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미완성 오페라

아쉬유와 폴리세느(Achille et Polyxène)

정준극 2012. 3. 23. 18:35

아쉬유와 폴리세느(Achille et Polyxène) - 아킬레스와 폴리세나(Achilles and Polyxena)

장 바티스트 륄리(Jean-Baptiste Lully)의 미완성 오페라

 

장 바티스트 륄리

 

루이 14세 시대에 프랑스의 오페라를 통치하였던 장 바티스트 륄리(Jean-Baptiste Lully: 1632-1687)는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오페라를 지휘하다가 부상을 입어 결국 세상을 떠난 비운의 인물이다. 지휘하다가 부상을 입어서 결국 죽기까지 했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라고 궁금해 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사실은 이러하다. 륄리는 루이 14세가 얼마동안 병에 걸려 고생하다가 회복되자 이를 축하하기 위해 베르사이유 궁전의 극장에서 1687년 1월에 테 데움(Te Deum)을 지휘하였다. 테 데움은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찬양이다. 당시에는 지휘봉이 오늘날 처럼 짧은 것이 아니라 마치 지팡이 처럼 긴 것이었다. 지휘자는 그것으로 바닥을 탕탕 두드리며 박자를 맞추었다. 륄리가 사용한 지휘봉은 끝이 뾰죽한 것이었다. 륄리는 그것으로 바닥을 탕탕 치며 박자를 맞추는 중에 잘못하여 그만 자기의 발을 찌르고 말았다. 처음에는 참고 지냈는데 얼마후 다친 부분이 붓는 등 난리도 아니었다. 의사들은 큰일 났다고 하면서 발을 절단할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륄리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하면서 발의 절단을 극구 반대했다. 륄리의 상처는 괴저가 심해지고 살이 썩어서 결국 륄리는 두달 만인 3월 22일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륄리는 당시에 오페라 '아킬레스와 폴리세나'(아쉬유와 폴리세느)를 작곡하고 있었다. 그러나 앞 부분만 완성했을 뿐, 나머지 막들은 미완성 할수 밖에 없었다. 륄리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그의 제자인 파스칼 콜라세(Pascal Collasse: 1649-1709)가 미완성 부분을 완성했다. '아킬레스와 폴리세나'는 륄리가 세상을 떠난지 8개월 후인 1687년 11월 7일 파리의 팔레 로얄(Palais Royale)에서 초연되었다. 이런 경우는 륄리에게 그의 작곡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뛰어난 제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며 더구나 루이 14세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들이 륄리의 뜻하지 아니한 죽음에 대하여 깊은 애도의 심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이 커다란 관심을 받으며 무대에 올려 질수 있었다.

 

'아킬레스 폴리세나'는 비르길(Virgil: 80-19 BC)의 이네이드(Aeneid)를 기본으로 하여 장 갈베르 드 캄피스트롱(Jean Galbert de Campistron)이라는 사람이 프랑스어 대본을 마련했다. 이 오페라는 전 5막이며 륄리가 완성한 파트는 서곡과 제1막 뿐이다. 나머지 서막과 4개 막은 파스칼 콜라세가 완성했다. 륄리의 미완성 오페라인 '아킬레스 폴리세나'는 과거의 오페라에서 사용했던 대본 스타일과는 다르다. 륄리는 서막을 대단히 생동적인 음악으로 시작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아킬레스와 폴리세나'에서는 왕의 군대 확장에 대한 욕망을 뮤즈들이 한탄하는 우울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또한 마지막 막인 제5막도 영광스런 찬양이 아니라 우울하고 비극적인 장면으로 장식하도록 했다. '아킬레스 폴리세나'에서는 관례적인 해피엔딩이 아니라 폴리세나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으로 마지막을 장식하도록 했던 것이다. 다만, 제4막의 마지막 장면인 결혼장면에서는 륄리의 스타일대로 화려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앙상블이 되도록 했다.

 

루벤스의 '아킬레스와 폴리세나'

 

[프롤로그] 머큐리가 삭막한 전쟁터에서 나타난다. 테살리(Thessalie)의 왕인 아킬레스의 신하들인 멜포메네, 테르프시코레, 탈리에는 아킬레스(카운터 테너) 왕이 다른 왕국들을 정복할 생각만 하고 있고 축제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는 것을 한탄한다. 머큐리는 이들에게 아칼레스도 곧 축제에 참여할 것이므로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주피터는 이들의 운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무대는 바뀌어 장엄한 장소로 변한다. 뮤즈들이 기뻐하며 춤을 추고 있다. 주피터가 하늘로부터 내려와서 무적의 아킬레스를 축하하는 축제에 합류한다.

 

[제1막] 아킬레스가 아가멤논과의 분쟁 이후 잠시 퇴각하여 머물고 있는 섬이다. 아킬레스는 친구 파트로클레에게 미케네의 왕인 아가멤논이 포로로 잡고 있는 아름다운 브리세이스(소프라노) 공주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고 말한다. 아킬레스는 아가멤논이 브리세이스를 내어 주지 않겠다고 하자 트로이와의 전쟁을 도와주지 않겠다고 말한다. 파트로클레는 아킬레스에게 그의 무기를 빌려주면 대신 전쟁에 나가서 싸우겠다고 요청한다. 아킬레스의 검은 불의 신인 불칸이 특별히 만든 것이다. 아킬레스는 파트로클레의 요청을 들어주지만 파트로클레가 전쟁에서 죽임을 당할 것 같아서 두려워한다. 그러한 때에 비너스가 아킬레스를 만나기 위해 미의 여신(Grace)과 환락의 여신(Pleasure)을 대동하고 하늘로부터 내려온다. 비너스는 아킬레스를 미혹케 하여 전쟁만 생각하지 않도록 할 생각이다. 이때 전령이 뛰어 들어오며 피트로클레가 전쟁에서 죽임을 당했다는 슬픈 소식을 전한다. 아킬레스는 친구 파트로클레의 죽음에 복수하기 위해 전투를 하러 나가기로 결심한다.

 

[제2막] 트로이의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그리스 진영이다. 아킬레스의 충복인 디오메데가 아가멤논에게 브리세이스 공주를 아킬레스에게 보내 달라고 요청한다. 아가멤논이 트로이의 헥토르 왕자에게 패하여 후퇴하여 있을 때 아킬레스가 트로이를 공격하여  헥토를 죽이고 돌아온다. 아킬레스의 또 다른 충복인 아르카스가 트로이의 프리암 왕을 만나 아킬레스에게 항복하라고 설득한다. 프리암 왕은 폴리세나 공주와 헥토르의 미망인인 안드로마크를 데리고 아킬레스를 찾아가 헥토르를 장사지내고자 하니 시신을 내어 달라고 간청한다. 아킬레스가 프리암 왕의 요청을 받아 들인다.

 

[제3막] 아킬레스의 진영이다. 아킬레스는 충복인 아르카스에게 폴리세나 공주와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아킬레스는 아르카스에게 프리암 왕에게 가서 폴리세나 공주와의 결혼을 허락 받아 오도록 한다. 아가멤논이 아킬레스를 찾아와 평화를 위해 브리세이스를 돌려 보내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브리세이스 공주는 이미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으므로 아킬레스의 소유가 된다면 죽음 밖에 선택할 것이 없다고 말한다. 아킬레스의 심정은 몹시 괴롭다. 브리세이스는 주피터의 아내로서 결혼의 여신인 주노에게 도움을 청한다. 주노는 브리세이스의 청탁을 받아 들여서 분노의 신, 증오의 신, 욕망의 신 들을 보내 아킬레스와 폴리세나의 결혼을 방해한다. 한편, 목동들은 평화가 돌아 온것을 기뻐하며 노래를 부른다.

 

[제4막] 화려한 프리암의 궁전이다. 폴리세나는 아킬레스에 대한 상반된 감정으로 괴로워 한다. 아킬레스는 트로이의 적이며 헥토르를 죽인 장본인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다. 헥토르의 미망인인 안드로마크는 폴리세나가 아킬레스와 결혼하는 것을 반대하며 폴리세나에게 트로이의 명예를 위해 행동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폴리세나는 사랑과 의무 사이에서 갈등한다. 폴리세나는 아버지인 프리암 왕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한다. 프리암 왕은 아킬레스와 폴리세나의 결혼을 환영한다.

 

[제5막] 아폴로 신전이다. 아킬레스가 폴리세나의 도착을 고대하고 있다. 마침내 프리암 왕과 함께 폴리세나가 도착한다. 아킬레스와 프리암은 아폴로 신의 앞에 있는 다리에서 결혼서약서를 교환키로 한다. 다리의 아래에는 불길이 치솟는 용광로가 있다. 브리세이스는 주노가 두 사람의 결혼을 방해하지 않고 있다고 믿어서 스스로 결혼의식을 방해키로 한다. 브리세이스가 아폴로 신전에 도착하자 신전 안에 있던 그리스 사람들이 크게 당황한 모습으로 밀려 나온다. 파리스 왕자가 아킬레스를 죽였다는 것이다. 폴리세나는 아킬레스의 죽음을 알고 정신을 잃는다. 폴리세나는 아킬레스가 지옥에서 자기를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폴리세나는 불길 속으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