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추억 따라/성남 등

운악산 봉선사(奉先寺)

정준극 2012. 11. 5. 17:59

운악산 봉선사(奉先寺)

광능내 진접의 교종본찰

 

독립운동가이며 불교대중화의 선구자였던 운허스님의 뜻이 담겨 있는 큰법당

 

광능의 국립수목원(광능수목원) 인근에 봉선사가 있다. 주소는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부평리로 되어 있다. 필자는 거의 40년전에 광능에 크낙새가 있는지 없는지 보려고 모처럼 갔다가 도중에 웬 절이 있어서 잠시 들렸던 일이 있었다. 봉선사였다. 그후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봉선사가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그러던중 일전에 누가 광능수목원의 단풍이 제철이라고 하는 바람에 솔깃해서 갔다가 그야말로 기왕에 봉선사를 다시 보게 되었다. 참으로 오랫만이어서 감회가 무량했다. 인근의 가을 수목원은 사실상 들어가지 못했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입장할수 없다는 것을 가서야 알았다. 하기야 수목원의 주차장을 보니 대절버스로 그득했다. 원래의 목적지인 수목원을 들어가지 못하여서 시간도 남고 하여서 봉선사를 방문하였다. 격세지감이 있었다. 그때는 아직도 전쟁의 상흔이 이곳저곳에 남아 있었는데 지금은 달라져도 너무 달라져 있었다. 옛날 느낌이 하나도 없었다. 더구나 절 입구에는 예에 의해서 요란한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사뭇 조용해야할 연못지역을 지나서도 저쪽에 큰 식당같은 것이 있다. 도대체 우리나라 사람들은 문화역사의 탐방보다는 먹고 마시는데 더 관심이 있지 않나라는 의구심을 갖게 해주었다. 조잡한 중국제 기념품들을 파는 가게들을 아직은 볼수 없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나 할까...

 

청풍루의 위용

 

그때는 수목원에 가는 버스도 없어서 한참이나 고생하여 갔었다. 지금은 버스도 많지만 절 앞에 주차장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내비게이션만 켜 놓고 따라가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선사에 가는 대중 교통편을 소개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우선 지하철을 이용한다면 의정부역에서 내려서 21번 광능내행 버스를 타고 수목원을 거쳐 봉선사 입구까지 가면 된다. 청량리에서 버스를 탄다면 청량리역 환승센터 앞의 제일 바깥 쪽 라인에서 707번 광능내행 일반 버스를 타고 장현초등학교 앞에서 내려 다시 2번 마을버스를 타면 된다. 청량리 환승센터에서의 배차 간격은 5-7분이므로 아무때나 이용할수 있다. 강남역에서도 가는 편이 있다. 좌석버스 7007번을 타고 장현초등학교 앞에서 내려 21번 의정부행 버스를 타거나 2번 마을버스를 타면 된다. 강변역에서도 있다. 1번 출구에서 11번 광능내행 버스를 타고 광릉내에서 내리던가 장현초등학교 앞에서 내려서 마을버스를 타면 된다. 아무튼 여러 방법이 있다.

 

봉선사 입구. 교종본찰 봉선사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다른 절처럼 무슨 무슨 산 봉선사라는 글은 없다. 운악산 봉선사이다.

 

봉선사는 운악산(雲岳山) 자락에 있다. 그래서 운악산 봉선사라는 명칭이 붙어 있다. 절입구의 일주문처럼 생긴 건물에 한글로 운악산 봉선사라고 적혀 있다. 일단 그 문을 지나서 절쪽에서 다시 바라보면 교종본찰 봉선사라고 이번에는 한문으로 길게 쓴 현판이 걸려있다. 교종본찰(敎宗本刹)이 무슨 의미인지를 설명하자면 상당히 시간이 걸리고 더구나 잘 알지도 못하므로 생략코자 한다. 다만, 교종이라는 말은 불교 종파의 하나로서 선종(禪宗)과는 노선이 다른 종파라고 알고 있으면 될것 같다. 그래서 영어표현으로는 선종을 Zen Budhism 이라고 하고 교종을 Non-Zen Budhism 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 교종의 본부가 운악산 봉선사인 것이다. 운악산은 청평 방면에 있는 아름다운 산으로 가을단풍이 유명하다. 매년 운악산단풍제가 열리고 있어서 등산객 및 단풍객들이 몰리는 곳이다.

 

청풍루와 범종루. 그리고 가을 단풍

 

봉선사에 대한 연혁과 사찰 건물들의 배치도 및 각종 프로그램에 대하여는 봉선사 홈페이지에 자세히 나와 있으므로 따로 주책없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홈페이지 주소는 다움이나 네이버에서 봉선사를 치면 나온다. 그래도 잠시 봉선사의 역사를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봉선사는 오랜 역사를 지닌 절이다. 신라시대에 지은 절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려 제4대 광종 시절에 창건된 절이므로 고찰에 속한다. 서기 969년이다. 처음엔 봉선사라고 부르지 않고 운악사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꼭 5백년 후인 1469년, 조선조 예종 때에 세조의 비인 정희왕후가 세조의 능침을 이 산에 모시고 광릉이라고 하고 선왕의 능침의 명복을 비는 절로 삼으면서 봉선사라고 했다. 봉선사는 산중사찰이지만 선조 때의 임진왜란과 인조 때의 병자 호란 때에 불에 타서 소실되는 아픈 역사를 안고 있다. 절이 외적의 손에 의해 비참하게 소실될 때마다 모두들 힘을 합하여 다시 건설했다. 그후 한말과 왜정시대를 거치면서 이제는 더 이상 환난이 없겠거니 했는데 북한 공산당이 일으킨 1950년의 6.25 사변 때에 16동이나 되는 건물들이 또 다시 완전히 파괴되었다. 다만, 겨우 하나 남은 것이 지금의 삼성각이다. 삼성각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곳에 산신, 철성, 독성 세분의 성인을 모셔 놓았기 때문이다.

 

날아갈듯 아름다운 범종루

 

봉선사와 관련하여서는 운허 스님을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 일제시대에 상해에서 흥사단에 가입하여 독립운동을 펼치다가 출가한 운허 스님은 불교 대중화를 위해서도 무척이나 헌신하였다. 그는 일제말기에 봉선사의 주지였는데 그의 의지가 담긴 건물이 큰법당이다. 봉선사로 올라가는 길에 비석군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는 춘원 이광수를 기념하는 비석이다. 춘원은 일본이 2차 대전에서 패배하기 직전에 4년 동안 남양주 사능 부근의 어느 농가에서 지낸 일이 있다. 그러면서 어느 겨울에는 봉선사에 올라가서 한 철을 지냈다. 그때 주지가 운허 스님이었다. 운허 스님은 춘원의 8촌 동생이라고 한다. 8촌이라면 도대체 어느정도로 가까운 친척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춘원과 운허스님이 그런 관계에 있다니 새삼스럽다. 봉선사의 춘원 이광수 기념비는 그런저런 연고로 세워졌다고 한다. 1975년에 세웠는데 비석의 뒷면에는 춘원이 남긴 글 중에서 일부가 빼곡히 새겨 있다. 글은 주요한 선생의 것이고 글씨는 당대의 서예가인 원곡 김기승 선생의 것이다.

 

봉선사 경내에 춘원 이광수 기념비가 있다. 당대의 서예가인 김기승 선생의 글씨이다.

                       

지금의 대웅전은 1970년에 운허스님이 주도하여 삼창(三創)을 한 것이다. 세번째로 지었다는 뜻이다. 전각의 제목을 여늬 사찰처럼 대웅전이라고 하지 않고 '큰법당'이라고 한글로 한것은 순전히 한글을 사랑하고 불교의 대중화를 주창한 운허스님의 뜻에 따른 것이다. 큰법당에 오르기 전에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는 청풍루의 자리에는 6.25 전에 천왕문과 해탈문 및 소설루(小雪樓)라는 제법 로맨틱한 이름의 전각이 있었으나 전부 파괴되는 바람에 보기 흉한 폐허였으나 모든 신도들이 '조약돌 모으기 운동'이라는 불사를 전개하여 1985년에 거룩한 낙성을 하였다. 다경실(茶經室)이라는 건물은 운허스님의 은퇴후 거처로 지은 건물이다. 이를 퇴로지처(退老之處)라고 부른다. 다경실이라는 명칭은 차를 마시며 경을 읽었다는 다로경권(茶爐經卷)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한가지 특이한 명칭의 건물은 판사관무헌이라는 곳이다. 봉선사 주지는 조선 왕실로부터 봉향판사(奉香判事)라는 작위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봉향판사가 머물던 곳이라고 해서 판사관무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봉선사의 주지실이다.

 

설법전. 모두 전쟁 후에 새로 지은 건물들이어서 산뜻하다.

 

봉선사는 템플스테이로서 유명하다. 외국인들도 자주 오지만 국내에서도 학교 선생님들 등이 단체로 와서 머물며 명상을 하고 공부도 하며 불교 문화에 접하기도 한다. 교통도 좋고 뒤편으로는 그윽한 산중이며 게다가 지척에 아름다운 수목원도 있기 때문에 다목적 수련장이서 겸사겸사 온다는 것이다. 봉선사 앞 마당에는 넓은 연못이 있다. 글자그대로 연으로 덮힌 못이다. 그래서인지 한여름에는 연꽃 축제가 열린다. 봉선사의 연꽃은 실제로 보지 못하고 사진으로만 보았는데 아름답기가 그럴듯 했다. 연못 한 가운데는 분수도 있어서 더욱 운치가 있다. 그리고 봉선사 입구에는 연꽃유치원도 있다. 원아들을 인근에서 버스로 데려왔다가 데려다 주므로 교통편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무튼 일반 아파트 단지내에 있는 좁아빠진 유치원에 비하여 웅장한 유치원이다.

 

봉선사의 연꽃 축제는 유명하다. 가을철의 주변 단풍도 가관이다. 

연꽃유치원. 대단하다. 전용승합차도 서너대가 있다.

야외취사장인듯. 땔감 나무가 산적해 있다.

소문난 봉선사 장독대. 장맛이 좋기로 소문나 있다고 한다.

밥과 국을 만들려면 이 정도 시설은 있어야 한다는 견해들이다.

큰법당 내의 삼존불과 탱화

역시 단풍도 아름답고 단청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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