로의 제안에 따라 타미노 왕자와 티페우스 왕의 결투가 주선된다. 타미노 왕자가 승리한다. 타미노 왕자는 티페우스 왕을 불길이 치솟고 있는 화산 구덩이에 던진다. 산 꼭대기에는 밤의 여왕과 세명의 시녀가 바위에 쇠사슬로 묶여서 꼼짝도 하지 못한다. 모노스타토스도 바위에 묶인다. 모두들 기쁜 합창을 부르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
피날레. 자라스트로의 신전 장면
'오페라 이야기 > 오페라 더 알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러시아 오페라도 만만치 않다 (0) | 2012.02.10 |
---|---|
오펜바흐도 그가 몇 편의 오페레타를 작곡했는지 몰랐다 (0) | 2012.01.13 |
‘일락의 왕’이 ‘리골레토’가 된 사연 (0) | 2012.01.03 |
로시니의 파스티슈 오페라(Pastiche Opera) (0) | 2011.11.22 |
자이르(Zaïre)이야기 (0) | 2011.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