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추억 따라/서울

한국의 집(Korea House)

정준극 2012. 3. 6. 05:28

한국의 집(Korea House)

 

해린관

 

모처럼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이 한국의 전통 음식을 맛보고 싶고 전통 민속공연을 보고 싶다고 하면 어디를 소개하면 될까? 필자의 소견으로는 단연 서울 중구 필동에 있는 '한국의 집'(코리어 하우스)이다. 서울에 이만한 장소가 없다. 그야 물론 서울에도 한두군데 국악을 연주하는 식당이 있지만  아무래도 전용 민속극장까지 있는 '한국의 집'을 당할수는 없다. 워커힐에도 부채춤을 추고 북춤을 추는 쇼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도무지 소란스러워서 차분히 감상하기가 어려우므로 어서 나오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더구나 시내에서 워커힐까지 갔다 오려면 교통이 만만치 않아서 일부러 가기가 쉽지 않다. '한국의 집'은 지하철 3/4호선 충무로역 3번 출구로 나가서 주유소 뒤편으로 조금 걸어가면 니온다. 그러므로 아무리 외국에서 오신 귀한 손님이라고 해도 서울의 지하철도 한번 타보고 운동삼아 걸어서 한국의 집에 가는 것도 관찮은 행보일 것 같다. '한국의 집'은 남산 한옥마을과 거의 연결되다시피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높은 데서 내려다보면 남산 한옥마을의 부속건물 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왕에 그럴진대 '한국의 집'에서 저녁을 먹기 전에 남산 한옥마을도 슬며시 구경하면 시간보내는데도 안성마춤일 것이다. 그러나 저러나 사람들은 남산 한옥마을에는 뻔질나게 드나들면서도 조금 걸어가면 나오는 '한국의 집'에는 멀리서만 힐끗 바라보고 지나칠뿐 감히 들어가 보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돈많은 사람들이나 드나들수 있는 무슨 거창한 요정이라고 생각할수 있어서 머뭇거리게 되는 것 같다. 그리하여 공연히 구경삼아 들어갔다가 직원이 '누구시더라? 예약 하셨어요?'라고 다그치면 민망스러워서 그냥 돌아서 나올 형편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돈 많은 신선들이나 모여서 밥을 먹고 얘기를 나누는 곳이라고 생각되는 청우정

 

'한국의 집'은 여러가지 목적의 시설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식당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외국 손님들을 모시고 밥을 먹으러 가거나 또는 안마당에서 거행되는 전통결혼식을 구경 삼아서 보러 가기 전에는 평소에 굳이 들어갈 일이 없는 곳이다. 하지만 외국에서 온 관광객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집'을 한번쯤 구경해 보는 것도 미상불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구경한다고 해서 돈을 받는 것도 아니며 밥을 사먹지 않는다고 해서 '여기 들어오면 안됩니다'라고 말할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집'에 배치되어 있는 한옥 건물들은 그런대로 운치가 있어서 보기에 좋다. 특히 뒷 동산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청우정(聽雨亭)이라는 이름의 팔각정은 사뭇 신선노름을 하며 밥을 먹는 곳 같아서 평생에 한번쯤 호기를 누려보고 싶은 생각을 갖게 한다. 아무렴 '한국의 집' 관광 하일라이트는 마당에서 거행되는 전통혼례식일 것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통결혼식을 구식결혼식이라고 해서 무슨 시대에 뒤떨어진 행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근자에는 일부러 전통결혼식을 고집하는 백성들이 많아졌고 더구나 훌륭한 관광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니 정작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한국의 집' 마당에서 거행되는 전통결혼식을 볼 기회가 있다면 부주는 못할망정 한참이나 구경하다가 슬며시 빠져 나올수 있다.

 

영주실과 봉래실. 중정의 예식장. '한국의 집'의 중심에 위치한 영주실, 봉래실, 방장실의 이름은 원래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러 보냈던 중국의 삼신산에서 따온 것이라고 볼수 있다. 만일 그렇다면 명색이 '한국의 집'인데 하필이면 중국의 산이름으로 건물 이름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만일 영주산, 봉래산, 방장산이 한라산, 금강산, 지리산을 말하는 것이라면 크게 상관은 없지만 그렇지 않고 정말 중국의 삼신산을 말하는 것이라면 그건 '한국의 집'으로서 맞지 않다는 얘기들이다. 오히려 이순신홀, 강감찬홀, 을지문덕홀 등으로 이름을 붙여서 외국손님들, 특히 일본인이나 중국인을 데리고 왔다면 일장의 해설을 해주는 것도 과히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기록에 의하면 현재의 '한국의 집'은 사육신의 한 사람인 박팽년이 살던 집이 있던 곳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집'이 있는 곳도 역사적으로 의미를 붙일만한 장소가 아닐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주차장 한 쪽에 박팽년의 동상이라도 세워 놓는다면 이사람 저사람들이 '이 양반은 누구시더라?'라고 하면서 기념사진들을 찍을 것이 아니겠는가? 그건 그렇고, 세월은 흘러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에는 이곳의 한옥들이 정부의 영빈관으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끝내는 1980년에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라는 또 하나의 관변 기구가 훌륭한 공무원들에 의해 만들어져 '한국의 집'을 관장하기 시작했다. 외국 손님들을 접대해야 할 필요가 있으면 제발 강남의 룸 살롱이나 종로 바닥에 있는 무슨 무슨 장에 가지말고 '한국의 집'으로 모셔와서 전통 한식도 대접하고 기왕에 한국의 전통예술공연도 보게 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뜻에서 마련된 시설이라고 알고 있다. 다만, 가격들이 좀 과한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다.

 

한정식의 메뉴로는 어떤 것이 있으며 얼마이며 언제 이용할수 있는지, 전통민속공연의 시간과 프로그램과 입장료는 얼마인지 등등은 '한국의 집'으로 문의하거나 안내 팜플렛 또는 인터넷(www.kh.or.kr)에 자세히 나와 있으므로 본 블로그에서는 당연히 생략코자 한다. 다만 필자가 우둔한 실력으로 찍은 사진 몇장만을 소개함으로서 관심있는 분들의 발길을 '한국의 집'으로 돌리는데 기여코자 한다. 굳이 사족으로 한마디 말하자면,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음식 값도 그렇고 공연장 입장료도 그렇고 오지게 비싸다. 음식 값으로 말하자면, 2012년 3월 현재, 일품요리라는 간판 아래에 빈대떡 4만원, 해물파전이 4만 5천원, 민물장어구이 5만원, 두부구이+홍어무침 5만원, 너비아니 6만5천원, 막걸리 2만4천 2백원이다. 물론 훌륭한 기능의 요리사들이 뛰어난 정성으로 만드는 전통음식이라고 하니 그만한 값어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얼핏 들지만 결국은 입에 들어가는 것인데 동대문시장에서 파는 4천원짜리 녹두빈대떡과 한국의 집에서 서브하는 4만원짜리 빈대떡이 차이가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전통예술공연 입장료는 5만원이다. 비싼 것인지 안비싼 것인지는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 맨날 두번씩 공연하는데 값을 좀 낮추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그런가하면 훌륭한 예술가들의 공연이므로 그것도 아깝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건 그렇고, 관람했었던 다수의 외국인들에게 어떤 프로그램이 그래도 보기에 좋고 기억에 남느냐고 문의하였더니 북춤, 풍물놀이(상모돌리기), 부채춤을 비롯하며 모두모두 원더풀했다는 촌평이었다. 그런데 오고무를 추는 여인들이 중간중간에 '아-''하'라며 소리를 지르는데 정말 옛날에도 북춤을 추면서 그런 고함을 질렀는지 궁금하다는 사람도 있었다. 만일 그렇다면, 한국 여인들, 정말 유쾌하다는 얘기였다.

  

영주실

환벽루

소화당과 환벽루 뒷면

장독대. 항아리에다 종이 버선을 거꾸로 붙여 놓았다. 왜? 장독에 버선 모양으로 종이를 오려 거꾸로 붙여 놓은 것은 발의 부정적인 의미에서 파생된 것이다. 문상 또는 병자가 있는 집에 다녀온 사람 등 좋지 않은 일로 문밖출입을 한 사람에게 이곳에 범접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장독간에 출입을 금한다는 뜻이다. 거꾸로 붙이는 것은 버선 신은 발로 안 갈 곳을 갔다가 온데 대하여 나무라는 뜻이 분명하다. 우리 겨레의 무뚝뚝하면서도 감칠맛이 있는 그 독특한 해학의 단면을 보는 것 같다. 그런가하면 버선을 꺼꾸로 붙이는 이유는 정상적인 모양과 다르게 붙이므로 해서 악귀에게 두려움을 주어 침입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한다.

전통결혼식에 앞서서 신랑신부가 준비 중. 문향루

민속극장 입구

항아리굴뚝이 운치가 있다. 청우정 올라가는 길 

청우정과 문향루

 

'한국의 집'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민속극장 내부와 전통예술공연 주요 프로그램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