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어린이 오페라

수잰 빙엄의 조그마한 오페라들(Tiny Operas)

정준극 2012. 2. 13. 19:30

조그마한 오페라들(Tiny Operas)

 

수잰 빙엄은 오 헨리의 단편소설 3편을 소재로하여 '조그마한 오페라'(Tiny Operas)를 만들었다. 형식에 있어서는 실내오페라의 범주에 들어가는 작품들이다. '마지막 잎새'(The Last Leaf), '인정은 어디에서나 같다'(Make the Whole World Kin), '동방박사의 선물'(크리스마스 선물: The Gift of the Magi)이다. 출연진은 2-4명이면 충분하다. 특별한 무대장치도 필요없다. 학교에서 공연하기에 알맞은 내용이다.

 

● 마지막 잎새

수디(Sudie: Sue: S), 존시(Johnsy: S), 베르만(Behrman: T), 의사(Ba)

 

수와 존시는 화가들이다. 얼마전부터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에 방을 구해서 살고 있다. 겨울이 와서 찬바람이 불고 기온이 떨어지자 존시는 그만 폐렴에 걸린다. 영양실조도 한 몫을 한다. 존시는 나가서 일도하지 못하고 하루종일 방안에 누워있다. 방에는 조그만 창문이 하나 있다. 창문으로 내다 보이는 것은 벽돌 담벼락뿐이다. 담벼럭을 타고 담장이넝쿨이 자라고 있다. 여름 한철에는 잎새가 무성했으나 겨울이 오고 날씨가 추워지자 하나둘씩 잎새가 떨어지더니 이제는 단 한개의 잎새밖에 남지 않았다. 갸냘픈 잎새 하나는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떨어지지 않고 견디어 있다. 침대에 누워있어야 하는 존시에게 있어서 유일한 낙은 창문을 통해서 담벼락에 붙어 있는 담장이넝쿨의 잎새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존시는 이런 생각을 한다. '저 담당이넝쿨의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는 날에는 나도 숨을 거두겠지!'라는 생각이다.

 

 

같은 건물의 옆방에 베르만이라고 하는 나이 많은 화가가 살고 있다. 화가는 화가이지만 아직 누구나 인정하는 걸작을 그림은 그리지 못해서 항상 만족하지 못하다. 베르만은 세상에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는 것을 생각하고 그 전에 어서 평생의 걸작을 그려 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베르만은 옆 방에 사는 두 아가씨와 인사를 나누며 지낸다. 그러다가 존시가 폐염에 걸렸다는 얘기를 듣는다. 베르만은 존시가 하루종일 창문을 통해서 담벼락에 붙어 있는 담장이넝쿨의 마지막 잎새만 바라보고 있으며 그 잎새가 떨어지는 날에 자기의 목숨도 다한다고 믿고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베르만은 어느날 밤, 베르만은 폭풍이 몰아 치는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밖에 나가서 담벼락에 당장이넝쿨의 잎새 하나를 그려 넣는다. 존시가 매일 바라고보 있던 그 잎새는 폭풍 때문에 그날 저녁에 벌써 떨어졌다. 베르만은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잎새를 그렸다. 베르만은 얼음처럼 추운 날씨에 비를 맞으면서 밤새도록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폐염에 걸려 다음날 숨을 거둔다. 다음날 아침 존시는 놀랍게도 폭풍이 지나가도 떨어지지 않고 담벼락에 붙어 있는 잎새를 보고 삶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갖는다. 베르만이 그린 담장이넝쿨의 잎새 하나는 그가 평생을 꿈꾸어 오던 걸작이었다.

 

영화 '마지막 잎새'에서 수디와 존시

 

● 인정은 어디에서나 같다

도둑(T), 시민(Bar)

 

어떤 젊은 도둑이 도둑질할 집을 찾기 위해 어슬렁거리고 있다. 도둑은 도둑이라는 특징이 없는 보통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이다. 경찰이라고해도 겉으로만 보아서는 그가 도둑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청년은 푸른색 스웨터를 입고 있다. 마스크를 쓰지도 않았다. 바닥에 고무를 댄 신발을 신지도 않았다. 불빛이 약한 등불을 들지도 않았다. 삼류 도둑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88구경의 연발권총을 포켓에 넣고 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페퍼민트 껌을 씹고 있다. 도둑은 마침내 한 집을 선택한다. 열려저 있는 창문을 통해서 집안으로 들어간다. 일단 집안으로 들어간 도둑은 무슨 귀중품이 없는지 살핀다. 그런데 어떤 방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밖에서 볼 때에는 칠흑같이 어두웠는데 어렴푸시나마 방에 불이 켜져 있다. 도둑은 불빛이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어떤 나이 많은 사람이 침대에서 자고 있다. 평범한 시민이다. 도둑은 시민을 깨워서 손을 들라고 말한다. 시민은 한 쪽 손밖에 들지 못한다고 대답한다. 왜냐하면 나머지 손은 류마티즘으로 고생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도둑은 류마티즘 때문에 한쪽 손을 들수 없다고 하는 시민의 말을 듣고 짐짓 놀라며 총을 내리고서는 실은 자기도 류마티즘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만일 자기의 오른 손이 류마티즘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총을 쏘았을 것이라는 얘기도 한다. 두 사람은 류마티즘을 고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했는지에 대하여 의견을 나눈다. 젊은 도둑은 시민에게 자기의 경험을 얘기해주며 그렇게 하면 통증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시민은 시민대로 자기의 경험을 얘기해 준다. 심지어 시민은 방울뱀의 독을 마시면 통증이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도 해준다. 도둑은 방울뱀의 독이라면 벌써 많이 마셨다고 말한다. 시민은 별별 노력을 다 했지만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것 같다고 얘기한다. 시민은 술을 마시면 그나마 좀 나아 진다고 말한다. 도둑은 주점에 가서 한잔 하자고 권한다. 시민도 그러자고 수락한다. 도둑은 시민이 옷을 입는 것을 도와준다. 집에서 나온 시민은 돈주머니를 집에 두고 나왔다고 말하며 들어가서 가져 오겠다고 말한다. 그러자 도둑은 그정도의 돈은 자기도 가지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가자고 한다. 젊은 도둑과 나이 지긋한 시민은 술집에서 잔을 기울이며 계속 류마티즘에 대하여 얘기를 나눈다.

 

술집에 앉아 있는 도둑 

 

● 동방박사의 선물(크리스마스 선물)

델라(Della: S), 짐(Jim: T)

 

짐(제임스 딜링엄 영)과 그의 아내인 델라는 평범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이들은 각자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짐은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주었고 이제는 자기의 소유가 된 금시계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아내 델라는 아름다운 긴 머리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짐이 델라의 아름답고 긴 머리칼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이브이다. 델라는 크리스마스 선물로서 남편 짐의 금시계에 알맞는 시계줄을 사주고 싶다. 평소에 시계줄이 없어서 불편해 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델라의 손에는 고작 1불 87센트밖에 없다. 델라는 자기의 아름답고 긴 머리칼을 팔기로 한다. 20불을 받는다. 델라는 21불을 주고 남편에게 줄 시계줄을 산다. 너무나 좋은 선물을 준비했다고 생각한 델라는 기쁘기 한이 없다. 델라는 집으로 돌아와서 남편을 위한 저녁 준비를 한다. 잠시후 집에 돌아온 짐은 델라의 머리가 짧아진데 대하여 깜짝 놀란다. 델라는 시계줄을 사기 위해 머리칼을 팔았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준비한 선물을 내놓는다. 그러자 짐도 주머니에서 델라에게 줄 선물을 꺼내 놓는다. 비싼 머리빗 세트이다. 짐은 델라의 긴 머리칼을 위해 금시계를 팔아서 머리빗을 샀던 것이다. 이제 남편에게는 시계줄이 소용없게 되었으며 아내에게는 머리빗이 필요없게 되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가 지극히 사랑하고 있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고 기뻐한다.

 

동방박사의 선물(크리스마스 선물)의 책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