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카(Amica)
Pietro Mascagni(피에트로 마스카니)의 2막 베리스모 오페라
1905년의 마스카니
흔히들 베리스모 오페라라고 하면 푸치니를 연상하지만 실상 이탈리아 베리스모 오페라의 선구자는 피에트로 마스카니(1863-1945)이다. 마스카니는 푸치니(1858-1924)보다 5세 아래이지만 오페라 작곡가로서 데뷔하기는 푸치니보다 6년이나 먼저였다. 마스카니의 대표적인 베리스모 오페라인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1890년에 초연되었지만 푸치니의 첫 성공작인 '라 보엠'은 1896년에야 선을 보였다. 마스카니는 15편의 오페라와 1편의 오페레타를 작곡했다. 별로 할 일도 없으므로 마스카니의 15편 오페라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1890), 친구 프릿츠(L;amico Fritz), 란차우(I Tantzau), 구글리엘모 라트클리프(Guglielmo Ratcliff), 실바노(Silvano), 차네토(Zanetto), 이리스(Iris), 가면(Le maschera), 아미카(Amica), 이사보(Isabeau), 파리시나(Parisina), 로돌레타(Lodoletta), 작은 마라트(Il piccolo Marat), 피노타(Pinotta), 네로네(Nerone: 1935)이다. 그리고 오페레타는 시(Si)라는 제목이다. 아마 현존하는 오페라/오페레타에서 가장 제목이 짧은 작품일 것이다. 이상의 리스트에서 볼수 있듯이 '아미카'라는 오페라는 마스카니의 아홉번째 오페라이다. 그런데 '아미카'는 마스카니의 오페라 중에서 유일하게 프랑스어 대본으로 초연된 작품이다. 초연은 1905년 3월 16일 모나코의 몬테 칼로의 카지노극장(Théâtre du Casino)에서였다. 마스카니의 15편 오페라 중에서 이탈리아가 아닌 곳에서 초연된 것은 '아미카'와 '이사보'뿐이다. '이사보'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초연되었다.
왼쪽으로부터 '아미카'의 이탈리아어 대본을 쓴 조반니 타르지오니 토쩨티, 피에트로 마스카니, 극작가인 귀도 메나스키(Guido Menasci). 세 사람은 과연 콤비였다. 그런데 이 양반들이 똑 같이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혹시 지나가는 매력적인 아가씨?
'아미카'의 프랑스어 대본은 폴 드 슈당(Paul de Choudens)이라는 필명의 폴 베렐( Paul Bérel)이라는 사람이 썼다. 몬테 칼로에서의 '아미카'초연은 대성공이었다. 역시 사람들은 코미디보다는 비극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아미카'가 몬테 칼로에서 대성공리에 초연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이탈리아 사람들은 어서 '아미카'를 이탈리아에서 보고 싶어 했다. 우선 프랑스어 대본 대신에 이탈리아어 대본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마스카니의 오랜 동업자인 조반니 타르지오니 토쩨티(Giovanni Targioni-Tozzetti: 1863-1934)가 프랑스어 대본을 이탈리아어 대본으로 만들었다. 타르지오니 토쩨티는 마스카니를 위해 '아미카'이외에도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란차우', '실바노', '차네토', '피노타', '네로네'의 대본을 쓴 대단한 사람이다. 이탈리아어 대본의 '아미카'는 몬테 칼로에서의 초연보다 약 두 달 후인 5월 13일 로마의 코스탄치극장(Teatro Costanzi)에서 초연되었다. 코스탄치극장는 실로 마스카니의 두 대표작인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친구 프리츠'가 초연된 장소이다. 코스탄치극장에서의 초연 아닌 초연도 큰 환영을 받았다. 그런데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제외한 마스카니의 대부분 작품이 그렇듯이 '아미카'도 이상하게도 초연 이후에 얼마동안 반짝하다가 이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서 도대체 '아미카'라는 오페라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현대에 와서 '아미카'가 그나마 처음으로 리바이벌 된 것은 2007년 8월 이탈리아의 발레 디트리아 페스티발(Festival della Valle d'Itria)이었고 이어 2008년 10월에는 로마오페라단(Opera di Roma)이 몬테 칼로 오페라단(Opéra de Monte-Carlo)과 협동하여 리보르노의 카를로 골도니 극장(Teatro Carlo Goldoni)에서 공연한 것이다. 발레 디트리아 페스티발에서는 초연의 기분을 살려서 프랑스어 대본으로 공연했으며 마스카니의 고향인 리보르토의 카를로 골도니 극장에서는 이탈리아어 대본으로 공연했다.
'아미카'가 초연된 몬테 칼로의 카지노 극장(현 몬테 칼로 오페라극장: Opera de Monte Carlo)
주요 등장인물은 다섯 명이다. 타이틀 롤인 아미카(Amica: S), 아미카가 사랑하는 리날도(Rinaldo: Bar), 아미카를 사랑하는 조르지오(Giorgio: T), 아미카의 수양 아버지인 카모이네(Camoine: B), 카모이네의 애인인 마그달로네(Magdalone: MS)이다. 여기에 마을 사람들이 등장한다. 1905년 3우러 16일 몬테 칼로에서의 초연에서는 타이틀 롤을 소프라노 제랄딘 화라(Geraldine Farrar)가 맡았고 나머지는 프랑스 성악가들이 맡았다. 오페라의 시기는 1900년대이며 장소는 이탈리아의 알프스가 있는 사보이 지방의 산골 마을이다. 이야기는 두 형제가 아미카를 사랑하므로서 생기는 비극이다. 오페라 '아미카'는 베리스모의 전형이며 음악적으로는 바그너, 말러, 라벨의 스타일을 반영했다는 평이다. '아미카'에는 민속적인 흥겨움이 담겨 있고 슬프도록 아름다운 멜로디가 엮어져 있다.
마을 사람들이 조르지오의 결혼을 축하하고 있다.
[제1막] 농장이다. 멀리 눈 덮힌 알프스 산이 보인다. 농장에서 일하는 마을 사람들이 시골생활을 즐거워하는 노래를 부른다. 마을 사람들은 하늘의 태양이 농작물의 싹을 트게 하고 꽃을 피게 하는 것을 감사한다. 논장 주인인 카모이네가 나타나서 마을 사람들이 즐겁게 일을 하고 있는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하고 잠시 쉬고 일을 하자고 권한다. 카모이네에게는 조카딸 처럼 키우는 아미카가 있다. 어느덧 아름다운 처녀로 자랐다. 마을 사람들은 카미오네의 제안에 대하여 감사를 표시하고 나무 그늘에서 포도주 잔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카미오네는 아미카를 조르지오와 결혼시킬 생각이라고 말한다. 카미오네는 고아인 조르지오와 리날도를 데려다가 마치 아들처럼 키웠다. 조르지오는 조용하고 순종적이지만 레날도는 모험심이 있고 성격이 급한 편이다. 리날도는 사냥을 위해 마침 먼 산속으로 들어가 있다. 마을 사람들은 조르지오에게 이토록 아름다운 부인을 얻게 되어 얼마나 행복하냐면서 축하한다. 조르지오는 언젠가는 아미카와 결혼하겠다는 꿈이 이제야 이루어지게 되었다고 하면서 기뻐한다.
아미카 역의 다니엘라 데씨
카미오네는 애인인 마그델로네에게 아미카가 조르지오와 결혼하게 되면 집을 따로 얻어주어 살게 할 생각이니 그때에는 아예 자기 집으로 들어와서 안주인이 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카미오네는 그 옛날 고아 두명을 데려다가 길러서 이제는 어엿한 청년이 되었다는 얘기를 해준다. 마그델로네는 카미오네에게 아미카가 분명히 조르지오와 결혼할 것인지를 묻는다. 카미오네는 딸처럼 키운 아미카이므로 자기의 말에 순종할 것이라고 말한다. 미을 사람들이 즐겁게 춤을 출 때에 아미카가 나타난다. 아미카는 슬픈 표정이다. 무언가 고민하는듯 하다. 조르지오가 아미카를 보고 다가가서 자기가 아미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느냐고 말하며 결혼하게 되어 너무 행복하다고 덧 붙인다. 아미카가 밝지 않은 표정으로 주저하자 조르지오는 만일 형인 리날도가 이 자리에 있다면 자기를 대신하여 아미카에게 자기의 행복하고도 간절한 마음을 전달해 줄것이라면서 아쉬워 한다. 아미카는 조르지오에게 자기의 마음이 어떤지를 자기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아미카는 오래전부터 리날도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카미오네가 마을 사람들에게 아미카-조르지오의 결혼을 발표를 하고 있다.
카미오네가 마을 사람들에게 일을 끝내고 마을의 주점에 가서 계속하여 한잔씩들 하자고 권한다. 마을 사람들이 기뻐한다. 아미카는 카미오네에게 조르지오와 리날도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고 말하며 진정한 사랑을 위해서 도와 달라고 말한다. 그러자 카미오네는 아미카에게 잔소리 말고 순종하라고 강력히 말한다. 그러면서 만일 자기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집에서 쫓아내겠다고 윽박지른다. 리날도가 곁에 없는 아미카로서는 그야말로 절망에 빠진다. 그때 리날도가 생각치도 않았는데 나타난다. 아미카는 리날도에게 카미오네가 자기를 어떤 다른 사람과 결혼시키겠다고 하여 절망 중에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누구하고 결혼을 하게 될지에 대하여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리날도는 분노하여서 그 상대방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그렇게 놓아 둘수는 없다고 말하며 아예 함께 저 멀리 산속으로 가서 자유스럽게 살자고 말한다. 아미카는 리날도를 따라 정들었던 집을 떠난다. 두 사람이 그렇게 떠나는 모습을 마그델로네가 먼발치에서 우연히 본다. 마그델로네는 조르지오에게 아미카가 어떤 남자와 급히 떠났다고 얘기해 준다. 조르지오는 너무 황당하고 분해서 누구인지 찾기만 하면 그 자리에서 죽이겠다고 맹세한다. 1막이 끝나고 간주곡이 연주된다.
아미카 초연의 포스터
[제2막] 깊은 산속의 오두막집이다. 아미카와 리날도가 함께 살고 있는 집이다. 한쪽에는 높은 폭포가 있다. 조르지오는 아미카를 찾아서 어느새 이곳 깊은 산속까지 온다. 그리고 오두막집 한 채를 발견한다. 그때 잠시 나갔던 리날도와 아미카가 집으로 돌아온다. 조르지오는 아미카를 유혹해서 데려간 사람이 다름 아닌 형 리날도인 것을 알고 큰 충격을 받는다. 리날도는 동생 조르지오에게 어떻게 해서 이곳까지 왔느냐고 묻는다. 조르지오는 자기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아미카와 결혼하기로 되어 있었다고 말하며 실은 아미카를 오래전부터 사랑해 왔다고 말한다. 그 얘기를 들은 리날도는 너무나 놀란다. 그러면서 아미카에게 어찌하여 조르지오가 결혼할 상대방이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느냐고 책망한다. 아미카는 리날도를 잃을 것 같아서 얘기하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용서를 구한다.
조르지오는 그 옛날 고아인 형제가 함께 지내던 일을 회상한다. 리날도는 언제나 동생 조르지오를 지켜주기 위해 자기를 희생하였다. 조르지오는 언젠가 사나운 짐승에게 물려 죽을 뻔한 일도 있었다. 리날도가 자기가 대신 죽을 다짐으로 용감하게 나서서 그 짐승을 물리쳤던 일을 생각한다. 조르지오는 형 리날도에게 목숨을 빚진 셈이다. 조르지오는 아미카 때문에 리날도를 죽이겠다고 했던 것을 후회하며 모든 저주는 자기가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르지오는 너무 큰 충격으로 인하여 그 자리에 쓰러져 정신을 잃는다. 어찌할지를 모르는 것은 오히려 아미카였다.
아미카가 누군가와 함께 멀리 떠나자 분노하는 조르지오
리날도는 만일 조르지오가 아미카와 함께 있지 못하게 되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리날도는 조르지오를 위해서라도 아미카와 영원히 헤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아미카는 자기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리날도 뿐이라고 말하고 리날도와 조르지오의 형제애를 위해서라도 자기가 희생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여 폭포에 올라가 떨어져 죽을 결심을 한다. 아미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모르는 리날도는 아미카에게 제발 조르지오를 사랑해 달라고 간청한다. 이때 조르지오가 겨우 정신을 차린다. 리날도는 그런 조르지오가 걱정이 되어 조르지오에게 달려가 부축하여 일으킨다. 그 틈에 아미카는 폭포 쪽으로 달려간다. 그런 줄도 모르는 리날도는 자기가 혼자서 사라지는 것이 아미카와 조르지오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여 산 속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 모습을 본 아미카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믿는다. 비록 리날도가 자기를 떠나더라도 리날도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변할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미카는 외롭고 힘들 때에 리날도와 별들과 태양이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를 회상하며 노래를 부른다. 조르지오가 폭포에 올라가서 죽으려는 아미카를 말리려고 힘들여 달려가지만 이미 때는 늦는다.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지만 멀리서 리날도의 소리가 들린다. 아미카는 어느덧 폭포 아래로 몸을 날린다. 숙명적인 사랑의 결말이었다.
폭포에서 떨어져 죽으려는 아미카(아마릴리 니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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