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327. 윌렴 월튼의 '트로일루스와 크레씨다'

정준극 2012. 9. 5. 20:25

트로일루스와 크레씨다(Troilus and Cressida)

윌렴 월튼(William Walton)의 3막 오페라

초서의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Troilus and Criseyde)를 바탕으로 한 작품

 

윌렴 월튼. 영국 왕실로부터 경(Sir)의 칭호를 받았다.

 

'트로일루스와 크레씨다'는 영국의 윌렴 월튼(William Walton: 1902-1983)이 남긴 두 편의 오페라 중에서 첫번째 작품이다. 대본은 크리스토퍼 하살(Christopher Hassall)이 썼다. 그의 첫번째 오페라 대본이었다. 이 오페라의 대본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인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Troilus and Criseyde)를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월튼은 이 오페라를 묵묵히 내조만 하는 그의 부인인 수산나에게 헌정하였다. 월튼이 이 오페라를 작곡하기로 마음을 정한 것은 1940년대 중반이었다. 벤자민 브리튼의 '피터 그라임스'를 보고 자극을 받아서였다. 당시 월튼의 동반자였던 앨리스 윔본(Alice Wimbourne)이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를 적극 추천하였다. 윔본은 크리스토퍼 하살이 대본가로서 적임자라고 제시하였다. 그런데 크리스토퍼 하살은 그때까지만 해도 오페라 대본을 한번도 써 본 일이 없었다. 그래서 이 오페라를 작곡하는 과정에서 월튼과 하살은 수없이 많은 협의를 거쳤다. 그러한 과정에서는 대체로 월튼은 하살이 작성한 대본에서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파트를 직접 상당부분 수정하였다. 이 오페라를 완성하기까지는 7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런던 코벤트 가든 무대

 

'트로일루스와 크레시다'는 1954년 12월 3일 런던의 코벤트 가든에서 초연되었다. 거장 말콤 사젠트 경이 지휘를 맡았다. 초연은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이었다. 평론가들은 활기가 없고 어둠침침한 공연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지휘자가 스코어를 미리 충분히 익히지 않고 바톤을 들었다는 평을 받았다. 미국 초연은 1955년 10월 7일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서였다. 에리히 라인스도르프가 지휘를 맡았으며 작곡자인 월튼이 직접 참석한 공연이었다. 소프라노 도로시 키르스텐(Dorothy Kirsten)이 크레시다를 맡았고 테너 리챠드 루이스(Richard Lewis)가 트로일러스를 맡았다. 뉴욕 초연은 그해 10월 21일 뉴욕시티 오페라에서였다. 라 스칼라 초연은 이듬해인 1956년 1월이었으며 코벤트 가든은 9년만인 1963년에 리바이벌하였다. 지휘는 역시말콤 사젠트 경이 맡은 것이었다.

 

잉글리쉬 내셔널 오페라의 무대

 

일반적으로 이 오페라는 극적인 긴장감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리고 월튼이 과거의 스타일만 추구하는 맨너리즘을 반복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런가하면 바그너 스타일을 모방코자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러나 이 오페라를 옹호하는 측은 이 오페라가 초연될 당시인 1950년대 중반은 병렬주의(시리얼리즘)가 현대음악을 주도하고 있던 시기였지만 왈튼의 이 오페라는 오히려 통상적인 토널 이디엄을 더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월튼 자신은 "푸치니 스타일의 로맨틱 오페라를 작곡하고 싶었다. 오페라는 노래를 부를수 있는 곡조가 필요한 법이다. 그런데 이 오페라에 적합한 음성을 찾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월튼은 초연이 있은지로부터 약 20년 후인 1976년, 이 오페라의 수정본을 발표하였다. 월튼은 수정본이 영국의 저명한 메조소프라노인 자넷 베이커(Janet Baker)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월튼은 자넷 베이커를 위해 조성을 3도나 낮추었다. 자넷 베이커는 코벤트 가든에서의 공연에서 크레씨다를 맡았다. 그러나 근자의 공연에서는 오리지널 키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되어 있다. 예를 들면 2008년의 세인트 루이스에서의 공연이다. 소프라노의 오리지널 키를 사용했고 오케스트레이션을 축소하였다.

 

자넷 베이커가 취입한 음반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크레씨다(S)는 칼카스(Calkas)의 딸로서 트로이의 여사제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1976 버전에서는 메조소프라노가 맡는다. 칼카스(B)는 아테네 신전의 대사제로서 크레씨다의 아버지이다. 트로일루스(T)는 트로이의 왕 프리암의 왕자이다. 안테노르(Antenor: Bar)는 트로이의 장교이다. 에바드네(Evadne: MS)는 크레씨다의 시녀이다. 판다루스(Pandarus: T)는 칼카스의 동생이며 크레씨다의 삼촌이다. 호라스테(Horaste: B)는 판다루스의 친구이다. 그리고 디오메데(Diomede: Bar)는 그리스 왕 아르고스의 왕자이다.

 

트로이의 프리암 왕이 아들들과 신하들에게 그리스와의 전쟁에 대하여 선언하고 있다.

 

장소는 그리스이며 시기는 트로이 전쟁이 일어난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제1막. 대사제인 칼카스가 백성들에게 델피(Delphi) 신의 계시라면서 그리스가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전한다. 이 말을 들은 트로이 백성들은 칼카스가 신의 계시를 잘못 해석했다고 비난한다. 그런가하면 일부 백성들은 칼카스가 그리스의 첩자가 아닌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그를 의심한다. 트로이의 장교인 안테노르가 그리스가 승전한다는 말에 분노하여서 칼카스에게 증거를 보여달라고 요구하지만 군중 속에 있던 트로일루스 왕자가 앞에 나와서 대사제의 말을 들어야 한다면서 칼카스를 옹호하고 나선다. 백성들이 흩어지자 트로일루스는 저만치 서 있던 크레씨다에게 다가가서 사랑을 고백한다. 크레씨다는 대사제 칼카스의 딸로서 여사제이다. 크레씨다도 전부터 트로일루스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지만 실제로 트로일루스로부터 사랑의 고백을 받고 나자 당황하여 별로 말도 못하고 바삐 신전안으로 사라진다. 크레씨다의 삼촌이며 대사제인 칼카스의 동생인 판다루스가 두 사람이 사랑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우연히 듣는다. 판다루스는 트로일루스 왕자에게 자기가 크레씨다와의 사랑을 맺어 주겠다고 제안한다. 크레씨다의 시녀인 에바드네가 뛰어 들어와서 칼카스가 그리스 편으로 변절키로 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이 소식을 들은 크레씨다는 너무나 두려워서 눈물을 흘린다. 그 모습을 본 판다루스는 트로이에서 지내려면 트로이의 왕자와 같은 사람의 보호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며 그러므로 트로일루스 왕자의 사랑을 받아들이라고 간청한다. 크레씨다는 자기의 아버지가 적국으로 변절한 처지에 자기를 사랑하는 트로일루스 왕자에 대하여 동정심을 갖는다. 크레씨다는 삼촌 판다루스에게 빨간 스카프를 주면서 그것을 트로일루스 왕자에게 사랑의 정표로서 전해 달라고 부탁한다. 판다루스는 크레씨다에게 다음날 저녁에 자기 집을 방문해 달라고 초청한다. 잠시후 크레씨다를 만나기 위해 신전에 들어간 트로일루스는 대사제 칼카스가 적국인 그리스로 전향한 사실을 알고 번민에 쌓인다.

 

크레씨다가 디오메데와 함께 있을 때에 트로일루스가 나타나 크레씨다의 사랑을 확인하려 한다.

 

제2막. 다음날 저녁, 판다루스의 저택이다. 크레씨다와 판다루스의 친구인 호라스테가 체스를 두고 있다. 모두 집으로 돌아가려 할 때에 멀리서 폭풍우가 몰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판다루스는 크레씨다에게 집에 가지 말고 하룻밤을 쉬어가라고 말한다. 크레씨다가 그렇게 하겠다고 하자 판다루스는 즉시 몰래 사람을 보내어 트로일루스 왕자를 오라고 한다. 그렇게 하여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드디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그날밤 두 사람은 함께 지낸다. 오케스트라가 사랑의 장면을 표현한다. 다음날 아침이다. 두 사람은 이제 헤어져야 한다. 그때 판다루스가 뛰어 들어오며 그리스 군대가 바로 이 집의 마당까지 들어왔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트로이의 왕자인 트로일루스에게 급히 숨으라고 말한다. 이윽고 그리스 병사들이 몰려 들어온다. 트로이의 장군인 안테노르를 그리스군에게 포로로 잡혔다. 그리스군은 포로로 잡은 안테노르와 크레씨다를 교환하자고 제안한다. 그때 그리스의 왕자인 디오메데가 들어와서 크레씨다가 아름답다는 얘기를 듣고 크레씨다를 데려 오라고 한다. 판다루스가 나서서 크레씨다가 없다고 하지만 디오메네는 커튼 뒤에 숨어 있는 크레씨다를 찾아낸다. 디오메데는 크레씨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당장 사랑에 빠진다. 디오메데는 크레씨다를 그리스로 데려가겠으니 준비하라고 명령한다. 크레씨다도 어쩔수 없이 병사들을 따라 나선다. 모두들 떠난 후에 숨어 있던 트로일루스가 나타난다. 트로일루스는 자기와 크레씨다의 운명을 한없이 한탄한다. 트로일루스는 그리스 병사들을 뇌물로 매수하여 그리스 진영에 잡혀 있는 크레씨다를 만나보기로 한다. 크레씨다를 잠시 만난 트로일루스는 크레씨다가 준 빨간 스카프를 돌려주며 지금은 어쩔수 없이 헤어지지만 나중에는 반드시 다시 만날 것이므로 두 사람의 사랑의 증표인 그것을 잘 간직하라고 당부한다.

 

현대적 연출의 무대

 

제3막. 그로부터 10주 후의 그리스군 병영이다. 크레씨다는 아직도 트로일루스에 대한 소식을 하나도 듣지 못하고 있다. 크레씨다는 시녀인 에바드네에게 트로일루스로부터 무슨 메시지가 온 것이 없느냐고 재촉하지만 에바드네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실은 에바드네는 칼카스의 명령에 따라 트로일루스가 보낸 메시지를 모두 찢어 버렸던 것이다. 에바드네는 크레씨다에게 제발 디오메데의 사랑을 받아들이라고 계속 설득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크레씨다는 완강히 거부한다. 크레씨다가 계속 디오메데를 거부하자 아버지 칼카스는 참지 못하고 크레씨다를 격렬하게 비난한다. 잠시후 디오메데가 등장하여 크레씨다에게 자기의 사랑을 받아 달라고 마지막으로 간청한다. 트로일루스로부터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는 크레씨다는 마침내 디오메데의 사랑을 받아 들이기로 결심한다. 디오메데는 사랑의 징표로서 크레씨다가 가지고 있던 빨간 스카프를 달라고 한다.

 

로스 안젤레스 오페라 무대

 

트로일루스와 판다루스가 나타나서 크레씨다에게 그를 석방하기 위해 몸값을 마련했다고 말한다. 그리스와 트로이가 휴전을 하고 포로에 대한 몸값 협상을 했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들은 크레씨다는 이미 늦었다고 말한다. 그리스 사람들이 등장하여 크레씨다와 디오메데의 결혼을 찬양한다. 디오메데는 목에 빨간 스카프를 두르고 있다. 트로일루스는 그것이 자기가 크레씨다에게 사랑의 정표로서 돌려 준 것임을 알고 괴로워한닫. 마침내 트로일루스는 사람들 앞에서 크레씨다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선언하고 크레씨다에게 자기에게 돌아오기를 요청한다. 디오메데는 크레씨다에게 트로일루스를 거부하고 비난하라고 요청한다. 그렇지만 크레씨다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이에 트로일루스가 디오메데에게 결투로서 도전한다. 트로일루스가 디오메데를 쓰러트리고 이제 막 칼로서 찌르려 할때 칼카스가 트로일루스의 등을 찌른다. 트로일루스는 크레씨다의 팔에 안겨 숨을 거둔다. 디오메데는 트로일루스의 주검을 명예롭게 하기 위해 트로이로 보내도록 명령한다. 그리고 트로일루스의 시신과 함께 칼카스를 쇠사슬에 묶어 트로이로 보내도록 한다. 크레씨다는 포로로서 그리스에 잡혀 있도록 한다. 홀로 남은 크레씨다는 바닥에 떨어진 트로일루스의 칼을 발견하고 숨긴다. 그리스 병사들이 크레씨다를 감옥으로 보내려고 오자 크레씨다는 마지막으로 트로일루스에 대한 충절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칼을 찔러 숨을 거둔다.

 

세인트 루이스 오페라 무대


********************************************** 

작곡자 윌렴 월튼(William Walton: 1902-1983)

****************************************

란카셔어의 음악가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옥스포드의 크라이스트 쳐치에서 음악공부를 하고 문학가인 시트웰(Sitwell) 남매의 호의로 그의 집에 기거하면서 음악활동을 시작하였다. 초기의 작품 중에서 두드러진 것은 에디스 시트웰과 함께 완성한 Facade 로서 현대적 감각의 작품이었다. 이후 그는 대중적인 발레 음악의 작곡에 전념하였고 말년의 몇 해 동안에는 영화음악으로부터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고전주의 장르의 음악을 작곡하였다. 칸타타로는' 벨샤자르(벨사살)의 잔치'(Belshazzar's Feast)가 있고 기악곡으로는 비올라 협주곡, 그리고 교향곡으로는 제1번 교향곡이 뛰어나다. 그는 중년의 시기에 영국을 떠나 젊은 아내와 함께 이탈리아의 이스키아라는 섬에서 생활했다. 이 시기에 그는 현대주의 스타일로부터 벗어나 고전주의 스타일에 몰입하였다. 그의 장편 오페라인 '트로일루스와 크레씨다'는 그런 스타일을 반영한 것이다. ['벨사살의 잔치'는 구약성경 다니엘에 나오는 이야기로 바벨론의 느브갓네살 왕이 포로로 잡혀온 다니엘과 그의 동무들을 위해 잔치를 베푸는 내용이다. 벨사살은 다니엘이 바벨론에서 얻은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