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328. 쿠르트 봐일의 '마하고니 도시의 흥망'

정준극 2012. 9. 6. 21:11

마하고니 도시의 흥망(Aufstieg und Fall der Stadt Mahagonny)

Rise and Fall of the City of Mahagonny

쿠르트 봐일(Kurt Weil)의 음악, 베르톨트 브레헤트(Bertolt Brecht)의 대본

독일 징슈필의 전통을 이은 현대 오페라

 

쿠르트 봐일

 

징슈필은 18세기에 독일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독일어로 된 음악드라마이다. 당시에는 이탈리아어로 된 이탈리아 오페라가 독일의 극장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징슈필은 이탈리아 오페라(오페라 세리아)의 독점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생겨난 독일의 음악드라마이다. 징슈필은 일반적으로 대화체의 대사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대사를 하지 않을 경우에 앙상블, 노래, 발라드, 또는 아리아가 등장한다. 징슈필에서는 간단한 멜로디를 반복하는 노래, 또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민요풍의 노래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징슈필의 내용은 대체로 코믹하지만 마법적인 내용, 환상적인 동물 등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선과 악을 대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식으로 보면 권선징악적인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독일의 징슈필은 요한 아담 힐러라는 작곡가가 본격적으로 발전시킨 이후, 19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대중들의 환영을 받으며 공연되었다. 18세기 말의 모차르트도 징슈필을 여러 편 만들었음은 주목할 일이다. '마술 피리'(1791)는 대표적이다. 그러다가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다른 오페라들에게 밀려서 인기가 식었다. 독일 출신으로 나중에는 미국에서 활동한 쿠르트 봐일(Kurt Weil: 1900-1950)이 독일 징슈필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현하였다. '마하고니 도시의 흥망'은 대표적인 작품이다. 독일의 극작가인 베르톨트 브레헤트(Bertolt Brecht: 1898-1956)와 콤비가 되어 만들어 낸 작품이다. 두 사람이 콤비를 이룬 다른 작품으로는 너무너 유명한 '서푼짜리 오페라'(The Threepenny Opera)가 있다. 그러다보니 사실상 '마하고니..'는 '서푼짜리..'의 그늘에 가려서 제대로의 대접을 받지 못해왔던 것도 숨길수 없는 사실이었다.

 

극작가인 베르톨트 브레헤트

 

징슈필 성격의 오페라인 '마하고니 도시의 흥망'은 1930년 3월 9일 라히프치히에서 처음 공연되었고 이듬해에는 베를린에서 공연되었다. 그러다가 1933년 나치가 득세하자 나치는 이 오페라가 퇴폐적이라고 규정하여 공연을 금지했다. 그로부터 '마하고니...'는 1960년대까지 정식으로 공연되지 못하였다. 이 오페라의 대본은 1927년 초에 완성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봐일이 1929년 봄에 음악을 완성하였다. 그러나 봐일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나중에 음악뿐만 아니라 대본도 직접 몇번이나 수정하였다. 그러는 중에 봐일은 독일실내악축제(도이체 캄머무직 페스티발)로부터 콘서트용 작품을 의뢰받았다. 봐일은 미리 작곡해 놓은 노래들을 발췌하여 별도로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다. '마하고니...'의 부산물이다. 소규모 오케스트라와 성악 파트로 구성된 콘서트용 징슈필이다. 봐일은 이 작품에 대하여 기분도 그렇지 않고 하여서 징슈필이라는 용어 대신에 송슈필(Songspiel)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그래서 '마하고니-송슈필'가 정식 타이틀이다. 이 콘서트용 작품은 1927년 7월 18일 바덴 바덴에서 초연되었다. '마하고니 송슈필'에는 10곡의 노래가 담겨 있다. '알라바바 송'(Alabama Song)과 '비네어스 송'(Benares Song)도 포함되어 있다. 이 10곡의 노래들은 나중에 풀 스케일의 '마하고니 도시의 흥망'에 당연히 반영되었다. 봐일의 '마하고니...'음악은 훗날 여러 형태의 노래로 사용되었다. 래그 타임 음악으로 나왔고 재즈로도 편곡되었다. 특히 '알라바마 송'이 그러했다. 미국의 락밴드인 '더 도어스'(The Doors)를 비롯하여 데이빗 보위 등이 '알라바마 송'을 다른 스타일로 불러 히트를 기록했다. '비네어스 송'은 영어 가사로 되어 있다. 그래서 '마하고니..'가 독일어로 공연되더라도 이 노래만은 영어 가사로 부르는 것이 관례가 되어 있다.

 

보스턴 오페라의 무대. 알라스카에서 온 지미 일행은 창녀들이 정신없이 만들어서 주머니를 털려고 하고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오늘날 '마하고니...'는 그런대로 세계의 이곳저곳에서 공연되고 있지만 아무래도 '서푼짜리 오페라'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하고니...'는 오페라의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음악학자인 허버트 린덴버거는 그의 저서 '역사 속의 오페라'(Opera in History)에서 '마하고니...'가 아놀트 쇤버그의 '모세와 아론'(Moses und Aron)과 함께 모더니스트 오페라의 양대 기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하고니...'는 1930년 라이프치히에서의 초연 이후 이듬해인 1931년 12월에 베를린의 테아터 암 쉬프바우어담(Theater am Schiffbauerdamm)에서 알렉산더 폰 쳄린스키의 지휘로 공연되었다. 이 공연에서는 봐일의 부인인 로테 렌야(Lotte Lenya)가 제니 역을 맡았다. 1933년에 나치가 '마하고니...'의 공연을 금지했지만 1934년에 코펜하겐의 데트 니 테아터(Det ny Teater)에서 공연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 이후의 공연은 2차 대전이 끝나고 한참 후 부터였다. 여러 곳에서 공연되었지만 그중에서도 의미깊었던 공연은 1963년 1월 런던의 새들러스 웰스 오페라(Sadler's Wells Opera)에서의 공연이다. 거장 콜린 데이비스의 지휘하였다. 1977년 9월 베를린의 코미셰 오퍼(Komische Oper)에서의 공연도 의미있는 것이었다. 나치에 의해 핍박을 받았던 '마하고니...'가 베를린의 무대에 다시 정식으로 올려져 갈채를 받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처음 공연된 것은 1970년에 가서였다. 브로드웨이의 필리스 앤더슨 극장(Phyllis Anderson Theater)에서 바바라 해리스(Barbara Harris)가 제니 역을 맡고 에스텔 파슨스(Estelle Parsons)가 베그비크를 맡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 공연은 내용을 상당부분 축소한 것이었다.

 

2007년 페닉스 공연. 베그비크 역의 메조소프라노 패티 뤼퐁. 마하고니의 실질적인 주인으로 나온다.

 

미국에서 풀 버전의 공연이 처음 이루어 진 것은 1974년 코네티컷주 뉴 헤이븐의 예일 레퍼토리 극장(Yale Repertory Theater)에서였다. 스테파니 코트시릴로스(Stephany Cotsirilos)가 제니를 맡았던 공연이었다. 그러다가 1979년 11월에 드디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진출하였다. 제임스 르바인(James Levine)이 지휘하였고 캐나다 출신의 소프라노 테레사 스트라타스(Teresa Stratas)가 제니 역을, 메조소프라노 아스트리드 바네이(Astrid Varnay)가 베그비크 역을 맡은 공연이었다. 메트로폴리탄 공연 실황은 DVD로 제작되어 2010년에 발매되었다. 로스안젤레스 오페라는 1989년 9월에 공연하였다. 켄트 나가노(Kent Nagano)가 지휘하였으며 조나단 밀러(Jonathan Miller)가 제작하였다. 유럽에서의 괄목할 만한 공연은 1980년대부터 이루어졌다. 1986년에 스코틀랜드 오페라(Scottish Opera)가 글라스고우에서 공연하였고 플로렌스에서는 1990년에 공연되었다. 1995년과 1997년에는 파리 오페라극장에서 마리 맥로린(Marie McLaughlin)이 제니역을 맡은 공연이 있었다. 1998년에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공연되었다. 캐서린 말피타노(Catherine Malfitano)가 제니역을, 귀네스 존스(Gwyneth Jones)가 베그비크 역을, 제리 해들리(Jerry Hadley)가 지미 역을 맡은 공연이었다. 캐서린 말피타노는 1998년 시카고 리릭 오페라의 공연에서도 제니 역을 맡았다. 2007년 2월 로스안젤레스 오페라의 공연에서는 오드라 맥도날드(Audra McDonald)가 제니 역을, 패티 뤼퐁(Patti LuPone)이 베그비크 역을 맡아서 관심을 끌었다. 이 공연은 DVD로 제작되었으며 최우수 클래시컬 앨범과 최우수 오페라 취입으로 2009년도 그래미상을 받았다.

 

허리케인이 지난후, 창녀들과의 차례를 기다리는 남자들의 모습

                   

이제 등장인물을 소개코자 한다. 여주인공인 제니(Jenny: S)의 원래 이름은 제니 스미스로서 매춘부(whore)이다. 알라바마에서 창녀 노릇을 하다가 돈을 더 벌수 있다는 생각에 신흥도시 마하고니로 왔다. 죄수였던 도망자 3인이 등장한다. 창녀들의 포주 역할을 하는 베그비크(Begbick)의 원래 이름은 레오카디아 베그비크이며 메조소프라노 맡는다. 또 다른 도망자인 모제스(Moses)는 바리톤이 맡는다. 모제스는 트리니티 모제스(삼위일체 모세)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으며 덩치가 커서 힘이 장사이다. 원래 대본에는 Dreieinigkeitsmoses(드라이아이니히카이츠모제스: 삼위일체 모세)라고 되어 있다. 마지막 도망자는 회계사였던 패티(Fatty)로서 테너가 맡는다. 암흑집단의 비밀장부를 관리하던 사람으로 Fatty, the Bookkeeper(장부쟁이 패티: Fatty der Prokurist)라고 부른다. 제니의 상대역인 지미 마호니(Jimmy Mahoney: T)는 알라스카의 벌목공이다. 원래 이름은 지미 맥킨타이어(Jimmy MacIntyre)이다. 친구들은 그를 잭(Jack)이라고도 부르기도 하고 짐(Jim)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미의 친구로서 세 명이 등장한다. 빌리(Billy: Bar)는 은행원이었기 때문에 은행원 빌리(Bank Account Billy: Sparbuchsen Billy)라고 불린다. 또 다른 친구는 잭 오브라이엔(Jack O'Brien: T)이다. 원래 이름은 야곱 슈미트(Jacob Schmidt)이다. 지미의 세번째 친구는 알라스카 월프 조(Alaska Wolf Joe: B)이다. 알라스카의 늑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힘이 세지만 모제스의 적수는 되지 못한다.

 

이스라엘 오페라의 공연장면. 마하고니의 창녀들

 

'마하고니...'는 전3막이며 1막은 11장, 2막은 6장, 3막은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므로 전3막 2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셈이다. 제1막의 1장은 아무도 살지 않는 황량한 벌판이다. 미국은 미국이지만 어느 주라는 설명은 없다. 짐작컨데 알라바마주, 또는 루이지애너주일 것이다. 트럭 한 대가 고장을 일으켜 스톱한다. 타고 있던 3명의 도망자가 내린다. 회계사 패티, 삼위일체 모제스, 그리고 베그비크이다. 세 사람은 아무리 연방정부의 수사관들이라고 해도 이렇게 먼 북쪽까지는 쫓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 사람은 이곳에서 정착키로 결정한다. 저 멀리 바다에서는 알라스카의 금광으로부터 남쪽으로 내려가는 배들의 왕래가 있으므로 더구나 좋은 장소라고 생각한다. 베그비크는 이곳에 유흥도시를 만들어서 돈을 벌기로 결심한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없으므로 남자들이 기분을 풀 장소로는 상당히 적합하다는 이유에서이다. 이들은 새로 만드는 도시를 마하고니라고 부르기로 한다. 2장은 마하고니에 대한 소식이 사방으로 퍼져서 여기저기에서 마치 먹이를 가로채려는 상어떼처럼 사람들이 몰려드는 장면이다. 그중에는 창녀인 제니 스미스도 포함되어 있다. 제니는 저 멀리 알라바마로부터 여섯 명의 창녀들을 데리고 돈을 벌러 이곳에 왔다. '알라바마 송'은 고향을 작별하고 달러와 위스키와 멋쟁이 남자들을 만나러 새로운 곳으로 간다는 내용이다. 3장은 마호가에서 그나마 가까운 어떤 대도시이다. 아마 펜사콜라인지도 모른다. 남자들이 아무런 재미도 없이 그저 지루하게 보내는 곳이다. 패티와 모세가 그런 사람들에게 마하고니 도시에 대한 복음을 전파한다. 황금의 도시, 위스키와 여인의 도시라고 선전한다. 산다는 것에 대하여 환멸을 느끼고 있던 사람들이 기뻐하며 마치 꿈에서 깨어난듯 마하고니로 가기로 한다.

 

마하고니에 허리케인이 다가오자 겁에 질려 있는 사람들

 

4장에서는 알라스카의 황량한 산속에서 온갖 고생을 하며 벌목으로 돈을 번 4명의 남자들이 행운을 붙잡아 보려고 소문으로만 듣던 마하고니로 떠난다. 지미 마호니, 야콥 슈미트, 은행원 빌리, 알라스카 월프 조이다. 이들은 마하고니에서 안식과 쾌락을 찾을 것으로 생각하고 즐겁게 노래부르며 떠난다. 5장에서는 드디어 네 친구가 마하고니에 도착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하고니에 실망하고서 떠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지미가 우선 친구들을 창녀집으로 안내한다. 그동안 굶주렸던 섹스를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창녀들은 요즘엔 장사가 잘 되지 않으므로 특별 서비스로서 가격을 깎아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인색한 빌리는 아직도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며 주저한다. 지미가 창녀들을 둘러보고 마음에 맞는 여자를 고른다. 제니가 눈에 띤다. 베그비크는 지미에게 가격은 비싸지만 제니야말로 지미에게 가장 적당한 여자라면서 다른 사람과는 안목이 다르다고 말한다. 제니는 '하바나 송'을 부르면서 가격이 너무 비싸서 주저하고 있는 지미에게 다시한번 생각해 보라고 간청한다. 마침내 지미가 제니를 선택한다. 제니와 다른 아가씨들이 '알라스카에서 온 지미의 일행'(The Jimmys from Alaska)이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지미와 지미의 친구들을 환영한다.

 

베그비크가 운영하는 주점

 

6장은 지미와 제니가 서로 이끌려서 얘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제니는 왜그런지 지미에게 마음이 쏠린다. 그래서 자기와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분명히 하고 싶어 한다. 제니는 지미의 호감을 얻기 위해 머리는 올리는 것이 좋으냐, 내리는 것이 좋으냐, 속옷은 화려한 것이 좋으냐, 아무것도 입지 않는 것이 좋으냐 등을 묻는다. 지미가 '도대체 무얼 원하느냐?'고 묻지만 제니는 정확한 대답을 회피한다. 7장에서는 베그비크, 패티, 모세가 모여 환락의 도시인 마하고니의 경기가 좋지 않아 재정적인 위기에 직면한데 대하여 의논을 한다. 사람들이 떼를 지어 떠나고 있다. 위스키 값은 폭락하여서 이익을 남기기가 어렵다. 베그비크는 원래의 사회, 즉 문명이 있는 다른 도시로 돌아가자고 제시한다. 그러자 뚱보 패티는 인근의 펜사콜라에서 연방정부 요원들이 베그비크에 대하여 묻고 다닌다는 사실을 얘기하면서 마하고니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간다는 것은 감옥에 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곤란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돈이 필요했다. 베그비크는 새로 도착한 알라스카의 벌목공 4명의 주머니를 몽땅 털어야 겠다고 생각한다. 8장에서는 지미가 마하고니를 떠날 생각을 한다.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해서이다. 지미의 다른 친구들은 마하고니의 환락에 깊이 빠져 있다. 다른 친구들은 지미에게 다른 곳으로 가지 말고 마하고니에 남아 있자고 설득한다. 하지만 지미는 마하고니에 대하여 분노가 치민다. 자기가 꿈꾸던 곳이 아니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제니 

                                             

9장은 리치 맨스 호텔(Rich Man's Hotel)의 앞이다. 지미와 친구들이 할 일 없이 앉아 있다. 호텔 안에서는 바다르체브스카의 피아노 곡인 '소녀의 기도'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미는 알라스카에서 그렇게 힘들게 노동하여서 겨우 번 돈인데 마하고니에 와서 할 일 없이 모두 낭비하며 지내게 되자 공연히 분통이 터진다. 지미는 베그비크가 원흉이라고 생각한다. 마침내 지미는 단도를 빼어들고 베그비크보고 나오라고 소리친다. 친구들이 지미를 붙잡고 꼼짝 못하게 하며 칼을 빼앗는다. 마음이 진정된 지미는 베그비크에게 마하고니가 결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수 없다고 말한다. 10장에서는 마하고니가 지미의 불만에 응답이라도 하는 듯 허리케인이 몰려온다. 모두들 그들 앞에 다가올 파괴에 대하여 두려워하는 노래를 부른다. 11장에서는 허리케인이 마하고니로 향하고 있다는 뉴스로부터 시작된다. 남자들은 찬송가 스타일의 노래를 부르며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한다. 지미는 자연의 힘이 인간의 파괴력보다 더 대단하다는 사실을 곰곰히 생각한다. 지미는 '어찌하여 우리는 건설하는가? 파괴하기 위한 즐거움 때문인가?'라고 반문한다. 인간은 허리케인을 어찌하지 못하므로 걱정하고 두려워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만일 어떤 사람이 돈에 욕심이 있고 다른 사람의 부인을 탐내고 다른 사람의 집을 갖고 싶으면 그 사람을 때려 눕히면 될것 아니냐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이 인간이 아니겠느냐고 생각한다. 그때 패티와 모세가 뛰어들어오면서 태풍이 마하고니로 오지 않고 인근의 대신 대도시인 펜사콜라를 강타했다고 전한다. 베그비크의 적들인 연방 요원들을 섬멸한 것이다. 베그비크와 동료들은 지미의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제니까지 합류하여 도전적이면서도 대담하고 오만한 듯한 내용의 노래를 부른다. 허리케인이 다가오지만 이들은 찬송가와 같은 노래를 계속 부르기만 한다.

 

지미와 제니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주점의 당구대 위에 올라가서 마치 배를 타고 알라스카로 가는 듯한 흉내를 내고 있다.

                

제2막 12장. 허리케인은 마호가니를 비켜 지나갔다. 사람들은 마하고니가 기적적으로 무사한데 대하여 놀라움과 함께 기쁨의 노래를 부른다. 허리케인이 비켜간 것은 베그비크가 주장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철학을 확인해 주는 것이었다. 베그비크는 지금이야 말로 하고 싶은대로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13장은 새롭게 단장한 'Do It' 주점이다. 남자들이 인생의 네가지 즐거움을 노래한다. 먹는것, 사랑하는 것, 싸우는 것, 마시는 것을 말한다. 지미의 친구인 제이콥이 그저 게걸스럽게 퍼먹다가 결국은 자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쓰러져 죽는다. 사람들은 제이콥의 시신을 앞에 두고 '두려움이 없는 남자'라는 찬양의 노래를 부른다. 14장은 사랑에 대한 내용이다. 창녀들을 주관하고 있는 베그비크는 창녀들과 어울리기 위해 줄서서 있는 남자들로부터 돈을 거두어 들인다. 모세는 기다리는 것을 참지 못하는 남자들을 달래느라고 바쁘다. 사람들은 사랑이란 영원히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내용의 '만달레이 송'(Mandalay Song)을 부른다. 그리고 앞 줄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빨리 일을 마치라고 재촉한다. 15장은 싸움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사람들이 황소와 같은 트리니티 모제스와 지미의 친구인 알라스카 월프 조의 권투시합을 보기 위해 몰려 든다. 사람들은 누가 이길 것인가를 두고 내기를 건다. 인색하고 조심성이 많은 빌리까지도 내기에 참여한다. 빌리는 모제스에게 돈을 건다. 지미는 알라스카 월프 조에게 많은 돈을 건다. 아마 우정 때문일 것이다. 시합은 별로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모제스가 싸움에서 이긴다. 모제스는 쓰러진 알라스카 월프 조에게 사정없이 펀치를 날려 결국 알라스카 월프 조를 죽게 만든다.

 

지미와 제니의 만남. 로스안젤레스 오페라 공연

 

16장. 지미는 조의 죽음에 대한 우울함을 씻어내기 위해 모든 사람에게 술 한잔씩을 돌린다. 남자들은 '마하고니에서의 생활'(Life in Mahagonny)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이런 도시에서 하루에 5달러로 살고 있는 신세를 한탄한 노래이다. 그러면서 더 흥겨운 생활을 원한다면 돈이 더 있어야 한다는 얘기도 잊지 않는다. 술에 흠뻑 취한 지미는 알라스카로 배를 타고 가는 꿈을 꾼다. 지미는 커튼 봉을 떼내어 들고 당구대 위로 올라가 마치 배에 타고 있는 흉내를 낸다. 제니와 빌리도 당구대 위로 올라와 함께 배를 타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이때 베그비크가 사람들이 마신 술 값과 커튼을 훼손한 비용을 내라고 다그치자 지미는 마음이 크게 상해서 제니에게 화풀이를 한다. 사람들이 지미를 붙잡아 쇠사슬에 매어 끌고 간다. 트리니티 모제스가 사람들에게 지미는 죄값을 받도록 하겠다고 다짐한다. 17장은 밤 중이다. 지미는 가로수 기둥에 묶여 있다. 지미는 재판이 있을 아침을 생각하며 해가 떠오르지 말기를 빈다.

 

지미와 친구들

 

제3막 18장은 법정이 무대이다. 사람들이 법정에 들어가려고 법석이다. 모세는 마치 카니발 입장권을 팔듯 사람들에게 법정 입장권을 판다. 모세가 검사 역할을 한다. 패티는 변호사이고 베그비크는 판사이다. 첫번째 사건은 토비 히긴스에 대한 재판이다. 그는 낡은 권총을 테스트하다가 잘못하여 사람을 죽였다. 그는 살인죄로 입건되었다. 패티가 총상을 입은 사람이 있으면 일어나라고 말하지만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다. 죽은 사람이 재판에 참석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히긴스는 미리 판사, 변호사, 검사를 모두 뇌물로 매수하였다. 판사인 베그비크는 히긴스를 무죄로 방면한다. 다음번은 지미의 사건이다. 빌리가 쇠사슬에 묶인 지미를 데리고 들어온다. 지미는 빌리에게 돈 좀 꾸어 달라고 간청하지만 빌리는 없다면서 거절한다. 지미가 알라스카에서 지낼 때 함께 고생했던 것을 얘기하지만 빌리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한편, 모세도 지미가 돈을 꾸어가서 갚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모세는 지미가 제니를 유혹하기 위해 돈을 빌려 달라고 해서 빌려 주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지미가 '동물같은 행동'을 했다고 하면서 비난한다. 그리고 허리케인이 몰려오기 전 날 밤, 지미가 사람들에게 '불법적인 쾌락의 노래'를 가르쳐 주었다는 점도 죄목으로 추가되었다. 그런가 하면 모세는 지미가 권투 시합이 있을 때 조에게 베팅을 하여 결국 조의 죽음을 재촉하는 결과를 가져 왔다고 주장한다. 지미는 가진 돈이 없기 때문에 사형언도를 받는다. 지미는 마지막으로 제니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하지만 제니는 사랑보다는 돈을 택하여서 빌려주지 않는다. 베그비크, 패티, 모세는 모두 자기들이 지미의 피해자라고 하면서 '인간 세상에 있어서 돈이 없다는 것보다 더 큰 범죄는 없다'고 선언한다. 지미가 처형장으로 끌려 갈때 사람들은 '비네어스 송'(Benares Song)을 부른다. 찬란한 해가 빛나는 저 먼곳의 도시를 그리워하며 가고 싶다는 노래이다. 그렇지만 비네어스는 이미 지진으로 파괴되었다. 사람들은 '그러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라면서 스스로 묻는다.

  

제니와 함께 온 창녀들

 

19장의 장소는 처형대이다. 지미는 제니에게 마음으로의 작별을 고한다. 제니는 흰옷을 입고 마치 자기가 지미의 미망인이란 것을 내세우고자 한다. 지미는 알라스카에서 함께 왔던 친구 중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빌리에게 제니를 잘 돌보아 달라고 부탁한다. 지미는 잠시 처형 시간을 끌면서 마하고니 사람들에게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려고 노력한다. 사람들은 '마하고니의 하나님'(God in Mahagonny)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마하고니를 저주하였다고 하면서 그렇지만 하나님은 마하고니 사람들을 지옥으로 보낼수가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이미 지옥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미는 마지막으로 물 한 잔을 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거절 당한다. 모제스가 교수형을 집행한다. 20장은 지미가 처형되고 난 후에 마하고니에서는 마하고니를 파괴해야 한다는 여러 소리가 불길처럼 솟아난다. 항의하는 사람들의 시위행진이 계속된다. 저멀리서는 이미 도시가 불에 타고 있다. 제니와 다른 창녀들이 지미의 옷가지와 장신구들을 마치 성물처럼 소중하게 추려서 가지고 간다. 빌리와 몇 사람이 지미의 관을 옮긴다. 사람들은 '죽은 사람을 도울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베그비크, 패티, 모제스가 자기들이 만든 플라카드를 들고 나타나서 사람들의 시위에 참여한다. '아무것도 우리와 당신을 지금 도울수 없다'는 내용이다. 오페라는 시위의 혼돈 속에서 막을 내린다.

 

마지막 장면의 시위. 마드리드 테아트로 레알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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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고니 송슈필] - Mahagonny Songspiel

 

'마하고니 송슈필'은 '리틀 마하고니'(The Little Mahagonny)라는 타이틀로도 알려진 작품으로 1927년에 쿠르트 봐일이 작곡하고 극작가인 베르톨트 브레헤트가 대본을 붙인 '소규모의 장면 칸타타'(Small-scale scenic cantata)이다. 쿠르트 봐일은 1927년 봄에 바덴 바덴에서 열리는 독일실내악축제에서 공연할 간단한 오페라의 작곡을 의뢰받았다. 연주는 그해 여름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봐일은 베르톨트 브레헤트와 함께 풀 스케일 오페라의 작곡을 준비 중에 있었다. 봐일은 풀 스케일에 대한 '연습'을 위해서 '마하고니 송슈필'의 작곡을 서둘렀다. 두 사람이 준비 중인 풀 스케일의 오페라는 '서사시적 오페라'로서 '마하고니 도시의 흥망'이었다. '리틀 마하고니'는 브레헤트가 그해 초에 발간한 '가정을 위한 헌신'(Devotions for the Home: Hauspostille)라는 시집에 나오는 다섯 편의 '마호가니 노래'(Mahoganny Songs)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브레헤트는 음악에도 소질이 있어서 자기의 시에 멜로디를 붙여 놓기도 했다. 봐일은 브레헤트의 멜로디를 존중하여서 노래를 작곡할 때에 브레헤트의 멜로디를 도입부에 사용하였다. 이상 다섯 편의 노래에 엘리자베스 하우프트만(Elisabeth Hauptmann)이 쓴 두 편의 영어 패로디 노래를 포함하였다. '알라바마 송'과 '비네어스 송'이다. 그리하여 봐일은 의뢰가 들어온지 두어달 만에 다음과 같은 패턴으로 노래와 오케스트라 파트를 완성하였다.

 

첫번째 노래 - 작은 행진곡 - 알라바마 송 - 비바체 - 두번째 노래 - 비바체 아싸이 - 비너에스 송 - 소스테누토(코랄) - 세번째 노래 - 비바체 아사이 - 피날레: 어떤 죽은 자에게 붙이는 시(Poem on a Dead Man)

 

'리틀 마하고니'는 1927년 7월 17일 바덴 바덴의 독일실내악축제에서 초연되었다. 브레헤트가 제작하였으며 로테 렌야가 제씨(제니) 역을 맡았다. 당시의 제작 노트를 보면 다음과 같은 여섯 시퀜스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수 있다.

 

1. 이 시대의 대도시들. 누구도 그곳에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

2. 사람들이 골드 타운인 마호가니로 도피하듯 떠난다. 세상의 번잡함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위안의 도시이다.

3. 마호가니에서의 생활을 만족스럽다.

4. 하지만 비록 마호가니라고 해도 구역질이 나고 절망에 빠지는 순간이 있다.

5. 마호가니의 사람들은 이들의 죄악에 넘친 생활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을 듣는다.

6. 매력적이고 사랑스런 마호가니는 사람들의 눈에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보여 허망하게 사라진다.

 

바덴 바덴에서의 공연은 약 45분이 소요되는 것이었으며 대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계속 공연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리바이벌은 5년 후인 1932년 12월 파리의 가보홀(Salle Gaveau)에서였다. '리틀 마호가니'가 전쟁의 와중에서 생존하여 리바이벌 된 것은 1963년의 일이었다. 당시 동베를린에 있는 테아터 암 쉬프바우어담에서 베를린 앙상블이 공연했다. 그후 1971년에는 뉴 헤이븐의 예일 레퍼토리 극장에서 '일곱가지 큰 죄악'(The Seven Deadly Sins)와 더블 빌로서 공연되었다. '일곱자기 큰 죄악'은 봐일과 브레헤트의 공동작업으로 완성된 것이다. 21세에 들어서서는 2000년 3월에 뉴욕에서 '앙상블 봐일'(Ensemble Weil)이 공연했고 2008년에는 시애틀 교향악단이 연주회 형식으로 공연했다.

 

지미가 베그비크가 관장하는 창녀들을 중에서 한 사람을 선택하고 있다. 마드리스 테아트로 레알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