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316. 카롤 치마노브스키의 '하기스'

정준극 2012. 3. 5. 06:44

하기스(Hagith) - Haggith

카롤 치마노브스키(Karol Szymanowski)의 단막 오페라

마크 알버거(Mark Alburger)의 솔로몬(Solomon)

 

카롤 치마노브스키

 

오페라 '하기스'는 폴란드에서 태어났지만 비엔나에서 활동했던 카롤 치마노브스키(Karol Szymanowski: 1882-1937)의 단막 오페라이다. 구약성경 열왕기상 1-2장에 나오는 다윗 왕과 수넴의 아름다운 여인 아비삭에 관한 이야기를 내용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구약성경에는 사무엘하 3: 4, 역대기 상 3: 2에도 하기스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독일어 대본은 비엔나 분리주의(Secessionist) 시인 펠릭스 되르만(Felix Dörmann)이 썼다. 이를 스타니슬라브 바라츠라는 사람이 폴란드어 대본을 만들었지만 아무래도 미진하여 그다지 환영을 받지 못했다. 치마노브스키는 이 오페라를 1912-13년에 비엔나에서 완성했다. 그러나 비엔나에서 피아노 스코어가 출판된 것은 1920년에 가서였다. '하기스'는 1922년 5월 13일 바르샤바 대극장(Wielki Theater)에서 초연되었다. '하기스'는 바르샤바에서 4회 공연으로 마감되었다. 단막이었을 뿐만 아니라 음악도 친근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오페라 '하기스'는 음악적으로나 극적으로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또는 '엘렉트라'와 비교할수 있다.

 

DVD로 제작된 오페라 '하기스'의 커버

 

등장인물은 늙은 왕 다윗(David: T), 젊은 왕 솔로몬(Solomon: T), 수넴 여인 하기스(Hagith: S: 성경에서는 Avishag), 대제사장(B), 왕의 의원(Bar)이다. 시종 한 사람도 출연하지만 대사가 없는 배우이다. 백성들은 합창단원으로 나온다. 실제로 오페라에서는 다윗이나 솔로몬이라는 명시가 없다. 그저 늙은 왕, 젊은 왕으로 표현했을 뿐이다. 대본은 성경 열왕기 상 1장과 열왕기 하 4장에 나오는 말씀과는 차이가 있다. 오페라를 위해 흥미를 가미했기 때문이다. 성경에는 다윗이 늙어 죽음에 임박하자 대제사장과 왕의 의원이 젊은 여인과 함께 지내면 기력을 되찾을수 있다고 권고하여 수넴에서 아리따운 처녀인 아비삭을 왕궁으로 데려오는 얘기로부터 시작한다. 수넴은 블레셋에 속한 땅으로 이즈르엘(Jezreel) 평야의 북쪽, 길보아(Gilboa)산의 남쪽 자락에 있는 지역으며 이스라엘 열두지파 중의 하나인 잇사갈(Issachar)에 속한 땅이다. 옛 수넴은 오늘날 팔레스타인에 있다. 그리고 학깃의 아들로서 다윗의 네째 아들인 아도니야가 다윗이 죽으면 자기에게 왕관이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여 미리 반란을 일으켜 스스로 왕이라고 칭한 일, 그리하여 다윗이 죽기 전에 밧세바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솔로몬을 다음 왕으로 속히 인정한 일, 솔로몬이 아비삭의 아리따움에 반하여 사랑하게 되지만 아버지 다윗의 기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아비삭을 다윗의 품으로 보내야만 하는 일들이 기록되어 있다. 다윗은 아비삭이 다윗의 시중을 들지만 잠자리는 함께 하지 않았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오페라에서는 어느정도 내용이 변형되어 있다.

 

다윗을 위한 백성들의 논의


무엇보다도 어린 처녀의 이름을 성경에는 아비삭으로 되어 있으나 오페라에서는 하기스(또는 하깃)로 바꾸었다. 오페라의 줄거리는 대제사장과 다위 왕의 주치의가 늙어서 힘이 없는 왕에게 젊은 여인 하기스(아비삭)와 함께 있어서 그 여인을 사랑하게 되면 새로운 삶을 살수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름다운 여인 하기스는 왕궁에 들어와서 젊은 솔로몬과 보자마자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하기스는 늙은 왕인 다윗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기를 거부한다. 한편, 다윗은 솔로몬이 어서 왕이 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여 솔로몬을 심히 증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로몬은 아버지 다윗을 위해 하기스를 다윗의 처소로 보낸다. 다윗의 처소에 간 하기스는 늙은 다윗과는 잠자리를 함께 할수 없으며 다윗을 증오한다고 소리친다. 이에 충격을 받은 다윗은 얼마후 분에 못이겨서 숨을 거둔다. 하기스가 밖으로 나와서 다윗의 죽음을 전한다. 그러자 대제사장은 하기스가 다윗을 죽였다고 주장하고 당장 돌로 쳐서 죽일 것을 선언한다. 솔로몬은 하기스의 목숨을 구하려고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서 사람들이 하기스에게 돈을 던진 후였다. 만일 이 스토리대로라고 한다면 다윗도 웃기는 양반이며 솔로몬도 한심한 백성이고 공연히 하기스만 불쌍하게 목숨을 잃었다고 할수 있으니 오늘날의 가치관으로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가 아닐수 없다. 솔로몬과 하기스(아비삭)가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주장은 구약 성경 아가(雅歌: Song of Songs: Song of Solomon)에 언급되고 있는 여인이 하기스(아비삭)일 것이라는 주장에 근거를 두고 있다. 즉, 솔로몬이 하기스를 깊이 사랑하여서 애정이 무르 녹아 있는 솔로몬의 노래를 지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기스는 다윗의 부인 중의 하나로서 아도니야의 어머니라고 한다. 그러므로 솔로몬이 하기스를 아버지 다윗의 회춘을 위해 희생케 한다는 얘기는 사실과 다르다.

 

'다윗과 하기스(아비샥). 1897년 페드로 아메리코 작품. 아름답고 젊은 여인이 늙은 왕인 다윗을 따듯하게 해주면 다윗에게 젊음이 돌아온다고 믿어서 수넴 여인 하기스를 다윗에게 수종들도록 했다는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오페라의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장소는 먼 동방의 어느 나라, 시기는 먼 옛날이다. 늙은 왕(Der alter König)의 건강이 날로 약해진다. 제사장들과 의사들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마침내 대제사장(Der Hohepriester)과 왕의 주치의(Der Arzt)는 늙은 왕에게 만일 기력을 되찾고자 하면 젊은 여자 아이와 침대를 함께 쓰면 된다고 건의한다. 늙은 왕은 기력이 없는 것도 걱정이지만 또 하나의 걱정이 있다. 자기 아들(Der junge König)이 어서 왕관을 쓰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늙은 왕은 젊은 자기 아들이 자기가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참지 못하는 것 같아서 두려운 심정이다. 늙은 왕은 왕관을 탐내고 있다고 생각되는 아들을 멀리 추방키로 한다. 아들은 자기의 잘못이 없음을 항변하지만 소용이 없다. 그러는 중에 주치의가 젊은 여인을 데려왔다고 전한다. 젊은 여인은 늙은 왕의 침소에 들어오다가 마침 방을 나가는 젊은 아들과 마주친다. 왕자는 젊은 여인의 아름다움에 정신을 빼앗긴다. 젊은 여인도 젊은 왕자의 준수한 용모와 다정한 눈빛에 마음이 움직인다.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굳게 맹세하고 영원히 변치 말자고 약속한다. 하지만 왕자는 멀리 떠나야하고 젊은 여인 하기스는 늙은 왕을 만나러 들어가야 한다. 하기스는 늙은 왕에게 사정을 호소하면 인정을 베풀어 두 사람의 사랑을 인정해 줄것으로 믿는다. 하기스는 왕자에게 먼저 가서 있으면 반드시 뒤따라 가겠으니 기다려 달라고 말한다.


밧세바가 다윗에게 솔로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비샥(Abishag)이 다윗에게 수종들고 있다.

 

마침내 하기스가 늙은 왕의 침소에 들어간다. 하기스는 늙은 왕에게 젊은 아들을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하며 아들을 용서해주고 자기들의 사랑을 축복해 달라고 눈물로서 호소한다. 늙은 왕은 하기스를 통해서 청춘을 되찾으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고 또한 아들에 대하여도 경계하는 마음이 있으므로 하기스의 말을 듣고서는 진노하여 경비병에게 하기스를 고문하여 아들과 어떤 음모를 꾸몄는지를 밝혀내고 그후 돌로 쳐서 죽이라고 명령한다. 하기스는 이제 살아날 희망이 도저히 없다. 추방 당해서 멀리 있는 아들이 달려와서 구해주기만을 바라지만 아들은 하기스가 고문을 당하러 간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을 것이므로 더구나 구원의 희망이 없다. 제사장들이 하기스를 고문실로 데려간다. 왕의 명령을 어기는 자에게는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하기스는 마지막으로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아름답지만 비수(悲愁)에 넘친 노래이다. 추방당해 있는 왕자는 하기스가 오겠다는 시간이 지나자 초조해 한다. 그러다가 부하로부터 하기스에 대한 소식을 듣는다. 왕자는 급히 말을 몰아 왕궁으로 돌아간다. 하기스는 너무 심한 고문을 받아서 이제 죽음을 앞두고 있다. 왕자를 본 하기스는 눈물을 흘리며 자기의 사랑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한후 숨을 거둔다.

 

하기스에 대한 백성들의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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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알버거(Mark Alburger)의 솔로몬

 

마크 알버거(1957-)

 

아비삭에 대한 이야기는 미국 펜실베이니어 출신으로 현재 샌프란시코를 중심으로 활발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작곡가 마크 알버거(Mark Alburger: 1957-)가 1998년에 작곡한 오페라/오라토리오 '솔로몬'(Solomon)에도 등장한다. '솔로몬'은 1998년 11월 1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초연되었다. 전3막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제목을 보면 전체 극의 내용을 파악할수 있다.

 

[제1막] 1. 젊은 여인을 찾을지어다(Let's Fina a Young Woman) 2. 너희는 들었는가(Have You Heard: 솔로몬이 왕이 되다) 3.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을 것이다(You Know What To Do: 다윗의 죽음) 4. 무엇을 위한 방문인가?(Is This a Friendly Visit?) 무엇을 해줄수 있는지 보자(I'll See What I Can Do) 5. 죽음을 받아들여야 할것이다(You Deserve to Die: 시편 144) 6. 그대는 내게서 무엇을 원하는가?(What Would You Like Me to Give to You) 7. 이 여인(This Woman)

[제2막 8. 그대는 알것이다(You Know: 성전과 왕궁의 건설) 9. 기쁨에 넘쳐 있는 솔로몬(Happy Solomon: 성궤를 성전으로 모시다)

[제3막] 10. 이것들이 마을이다(So These Are the Towns) 11. 그대에게 가리라(I Come to You: 시바의 여왕) 12. 그대가 약속을 어겼기에(Because You Have Broken) 13. 그대의 아버지 솔로몬(Your Father Solomon)

 

다윗과 하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