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동서음식의 교차로

비엔나 퀴진(Vienna Cuisine) 입문

정준극 2012. 5. 2. 18:08

비엔나 퀴진(Vienna Cuisine) 입문

비너 퀴헤(Wiener Küche)

 

플라후타 그륀슈판 비에르가스트슈태테 . 16구 오타크링거 슈트라쎄 소재. 비엔나의 분위기에서 비엔나 음식과 비엔나 맥주를 즐길수 있다.

 

세상에는 여러 스타일의 음식이 있다. 프랑스 요리, 이탈리아 요리, 중국 요리, 중국 요리 중에서도 사천요리, 북경요리, 광동요리, 상해요리, 그리고 멕시코 요리 등등. 그러고보면 대체로 나라와 지방의 이름을 따서 요리의 스타일을 선전하였다. 그런데 나라나 지방이 아니라 도시의 이름을 따서 붙인 요리(퀴진)가 있다. '비엔나 퀴진'이라는 말은 아예 고유명사가 되었다. 파리에는 특별히 파리 요리라는 것이 없고 런던에도 특별히 런던 요리라는 것이 없다. 그런데 비엔나에는 '비엔나 요리'라는 것이 있다.  세계의 수많은 도시 중에서 그 이름을 요리에 붙인 경우로서 비엔나도 포함된 것이다. 그만큼 비엔나 요리는 특별한 것이다.

 

카이저슈마른(Kaiserschmarrn). 비엔나 사람들이 즐기는 후식 중의 하나이다. 후식이 본래 메뉴만하다.

 

오스트리아의 고품격 요리(Haute Cuisine: 오트 퀴진)는 프랑스, 그리고 이탈리아 요리와 함께 유럽에서 가장 흥미로운 퀴진의 하나이다. 오스트리아의 오트 퀴진은 K.& K. Imperial & Royal Cuisine 이라고 불렀다. K.& K. 라는 것은 Kaiser(황제)와 König(국왕)를 말하며 오스트리아제국의 황제와 헝가리의 왕을 합한 합스부르크의 군주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비엔나가 신성로마제국의 수도로서 영광을 떨칠 때에는 비엔나의 퀴진이 유럽의 대표적인 퀴진이나 마찬가지였다. 음식문화도 세계정세의 변천과 무관하지 않다. 나폴레옹 이후 신성로마제국이 종말을 고했고 1차 대전 이후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이 몰락하자 오스트리아의 K.& K. 퀴진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오늘날 서부 오스트리아의 알프스 퀴진(Cuisine Alpienne)과 동부 오스트리아 또는 비너 퀴헤 정도가 이름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우리는 고상하게 '오스트리아 퀴진'이라고 말하지만 이것은 '알프스 퀴진'과 '비엔나 퀴진'(Cuisine Viennoise)의 융합이라고 보면 된다.

 

휘글뮐러의 비너 슈니첼. 접시보다 큰 것이 특징이다.

 

합스부르크가 통치하던 시기에는 제국에 속한 다른 영토로부터 유명한 주방장들이 비엔나를 우정 방문하여 비엔나의 왕실 요리를 배워갔다. 이들은 자기 나라에 돌아가서 비엔나에서 배운 왕실 요리를 자기나라의 실정에 맞게 변형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비엔나의 왕실 요리는 우선 양이 풍부했다. 그리고 비너 슈니첼처럼 기름에 튀긴 음식이 많았다. 끓여 먹는 것도 유행이었다. 특히 소고기를 얇게 저며서 끓여 먹었다. 타펠슈피트가 대표적이다. 반면에, 비엔나는 제국에 속하여 있는 여러나라의 음식을 참고로하여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렇게 하여 비엔나의 음식이라는 것이 점차 정착을 하기 시작했다. 비엔나의 유명 식당들의 주방을 빛내고 있는 셰프들의 노력도 가상했다. 그런 셰프들이 없었다면 비엔나의 요리문화가 발달될수가 없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라이트바우어(Reitbauer) 가족이 경영하는 슈타이레레크(Steirereck) 식당이다. 3구 라수모프스키가쎄(Rasumofskygasse) 2번지에 있다. 요리장인 하인츠 라이트바우어(아들)는 슈타이레레크를 21세기 세계 50대 베스트 레스토랑으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특별한 재능과 기술을 과시했다. 그는 야채를 옛날 제국 스타일로 요리하기를 좋아했다. 그가 즐겨 만드는 메인 메뉴는 가족 목장에서 길러서 만든 양고기와 갖가지 생선 요리이다. 생선은 민물생선으로부터 바다생선에 이르기까지 어떤 것이든지 요리의 주제가 되었다. 슈타이레레크의 서비스는 완벽하다. 와인도 폭넓게 선택할수 있다. 게다가 식당의 위치도 좋다. 전에는 프라터에 있었지만 지금은 자리를 옮겨 슈타트파르크 뒤편으로 왔다.

 

슈타트파르크 인근에 있는 마이어라이 & 슈타이레레크 식당

                        

국제적으로 유명한 미슐랭은 비엔나의 식당 중에서 슈타이레레크 이외에도 세 곳을 더 추천하고 있다. 루게크 부근의 존넨펠스가쎄에 있는 발터 바우어(Walter Bauer), 알베르티나 부근의 노이어 마르크트에 있는 노벨리(Novelli), 그리고 20구의 봘렌슈타인슈트라쎄에 있는 므라즈 운트 존(Mraz & Sohn)이다. 그런데 실상 미슐랭은 훌륭한 음식과 적당한 가격의 식당을 대상으로하는 '미식가상'(Bib Gourmand) 수상자로서 이미 비엔나의 몇 개 식당을 선정한바 있다. 비엔나의 베스트 식당을 소개하는 자료로서는 미슐랭 이외에도 Gault Millau(www.gaultmillau.at), A la Carte(www.alacarte.at), Where Austriasns eat(www.styriabooks.at), Falstaff VIP Courmet Guide(www.falstaffgourmentclub.at) 등이 있다.

 

존넨펠스가쎄에 있는 발터 바우어 식당

                         

'춤 슈봐르첸 카밀'(Zum Schwarzen Kameel)의 셰프인 크리스티안 돔쉬츠는 부르크테아터의 현관(Vestibül)에 흉상이 있을 정도로 저명인사가 되어 있다. 대리석으로 꾸며진 식당과 그의 놀라운 주방은 한번 볼만하다. 음식이 훌륭하며 어떤 면에서는 재치가 보인다. 비엔나에서 한번 쯤은 방문해야할 식당이다. 와인과 치즈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프라터에 있는 '아이스포겔'(Eisvogel)에 가보아야 할 것이다. '마이에라이'(Meierei)는 슈타트파르크 뒤편에 있는 '슈타이레레크'의 아랫층에 있는 주점이다. 원래는 프라터에 있었으나 근자에 슈타트파르크 쪽으로 이전하였다. 마이에라이라는 단어는 낙농목장이라는 뜻이다. 1구에 있는 '추 덴 드라이 하켄'(Zu den 3 Hacken)은 슬로우 푸드를 즐기는 사람들의 파라다이스이다. 7구에 있는 '그뤼나우어'(Grünauer)는 19구의 '에켈'(Eckel)과 같은 수준의 훌륭한 식당이다. 두 군데 모두 비엔나의 놀랍도록 훌륭한 주점문화를 보여준다. '비엔나의 비프 황제'라고 불리는 마리오 플라후타(Mario Plachutta)는 비엔나에 세개의 플라슈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여러 형태의 끓인 쇠고기가 특징이다.

 

춤 슈봐르첸 카밀 식당의 야외 테이블. 전통적인 비엔나 요리를 즐길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엔나의 타펠슈피츠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플라후타 식당은 1구 볼차일레(Wollzeile) 38번지, 13구 히칭의 아우호프슈트라쎄(Auhofstrasse) 1번지, 19구 되블링의 하일리겐슈태터 슈트라쎄 179번지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오리지널 호프부르크 스타일의 타펠슈피츠를 맛보려면 플라후타를 찾아가야 할 것이다. 플라후타 가족은 1구의 봘피슈가쎄(Walfischgasse) 5-7번지에 '플라후타 가스트하우스 추르 오퍼'(Plachutta Gasthaus zur Oper)라는 맥주집을 열었다. 주로 젊은 세대를 위한 맥주집인데 식사도 할수 있다. 마리오 플라슈타는 13구 라인처 슈트라쎄(Lainzer Strasse) 2번지에 '마리오 파스타-그릴-바'(Mario Pasta-Grill-Bar)를 열었다. 이제 비엔나에서 플라후타를 모른다면 '실례지만 어디서 오신 분이지요?'라는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플라후타의 볼차일레 식당. 전통적인 타펠슈피츠로 유명하다.

                   

비엔나의 베스트 이탈리아 식당은 1구 '춤 슈봐르첸 카밀'의 옆에 있는 '화비오스'(Fabios)이다. 주소는 투흐라우벤(Tuchlauben) 4-6번지이다. 비엔나에서 가장 훌륭한 델리카테센을 맛볼수 있는 '마이늘 암 그라벤'(Meinl am Graben)에서도 가깝다. 아시아 식당으로서는 단연 9구 루스트칸들가쎄(Lustkandlgasse) 4번지에 있는 '킴 코흐트'(Kim kocht)가 베스트로 추천되었다. 한국인인 김소희라는 분이 셰프로 있다. 한식과 일식을 겸하고 있으며 비엔나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소희여사는 나슈맑에도 젊은이들을 위한 식당을 오픈하였다. 노이어 빈트(Neuer Wind)이다. 나슈맑 18호 슈탄트에 있다. 또 다른 아시아 식당으로서는 '앵도쉬느 21'(Indochine 21)이 있다. 1구 슈투벤링 18번지이다. 2010년 10월에 다시 오픈하여 아시아 음식뿐 아니라 유럽 음식도 제공하고 있다. 중국 식당으로서는 '온'(ON)이 있다. 중국과 오스트리아의 퓨전음식이라고 보면 된다. 또하나는 '진스 시노하우스'(Jin's Sinohouse)이다. 동남아 음식을 주로 하지만 베이킹 더크(북경오리)도 아마 비엔나에서 제일일 것이다. 그리고 비엔나에서 아시아 식당으로서는 가장 뛰어난 와인 창고를 가지고 있다.

 

루스트칸들가쎄에 있는 킴 코흐트 식당. 한식과 일식을 중심으로 하지만 이들을 비엔나 사람들의 기호에 맞게 개발하였다. 간단히 먹을수 있는 메뉴는 비빔밥이다. 참치비빔밥 15유로, 불고기비빔밥 16유로, 닭고기비빔밥 15유로이다.

                            

2010년말과 2011년 초에 비엔나에는 세군데의 중요한 식당이 문을 열었다. 무릇 레스토랑의 권위는 누가 셰프냐에 달려 있다. 2구 프라터슈트라쎄 1번지에 새로 문을 연 소피텔 호텔(Sofitel Vienna Stephansdom)의 호화스런 꼭대기층에 있는 프랑스 요리 전문식당에는 프랑스에서도 알아주는 셰프린 안투안 베스터만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소피텔 호텔의 프랑스 식당은 비엔나의 레스토랑 역사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해 주는 것이었다. 두번째는 1구 코부르크바슈타이(Coburgbastei)에 있는 팔레 코부르크 호텔에 독일의 저명한 셰프인 실비오 니콜이 취임한 것이다. 이로써 팔레 코부르크의 명성은 다시한번 비엔나 사회에서 드높아지게 되었다. 마지막으로는 2011년 1월에 문을 연 샹그릴라 호텔의 식당이다. 1구 슈베르트 링에 자리잡은 톱 아시아계의 호텔인 샹그릴라는 서유럽에서 파리에 이어 두번째로 오픈한 호텔이며 이곳의 구르메 식당은 2007년도 골 밀로(Gault Millau) 셰프로 선정된 요아힘 그라드볼(Joachim Gradwohl)이 부임하였다. 더구나 호텔 샹그릴라에는 뛰어난 소몰리에인 헤르만 보톨렌이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콤비는 가히 환상적이라고 할수 있다.

 

프란츠 요제프스 카이 건너 프라터슈트라쎄 1 번지에 문을 연 소피텔 호텔의 스카이 라운지 겸 식당. 인테리어가 환상적이다.

 

비엔나의 식당을 잠시 소개하는 중에 바이슬(Beisl)을 언급하지 않을수 없다. 비엔나에서 바이슬이란 말은 규모가 작은 맥주 및 와인 주점을 말한다. 물론 간단히 식사도 할수 있다. 영국의 펍(pub)이나 인(Inn)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탈리아에서는 트라토리아(trattoria)가 이에 해당하며 프랑스에서는 굳이 비교하자면 브라세리(brasserie)가 된다. 바이슬에는 간혹 과거에 비엔나에서 내노라하는 셰프들이 은퇴하여서 일자리를 옮겨 일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화려한 레스토랑이 아니라고 해서 무시할 필요는 전혀 없다. 오히려 비엔나의 진짜 퀴진을 맛볼수도 있다. 비엔나 퀴진을 말함에 있어서 빼놓을수 없는 호이리거와 카페에 대하여는 본블로그에서 별도로 설명하였으므로 여기서는 생략코자 한다. 한가지만 덧붙여 말하자면 원래 과일과 채소 시장이었던 나슈마르크트가 요즘에는 관찮은 식당가로 변모하여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아시아 등 이국적인 식사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먹을수 있으므로 호화로운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나슈막을 가는 것도 좋다.

 

샌드위치 집인 노르드제를 비롯하여 식당가가 들어서기 시작한 나슈마르크트. 어? 노르드제도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