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오페라 페스티벌/잘츠부르크 축제

이벤트 장소 15: 레오폴드스크론

정준극 2012. 1. 26. 09:32

이벤트 장소 15: 레오폴드스크론(Leopoldskron)

 

  

레오폴드스크론 궁전

                         

잘츠부르크의 피르미안(1727-1744) 대주교대공은 훌륭한 지식인으로서 예술애호가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그런 그였지만 로마 가톨릭 군주로서 잘츠부르크에 살고 있는 2만 2천명의 개신교도들을 추방하는 책임이 있었다. 잘츠부르크로서는 개신교도들을 추방하면 사회경제적으로 대단한 혼란이 생기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피르미안 대주교대공은 잘츠부르크에서 개신교도들을 모두 추방한 후에 잘츠부르크 지역을 네개로 분할하고 로마 가톨릭의 아우구스틴 수도회, 카푸친 수도회, 베네딕트 수도회, 프란체스코 수도회가 분쟁 없이 선교사업을 수행토록 했다. 한편 피르미안 대주교대공은 자기가 개신교도들을 추방하는데 앞장 섰다는 가문의 불명예를 조금이라도 씻기 위해 조상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의미에서 로코코 양식의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인 레도폴드스크론이 건축하고 이를 선조들에게 봉헌했다. 레오폴드는 피르미안의 선조인 합스부르크의 레오폴드1세를 말한다. 

 

레오폴드스크론 궁전의 대리석방

 

피르미안이 1744년에 세상을 떠나자 레오폴드스크론 궁전은 그의 조카인 라크탄츠(Laktanz)에게 넘어갔다. 라크탄츠는 삼촌인 피르미안보다 훨씬 높은 경지의 예술애호가였다. 그는 자신을 예술의 파트론이라고 말하며 수많은 귀중한 예술품들을 수집했다. 그는 또한 어린 모차르트를 후원한 사람이었다. 19세기에 잘츠부르크 대주교대공의 직위가 없어지자 레오폴드스크론 궁전의 예술품들은 이사람 저사람에게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대주교 궁전의 직원들이 팔아넘겼으며 라크탄트 대주교대공의 가족들이 팔아넘겼다. 예술에 대하여 관심이 없었던 라크탄츠의 아들은 아버지가 평생을 애써서 수집한 예술품들을 다시 찾아오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후 몇 십년을 거치면서 레오폴드스크론 궁전의 주인은 여러번 바뀌었다. 덕분에 남아 있던 예술품들도 소리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레오폴드스크론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던 막스 라인하르트는 용기를 내어 막대한 재산을 털어서 우리나라에서 삼일독립운동이 일어나기 한 해 전인 1918년에 마침내 레오폴드스크론 궁전을 사들이는데 성공했다.

 

레오폴드스크론 궁전의 도서실. 아직도 수많은 귀중한 도서들이 소장되어 있다.

                

이후 거의 20년 동안 레오폴드스크론의 주인은 막스 라인하르트였다. 그는 궁전의 내부를 대대적으로 수리보수하여 과거의 영광이 재현되도록 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막스 라인하르트의 노력에 의해 레오폴드스크론은 국제적인 사교의 장소가 되었다. 국제적으로 저명한 문화예술인, 기업인, 정치인들로서는 라인하르트의 초대를 받아 레오폴드드크론을 방문하는 것을 특별 영광으로 삼았다. 라인하르트는 이들을 위해 연극을 공연했고 화려한 파티를 개최하였다. 레오폴드스크론은 잘츠부르크의 사교계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영광도 1938년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합병하자 막을 내리게 되었다. 나치는 레오폴드스크론이 유태인의 재산이라고 간주하여 압류했던 것이다. 유태계인 라인하르트는 그때 할리우드에서 무대감독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스트리아로 되돌아오지 못하고 1943년 전쟁기간 중에 뉴욕에서 세상을 떠났다.

  

레오폴드스크론 궁전의 거울방

 

오늘날 레오폴드스크론 궁전은 잘츠부르크 글로벌 세미나(Salzburg Global Seminar)라는 미국단체의 소유가 되어 있다. 레오폴드스크론은 교육적인 세미나와 개인적인 행사의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날의 화려했던 분위기를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은 사용료를 내고 체류할수도 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2007년부터 레오폴드스크론 궁전의 가든과 실내 홀을 이벤트 장소로서 이용하고 있다. 라인하르트가 거처하던 방들에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상주시인(Poets in Residence)들이 머무는 경우가 많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는 마리아와 아이들이 보트를 타고 놀다가 물에 빠지는 장면이 있다. 그리고 마리아가 수녀원으로 돌아간 후 아이들이 남작부인과 풀이 죽어서 공놀이를 하던 호수가의 테라스, 레모네이드를 마시던 곳이 바로 레오폴드스크론의 정원이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등장했던 레오폴드스크론의 호수에 면한 테라스와 말모양의 조각. 그러나 이 장소는 먼거리에서 촬영할 때만 이용되었으며 보트에서 빠지는 장면 등은 헐리우드의 세트에서 촬영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