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의 12월(Three Decembers)
제이크 히기(Jake Heggie)의 현대적 실내오페라
미국의 메조소프라노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를 위한 작품
작곡가 제이크 히기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중의 한 사람인 제이크 히기(Jake Heggie: 1961-)는 '모비 딕'(Moby Dick: 백경), '데드 맨 워킹'(Dead Man Walking: 사형수 입장), 그리고 '세번의 12월'(Three Decembers)과 같은 뛰어난 오페라로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 '세번의 12월'은 미국의 전설적인 메조소프라노인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Frederica von Stade: 1945-)를 위해 작곡한 것이어서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작품이다. 2008년으로 63세가 되는 폰 슈타데는 2010년에는 공식은퇴하겠다고 선언한바 있다. '세번의 12월'은 출연자가 세명인 실내 오페라이다. 과거에 이름을 날렸던 배우인 어머니 마델린 미첼(매디: Madeline Mitchell: Ms), 그의 장성한 자녀들인 챨리(Charlie: Bar)와 베아트리스(베: Beatrice: S)가 등장할 뿐이다. 오케스트라도 소규모이다. 여기에 두 대의 피아노가 배치 되어서 오케스트라의 미진한 역할을 상당부분 커버하고 있다. 휴스턴에서의 초연에서는 작곡자인 제이크 히기가 두 대 중에서 한 대의 피아노 연주를 맡아 화제였었다. 또한 일반 오페라 공연과는 달리 오케스트라가 무대 위에 자리잡고서 연주를 한다. 오페라 '세번의 12월'은 미국의 극작가인 테렌스 맥낼리(Terrence McNally: 1938-)가 쓴 '어떤 크리스마스 편지들'(Some Christmas Letters and a Couple of Phone Calls)이라는 희곡을 바탕으로 했다. 그러나 2008년 2월 휴스턴에서 초연을 가졌을 때에는 '마지막 막'(Last Acts)이라는 타이틀이었다. 대본은 제이크 히기와 콤비인 진 쉬어(Gene Sheer)가 썼다. 의미가 깊은 반짝이는 대사들이 전편을 수놓고 있어서 놀라운 감동을 준다. '세번의 12월'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미국의 오페라가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마델린(매디)과 베아트리스(베)
'세번의 12월'이라는 것은 1986년, 1996년, 2006년의 매10년에 걸친 12월을 뜻한다. 이러한 30년 세월 동안에 주인공들은 에이즈라는 위기에 당면하고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는 등 갈등을 겪지만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자 마침내 가족의 소중함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아들인 챨리는 게이이다. 버트라는 남자와 동거하고 있다. 그런데 버트는 에이즈에 걸려 앓고 있다. 말하자면 시한부 인생이다. 아들이 게인인줄 몰랐던 어머니는 과연 아들의 파트너를 가족처럼 받아 들일수 있을 것인가?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알콜 중독자로서 절망을 이기지 못하여 자살하였다.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그동안 숨겨왔던 진실을 말할수 있을 것인가? 아버지가 자살을 했다고 밝힌다면 아이들은 아버지의 죽음이 어머니 때문이라고 믿을수도 있을 것이 아닌가? 딸은 어떠한가?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딸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심정은 어떠한 것인가? 이처럼 작곡자는 이 오페라를 미국의 현실을 투영하는 미국판 베리스모를 표현하였다.
화려했던 옛일을 회상하는 매디(프레데리카 폰 슈타데)
제1막은 1986년 12월의 바바도스 섬이 무대이다. 매디(마델린 미첼)은 휴가중이다. 매디는 그를 알아보는 팬들 앞에서 화려했던 옛날을 회상하듯 그가 출연했던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노래를 부른다. 장면은 바뀌어 무대는 실제로 매디가 브로드웨이에 출연하고 있는 장면으로 전환한다. 매디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관중들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는다. 다음 장면은 매디가 의례껀 그랬듯이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편지를 쓰고 있는 장면이다. 베아트리스(베)는 코네티컷주의 하트포드에 살고 있다. 부유한 남자와 결혼하여 부족함이 없이 살고 있다. 하지만 남편은 기회만 있으면 불륜을 저지르고 있어서 결혼생활은 불행하다. 아들 챨리는 게이이다. 챨리는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다. 에이즈에 걸려 죽어가고 있는 버트(Burt)와 함께 살고 있다. 매디는 버트를 챨리의 파트너로서 결코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두 남자는 마음에 상처를 입고 있다. 매디는 챨리와 베에게 보낸 편지에서 지난 날의 또 다른 12월에 대한 얘기를 한다. 이미 세상을 떠난 남편과 금문교를 거닐던 얘기이다. 챨리와 베가 전화로 매디가 보낸 편지의 내용을 서로 읽어 준다. 챨리와 베는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찾아가서 자기들이 어릴 때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회상키로 결심한다. 챨리와 베는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난간에 서 있는 챨리와 베. 세상 떠난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고 있다. 바리톤 매튜 워스와 소프라노 사라 자쿠비아크.
어느날 마침내 베와 챨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 그 예전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금문교를 걸으며 아버지를 회상한다. 이 장면이 아마 이 오페라에서 가장 인상깊은 하일라이트일 것이다. 베와 챨리가 부르는 듀엣인 What Do You Remember about Dad?(아빠에 대한 기억은?)와 Man in the Chair(의자에 앉아 있는 그 사람)가 감동적이다. 그 옛날 토요일 아침이면 어린 베와 챨리가 푹신한 의자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무릎에 앉아 만화영화를 보던 일을 회상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챨리는 지금 기억나는 것은 아버지의 모습이 아니라 의자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자신도 놀란다. 제2막은 세번의 12월 중에서 두번째에 해당하는 1996년의 12월에 생긴 일이다. 챨리의 파트너인 버트가 결국 에이즈 때문에 숨을 거두었다. 챨리는 버트의 물건들을 정리해서 교회에 기증할 생각이다. 이때 챨리가 부르는 아리아가 감동적이다. 매디가 샌프란시스코의 챨리를 찾아와서 숨을 거두기 직전의 버트에게 친절한 말을 건네었던 것을 상기하는 내용이다. 그러한 때에 매디가 마치 기적처럼 나타나서 '달빛'(Moonbeams)이라는 아리아를 부른다. 자장가처럼 들리는 아름다운 노래이다. 나중에는 챨리와 베도 매디를 따라 함께 노래를 부른다. 이때 매디는 그동안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던 비밀을 털어 놓는다. 아이들의 아버지가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이 아니라 알콜 중독자가 되어 절망을 이겨내지 못하고 달려오는 지하철에 몸을 던져 죽었다는 것이다. 이말을 들은 챨리와 베는 어머니로부터 배신을 당했다는 생각으로 갈등을 겪는다. 결국 챨리와 베는 어머니를 혼자 놓아 두고 떠난다. 제3막은 그로부터 또 10년이 지난 2006년의 12월이다. 이제는 중년이 된 챨리와 베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추도모임에서 어머니가 보낸 마지막 크리스마스 편지를 읽는다. 편지는 매디(마델린)의 혼령이 나타나서 챨리와 베에게 대신 읽어준다. 매우 감동적인 장면이다. 챨리와 베는 이미 어머니를 용서하였다.
챨리와 매디. 센트랄시티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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