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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날(Vatertag)

정준극 2012. 5. 31. 19:52

아버지 날(Vatertag) - Father's Day

Herrentag

 

'아버지 날' 카드. 아버지는 피곤하다.

 

우리나라에는 '어머니 날'이나 '아버지 날'이 따로 없는 대신에 합쳐서 '어버이 날'이 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에는 '어머니 날'이 있고 '아버지 날'이 따로 있다. '아버지 날'은 미국에서 비롯되었지만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수입하여 기념일로 삼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버지 날' 을 지키는 나라는 유럽의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리투아니아, 덴마크,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 네덜랜드, 헝가리, 룩셈부르크,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아이슬랜드, 스웨덴, 핀랜드가 그러하며 남미의 칠레, 아르헨티나, 오세아니아주의 호주와 뉴질랜드도 '아버지 날'을 열심히 지키고 있다. 그런데 나라마다 '아버지 날'을 지키는 날짜가 다르다. 6월 셋째 주일을 '아버지 날'로 지키는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2012년의 경우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6월 17일이 '아버지 날'이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뭐가 그리 급하다고 3월 19일에 지키며 독일은 5월 17일에 지킨다. 그런가하면 아예 복잡한 5, 6월은 피하고 가을에 '아버지 날'을 지키는 나라도 많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9월 2일이며 베네룩스 3국에 속하는 룩셈부르크는 10월 7일에 지킨다. 그리고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아이슬랜드, 스웨덴, 핀랜드 등 북구에 속하는 나라들은 우리나라에서 뻬뻬로네 날이라고 해서 난리를 치는 11월 11일에 지킨다. '아버지 날'을 기념하는 취지는 나라마다 거의 같지만 날짜가 다른 것은 아무래도 흥미있는 일이다.

 

오스트리아의 '아버지 날' 카드. 오늘의 나를 만들어 주신 아버지께 감사를 드린다는 내용이다.

 

'아버지 날'은 살아계신 아버지 뿐만 아니라 조상들을 숭모하는 날이기도 하다. '아버지 날'은 고대로부터 지켜오던 축일이 아니다. 미국에서 비교적 근대에 시작된 축일이다. 물론, 고대 로마에서는 2월에 아버지를 기리는 전통이 있었지만 그 경우에는 돌아가신 아버지만이 대상이 되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아버지 날'을 기념했다는 기록은 1908년 7월 5일이었다. 웨스트 버지니아주의 페어몬트(Fairmont)라는 곳에서 처음으로 '아버지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있었다. 행사라고 해야 요즘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중앙연합감리교회(Central United Methodist Church)에서 기념예배를 드린 것이 전부였다. 이곳에서 '아버지 날'을 기념하자고 처음 주장한 사람은 그레이스 클레이턴(Grace Clayton)이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교회 목사님에게 그 전해의 겨울에 인근 모논가(Monongah) 광산에서 사고로 무려 362명의 광부들이 죽임을 당한 것을 추모하여서 '아버지 날'을 지키자고 제안했다.

 

'아버지 날'의 제정에 대한 또 다른 주장은 '라이온스 클럽' 시카고 지부장인 해리 미크(Harry Meek)라는 사람이 제안했다는 것이다. 그는 라이온스 클럽 회원들과 함께 1915년에 처음으로 '아버지 날'을 지켰다고 한다. 이때 선정한 날짜가 6월 셋째 주일이었다. 6월 셋째 주일은 해리 미크의 생일에서 가장 가까운 일요일이었다. 미국에서 '아버지 날' 제정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은 워싱턴주 스포카네 출신으로 결혼하여 아칸소주에 와서 살고 있던 소노라 스마트 도드(Sonora Smart Dodd)여사이다. 그의 아버지인 윌렴 잭슨 스마트는 남북전쟁 참전용사로서 여섯 아이들을 어머니 없이 혼자서 훌륭하게 길렀다. 도드 여사는 원래 아버지 윌렴 잭슨 스마트가 세상을 떠난 날인 6월 5일을 '아버지 날'로 지키자고 했으나 행사준비가 되지 못하여 6월 셋째 주일에 가서야 '아버지 날'을 지킬수 있었다. 그로부터 6월 셋째 주일을 '아버지 날'로 지키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도드 여사의 주장에 따라 처음으로 '아버지 날'이 지켜진 것은 1910년 6월 19일 워싱턴주의 스포카네에서였다. 당시 캘빈 쿨리지 대통령은 스포카네에서의 '아버지 날'에 대한 얘기를 듣고 이날을 국경일로 삼아 모든 아버지들을 기리는 날로 삼자고 제안하였으나 당장 실현되지는 못했다. 6월 셋째 주일을 전국적인 '아버지 날'로 지키기 시작한 것은 린든 존슨 대통령 시절인 1966년이었다. 그리고 법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1972년 리챠드 닉슨 대통령 시절이었다.

 

'아버지 날'과는 별도로 '국제남성의 날'(International Men's Day)이라는 것이 제정되어 여러 나라에서 이날 모든 아버지들을 기리는 날로 삼고 있다. 대체로 11월 19일을 '국제남성의 날'로 지키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 수신자부담의 전화가 가장 많이 걸려오는 날이 '아버지 날'이라고 한다. 멀리 살고 있는 자녀들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면서 전화요금이 아까워서 수신자부담(Reverse charge)으로 전화를 건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Reverse charge 라고 하지만 미국에서는 Collect call 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아버지 날'은 카드 우송에서 5위를 차지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부활절, 추수감사절, 어머니날에 이어서 다섯번째이다. '아버지 날'은 영어로 Fathers' Day라고 써야 문법적으로 옳지만 처음 제안되었을 때부터 Father's Day라고 되어 있어서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엔 이렇게 써도 좋고 저렇게 써도 관찮다.

 

아빠의 다리를 꼭 잡고 있는 아이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