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어린이 오페라

수잰 빙엄의 우화 오페라(Fable Opera)

정준극 2012. 2. 14. 10:26

우화 오페라(Fable Opera)

 

수잰 빙엄은 여러 편의 우화오페라를 만들었다. 우화만큼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내용도 없기 때문이다. 한 편의 오페라는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출연자도 한두명이면 충분하다. 음악은 피아노 한대면 충분하지만 사정이 허락한다면 신테사이저나 타악기 등을 사용해도 좋다. 무대장치는 특별히 돈을 들여서 할 필요가 없다. 우화오페라가 끝나고 나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각 오페라의 교훈에 대하여 설명해 주면 더욱 효과적이다. 거의 모든 스토리는 이솝 우화에서 가져온 것이다. 프랑스의 장 드 라 퐁테느(Jean de La Fontaine: 1621-1695)의 우화도 있다.

 

● 여우와 까마귀(The Fox and the Crow)

까마귀 한마리가 치즈 덩이를 입에 물고 날아가서 나무 가지에 있는 자기 집에 내려 앉는다. 이 모습을 여우가 본다. 마스터 레이나드(Master Reynard)라는 이름의 여우는 '내가 누군데, 난 여우란 말야'면서 나무로 올라가 까마귀를 만난다. 여우가 '안녕하슈. 까마귀씨'라고 말한다. 이어서 여우는 '오늘 보니 당신의 모습이 참으로 좋아 보입디다. 깃털은 윤이나고 눈은 총명하고 말예요. 아마 모르긴해도 당신의 울음소리도 다른 모든 새들보다도 더 힘차고 더 멀리 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발 부탁인데 노래 한 마디만 불러 보세요. 그러면 내가 당신을 '새들의 여왕'으로 널리 알리리다'라고 말한다. 우쭐해진 까마귀는 고개를 처들고 제대로 목청을 가다듬어서 깍깍하고 실로 듣기 싫은 소리를 지른다. 그러자마자 까마귀가 입에 물고 있던 치즈 덩이가 땅으로 떨어진다. 여우는 '내가 뭐라고 그랬어. 내가 누군데'라면서 당장 내려가서 치즈 덩이를 낚아 챈다. 여우는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는 까마귀에게 '내가 바란건 이것이 올시다. 그나저나 치즈 덩이를 받았으니 나도 무언가 한마디 해드려야 겠는데 말입니다. 아첨하는 사람이 있으면 절대로 믿지 마시오! 아시었소?'

 

'여우와 까마귀'

                     

●  대머리와 파리(The Bald Man and the Fly)

어떤 대머리 사람이 더운 여름날 의자에 앉아서 잠이 들었습니다. 파리 한 마리가 날아와서 대머리에 앉아 붕붕 거립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파리가 장난 삼아서 대머리 부분을 꼭꼭 눌러 봅니다. 그래도 꿈쩍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사람은 누구나 위험이 될만한 적이 나타나야 움직이지 그렇지 않으면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 법입니다.

 

● 안드로클레스와 사자(Androcles and the Lion)

노예인 안드로클레스는 숲 속으로 멀리 도망갑니다. 그런데 앞에 갑자기 커다란 사자 한 마리가 웅크리고 앉아서 으르렁 거립니다. 안드로클레스는 놀라고 겁이나서 허둥대고 도망갑니다. 한참을 가다고 보니 사자가 따라오지 않고 그 자리에 그냥 앉아 있습니다. 안트로클레스는 사자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서 가까이 가서 봅니다. 사자는 큰 앞 발을 안드로클레스에게 보여 줍니다. 커다란 가시가 박혀서 피가나고 있습니다. 가시가 박힌 곳이 부풀어 올라와 있습니다. 안드로클레스는 사자가 불쌍해서 가시를 빼주고 정성껏 치료해 줍니다. 사자는 고맙다는 뜻에서 마치 개처럼 안드로클레스의 손을 빱니다. 그때 노예 사냥꾼들이 나타납니다. 안드로클레스와 사자는 이들이 던지 그믈에 갇혀 모두 붙잡힙니다. 안드로클레스는 어두운 지하 감옥에 갇힙니다. 사자는 며칠 동안이나 밥을 주지 않고 굶깁니다. 며칠후 황제와 시민들이 참석한 원형경기장입니다. 안드로클레스는 노에로서 도망을 갔기 때문에 처형을 받아야 합니다. 사자와 싸워서 이기면 살려준다고 합니다. 드디어 우리의 문이 열리고 배고픈 사자가 달려 나옵니다. 사자는 저만치 사람이 서 있는 것을 보고  먹어 치우려고 달려듭니다. 달려 오던 사자는 안드로클레스를 알아보고는 마치 온순한 개처럼 안드로클레스의 손을 빨며 반갑다고 합니다. 황제는 안드로클레스와 사자가 친하게 있다는 것이 못마땅합니다. 그래서 안드로클레스와 사자를 멀리 추방합니다. 이 우화가 주는 교훈은 어려운 남을 도와 주면 보답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안드로클레스와 사자'. 프랑스 어느 고등학교에서의 공연

                              

● 나무와 갈대(The Tree and the Reed)

커다란 나무가 발 밑에서 하늘거리며 자라고 있는 갈대에게 말합니다. '왜 땅 속 깊숙히 뿌리를 내리지 않고 있는 거요? 나처럼 하늘 높이 고개를 들고 사는 것이 좋지 않소?' 갈대는 '나는 이대로가 좋습니다. 내 운명인 걸요'라고 대답한다. 이어서 갈대는 '나는 당신처럼 장대하지는 않지만 아마 더 안전할 것이외다'라고 말한다. 나무는 '아니, 누가 나를 뿌리채 뽑을수 있으며 나의 가지들을 구부릴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말도 안되는 소리는 하지 말라고 한다. 얼마후 태풍이 불어와서 나무를 뿌리채 뽑아 놓는다. 나중에 사람들이 와서 나무를 제재소로 가져간다. 갈대는 태풍에 휘날리면서 부러질듯 하다가 태풍이 지나가자 정신을 차려서 꼿꼿이 선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곳에 있는 것이 더러는 더 안전할수 있다.

 

● 일꾼과 나이팅게일(The Laborer and the Nightingale)

나이팅게일이 참으로 아름답게 노래를 부릅니다. 일꾼은 나이팅게일의 노래를 더 가까이서 듣고 싶습니다. 그래서 덫을 놓아 마침내 나이팅게일을 잡아서 새장에 가두어 두고자 합니다. 일꾼은 '자, 이제 내가 너를 잡았으니 나를 위해 항상 노래를 불러다오'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나이팅게일은 '절대로 안돼요, 절대로. 나이팅게일은 새장 안에서는 절대로 노래를 부르지 않아요'라고 외칩니다. 일꾼은 '그래?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고? 그러면 어쩔수 없지. 나이팅게일 고기가 맛이 있다는데, 토스트에 함께 구워서 먹어야지'라고 말합니다. 그 소리를 들은 나이팅게일은 '안돼요. 저를 죽이면 안돼요. 저를 풀어 준다면 저보다도 더 귀한 일을 알려드릴께요. 아주 큰 비밀이예요'라고 대답한다. 일꾼은 귀중한 비밀을 알려 준다고 하니까 그 말에 혹해서 결국 나이팅게일을 새장에 넣지 않고 풀어 줍니다. 나이팅게일은 일꾼의 손이 미치지 않는 안전한 곳까지 날아가서 앉아서는 일꾼에게 '약속대로 귀중한 비밀을 말씀 드릴께요. 세가진데요, 첫째는 잡혀 있는 사람의 말은 절대로 믿지 말라는 것이지요. 둘째는 일단 손에 넣은 것은 풀어주지 말고 계속 가지로 있으라는 것입니다. 셋째는 한번 손에서 떠난 것에 대하여는 억울해 하거나 슬퍼하지 말라는 것이지요'라고 말합니다.

 

● 두 마리의 게(The Two Crabs)

엄마 게가 아기 게에게 말합니다. '아가야, 넌 왜 맨날 똑바로 걷지 못하고 옆으로만 걷니? 그러면 안된다' 그러자 아기 게는 '엄마, 그럼 엄마가 한번 똑바로 걸어보세요. 제가요 따라서 할테니까요'라고 대답합니다. 엄마 게가 폼을 잡고 똑바로 걷는다는 것이 옆으로 가는 것이 아니겠어요? 아기 게도 따라서 옆으로 걸어갑니다. 모범을 보이는 일은 중요합니다.

 

● 황금알을 낳는 거위(The Goose with the Golden Egg)

농부가 거위집에 가 보니 거위가 알을 낳았는데 온통 노란색으로 빛납니다. 농부가 손으로 들어보니 제법 무거워서 들고 있기가 힘듭니다. 농부는 그제서야 그것이 황금알인줄 압니다. 농부는 황금알을 가지고 나가서 많은 돈을 받고 팝니다. 그로부터 거위는 매일 한개씩의 황금알을 낳습니다. 농부는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농부는 더 욕심이 났습니다. '거위의 뱃속에는 황금알이 많이 들어 있을꺼야. 꺼내서 한꺼번에 팔아야지'라고 생각합니다. 농부가 칼을 들고 거위의 뱃속을 갈라보지만 뱃속에는 황금알이 없었습니다. 욕심은 더 큰 손해를 불러 옵니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

                            

● 바람과 햇님(The Wind and the Sun)

,바람과 햇님은 누가 더 세냐면서 말다툼을 합니다. 그때 어떤 나그네가 길을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햇님은 바람에게 말합니다. '우리 이렇게 말로만 다툴 것이 아니라 실제로 누가 더 강한지 내기를 해 봅시다. 저기 오는 저 나그네의 외투를 누가 벗길수 있는지 어디 한번 해봅시다'라고 말한다. 바람이 그런거야 식은 죽 먹기라고 하면서 바람을 세게 불어서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려고 합니다. 하지만 나그네는 바람이 세차게 불면 불수록 외투의 깃을 더 여밉니다. 이번에는 햇님의 차례입니다. 햇님이 따듯한 햇빛을 계속 내려 쪼이자 나그네는 그만 더워서 외투를 벗습니다. 햇님이 이겼습니다. 부드러움은 강한 것을 이길수가 있습니다.

 

'바람과 햇님'

 

● 속삭이는 새(Whispering Bird)

작은 새는 더 이상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지 못합니다. 아프기 때문입니다. 다른 새들은 작은 새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노래도 크게 부르지 못하자 놀리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다른 새들은 작은 새와 놀려고도 하지 않고 작은 새가 그나마 작은 소리로 말하는 것도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어느날 매 한마리가 높이 떠서 새들을 잡아 먹으려고 노리고 있습니다. 이것을 먼저 본 작은 새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칩니다. '위험해요. 어서들 피해야 해요'...그러나 다른 새들은 듣지를 못합니다. 들었다고 하더다로 작은 새의 말이기 때문에 무시합니다. 매가 쏜살 같이 내려와서 새 한마리를 낚아 채어 갑니다. 그제서야 다른 새들은 작은 새의 말을 빨리 들었으면 하고 후회합니다. 작은 목소리로 얘기한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큰 소리로 떠든다고 해서 모두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 부자와 구두장이(The Rich Man and the Shoemaker)

구두장이는 구두를 고치면서 행복합니다. 날마다 일을 하며 지낼수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구두장이는 행복해서 저절로 노래를 부릅니다. 옆집에 사는 부자는 구두장이가 부르는 노래소리가 듣기 싫습니다. 부자는 금 한주머니를 구두장이에게 주면서 노래를 부르지 말아 달라고 부탁합니다. 구두장이는 갑자기 큰 돈이 생기자 너무 기뻐합니다. 구두장이는 구두 고치는 일을 그만두고 돈을 쓰러 다닙니다. 먹고 싶은 것을 사서 먹고 입고 싶은 것을 사서 입기도 합니다. 부자는 구두장이가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자 기쁩니다. 얼마후 구두장이는 그렇게 돈을 쓰고 다니는 것이 도무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구두장이는 부자에게서 받은 금을 돌려 줍니다. 구두장이는 다시 의자에 앉아 구두를 고칩니다. 그리고 행복해서 노래를 부릅니다. 돈이 많은 부자라고 해서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부자와 구두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