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동서음식의 교차로

카이저슈마른

정준극 2010. 12. 27. 01:58

카이저슈마른(Kaiserschmarrn)

 

프란츠 요셉 황제는 엘리자베트 황비가 맛있는 슈마른을 별로 먹지 않자 가져다가 모두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황제가 좋아한 슈마른이란 의미에서 카이저슈마른이라는 명칭이 붙었다는 것이다.

 

카이저슈마른의 '카이저'는 '황제'를 말하며 '슈마른'은 '미쉬매쉬'(범벅) 음식을 말한다. 카이저슈마른은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디저트이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제국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어서인지 카이저라는 단어가 붙은 말이 상당히 많다. 아침마다 먹는 둥근 빵의 이름도 카이저이다. 음식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카이저슈마른은 대표적이다. 카이저슈마른은 실제로 오스트리아 제국(후에는 오스트로-헝가리 제국)의 프란츠 요셉 황제가 즐겨 먹던 것이라고 한다. 어느 때에 호프부르크 궁정의 요리사가 프란츠 요셉 황제를 위해 색다른 디저트를 처음 만들었는데 음식에 있어서도 검소하기가 이를데 없었던 황제였지만 새로 만들어 올린 디저트의 맛을 보고 '이거 참 관찮은데...'라고 말하며 접시를 비웠다고 한다. 그로부터 슈마른은 슈마른인데 카이저께서 즐겨 잡수셨던 것이므로 카이저슈마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다른 에피소드도 있다.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비상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던 엘리자베트 왕비(씨씨)는 황실의 요리장을 불러 '허리가 굵어지지 않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씨씨의 허리는 가히 전설적이었다. 그렇게 하여 만들어 올린 음식이 카이저슈마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씨씨는 요리장이 만들어 올린 슈마른을 먹어보고 너무 영양분이 풍부하다고 생각해서 더 이상 먹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본 프란츠 요셉 황제가 '아니, 맛만 좋던데...'라면서 씨씨의 접시까지 당겨서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황제께서 잡수신 슈마른이라고 해서 카이저슈마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얘기이다. 프란츠 요셉 황제는 평소에 절대로 음식을 탐하여 먹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말하자면 절식을 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왕비의 디저트까지 먹은 것은 정말이라면 정말 예외중의 예외의 사건이었다. 그런가하면 프란츠 요셉 황제가 개미허리를 유지하려고 애를 쓰는 왕비를 핀잔주기 위해서 그랬다는 후문이다.

 

크랜베리 잼을 얹어 먹기도 하는 카이저슈마른

 

카이저슈마른은 캬라멜처럼 만든 팬케이크이다. 밀가루에 달걀, 설탕, 소금, 우유를 넣고 반죽하여 버터에 굽는다. 하지만 여러 다른 스타일로 만들수도 있다. 카이저슈마른을 만들 때에는 계란의 흰자위와 노른자를 분리하여 흰자위는 굳어질 때까지 휘저으며 그후에 밀가루를 넣고 반죽을 하고 이어 계란 노른자에 설탕 등을 넣어 밀가루 반죽에 섞는다. 팬케이크가 어느 정도 익혀지면 설탕가루를 뿌리며 이밖에 견과류, 체리, 대추, 사과 잼 등을 얹거나 또는 알몬드 썰은 것, 설탕으로 재인 건포도 등을 얹을수 있다. 카이저슈마른은 디저트이지만 알프지 지방에서는 점심 한 그릇으로 먹는 경우가 많다.  

 

전형적인 카이저슈마른. 비엔나를 방문하였으면 이 나라 식당에서 적어도 카이저슈마른 한 접시는 먹고 가야 한다. 단,당뇨가 있는 사람은 곤란하다. 그런데 양이 상당히 많다. 한끼 식사로도 충분한 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