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 음악 대분석/크로스오버 음악

클래시컬 크로스오버(Classical Crossover)

정준극 2012. 1. 18. 13:55

클래시컬 크로스오버(Classical Crossover)

 

고전음악을 팝 음악으로 고쳐 부르는 것을 클래시컬 크로스오버라고 부른다. 다른 말로는 오페라틱 팝(Operatic Pop) 또는 팝 오페라(Pop opera)라고 부른다. 팝 음악을 기왕이면 오페라 스타일로 부르는 것도 클래시컬 크로스오버의 범주에 속한다. 요즘 파페라(Popera)라는 말을 흔히 들을수 있다. 주로 기자들이나 평론가들이 즐겨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이다. 팝(Pop)과 오페라(Opera)라는 단어를 합성한 것이다. 사족이지만 영어에서 파페라의 형용사는 파피컬(Popical) 또는 파페라틱(Poperatic)이라고 표현한다. 파페라라는 용어는 누가 처음 사용했는가? 2001년 8월 런던 레이체스터 스퀘어에 있는 히포드롬(Hippodrome)에서 여자 밴드인 밀란(Milan)이 공연하였을 때 말콤 미들턴이라는 프로듀서가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물론 그게 그렇게 중요한 사항은 아니지만 다만 근자에 와서야 비로소 고안된 용어라는 것을 설명하고 싶어서이다. 말콤 미들턴이란 사람은 진작부터 팝을 연주하는 남자 밴드나 여자 밴드가 오페라 스타일로 편곡하여 연주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일 디보(Il Divo)와 아미치 훠에버(Amici Forever)와 같은 팝 그룹이 오페라 스타일의 연주를 하여 인기를 끌었지만 팝 밴드인 밀란이야 말로 오페라 팝 음악을 처음 연주한 그룹으로 기억되고 있다.

 

일 디보

 

20세기에 들어서서 클래시컬 음악을 크로스오버의 형태로 연주하는 경우가 간혹 눈에 띠게 되었다. 예를 들면 독일의 바로크 작곡가인 요한 파헬벨(Johann Pachelbel: 1653-1706)의 캐논(Canon in D), 폴란드의 헨리크 고레키(Henryk Gorecki: 1933-2010)의 교향곡 제3번, 1967년도 엘비라 마디간이라는 영화의 테마 음악으로 사용된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1번의 제2악장 등이다. 클래시컬 음악을 팝 음악 스타일로 연주해서 크게 인기를 끈 경우는 이미 있었다. 영국의 브리티시 에어웨이스(BA)가 자기 회사 광고 음악으로 프랑스의 레오 들리브(Leo Delibes: 1836-1891)의 오페라 '라크메'에 나오는 듀엣을 사용하여 대단한 인기를 차지했던 일이다. 20세기에 들어서서 어쩐 일인지 클래시컬 음악이 소외를 당하고 대신 별별 팝 음악이 사회를 휩쓸게 되자 클래시컬 음악에 목을 건 사람들은 이래가지고는 밥벌어 먹기 힘들겠다고 생각하여 클래시컬 음악의 진흥방안을 이리저리 강구하게 되었다. 그 중의 하나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중요한 스포츠 대회에서 클래시컬 음악인들이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를 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푸치니의 '투란도트'에 나오는 네쑨 도르마(Nessun Dorma)는 어느새 축구 경기와 확고한 관계를 맺게 되었다. 이제 이른바 '스리 테너스', 즉 파바로티, 도밍고, 카레라스가 나폴리 민요, 오페라 아이라, 뮤지컬 노래, 팝 송을 부른 것은 크로스오버의 역사에 있어서 대표적인 성공사례라고 할수 있다. 이들이야 말로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크로스오버의 초석을 깔아 놓은 사람들이다.

 

클래시컬 레코딩 회사들은 크로스오버라는 용어를 클래시컬 음악인들이 브로드웨이 음악과 같은 팝 음악을 레코딩하는 경우의 용어로 사용하였다. 대표적인 경우는 호세 카레라스가 키리 테 카나와와 함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레코딩한 것, 테레사 스트라타스가 쇼보트를 레코딩한 것이다. 이렇듯 유명 성악가들이 뮤지컬 등에 직접 출연하거나 또는 레코딩하는 케이스는 아마 소프라노 아일린 파렐(Eileen Farrell: 1920-2002)가 효시일 것이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프리마 돈나인 아일린 파렐은 이미 1960년대에 I've Got a Right to Sing the Blues 라는 앨범을 레코딩하여 팝 음악을 부른바 있다.

 

스리 테너스(플라치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루치아노 파바로티)

                   

한편, 팝 가수들도 참으로 끊임없이 팝 음악을 클래시컬 스타일로 연주하는 것을 시도하여 크로스오버의 저변을 확대코자 노력하였다. 그런 씨앗을 뿌린 시초는 아마도 Une Nuit A Paris(파리의 하룻밤)일 것이다. 1975년도에 10cc 라는 그룹이 내 놓은 앨범인 The Original Soundtrack(오리지널 사운드트랙)에 나오는 8분짜리 짧은 락 오페라(Rock opera)이다. 이 락 오페라에 나오는 멜로디는 나중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서곡에도 등장한다. 이밖에도 선구적인 케이스는 무디 블루스(The Moody Blues)의 Days of Future Passed(지나간 미래의 날들: 1967), 딥 퍼플(Deep Purple)의 Concerto for Group and Orchestra(그룹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1969), 그리고 Gemini Suite Live(1970), 릭 웨이크맨(Rick Wakemann: 1949-)의 Journey to the Centre of the Earth(지구 중심으로의 여행: 1974), The Myths and Legends of King Arthur and the Knights of the Round Table(아서왕과 원탁의 기사의 전설: 1975) 등이다. 최근의 경우로서는  비틀스 이전의 최고 락 밴드인1960년대 미국의 The Four Seasons가 취입한 Genuine Imitation Life(1996), 미국의 헤비메탈 밴드인 Metallica가 취입한 S&M(1999)이 있다.

  

10cc

 

클래시컬 음악인과 팝 음악인이 협동하여 연주한 경우의 시작은 아마 영국의 스팅(Sting: 1951-)과 보스니아 출신의 루트 연주자인 에딘 카가마초프(Edin Karamazov: 1965-)가 만들어 낸 앨범인 Songs from the Labyrinth(미로의 노래)일 것이다. 이어 영국의 락 밴드인 Queen의 리더인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 1946-1991)와 바르셀로나 출신의 위대한 소프라노인 몽세라 카바예(Montserrat Caballe: 1933-)가 협동하여 내놓은 '바르셀로나'(Barcelona)는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앨범이다. 클래시컬 성악가들이 팝 음악을 부르고자 하는 시도는 아마 웰쉬 바리톤인 리디안(Rhydian: 1983-)이 대표적일 것이다. 정규 성악과정을 이수한 리디안은 2007년 팝 탤렌트 쇼의 영국 버전인 X Factor에 처음 출연하여 팝 음악을 불렀다. 그후 성악가들 뿐만 아니라 연주가들도 팝 음악을 직접 연주하거나 또는 클래식을 팝 스타일로 변형하여 연주하였다. 대표적인 케이스는 싱가폴 출신으로 영국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바네사 매(Vanessa Mae: 陳美: 1978-)와 덴마크에서 태어난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카티야 마레(Catya Mare)를 들수 있다.

 

싱가폴 출신의 바네싸 매

 

한편, 영국에서는 팝 싱거들도 오페라 성악가들과 마찬가지로 스태미나와 카리스마로서 노래부를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개발되었다. 2010년 영국의 ITV가 주관한 '팝스타에서 오페라스타로'(Popstar to Operastar)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젊은 다리우스 캠벨(Darius Campbell: 1980-)이 데뷔한 프로그램이었다. 다리우스 캠벨은 비제의 카르멘에서 에스카미요의 아리아를 불렀다. 일반적으로 에스카미요의 역할은 40대 이후의 중후한 바리톤이 맡는 것이 관례이지만 캠벨은 당시 20대의 청년이었다. 팝 가수로서 오페라 아리아를 훌륭하게 소화한 것은 크로스오버의 전망을 밝게 해주는 것이었다.

 

다리우스 캠벨

 

사라 브라이트만(Sarah Brightman: 1960-)는 댄서, 소프라노, 작사가, 배우 등 다재다능한 스타이다. 그 중에서도 당대의 가장 뛰어난 소프라노로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사라 브라이트만은 클래식컬 음악 뿐만 아니라 팝, 폭송, 뮤지컬 음악등 대중들이 좋아하는 음악이라면 무엇이든지 불렀다. 사라 브라이트만은 영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크로스오버 음악인일 것이다. 그런데 그는 자기가 크로스오버 가수라는 레벨을 가지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소프라노로서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자기와 같은 소프라노가 팝 스타일의 노래를 부를 때 그런 스타일을 무엇이라고 구별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오페라의 유령'으로 유명한 사라 브라이트만

 

핀랜드의 오페라 소프라노인 타르야 투루넨(Tarja Turunen: 1977-)은 비록 클래시컬 소프라노이지만 락 음악은 물론 메탈 음악까지 즐겨 부르는 인기 가수이다. 그는 자기의 클래시컬한 음악적 기술을 어떤 노래든지 부르든지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핀랜드의 팝 밴드인 나이트위시(Nightwish)와 함께 심포니적 요소를 가진 헤비메탈 음악을 불러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핀랜드의 타르야 투루넨

 

이탈리아의 팝 테너인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 1958-)는 간혹 클래시컬 크로스오버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클래식 성악가로서 팝 스타일의 노래를 불러 대단한 사랑을 받았다. 그는 자신을 클래시컬 크로스오버 아티스트(Classical Crossover Artist)라고 부른다. 시실리의 팔레르모 출신인 로미나 아레나(Romina Arrena: 1980-)는 지금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포페라 가수 겸 작사가로서 아마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여성 크로스오버 가수일 것이다. 그래서 심지어 '파페라의 여왕'(Queen of Popera)라는 호칭을 받고 있다. 그는 클래시컬 음악의 풍부함과 팝 음악의 감정표현을 마치 타페스트리를 짜듯 엮어서 부르는 특성이 있다. 그는 다섯 옥타브의 음역을 가지고 있으며 10개국어를 말할수 있기 때문에 어떤 노래든지 가사의 전달에 어려움이 없다.

 

장님 가수인 안드레아 보첼리

 

뉴질랜드 출신으로 호주 크라이스트쳐치를 본거지로 활약하고 있는 소프라노 헤일리 웨스텐라(Hayley Westenra: 1987-)는 Pure 라는 타이틀의 앨범을 내놓아서 대인기를 얻었다. 그의 노래는 이른바 이지 리스닝 음악으로 폭송이나 팝 스타일의 음악을 클래시컬 음악과 연계한 것들이다. 방송은 새로운 크로스오버 아티스트를 데뷔시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Ammerica's Got Talent 프로그램과 영국의 Britain's Got Talent 프로그램은 2009에 스코틀랜드 출신의 수잔 보일(Susan Boyle: 1961-)과 2010년에 피츠버그 출신의 재키 에반초(Jackie Evancho: 2000-)를 탄생시켰다. 수잰 보일은 뮤지컬 '레 미제라블'에서 I Dreamed A Dream 을 불러 사랑을 받았다.

 

소녀가수 재키 에반초

 

클래시컬 크로스오버를 얘기함에 있어서 마리오 란자(Mario Lanza: 1921-1959)를 빼놓을수 없다. 음악의 역사에 있어서 가장 인기있는 크로스오버 아티스트일 것이다. 물론 마리오 란자가 테너로서, 그리고 영화배우로서 활약할 1950년대 당시에는 크로스오버라는 장르조차 없었다. 마리오 란자의 노래는 고전음악을 애호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사랑하는 것이었다. 그가 두번째로 출연한 영화인 The Toast of New Orleans에서 부른 Be My Love는 1951년에 빌보드 챠트 1위를 차지했고 2백만장이나 팔렸다. 그때 까지 클래시컬 음악가로서 2백만장의 레코드 판매 기록은 마리오 란자가 처음이었다. 심지어는 카루소도 이루지 못한 기록이었다. 마리오 란자는 두 장의 밀리온 셀링 음반을 내놓았다. 하나는 The Loveliest Night of the Year 이며 다른 하나는 Because You're Mine이었다. The Great Caruso는 클래시컬 음악의 음반으로서 팝 앨범의 챠트에서 1위를 차지한 유일한 음반이다. 1954년에 발매한 The Student Prine(황태자의 첫사랑)은 빌보드에서 42주 연속 1위를 차지한 것이었다. 음악의 역사에 있어서 이만한 기록은 아무도 달성하지 못했다. 심지어 The Three Tenors 조차 마리오 란자의 기록을 깨지 못하였다.

 

영화에서 오텔로로 분장한 마리오 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