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334. 샤를르 구노의 '생 마르'

정준극 2013. 4. 15. 15:46

생 마르(Cinq-Mars)

샤를르 구노의 4막 오페라. 권력에 저항하는 젊은 귀족의 짧은 생애 그려

 

샤를르 구노

 

아베 마리아로 유명한 샤를르 구노(Charles Gounod: 1818-1893)는 오페라에 있어서도 뛰어난 재능을 보여 '파우스트',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불후의 걸작들을 남겼다. 구노의 오페라 중에는 '생 마르'라는 것도 있다. 4막의 그랜드 오페라이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별로 공연되지 않고 있는 오페라이다. 아마 정치적인 내용 때문에 보이지 않는 제재를 받아왔던 것 같다. 오페라 '생 마르'의 내용은 생 마르라는 귀족이 루이 13세 시대의 재상인 리슐르를 암살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사건을 다룬 것이다. 그런 '생 마르'가 최근에 다시 각광을 받게 되었다. 역시 음악적으로 뛰어난 작품이기 때문이었다. 프랑스어에서 생 마르는 3월 5일이라는 뜻도 된다.

 

'생 마르'의 스토리를 설명하기 전에 우선 생 마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소개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근세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생 마르가 누구인지 금방 알겠지만 일반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다. 생 마르는 루이 13세 시대의 사람이다. 루이 13세라고 하면 혹시 오랫동안 오크 통에서 숙성한 값비싼 코냑을 연상할지 모르지만 그건 그거고 루이 13세는 일찍이 9살 때에 왕위에 올라 33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프랑스의 국왕을 지낸 사람이다. 루이 13세의 부인은 안느 왕비였고 당시의 재상(수상)은 리슐르라는 추기경이었다. 루이 13세, 재상 리슐르, 안느 왕비 등의 이름이 나오면 당장 알렉산더 뒤마 페레가 쓴 저 유명한 '삼총사'(Les Trois Mousquetaires)를 연상할 것이다. 가스콘느 출신의 달타냥, 아토스, 아라미스, 프르토스가 나오는 불후의 명작이다. 생 마르는 그러한 시대에 루이 13세의 총신이었다. 그러나 생 마르는 왕의 총애를 업고서 사치를 일삼고 오만하였기에 적이 많았다. 한편, 아무리 리슐르 재상이 국왕을 무시하고 권력을 흔들었다고 해도 프랑스를 위해 뛰어난 공적을 쌓은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리슐르를 무조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리슐르를 제거하기 위한 음모에 앞장선 생 마르에 대하여 좋게 생각할 리가 없다.

 

생 마르 후작

 

일반적으로 생 마르라고 부르는 이 사람의 풀네임은 앙리 쿠아피에 드 뤼제(Henri Coiffier de Ruzé)이다. 호칭은 생 마르 후작(Marquis de Cinq-Mars)이다. 1620년에 태어나서 22세의 젊은 나이로 1642년에 세상을 떠난 실존인물이다. 생 마르는 국왕보다도 더 높은 권세를 휘두르고 있는 재상 리슐르 추기경을 제거하기 위해 음모를 계획하였으나 거의 성공 단계에서 발각되어 처형장의 이슬이 된 인물이다. 생 마르의 아버지는 리슐르 재상의 오랜 친구로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게 되자 어린 아들인 생 마르를 리슐르의 손에 의탁한바 있다. 리슐르 재상은 루이 13세를 더욱 조정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 19세의 생 마르를 루이 13세의 연애 상대자로 들여보냈다. 어떤 역사학자에 의하면 생 마르는 루이 13세와 침대를 함께 사용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추기경은 생 마르를 아주 쉽게 콘트롤 할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 마르는 사치와 오만, 방종한 생활을 하여 리슐르 재상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생 마르는 리슐르가 자기를 견제하고 있는 것을 알고 오히려 루이 13세를 충동하여서 리슐르 재상을 처형하라고 요구했다. 그것은 혁명이나 마찬가지의 대사건이었다. 생 마르는 1641년 수아송 백작이 시도했다가 실패로 돌아간 반리슐르 음모에 가담했으나 그때에는 발각되지 않고 그대로 지나갔다. 그후 직접 음모를 꾸미기로 했다. 생 마르는 왕의 동생인 오를레앙 공 가스통 및 다른 고위 귀족들과 결탁해 반란을 일으키고 프랑스와 전쟁중이던 스페인에 국경을 열어줄 계획을 짰다. 1642년 3월 13일 그는 스페인의 펠리페 4세와 비밀협정을 체결했고 이에 따라 펠리페는 반란군에게 무기·군사 원조를 약조했다. 그러나 거사는 실패로 돌아갔다. 리슐르의 스파이가 미리 거사를 알아채고 리슐르에게 고변하는 바람에 모두 체포되었다. 생 마르는 참수형을 당했다. 리옹의 플라스 데 트러(Place des Terreaux)에서였다. 생 마르의 처형 소식을 들은 루이 13세는 동정은 커녕 '처형장에서 그 친구의 찌푸린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라고 가볍게 말했다고 한다. 의도적으로 그랬는지 또는 진정으로 그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프랑스의 시인, 극작가, 소설가인 알프레드 드 비니(Alfred de Vigny: 1797-1863)이 생 마르의 이야기를 소설로 썼다. 소설은 1826년에 출판되었다. 샤를르 구노가 그 소설을 읽고 감동하여서 오페라로 만들었다. 대본은 폴 푸아르송(Paul Poirson)과 루이 가예(Louis Gallet)가 공동으로 완성했다. 1877년 4월 5일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초연의 반응은 미지근한 것이었다. 만일 이 오페라가 구노의 작품이 아니고 다른 누구가 작곡한 것이었다면 아마 금방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구노의 작품이므로 매장되지 않고 오늘날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구노의 '생 마르'는 그랜드 오페라의 장르에도 속하고 오페라 코미크의 장르에도 속한다. '생 마르'는 파리에서의 초연 이후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 한번 공연되었을 뿐이며 그후 줄곧 침묵을 지키다가 2013년, 구노 서거 120 주년을 맞이하여 재평가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오페라의 스토리는 생 마르의 실화와 차이가 있다. 리슐르를 제거하기 위한 음모는 사실을 충실하게 반영했지만 여기에 생 마르와 마리 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덧붙였다. 마리 공주는 폴란드 왕과 정략결혼을 해야 할 입장이었다. 그러나 공주의 입장을 고려하여서 강요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루이 13세와 리슐르 재상도 생 마르와 마리 공주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생 마르가 반역죄를 저질러서 참수형을당하게 되었다. 마리 공주는 폴란드 왕과의 결혼을 승락하고 대신 생 마르의 목숨을 살려준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사형집행 시간이 갑자기 변경되는 바람에 생 마르는 살아나지 못했다.

 

1막. 생 마르(T) 후작의 성이다. 귀족들이 생 마르가 궁중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게 된 것을 축하한다(A la Cour vous allez paraitre). 어떤 사람들은 생 마르가 리슐르 재상에게 충성을 맹세했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기 위해 루이 13에게 봉사하기 위해 간다고 믿고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 리슐르가 아니라 루이 13세(B)에게 충성을 맹세했다고 믿고 있다. 그런 의견이 분분하지만 생 마르는 오히려 무관심하다. 생 마르는 오랜 친구인 드 투(de Thou: Bar)와 둘이서만 있게 되자 실은 마리(S) 공주를 깊이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궁정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털어 놓는다(Henri! Vous nous parliez). 두 사람은 마리 공주를 사랑하는 일이 불행으로 끝날 것 같은 예감을 갖는다. 손님들이 다시 등장한다. 그중에는 리슐르 재상의 대변인인 조셉)Bar) 신부와 마리 공주도 포함되어 있다. 조셉 신부는 마리 공주와 폴란드 왕과의 결혼이 주선되고 있다는 얘기를 한다. 생 마르와 마리 공주는 당황한다. 그리고는 밤중에 따로 만나기로 약속한다. 손님들이 떠나자 마리는 밤의 달콤함으로 마음의 평정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Nuit resplendissante). 잠시후 생 마르가 나타난다.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다짐한다(Ah! Vous m'avez pardonne ma folie).

 

2막. 1장은 루이 13세의 거실이다. 궁정의 귀부인들이 왕의 총애를 받고 있는 정부인 마리온 들롬(Marion Delorme: S)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합창을 부른다(A Marion, reine des belles). 퐁트레이유(Bar), 몽트레소르(B), 몽모르(T), 드 브리앙(Bar), 몽글라(T)를 비롯한 귀족들이 생 마르의 왕에 대한 영향력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를 한다. 한편, 귀족들은 리슐르 재상의 권력이 너무나 강대한 것에 대하여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그러면서 생 마르가 자기들과 뜻을 함께 해줄지 모른다고 말한다. 마리온이 나타나서 리슐르가 생 마르를 멀리 추방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한다. 퐁트레이유는 놀라면서 만일 그렇다면 파리에는 우아한 살롱이 없어질 것이므로 따분한 생활이 될것이라고 말한다(On ne verra plus dans Paris). 마리온은 다음날 무도회를 개최할 것이며 이때 리슐르 재상을 제거할 음모를 꾸미게 되기를 바란다. 잠시후 생 마르가 나타나자 여인들이 그를 환영한다(Ah! Monsieur le Grand Ecuyer). 잠시후 마리도 궁전에 도착한다. 생 마르와 마리는 다시 만나는 기쁨에 넘쳐 있다(Quand vous m'avez dit un jour). 마리는 루이 국왕이 생 마르와의 결혼을 묵시적으로나마 승락했다고 전한다. 생 마르의 기쁨은 더 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그러한 축복의 순간도 조셉 신부가 나타나서 비록 국왕이 마리와 생 마르의 결혼을 묵시적으로 승락했지만 리슐르 재상은 그 결혼을 공식화 하기를 거절하며 원래대로 마리와 폴란드 왕과의 결혼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한다. 

 

2막 2장은 마리온 들롬의 살롱이다. 저녁 모임은 마델레느 드 스퀴데리(Madeleine de Scudéry)의 마지막 소설인 Clélie의 낭독회로 시작한다. 그런 후에 발레가 포함된 목가풍의 공연이 따른다. 양치기가 부르는 De vos traits mon ame est navrée라는 소네트가 박수를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마음은 왜그런지 무겁기만 하다(Viendra-t-il?). 생 마르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퐁트레이유는 생 마르가 분명히 음모에 가담할 것이라고 말한다. 퐁트레이유의 예언이 적중하듯 잠시후 생 마르가 도착한다. 생 마르는 국왕이 더 이상 나라를 통치하지 못하고 있으며 모든 것을 리슐르가 통치하고 있다고 선언한다. 그는 리슐르를 제거하기 위한 봉기가 불가피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이미 스페인과 비밀리에 조약을 맺을 준비가 되어 있음을 설명한다. 모두들 안심하는 듯한 표정이다. 그때 생 마르의 친구인 드 투가 생 마르를 가로막고서 프랑스의 문제를 외국의 힘에 의존하여 해결하려고 하면 안된다고 경고한다.그러나 생 마르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3막. 다음날 교회 앞의 광장이다. 음모가담자들의 모임이 곧 열릴 예정이다. 잠시후 마리 공주가 나타난다. 모두들 음모에 대한 구체적인 회의를 가질줄 알았으나 생 마르는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우선 마리와 결혼 서약을 하기로 얘기를 나눈다(Madame, c'est le lieu du rendez-vous). 모두들 실망하여 자리를 뜬다. 조셉 신부와 스파이 외스타셰(Eustache: B)가 숨어 있던 곳으로부터 나온다. 외스타셰는 조셉 신부에게 귀족들의 음모에 대하여 자세하 보고한다. 이제 생 마르의 운명은 조셉 신부의 손에 달여 있게 된다(Tu t'en vas). 조셉 신부는 마리 공주를 만나 생 마르가 비밀리에 스페인과 음모를 꾸미는 반역죄를 저질렀으므로 사형에 처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폴란드 대사가 왕과의 사냥에서 돌아오는 대로 떠날 것이므로 그 이전에 마리의 마음을 결정해 달라고 권고한다. 만일 마리가 폴란드 왕과의 결혼을 결심하면 생 마르의 목숨을 건져 주겠다는 것이다. 멀리서 사냥을 나갔던 왕과 일행들이 돌아온다. 마리는 어쩔수 없이 항복한다. 그러면서 생 마르의 목숨은 살려 준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말한다(Hallali! Chasse superbe).

 

4막. 감옥이다. 생 마르는 처형의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생 마르는 마리가 자기를 배신했다고 생각하여 괴롭다. 하지만 지난 날의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며 위로로 삼는다(O chére et vivante image). 마리가 감옥을 찾아온다. 마리는 생 마르에게 조셉 신부와 조건을 내걸고 폴란드 왕과의 결혼을 수락했다는 얘기를 한다. 그러면서 언제나 생 마르를 사랑하였다고 말한다(Ah! Qu'aije dit). 생 마르의 친구인 드 투는 생마르에게  다음날 생 마르를 탈출 시킬 계획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조셉 신부와 판사가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니 생 마르는 다음날 새벽의 동이 트기 전에 사형에 처하게 된다고 한다. 드 투는 탈출 계획이 아무런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절망한다(Messieurs, appelez a vous, votre courage). 생 마르는 드디어 사형장으로 끌려간다. 생 마르는 드 투와 마지막으로 기도를 올린다. [오페라에서는 전편을 통하여 리슐르는 등장하지 않는다.]

 

1642년 생 마르의 처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