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333 루이스 스프라틀란의 '인생은 꿈'

정준극 2012. 9. 27. 12:35

인생은 꿈(Life is a Dream) -  La vida es sueño

미국의 루이스 스프라틀란(Lewis Spratlan)의 3막 오페라

스페인의 페드로 칼데론(Pedro Calderon)의 원작

 

플로리다 마이애미 출신으로 중견 작곡가인 루이스 스프라틀란

 

'인생은 꿈'( La vida es sueño: Life is a Dream)은 17세기 스페인의 위대한 시인이며 작가인 페드로 칼데론(Pedro Calderon de la Barca: 1600-1681)이 1635년에 발표한 희곡이다. 이 희곡을 바탕으로하여 두 편의 오페라가 만들어졌다. 하나는 이제 소개코자 하는 미국 마이아미 출신의 루이스 스프라틀란(Lewis Spratlan: 1950-)이 작곡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영국의 조나탄 도우브(Jonathan Dove: 1959-)가 작곡한 것이다. 모두 '인생은 꿈'이라는 타이틀이다. 베르디도 그의 '돈 카를로'(Don Carlo)와 '운명의 힘'(La forza del destino)에 '인생은 꿈'의 내용을 반영하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각설하고, 루이스 스프라틀란은 뜻한바 있어서 페드로 칼데론의 '인생은 꿈'을 오페라로 만들기로 작정하여 1970년대에 작곡을 착수하였으나 정작 완성하기는 2010년이었다. 대본은 미국의 극작가인 제임스 마라니스(James Maraniss)가 맡았다. 스프라틀란과 마라니스는 매사추세츠주의 암허스트에 있는 암허스트대학의 동료였다. 스프라틀란은 이 대학의 음악교수로서 36년을 봉직하였으며 마라니스는 스페인어 교수였다. 마라니스는 당연히 페드로 칼데론의 희곡에 대하여 깊은 조예가 있었다. 실제로 스페인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페드로 칼데론의 '인생은 꿈'(라 비다 에스 수에뇨)을 모른다고 하면 곤란할 정도로 이 작품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와 함께 스페인 문학의 바이블처럼 되어 있는 작품이다.

 

2010년 산타페 오페라의 초연. 클로탈도와 세기스문도

 

스프라틀란은 1975년에 뉴 헤이븐 오페라극장으로부터 오페라 작곡을 의뢰받았다. 그런데 오페라를 의뢰했던 뉴 헤이븐 오페라극장이 1977년에 문을 닫아 주인이 없게 되었다. 스프라틀란은 다른 극장과 접촉을 하였으나 여의치 않았다. 공연을 하려면 자금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스프라틀란은 2000년에 자선음악회를 주관하여 재원을 마련코자 했다. '인생은 꿈'의 제2막의 음악을 가지고 연주회를 가졌다. 그러나 큰 도움은 되지 못하였다. 그해에 스프라틀란은 오페라 '인생은 꿈'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스프라틀란은 그같은 영예를 내걸고 2002년에 뉴욕시티오페라에서 다시 연주회를 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오페라단도 '인생을 꿈'에 대하여 공연을 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9년에 산타페 오페라가 공연하겠다고 제안하여 드디어 2010년 7월 24일 산타페 오페라에서 초연을 갖게 된 것이다. 스프라틀란은 이 오페라에 사용한 음악 스타일을 'Pan-tonal'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돈 바질리오의 완고하고 경직된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12음 기법이 사용되었다. 원작인 '인생은 꿈'은 철학적인 비유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인간이 처한 상황과 인생의 신비함에 대한 이야기이다. 폴란드의 왕자인 시기스문도가 주인공이다. 그는 자유의지와 운명의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시기스문도와 에스트렐라

 

폴란드 왕인 바실리오(Basilio: B-Bar)는 아들이 태어나면 그 아들이 폴란드에 커다란 재앙을 가져올 것이며 더구나 부왕을 죽이고 왕관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언을 믿고 아들 시기스문도(Sigismundo: T)가 태어나자 신하들에게는 아들이 세상을 떠났다고 말하고 비밀 감옥에 넣어 지내도록 한다. 세월은 흘러 시기스문도는 어느덧 청년이 된다. 바실리오 왕은 아들이 장성할 때까지 폴란드와 자기에게 아무런 재앙이 일어나지 않자 이제는 시기스문도의 정체를 밝혀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여 모두에게 사실을 말하고 시기스문도를 폴란드의 적법한 왕위 계승자로 선언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감옥에서 오랫동안 지낸 시기스문도는 자기가 누구라는 것을 비로소 알고는 몹시 난폭한 성질의 사람이 된다. 시기스문도는 하인들을 죽이고 여자를 강간하려 하는가 하면 왕의 충성스런 신하에게 부상을 입히기도 한다. 놀란 바실리오 왕은 예언자의 말이 사실로 변하는 것 같아 두려운 마음에 시기스문도를 다시 탑속의 감옥에 가둔다. 다시 감옥에 돌아와 잠에서 깨어난 시기스문도는 지금까지의 모든 일이 한낱 꿈이라고 믿는다. 백성들은 감옥에 다시 갇힌 시기스문도가 자유를 갈구하는 소리를 듣고 불쌍한 생각이 들어서 마치 반도처럼 떼를 지어 탑으로 가서 감옥문을 깨트리고 시기스문도를 꺼낸다. 감옥에서 나온 시기스문도는 이런 모든 사태가 사실인지, 또는 자기가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지 몰라서 혼란스러워한다. 시기스문도는 반도들의 집요한 간청에 의해 반도들을 이끌고 궁성을 공격한다. 마침내 반도들이 궁성을 장악한다. 시기스문도는 자기를 감옥에 가둔 바실리오 왕을 죽이고자 하지만 도저히 아버지인 바실리오 왕을 죽이지 못한다. 이러한 시기스문도의 제스추어에 감동한 바실리오 왕은 시기스문도가 포악한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폴란드의 왕위를 전한다. 왕이 된 시기스문도는 '하나님은 하나님이다'(God is God)라는 모토로서 살기로 결심한다. 그는 사람은 잠을 자고 있던지 깨어 있던지 선한 일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상이 '인생은 꿈'의 대강 줄거리이다.

 

감옥에 갇혀 지내는 시기스문도와 그를 감시하는 임무를 맡은 클로탈도

 

제1막. 첫째 날. 로사우라(Rosaura: S)는 남장을 하고 어릿광대이며 종자인 클라린(Clarin: T)을 데리고 폴란드의 궁전으로 향한다. 로사우라는 귀족인 클로탈도(Clotaldo: Bar)의 딸이다. 아버지인 클로탈도는 로사우라가 태어나기 전에 왕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집을 떠났기 때문에 서로 얼굴을 본 일이 없다. 로사우라는 바실리오 왕의 조카인 아스톨포(Astolfo: Bar)를 우연히 시골에서 만나 서로 사랑의 마음이 생겨 결혼을 약속한 일이 있다. 그러나 로사우라는 아스톨포가 왕궁으로 돌아간 후에 로사우라를 잊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소문이 들리자 가문의 명예를 위해 복수의 일념으로 아스톨포를 찾아가는 것이다. 로사우라는 아버지의 칼을 가지고 간다. 왕궁을 찾아 가던 로사우라는 밤길에 말을 타고 가다가 그만 말에서 떨어진다. 말은 저 멀리 도망가 버린다. 로사우라는 걸어서 길을 찾아 헤맨다. 그러다가 한줄기 불빛을 발견한다. 가까이 다가간 로사우라는 불빛이 탑에서 흘러 나오는 것을 알게 된다. 시기스문도가 태어난 이후 줄곧 갇혀 있는 탑이다. 이 시점에서 시기스문도의 유명한 독백이 흘러나온다. Ay! Misero de mi, ay, infelice(아 비참한 나의 운명,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이다. 시기스문도는 새들이나 숲속의 짐승들이나 물속의 물고기들, 그리고 심지어는 흘러가는 개울물도 모두 자유스러운데 어찌하여 자기만이 자유를 박탈당하고 지내야 하는지를 스스로 묻는다.

 

감옥에 갇혀 있는 시기스문도

 

로사우라의 아버지인 클로탈도는 왕의 명령에 의해 탑속에 갇혀 있는 시기스문도 왕자를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클로탈도는 탑의 주위를 서성거리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 즉시 체포한다. 로사우라와 어릿광대인 클라린이다. 클로탈도는 체포한 두 사람을 다음날 왕에게 데려가서 처형을 받도록 할 생각이다. 왜냐하면 어느 누구도 시기스문도의 존재를 알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클로탈도는 우연히 로사우라가 차고 있는 칼을 본다. 자기가 남겨준 칼이었다. 그제서야 클로탈도는 로사우라가 자기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렇다고 로사우라에게 밝히지는 않는다. 클로탈도는 왕에 대한 충성과 처형당해야 하는 자기 딸의 운명 사이에서 갈등한다. 한편, 아스톨포는 바실리오의 조카인 에스트렐라(Estrella: MS)에게 결혼하자고 청혼한다. 아스톨포와 에스트렐라는 모두 바실리오 왕의 여동생들의 자녀이다. 그러므로 아들이 없는 바실리오 왕의 뒤를 이어 아스톨포와 에스트렐라가 결혼으로 합하면 폴란드의 왕실이 흔들림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바실리오 왕이 시기스문도의 존재에 대하여 선포하고 있다.

 

그날 저녁, 바실리오 왕은 신하들이 모두 모인 앞에서 자기에게 왕자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힌다. 그러나 그 왕자는 폭군이 되고 아버지를 죽이게 된다는 예언에 따라 태어나자마자 탑속의 감옥에 가두어 두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제 세월이 흘렀으므로 그가 과연 어떤 성정의 왕자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으므로 감옥에서 나오도록 할 생각이며 만일 포악한 행동을 한다면 당장 다시 탑속에 가두겠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시기스문도를 적법한 왕위 계승자에서 제외하고 아스톨포와 에스트렐라의 결혼을 승락하여 두 사람이 폴란드를 통치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다.  잠시후, 클로탈도가 로사우라와 클라린을 데리고 바실리오 왕의 앞에 나온다. 시기스문도의 존재를 알게 되었으므로 처벌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바실리오 왕은 이미 모든 사람에게 시기스문도의 존재를 밝혔으므로 로사우라와 클라린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다고 하면서 석방한다. 로사우라는자기를 체포하여 데리고 온 클로탈도에게 자기가 궁전을 찾아 온 것은 자기를 버린 아스톨포를 죽이기 위해서라고 밝힌다. 클로탈도는 또 다시 왕에 대한 충성과 딸을 도와야 한다는 갈림길에서 갈등한다. 한편, 로사우라는 아스톨포에게 쉽게 접근하기 위해 에스트렐라 공주의 시녀로 들어간다.

 

바실리오 왕

                               

제2막. 둘째 날이다. 감옥에 갇혀 있는 시기스문도의 모습이 보인다. 바실리오 왕은 정말로 시기스문도가 잔혹한 사람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계략을 꾸민다. 시기스문도에게 잠오는 약을 먹여서 잠이 들자 왕궁으로 데려온다. 시기스문도가 깨어나자 그에게 왕자로서의 모든 대우를 해준다. 다만, 시기스문도가 부당하게 행동하지 않는한 모든 것은 한낱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믿도록 한다. 한편, 로사우라는 에스텔라 공주의 시녀가 되어 왕궁에 들어온다. 시기스문도는 포악한 왕자처럼 행동한다. 침대에서 일어나자 마자 하인을 창밖으로 내던지지를 않나, 에스트렐라의 시녀(실은 로사우라)를 겁탈하려고 하지를 않나, 딸을 구하러 달려온 클로탈도를 칼로 찔러 부상을 입히지를 않나, 사촌인 아스톨포와 결투를 하지를 않나, 하여튼 포악한 행동만을 골라서 한다. 그 모습을 본 바실리오 왕은 시기스문도에게 다시 약을 먹여 잠들게 하고 탑속의 감옥으로 돌려보내기로 한다.

 

아스톨포가 에스텔라에게 청혼을 한다. 유일한 왕위 계승자인 시기스문도가 다시 감옥에 갇히자 이제는 왕실을 위해 두 사람이 합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스톨포가 에스텔라의 시녀로 들어온 로사우라를 알아본다. 아스톨포는 왕실을 위해 어쩔수 없이 에스텔라에게 청혼한 것을 이해하여 달라고 말한다. 로사우라는 가문의 명예와 자기 자신의 명예를 위해 용서할수 없다고 말한다. 감옥에 다시 갇힌 시기스문도는 하루 동안에 있었던 모든 일이 꿈이기를 바라면서 이 오페라의 타이틀이 된 유명한 구절을 독백한다.

 

What is life? A frenzy. (인생이란 광란이다)

What is life? An illusion.....(인생이란 환상이다)

For all of life is a dream. (인생의 모든 것이 한낱 꿈이다)

And dreams, are nothing but dreams. (오직 꿈일 뿐이다)

 

폴란드의 백성들은 그들에게 왕자가 있음을 알고 반란군을 조직하여 시기스문도를 탑으로부터 석방한다. 시기스문도는 자기를 감시하고 있는 클로탈도에게 자유를 준다. 시기스문도는 제정신의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왕의 군대와 시기스문도의 병사들이 대치한다. 시기스문도의 병사들이 승리한다. 드디어 바실리오 왕과 시기스문도가 대면한다. 바실리오 왕은 패전의 책임자로서 시기스문도의 발 앞에 무릎을 꿇는다. 예언이 완성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시기스문도는 왕을 죽이는 대신 용서한다. 시기스문도의 관용을 본 왕은 예언이 맞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기뻐하며 왕관을 시기스문도에게 전한다. 왕이 된 시기스문도는 아스톨포가 로사우라와 결혼하여 명예를 지킬 것을 권한다. 처음에 아스톨포는 로사우라가 귀족 가문이 아니기 때문에 주저한다. 그때 클로탈도가 앞에 나와서 실은 로사우라가 자기의 딸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아스톨포가 로사우라와 결혼키로 약속한다. 시기스문도는 에스트렐라와 결혼하겠다고 선포한다.

 

모든 사람들의 시기스문도의 관용을 치하하며 새로운 왕으로서 찬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