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동서음식의 교차로

젬멜의 세계 - 비엔나의 스낵

정준극 2010. 12. 21. 08:02

젬멜의 세계

 

오스트리아에서는 빵만드는 사람이 무척 존경을 받는다. 맛있고 신선한 빵을 먹으려면 빵만드는 사람에게 잘 보여야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오스트리아의 웬만한 빵가게는 그날 만든 빵만을 판다. 이 나라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그날 만든 빵을 사먹는 것을 기쁨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요즘에는 빵가게도 체인점이 많아서 하루나 이틀쯤 지난 빵을 파는 경우도 많지만 일반 시민들은 그날 만든 빵을 먹아야 식사다운 식사를 했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아침에 빵가에 앞에서 줄을 서서 사는 빵은 주로 브뢰첸(Brötschen)이다. 작은 빵이라는 뜻이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딘너 롤 처럼 생긴 빵이다. 비엔나 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대표적인 빵은 젬멜(Semmel)이라는 것이다. 일명 카이저(Kaiser: 황제)라고도 부르는 빵이다. 빵의 겉에 바람개비 모양의 문양이 찍힌 빵이다. 일반적으로 빵은 브로트(Brot: 브레드)라고도 하고 롤(Roll)이라고도 한다. 두 단어 모두 빵이라는 뜻이지만 조금 차이가 있다. 카이저 젬멜은 브로트에 속한다. 젬멜의 겉에는 깨를 살짝 뿌리는 것이 보통이다. 젬멜은 샌드위치 처럼 소세지, 치즈 등을 넣거나 잼이나 버터를 발라서 먹는 것이 일반이다. 굴라슈(Goulash)나 수프와 함께 먹기도 한다. 오스트리아 전통의 립타우어(Liptauer)를 발라 먹는 사람들도 있다. 립타우어는 치즈와 겨자 등을 혼합하여 만든 일종의 양념이다. 레버캐스젬멜(Leberkässemmel)은 거위 간을 혼합하여 만든 치즈를 바른 젬멜이다. 가장 흔히 먹는 음식이다. 이밖에도 빵에 발라 먹는 것으로서 잘츠탄게를(Salztangel), 휜츄게를(Fintschgerl), 퀴르비스커른베케를(Kurbiskernweckerl), 키페를(Kipferl), 몬플레쎄를(Mohnflesserl), 라우겐슈탄겔(Laugenstangel), 코른슈피츠(Kornspitz) 등 종류도 많다.

 

카이저젬멜에 간으로 만든 치즈를 넣은 레버캐스젬멜

 

오스트리아에 와서 립타우어를 맛보지 않고 간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므로 반드시 맛을 보기 바란다. 슈티리아 지방의 특산인 유명한 페어하커트(Verhackert)도 한번 발라 먹어 보기 바란다. 에르드애펠카스(Erdäpfelkas)는 오베르외스터라이히 지방의 별미로서 감자 으깬 것을 기본으로 만든 것이다. 에르드아펠은 땅에서 나는 사과, 즉 감자를 말한다. 티롤지방은 빵에 훈제 베이콘을 넣어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시지를 젬멜에 넣어 먹을 때에는 젠프(Senf)를 듬뿍 찍어 먹는다. 젠프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즐겨 먹는 양념으로 겨자가 기본이다. 프랑크푸르터(Frankfurter)는 우리가 보통 말하는 비엔나 소시지(Wiener)이다. 비엔나에 비엔나 커피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엔나에서는 비엔나 소시지라는 말이 없고 대신 프랑크푸르터이다. 이런 스타일의 소시지를 처음 만들어 먹은 곳이 프랑크푸르트이기 때문에 프랑크푸르터라는 이름이 붙었다. 프랑크푸르터 소시지는 요한 게오르크 라너(Johann Georg Lahner)라는 사람이 프랑크푸르트에서 처음 만들었지만 얼마후 비엔나에 와서 조금 변형하여 팔기 시작했다. 노이슈티프트가쎄 111번지는 요한 게오르그 라너가 비엔나에서 처음으로 프랑크푸르터 소시지를 팔던 곳이다. 비엔나의 프랑크푸르터 소시지는 거꾸로 독일로 건너가 '비엔나 소시지'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므로 프랑크푸르트에서는 비너(Wiener)로, 비엔나에서는 프랑크푸르터(Frankfurter)로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비엔나에서도 비너라는 명칭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 같다. 비너와 프랑크푸르트는 어떻게 다른가? 간단히 말해서 비너는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함께 넣어 만든 소시지이며 프랑크푸르터는 돼지고기만을 사용한 것이다.

 

프랑크푸르터 소시지. 미국 식으로 핫덕이다. 보통 부르스텔 가게에서 프랑크푸르터를 시키면 빵과 소시지만을 준다.

 

굴라슈와 관련하여 한마디 하자면, 비엔나의 굴라슈는 헝가리의 굴라슈와는 다르다. 굴라슈가 비록 헝가리가 오리지널인 음식이지만 비엔나에 와서 비엔나 스타일로 정착했다. 간단히 말해서 헝가리 굴라슈보다도 저 진하다. 비엔나의 굴라슈는 양념을 더 넣어서 더 맵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브레드 덤플링인 젬멜크뇌델(Semmelknodel) 또는 제르비텐크뇌델(Servittenknodel)을 썰어 넣어서 먹는다. 립타우어, 젠프 등은 수퍼마켓이나 정육점 등에서 공장제품을 쉽게 살수 있다.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임비쓰(Imbiss)라는 우리네의 포장마차와 비슷한 작은 가게를 흔히 볼수 있다. 뷔르스텔슈탄트(Würstelstand)라고도 부른다. 뷔르스텔은 소시지를 말한다. 서부 오스트리아에서는 보스나(Bosna 또는 Bosner)가 전형적인 스낵이다. 미국의 핫독과 흡사하지만 반드시 같은 스타일은 아니다. 화이트 소시지를 넣은 것으로 보통 화이트 비어와 프레첼을 함께 먹는다. 보스나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보스니아와 연관된 것이지만 소시지 용어로는 잘츠부르크나 린츠, 그리고 서부 바바리아에서 자주 먹는 핫덕 스타일의 음식을 말한다.

 

립타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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