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315. 길버트-설리반의 '마법사'

정준극 2012. 3. 2. 10:06

마법사(The Sorcerer)

G&S(길버트 앤드 설리반)의 2막 코믹 오페라

 

'마법사' 포스터

 

'마법사'(The Sorcerer)는 영국의 듀오인 윌렴 길버트와 아서 설리반이 만든 코믹 오페라이다. 길버트(W.S. Gilbert)가 대본을 맡았고 설리반(A. Sullivan)이 음악을 맡았다. 이 두 사람의 콤비는 세계적이어서 간단히 G&S라고 불러도 이 말이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는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마법사'는 두 사람의 콤비가 이루어낸 세번째의 작품이다. 두 사람은 1871년에 처음 조우하여 테스피스(Thespis)를 만들어냈고 이어 '배심재판'(Trial by Jury)로서 성공을 거두었으며 '마법사'는 세번째 성공작이다. '마법사'는 길버트가 1876년에 The Graphic 이라는 잡지에 크리스마스 이야기로서 게재한 An Elixir of Love(사랑의 묘약)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황당무계한 것이지만 길버트의 재치있는 대본과 설리반의 명랑한 음악으로 인하여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알렉시스의 아버지인 마마듀크 포인트덱스터 경, 미세스 파트렛, 마을교회 목사님인 닥터 달리, 목사님을 좋아하는 착하고 예쁜 콘스탄스, 쓸데 없는 아이디어를 내서 마을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린 알렉시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알렉시스라는 청년이 있다. 모든 사람이 지위나 사회적인 신분에 구애 받지 않고 사랑할수 있어야 한다는 고상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알렉시스는 자기의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런던에서 마법사를 초청하여 사랑의 묘약을 만들도록 한다. 이 묘약을 마시면 깨어나서 처음 만나는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그리하여 묘약을 마신 마을 사람들은 생각치도 못했던 커플이 된다. 바로 잡아야 했다. 결국 묘약을 만든 마법사가 마법을 깨트리기 위해서 모든 책임을 지고 자기를 희생한다는 이야기이다.

 

'마법사'는 1877년 11월 17일 런던의 오페라 코믹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마법사'는 초연 이래 178회의 연속 공연을 기록하였다. 당시 공연예술의 정세로 보아서는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리하여 이 성공에 힘입은 길버트와 설리반은 다음 공동작품인 H.M.S. Pinafore를 완성한다. G&S는 '마법사'의 1884년 리바이벌을 위해 내용을 상당부분 수정하였다. 오늘날에 호주의 시골에서부터 캐나다나 미국의 시골 마을회관에서 공연되고 있는 '마법사'는 1884년도의 수정본이다. '마법사'는 이른바 사보이 오페라이다. 사보이 극장에서 전속으로 공연되었기 때문에 사보이 오페라라고 부르지만 실상 사보이 오페라로 규정하는 이유는 다른데 있다. G&S의 사보이 오페라로부터 작곡가와 작가가 오페라 제작의 거의 모든 것을 책임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길버트와 설리반은 출연자를 직접 선정하였다.  '마법사'는 오늘날에도 간헐적으로 공연되고 있지만 차츰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은 대사에 빅토리아 시대의 슬랭이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노래가사의 템포가 너무 빠르고 음악의 파사지가 복잡하여서 웬만한 아마추어 성악가로서는 감당이 불감당이라는 이유도 있다. 하기야 지금으로부터 30년전만 해도 호주나 캐나다의 시골마을에서도 아마추어 라이트 오페라단이 조직되어 G&S의 코믹 오페라를 공연하였지만 지금은 라이트 오페라를 죽어라고 좋아하는 사람도 점점 사라지고 그런 오페라에 출연하겠다고 나서는 아마추어 음악가들도 절대 부족한 실정이므로 자연히 시들해 질수 밖에 없는 노릇이 아닐수 없다.

 

 

사랑의 묘약을 마신 마을 여인들이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기를 바라면서 환호하고 있다.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마마듀크 포인트덱스터 경(Sir Marmaduke Pointdextre: B-Bar)은 플로버리(Ploverleigh) 마을에 살고 있는 귀족이다. 작위는 바로네트(Baronet)라고 한다. 남작에 준하는 귀족의 작위를 말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이름 앞에 써(Sir)를 붙여서 존경을 표시한다. 아무튼 플로버리 마을에서는 가장 행세깨나 하는 귀족 어른이다. 그의 아들이 알렉시스(Alexis: T)이다. 영국 보병사단의 그레나디어 수비대(Grenadier Guards) 소속의 장교이다. 마을에서 제일 예쁜 알라인(Aline: S)과 약혼한다. 알라인은 옛날에는 귀족가문이었던  레이디 상가주어(Lady Sangazure: Cont)의 딸이다. 알라인은 일찍이 아버지가 돌아가시어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사람들은 알라인의 어머니를 '여사님'이라고 부르면서 존경을 표시한다. 사실 영국에서 레이디(Lady)라고 부르는 것은 남자에게 써(Sir)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닥터 달리(Dr Daly: Lyric Bar)는 마을교회의 목사님이다. 목사님에게도 여러 급이 있어서 닥터 달리는 비커(Vicar)라고 부른다. 비커는 렉토(Rector)와는 달리 교회세를 걷지 못하며 대신 매달 주는 봉급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물론 마법사가 등장한다. 존 웰링턴 웰스(John Wellington Wells: Comic Bar)이다. 그의 딸은 제인 웰링턴 웰스이다. 목사님인 닥터 달리를 사모하는 젊은 여자가 있다. 콘스탄스(Constance: S 또는 MS)이다. 콘스탄스는 교회에서 안내를 맡고 있는 미세스 파틀렛(Partlet: Cont)의 딸이다. 교회 안내원을 영어로는 Pew Opener라고 한다. Pew는 교회에서 신도들이 앉는 벤치스타일의 의자를 말한다. 그리고 공증인(Notary: B)도 출연한다.

 

'마법사'의 초연 당시에 선전용으로 그린 스케치. 마법사가 번개가 치는 가운데 사랑의 묘약을 만들고 있는 것을 알렉시스와 알라인이 놀람으로 지켜보고 있는 장면이다.

 

[제1막] 플로버리 마을 사람들이 마을 귀족의 아들인 알렉시스 포인트덱스터와 평민인 알라인 상가주어와의 약혼을 축하하기 위해 준비들을 하고 있다. 원문에서 약혼은 Betrothal이라고 하지만 우리 식으로 보면 결혼이나 마찬가지이다. 모두들 즐거운 기분이지만 콘스탄스 파트렛만이 별로 기분이 내키지 않는 모습이다. 콘스탄스의 어머니인 레이디 상가주어는 딸 콘스탄스에게 어서 나가서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서 즐겁게 지내라고 말하지만 콘스탄스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실은 마을 교회의 목사님인 닥터 달리를 은밀하게 사랑하고 있다고 털어 놓는다. 닥터 달리는 어느새 중년의 남자이다. 그런 남자를 보고 좋아할 젊은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목사님도 마을의 중매선수인 미세스 파트렛을 통해 콘스탄스가 어떠냐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때마다 콘스탄스처럼 젊고 예쁜 아가씨가 돈 없는 마을 목사인 자기에게, 더구나 나이가 훨씬 많은 자기를 사랑하겠느냐면서 한숨만 쉰다.

 

영국의 어떤 시골마을의 마을회관에서 마을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라이트 오페라(Light Opera)를 공연하는 일이 자주 있다. '마법사'도 역시 마을 오페라단이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던 것을 무대에 올린 케이스이다. 마법사가 '사랑의 묘약'을 만들어서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말하는 장면.

 

이날 약혼식을 올린 알렉시스와 알라인이 등장한다. 마을 사람들도 몰려서 나타난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알렉시스의 아버지로 혼자 살고 있는 마마듀크 경을 역시 오래전부터 혼자 살고 있는 레이디 상가주어가 좋아하는 눈치이다. 하지만 체면상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하지는 못하고 서로들 귀족으로서 예의만 차린다. 그런데 한편으로 보니까 알렉시스의 아버지인 마마듀크 경은 오히려 미세스 파트렛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는 가운데 약혼식이 진행된다. 잠시후 두 사람만이 있게 되자 알렉시스는 알라인에게 평소 자기의 생각을 설명해 준다. 사랑이라는 것은 지위나 신분에 얽매여서 제약을 받으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사랑의 묘약을 만들어서 마을 사람들에게 마시도록 하여 새로운 사랑의 세계를 열어가고 싶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알렉시스는 이미 런던에서 유명한 마법사인 존 웰링턴 웰스를 초청했다고 말한다. 알라인은 알렉시스가 이미 마법사까지 초청했다는 소리를 듣고 걱정이 앞서지만 그대로 참는다. 알렉시스는 마법사에게 누구든지 마시면 처음 만나는 사람과 사랑하게 되는 사랑의 묘약을 만들되 이미 결혼한 사람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부탁한다.

 

마법사인 웰스는 정령들, 악령들, 악마들, 유령들 등등의 도움을 받아 천둥번개가 치는 가운데 땅과 공기의 정령을 부르는 주문을 외며 묘약을 만든다. 드디어 묘약이 만들어지고 마법사는 묘약을 커다란 주전자에 담는다. 잠시후 마을 사람들이 약혼식의 잔치를 위해 몰려 온다. 알렉시스와 알라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주전자에 담겨 있는 사랑의 묘약이 정확히 무언지도 모르고 마신다. 콘스탄스도 이 약을 마시면 닥터 달리와의 사랑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하여 마신다. 레이디 상가주어와 마마듀크 경도 마신다. 묘약을 마신 마을 사람들은 환각 중에 모두 정신을 잃고 잠에 빠진다.

 

마법사가 만든 사랑의 묘약을 마시는 콘스탄스

 

[제2막] 자정이 되자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씩 잠에서 깨어난다. 밖으로 나온 마을 사람들은 묘약의 효과 때문에 처음 만나는 이성을 무조건 사랑하게 된다. 그러니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과 맺어지지 않고 엉뚱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웃기지도 않는 일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서 콘스탄스는 닥터 달리를 사랑하지만 묘약의 영향으로 늙은 공증인을 사랑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즐겁게 생각하는 사람이 하나 있다. 알렉시스이다. 알렉시스는 사랑의 묘약의 효력을 크게 인정하고 차제에 자기와 알라인이 함께 마셔서 두 사람의 사랑을 재확인하고자 한다. 알라인은 알렉시스가 사랑을 재확인하느니 뭐니 그러자 그러면 지금까지는 겉으로만 사랑했었느냐면서 기분이 몹씨 상한다. 한편, 알렉시스는 자기의 고귀한 작위를 갖고 있는 아버지가 교회에서 안내나 맡고 있는 낮은 신분의 미세스 파트렛과 진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자 '이건 아닌데'라면서 혼란스러워 한다.

 

마을교회 목사님인 닥터 달리

 

마법사인 웰스는 자기가 만든 묘약 때문에 사정이 이상하게들 돌아가자 적잖이 당황한다. 더구나 묘약을 마신후 레이디 상가주어가 처음 만난 사람이 자기여서 레이디 상가주어가 자기를 사랑하게 되자 이건 정말 아닌데 라면서 레이디 상가주어를 피해 다니느라고 정신이 없다. 마법사는 자기가 벌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한편, 알라인은 사랑하는 알렉시스가 자기와의 사랑을 재확인하기 위해 묘약을 마시자고 제안한 것을 거절한데 대하여 너무 심했다고 생각하여 후회한다. 그래서 알렉시스 몰래 일단 묘약을 마신다. 알라인은 묘약을 마시므로서 알렉시스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 강해 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묘약을 마신 알라인이 처음 만난 사람이 다름 아니라 교회 목사님인 닥터 달리였다. 알라인은 목사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알렉시스는 급히 마법사를 만나서 어떻게 하면 묘약의 효과를 중지할수 있느냐고 묻는다. 마법사는 묘약을 만들라고 요청한 알렉시스, 또는 묘약을 직접 만든 자기의 두 사람 중에서 하나가 파괴의 신인 아리마네스(Ahrimanes)에게 생명을 바쳐야 한다고 말한다. 마을 사람들이 다시 모여서 런던에서 온 마법사에게 빨리 사라지라고 요청한다. 그러자 땅이 갈라지면서 불길이 솟더니 마법사를 집어 삼킨다. 마법이 깨진다. 마을 사람들은 이상하게 짝 지어졌던 마법으로부터 자유스럽게 된다. 그러면서 진짜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맺어져야 한다면서 축하잔치를 펼친다. 콘스탄스와 닥터 달리가 맺어지며 알렉시스의 아버지와 미세스 파트렛이 맺어진다.

 

알렉시스와 알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