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동서음식의 교차로

비엔나 음식(퀴진) 가이드

정준극 2012. 5. 2. 07:02

비엔나 음식(퀴진) 가이드(A Guide to Viennese Cuisine)

 

카페 디글라스의 커피

 

비엔나에는 비엔나만의 독특한 음식(퀴진)이 있다. 퀴진(Cuisine)이라는 단어는 요리 또는 음식이라고 번역할수 있지만 반드시 음식 또는 요리라는 의미와는 달리 별도의 뉘앙스가 있다. 오히려 음식문화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비엔나의 퀴진은 비엔나의 지리적 여건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 비엔나는 동유럽과 서유럽을 연결하는 요충지에 있다. 때문에 퀴진에 있어서도 동유럽과 서유럽의 영향을 모두 받았다. 받아서 융합하여 비엔나만이 내세울수 있는 독특한 퀴진문화를 창출하였다. 그 결과로 나타난 몇가지의 음식을 소개코자 한다. 다 아는 사항이지만 국제적인 음식전문가들이 그렇다고 선정한 것이므로 부담없이 소개코자 한다.

 

비너 슈니첼(Wiener Schnitzel): 웬만한 비엔나 식당에서 비너 슈니첼이 없다면 말이 안된다. 원칙대로 하자면 주로 송아지 고기를 두들겨서 얇게만들어 여기에 계란과 빵가루를 섞은 밀가로 반족에 두르고 맑은 버터 기름에 튀긴 것이다. 칼브스 슈니첼(Kalbs Schnitzel)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반면에 돼지 고기로 만든 것은 슈봐인스 슈니첼(Scchweins Schnitzel)이라고 부른다. 어떤 식당에서는 접시보다 더 큰 사이즈의 비너 슈니첼을 서브한다. 1구 대성당박물관 인근에 있는 휘그뮐러 집이 그렇다. 일단 주문하고 나면 전부 먹어 치울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사이드로서는 보통 감자 살라드가 나온다. 레몬 한 조각을 얹어 주므로 레몬 즙을 짜서 고기에 뿌린다. 바삭바삭하게 튀겨진 슈니첼은 훌륭한 요기이다. 맛있다.

 

프렌치 프라이스를 곁들인 비너 슈니첼. 바삭바삭.

 

비너 자프트굴라슈(Wiener Saftgulasch): 헝가리의 영향을 받은 음식이다. 오스트리아의 굴라슈는 동구의 굴라슈와 별반 차이가 없지만 영어의 스튜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이 특징이다. 굴라슈는 어떤 육류로도 만들수 있다. 여기에 파프리카로 상큼한 양념을 하고 만두와 같은 덤플링과 감자, 쌀, 누들 따위를 섞어서 만든다. 빵을 떼어서 소스에 적셔 먹기도 한다. 비엔나에는 굴라슈무제움(Gulaschmuuseum)이라는 식당이 있다. 15가지의 각기 다른 굴라슈를 서브한다. 피아커굴라슈는 비엔나에서만 볼수 있는 굴라슈이다. 보통 비프 굴라슈에 프랑크푸르터 소시지와 게르킨(Gherkin)이라는 식초로 절인 작은 오이를 넣은 것이다. 여기에 계란 프라이를 하나 얹어 준다. 비너 자프트굴라슈는 소고기를 덩어리채 많이 쓰기 때문에 린드스굴라슈(Rindsgulasch)라고 부르기도 한다.

 

비너 피아커굴라슈

 

타펠슈피츠(Tafelspitz): 또 하나의 비엔나 특별 음식이라고 하면 타펠슈피츠가 있다. 얇게 자른 소고기를 끓는 물로 익힌 것이다. 사이드로서는 으깬 감자를 프라이한것(Geröstete Erdäpfel), 호스래디쉬, 당파의 일종인 슈니트라우흐(Schnittlauch)로 만든 소스, 아펠크렌 등이 나온다. 아펠크렌이라는 소스는 호스래데쉬, 크림, 사과를 섞어서 만든 것이다. 타펠슈피츠는 프란츠 요셉 황제가 즐겨 먹던 음식으로서 유명하다. 이나라에서는 감자를 에르드아펠, 즉 땅에서 나는 사과라고 표현하고 있다. 물론 카르토펠른이라는 단어도 사용한다. 타펠슈피츠에는 아펠크렌(Apfelkren: 호스래디쉬, 크림, 사과를 섞은 것)이나 슈니틀라우흐사우세(Schnittlauchsauce: 마요네스와 오래된 빵을 섞어 만든 골파 소스)도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

 

비엔나에서 전통적인 타펠슈피츠로서 유명한 플라슈타 식당의 타펠슈피츠

 

이상의 세가지가 비엔나에서 흔히 볼수 있는 비엔나 특유의 음식이다. 비엔나 음식을 언급함에 있어서 카페문화를 덧붙이지 않을수 없다. 카페는 비엔나 생활의 한 단면이다. 비엔나 사람들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케익 한 조각을 먹는 것은 마치 영국 사람들이 티타임을 가지고 티와 함께 스콘을 먹는 것과 같다. 유서깊은 비엔나의 카페에서 비엔나 특유의 커피와 케익을 음미하는 것은 비엔나를 찾아간 즐거움이다.

 

비엔나는 간혹 유럽에서 처음으로 터키의 커피를 도입한 장소로서 인용되고 있다. 1683년 터키의 제2차 비엔나 공성 때에 터키군이 퇴각하면서 커피 자루들을 남기고 간 것을 전투에서 공을 세운 쿨츠키라는 사람이

부상으로 달라고 해서 그것을 근거로 커피점을 차리고 커피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 유럽에 커피가 유행하게된 계기라는 얘기다. 어쨋든 비엔나에는 비엔나 특유의 커피가 있다. 멜란즈, 피아커, 아인슈패너가 그것이다. 멜란즈는 카푸치노와 비슷한 것이므로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피아커는 커피에 럼주를 넣고 여기에 휘핑 크림을 얹은 것이다. 아인슈패너는 글라스에 주는 진한 블랙커피로서 휘핑 크림을 슬쩍 얹어 주는 것이다.

 

자허 토르테

 

커피와 함께 케익에 대하여도 소개하지 않을수 없다. 비엔나는 전통적으로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비엔나는 케익과 디저트의 왕국이다. 비엔나에는 토르테(Torte)라는 진짜 맛있는 케익이 있다. 토르테는 밀가루에 달걀, 설탕, 효모 따위를 넣어 만든 것이다. 여러 토르테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자허토르테는 그중에서도 비엔나를 대표하는 토르테이다. 1832년, 16세의 도제였던 프란츠 자허라는 사람이 처음 창안한 케익이다. 케익에 쵸콜릿을 두껍게 두르고 여기에 아프리코트 잼을 둘러 만든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만드는 방법은 아직까지도 비밀이다. 자허토르테의 라이발은 임페리얼 토르테와 카페 데멜에서 만드는 사크레드 토르테(Sacred Torte)이다. 기왕에 얘기가 나온 김에 토르테와 케익은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보자. 케익은 음식으로 분류한다. 음식 중에서도 단 음식이다. 그러나 토르테는 후식이다. 케이크는 일반적으로 과일, 캔디, 크림 등으로 장식을 한다. 이런 장식을 아이싱 한다고 말한다. 토르테는 장식이 없다. 케익은 생일이나 결혼 등의 축하용으로 주로 사용된다. 토르테는 고급 후식일 뿐이다. 케이크는 밀가로가 주성분이다. 여기에 설탕, 계란, 버터 등을 섞어서 만든다. 토르테는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하더라도 아주 적게 사용하며 주로 견과류의 분말에 빵가루를 섞어서 만든다. 토르테는 케이크보다 더 고급 재료를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토르테는 독일어로 케이크라는 뜻이다. 토르테에서 가장 일반적인 것은 초콜릿 토르테, 초콜릿 무스 토르테, 초콜릿 헤즐넛 토르테 등이다. 이처럼 토르테의 기반은 초콜릿이다. 무스는 거품이 이는 크림을 얼리거나 젤라틴으로 굳힌 것을 말한다.

 

카이저슈마른은 이제 후식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훌륭한 식사로 자리잡고 있다.

 

비엔나의 후식 중에 카이저슈마른(Kaiserschmarrn)이라는 것이 있다. 원래 프란츠 요셉1세 황제를 위해 만든 음식이라고 한다. 카이저는 황제이고 슈마른은 범벅이라는 뜻이다. 카이저슈마른은 팬케익을 마치 스크램블드 에그처럼 범벅으로 만든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통 설탕을 뿌리며 뜨거운 애플 소스 또는 플럼 소스를 쳐서 먹는다. 또 하나의 비엔나의 유명한 후식으로는 아펠슈트루델(Apfelstrudel)이 있다. 맥도날드에서 파는 애플파이와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역사가 오래되어서 18세기에 이미 널리 유행했다고 한다. 아펠슈트루델은 합스부르크 제국을 대표하는 후식이라고 볼수 있다. 슈트루델 만두피에 사과, 시나몬, 건포도, 빵가루를 넣고 굽는 것이다. 보통 크림이나 카스테라와 함께 먹는다. 슈트루델의 변형으로서는 밀크 크림을 넣은 밀리람슈트루델(Millirahmstrudel), 토펜슈트루델(Topfenstrudel) 등이 있다. 토펜슈트루델은 사과 대신에 치즈로 채운 것이다.

 

비엔나의 대표적인 후식인 아펠슈트루델

 

소시지는 여러 종류가 있다. 길거리의 포장마차에서도 여러 종류의 소시지를 사서 먹을수 있다. 대표적인 소시지는 비너(Wiener)라고 하는 것인데 사실 비너라는 말은 미국이나 독일에서 비엔나의 소시지를 말할 때 사용하는 단어이며 비엔나에서는 프랑크푸르터라고 부른다. 이밖에 인기 소시지로는 부렌부르스트(Burenwurst)라는 것이 있다. 소고기 중에서 품질이 낮은 것과 돼지고기를 섞어서 만든 것으로 대체로 끓는 물에 덥혀서 먹는다. 또 캐제크라이너(Käsekrainer)라는 것도 많이들 먹는다. 돼지고기를 맵게 양념한 것에 치즈를 섞어서 만든 소시지이다. 브라트부르스트(Bratwurst)는 하얀색의 돼지고기 소시지이다. 거리의 포장마차에서 소시지를 사 먹을 때에는 대개 빵과 함께 주문한다. 미트 브로트(Mit Brot)라고 말하면 된다. 빵이 필요 없고 소시지만 먹겠다면 오네 브로트(Ohne Brot)라고 말하면 된다. 젠프는 두가지가 있다. 비교적 단맛이 나는 쥐스(süss)와 매운 맛이 나는 샤르프(scharf)이다.

 

요즘엔 젠프를 치약처럼 만들어서 판다. 물론 병에 담은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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